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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소설36

[책리뷰] 이혁진 - 사랑의 이해[민음사 I "사랑을 원했지만 사랑만 원한 건 아니었다 I 끌리면서도 다가가지 못하는 사람의 두 방향 I 연애소설 I 사랑 I 연애] 사랑은 나에게 너무 멀어졌다. 고등학교 동창들이 결혼한다고 가끔 모일 때가 있다. 그럴 때 친구들 중 몇몇은 우리 중 내가 제일 먼저 결혼할 줄 알았다고 한다. 하긴 10대 후반 20대 초반은 요즘 애들 말로 ‘여미새’였으니. 20대 중반 신학을 전공하면서부터 사랑은 점점 멀어져 갔다. 이 시기 전으로 알고 있던 친구들과 이후로 알고 있는 친구들은 나를 제법 다르게 보기도 한다. 그럼에도 가끔 사랑이 다가올 때가 있었다. 20대 마지막 해. 그 사랑은 나에게 그저 두근거림과 설레는 것을 넘어 선물의 의미를 알려주었다. 이 선물을 고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는지. 그 선물은 그저 내가 돈을 주고 구입한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가득했고, 온전히 집중했고, 여튼, 그러한 것이 묻어있었다. 또, 사소해 .. 2023. 4. 28.
[책리뷰] 조정래 - 풀꽃도 꽃이다2[해냄 I 교육 I 학교 I 아이들 I 사교육 I 학부모 I 엄마 I 선생님 I 사회 I 공교육 I 학교폭력 I 허세 I 교사] 2부에서도 공감하는 문제 제기가 계속 나온다. 이 세상 사람들 절대다수가 자기도 기존 사회의 특권층에 들고자 하는 욕망과 환상에 사로잡혀 살인적인 경쟁에만 정신이 팔려 있는 그 속물 집단들은 바른 것도, 그른 것도, 독도, 악도, 구분하지 못하는 집단 망각증과 집단 불감증에 단단히 병들어 있었다.(73) 교육이란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랑의 실천이었다. 지식의 일깨움이나 전달은 그다음이었다. 그런데 세태는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그 반대로 세찬 바름을 일으키고 있었다. 아니, 그 반대라고 할 수도 없었다. 공부가 강조되고, 경쟁이 신봉되면서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랑은 실종되어 그 자취가 묘연했다.(90) 또 고등학교들은 아주 당연한 일인 것처럼 방과 후 수업에서 우열반을 편성하고, 대학 입시가 끝나면 으레 일.. 2023. 3. 17.
[책리뷰] 조정래 - 풀꽃도 꽃이다1[해냄 I 교육 I 학교 I 아이들 I 사교육 I 학부모 I 엄마 I 선생님 I 사회 I 공교육 I 학교폭력 I 허세 I 교사] ‘풀꽃도 꽃이다’ 이 유명한 문장이 책제목인지 전혀 몰랐다. 그것도 교육과 관련된 내용일줄은, 또 그 유명한 조정래 작가가 쓴 책인줄도. 책이 2016년에 나왔지만 새삼 2023년 다시 되돌아 본다. 일제고사에 대한 내용을 보면서다. 그때 그 장관이 지금 돌아올 줄 알았겠나. 일제고사가 폐지되고 12년 뒤 자사고 설계자이자 일제고사를 시행했던, 그리고 진화론을 교과서에서 없애려고 했던 그 장관님께서 2023년 화려하게 교육부 장관으로 검백한다!ㅋㅋ참 웃프다. 보좌관으로 검사님까지 장착했으니 이번에는 어떤 화려한 일들을 내실까. 책은 시작부터 한국 교육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다. 이 책은 1권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 문제를 소설의 형식을 빌려 제기하는 것 같다. 참 공감하는 문제의식은 이것이다. 그 고3 학생.. 2023. 3. 17.
[책리뷰] 정지아 - 아버지의 해방일지[창비 I 빨치산 I 빨갱이의 딸 I 사회주의 I 역사의 비극] 한 개인이 죽은 뒤 조문을 오는 사람들을 통해 수많은 사연이 들려온다. 그 사연에는 현사의 비극이 담겨 있다. 일부러 자극적으로 쓰지도 않기에, 덤덤하게 쓰기에 뭔가가 더 그렇다. 책 속의 그녀의 아버지는 그 유명한 빨치산에서 저항을 했던 빨갱이다. 요즘은 좀 덜한 거 같지만 빨갱이가 가지는 그 의미에는 무수한 역사가 담겨 있다. 저자는 아버지에 관한 것은 거의 다 사실이란다. 주변 지인들의 사연들은 허구가 많다고. 사실이 아니라고 그것이 진실이 아니라는 말은 아닐터이다. 담담하게 담겨 있는 비극은 이런 것들이다. 박선생의 형은 아버지의 빨치산 동료로 지리산에서 죽었다. 누나 둘도 지리산서 죽어 시신조차 찾지 못했다. ....학도병에 끌려갔던 박선생은 하필 수도사단 소속으로 51년 겨울 지리산에 파견됐다.. 2023. 1. 20.
