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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소설

[책리뷰] 이혁진 - 사랑의 이해[민음사 I "사랑을 원했지만 사랑만 원한 건 아니었다 I 끌리면서도 다가가지 못하는 사람의 두 방향 I 연애소설 I 사랑 I 연애]

by 카리안zz 2023. 4.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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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나에게 너무 멀어졌다. 고등학교 동창들이 결혼한다고 가끔 모일 때가 있다. 그럴 때 친구들 중 몇몇은 우리 중 내가 제일 먼저 결혼할 줄 알았다고 한다. 하긴 10대 후반 20대 초반은 요즘 애들 말로 여미새였으니. 20대 중반 신학을 전공하면서부터 사랑은 점점 멀어져 갔다. 이 시기 전으로 알고 있던 친구들과 이후로 알고 있는 친구들은 나를 제법 다르게 보기도 한다.

 

그럼에도 가끔 사랑이 다가올 때가 있었다. 20대 마지막 해. 그 사랑은 나에게 그저 두근거림과 설레는 것을 넘어 선물의 의미를 알려주었다. 이 선물을 고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는지. 그 선물은 그저 내가 돈을 주고 구입한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가득했고, 온전히 집중했고, 여튼, 그러한 것이 묻어있었다. , 사소해 보이는 선물도 늘상 내 생각을 하고 있다는 표현이었다. 내가 그랬으니.

 

소설 <사랑의 이해>에선 상수와 수영은 서로 관심있어 보이는 듯 싶지만 사랑으로까지 이어지진 못한다. 서로는 상수는 자신보다 훨씬 부유한 미경과 수영은 지지리도 어려운 종현과 사랑한다. 소설은 사랑과 계급에 대한 이야기로 중반까지 이야기를 이어가는 듯하다.

 

사실 수영의 말이 맞았다. 망설였다. 관계를 더 발전시킬지 말지. 수영이 텔러, 계약직 창구 직원이라는 것, 정확히는 모르지만 변두리 어느 대학교를 나온 듯한 것, 다 걸렸다. 일도 잘하고 똑똑한 사람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랬다. 그 두 가지가 상수 자신의 밑천이었기 때문에, 상수가 세상에서 지금까지 따낸 전리품이자 직장과 일상생활에서 그 위력과 차별을 나날이 실감하고 있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68)

 

학교라는 곳에서 체면, 우월, 계층하강 등 남의 시선의 문제를 주목했지 직장과 사랑에서 이 문제를 생각해보지 않았다. 이야기는 중반까지 이런 이야기들을 이어나갔다. 특히나 수영과 종현의 헤어짐에서 특히나 몰입되었다.

 

그래서, 그 일 때문에 나한테 그런 거야? 이런 식으로 안 보고 끝내자고?”

종현은 담담했다...“엉망진창이에요, 우리 집은. 바닥인 줄 알았는데, 끝도 없나 봐, 바닥이란 건.”(89)

 

종현과 나의 차이가 있다면 종현은 계속 갔고, 나는 멈췄다는 것. 종현은 아마도 한편으론 거절당할까봐, 한편으론 이해해줄까봐 둘 다 두려웠을 것이다. 수영은 종현이 멈추려고 했던 이유를 자신을 크게 사랑하지 않다고 생각했을까. 그래서 실망했던 것일까. 하지만 그 둘이 헤어진 이유는 처음처럼 계급의 차이가 부담스러워서도 한쪽의 환경이 무너져서도 아니었다. 덜 사랑했던 것도 아니었다. 서로가 바라보는 사랑이 달랐다. ‘나는 주말에 시간이 나는데 너는 주말에 바쁘니.’ 그는 캠핑같은 그런 주말을 사랑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런 주말을 열렬히 사랑했을 뿐. 서로는 서로가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았기에 멈춘 것이다. 그는 비로소 그때 사랑이 끝났다는 것을 알았을 뿐이다.

 

소설 중반 이후 이야기는 당혹스러웠다. 상수는 미경에게 눌렸고, 수영은 청경에게 질렸고, 상수와 수영은 서로에게 편안함을 느낀다. 이후의 막장에서 몰입을 벗어나게 되었다.

 

이후 드라마 <사랑의 이해>를 정주행했고, 아주 만족했다. 소설 속 막장의 이야기가 아니라 드라마 속 이야기는 사랑을 잡았다고 놓친 아스라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했으니. 영화 <라라랜드>의 마지막처럼 시원하게 이어지지 않았던 둘은 그런 장면을 그려낸다. 그러나 만약 둘이 이어졌더라면 만약 그러지 않았더라면 상상하곤 했을 것이다.

 

소설 <사랑의 이해>보다는 드라마 <사랑의 이해>가 더 기억에 많이 남는다. 아 그냥 문가영이 기억에 남는걸지도. 이야기의 설정은 비슷하지만 인물은 전혀 다른 사람들이다. 그러니 다른 이야기들이다. 비슷하지만 다르게 전개되기에 나름의 재미도 있었다. 드라마에선 상수와 수영을 그만 좀 괴롭히고 시원하게 연결시켜줬으면 하는 답답함도 있었지만 마지막이 참 좋았다.

 

20대 후반 <라라랜드>의 마지막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너에게 말을 했다.

30대 초중반 다시 만난 너에게 <라라랜드>의 마지막을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는 그 모습 그대로 될 것 같다.

이제 사랑은 사라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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