[책리뷰] 고요한 - 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나무옆의자 I 제18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I 세계문학상 I 문학 I 소설 I 고민하는 청춘] 밤에 걷는다는 이야기가 끌렸다. 고등학교 시절 온다 리쿠의 이 참 인상적이었다. 지금은 내용도 가물하지만 참 좋았던 느낌만 남아있다. 밤에 하루종일 걸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학교의 전통 속에서 오해들이 풀려가던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여튼, 그 내용이 참 좋아서 도 읽었다. 이 책 역시도 밤에 걷는다. 오토바이를 타며 누빈다. 장례식 알바를 하는 두 청년들이 일이 끝나면 깊은 밤이기에 가장 깊은 서울의 밤을 누빈다. 책의 타이틀 소개처럼 “서울의 밤을 환상처럼 꿈처럼 떠도는 두 청춘 삶과 죽음을 껴안는 아름다운 애도와 성장의 서사” 를 이야기한다. 마침 누비는 장소가 광화문 근방이어서 다행이었다. 몇 년 전 딱 이 거리를 가본 적이 있었다. 아직도 인사동 거리가 참 기억에 남는다. 나중 서울에 놀러갈 일이.. 2022. 10. 23.
[책리뷰] 김훈 - 하얼빈[문학동네 I 안중근 I 이토 히로부미 I 동양평화론 I 평화론 I 역사소설] 안중근하면 그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분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 이토 히로부미가 어떤 인물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또, 역사를 그다지 잘 알지 못하는지라 이토 히로부미 당시의 동아시아 정세의 분위기가 어떤지 전혀 알지 못했었다. 그저 일본이 모든 국가를 후드려 패고 있는 것만. 왜 그토록 일본은 폭력을 펼치지만 평화를 운운했을까? “조선 유림의 사표로 일컬어지는 최익현의 고루함을 보라. 그가 이 세계의 물성에 관하여 무엇을 아는가. 그가 역사의 층위와 발전 원리에 관해서 무엇을 알고, 시대의 전개 방향에 대해서 무엇을 아는가. 그가 힘의 작동 원리를 아는가. 그가 웅장하고 허망한 언사를 설파함으로써 약동하는 세계의 풍운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이런 무리에게 시운을 기탁한다면 조선은 스스로 보전할 수 .. 2022. 10. 15.
[책리뷰] 정유정 - 완전한 행복[은행나무 I 나르시시즘 I 나르시시스트 I 시대의 징후 I 가스라이팅 I 행복의 뺄셈? I 행복] 정유정 작가의 완전한 행복을 올해 첫 책으로 읽었다. 최근 소설을 거의 안 읽어서 소설 하나는 읽어야지 하다가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이 출판되었을 때쯤 정유정 작가의 인터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요즘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느끼는 어떤 것을 표현한 것이란다. 그것은 나르시시즘이었다. 이 책의 끝 작가의 말이 참 인상깊다. “이 소설은 ‘행복’에 대한 이야기다. 완전한 행복에 이르고자 불행의 요소를 제거하려 ‘노력’한 어느 나르시시스트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 언제부턴가 사회와 시대로부터 읽히는 수상쩍은 징후가 있었다. 자기애와 자존감, 행복에 대한 강박증이 바로 그것이다. 자기애와 자존감은 삶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미덕이다. 다만 온 세상이 ‘너는 특별한 존재’라 외치고 있다는 점에서 이상하기.. 2022. 10. 8.
[책리뷰] 이승우 - 생의 이면[문이당 I 제1회 대산문학상 수상작 I 이승우 장편소설 I 문학] 인친님이신 편린님께서 우리나라에 노벨문학상 급의 작가로 이승우 작가를 꼽으셨다. 신학을 전공했고, 깊이 있는 작가로 알고 있었지만 그정도의 수준일 줄은 생각도 못했다. 조금 검색해보니 프랑스에서는 높이 평가받는 것같더라. 많이 많이 번역되어서 우리나라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타시길!ㅎㅎ 편린님께서 이승우의 첫 책으로 을 추천해주셨는데 다 읽고 나니 왜 이 책을 추천했는지 알겠다. 책의 전개가 참 신선했다(92년도에 출간된 책이지만!). 한 출판사에서 시대의 소설가들을 소개하는 기획을 한다. 작품의 화자는 그 중 박부길이라는 소설가를 소개하는 일을 맡는다. 인터뷰를 해가면서 작가의 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소설가가 되기까지 일들이 기록되어 있다. “그것은 그가 세상에 대해 문을 닫은 결과였고, 또 그 동인이기도 .. 2022. 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