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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소설

[책리뷰] 조정래 - 풀꽃도 꽃이다2[해냄 I 교육 I 학교 I 아이들 I 사교육 I 학부모 I 엄마 I 선생님 I 사회 I 공교육 I 학교폭력 I 허세 I 교사]

by 카리안zz 2023.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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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에서도 공감하는 문제 제기가 계속 나온다.

 

이 세상 사람들 절대다수가 자기도 기존 사회의 특권층에 들고자 하는 욕망과 환상에 사로잡혀 살인적인 경쟁에만 정신이 팔려 있는 그 속물 집단들은 바른 것도, 그른 것도, 독도, 악도, 구분하지 못하는 집단 망각증과 집단 불감증에 단단히 병들어 있었다.(73)

 

교육이란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랑의 실천이었다. 지식의 일깨움이나 전달은 그다음이었다. 그런데 세태는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그 반대로 세찬 바름을 일으키고 있었다. 아니, 그 반대라고 할 수도 없었다. 공부가 강조되고, 경쟁이 신봉되면서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랑은 실종되어 그 자취가 묘연했다.(90)

 

또 고등학교들은 아주 당연한 일인 것처럼 방과 후 수업에서 우열반을 편성하고, 대학 입시가 끝나면 으레 일류대 합격자들 명단을 적은 대형 플래카드를 담 밖으로 내거는 것을 당연한 자랑으로 여기는 현실에서 선생들의 그런 편애는 죄가 아니라 학교 시책에 적극 협조하는 정당한 행위처럼 여겨지고 있기도 했다.(175-6)

 

학교는 교육보단 시장이다. 다른 학교들보다 명문대에 더 많이 보냈다고 학부모들에게 광고를 한다. 교육이 사라지는 건 당연하다. 모두가 암묵적으로 동의한다. 나는 현수막에 많은 것들이 담겨 있다고 본다. 특히, 학교라 이름 불리는 곳의 정체성을 말이다. 그러나 무시할 수 없는 말도 여기에서 나온다.

 

그치만 그 사람들은 다 성공했으니까 여유 만만하게 그렇게들 말하는 게 아닐까요? 저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그 사람들에게 이렇게 묻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당신은 오늘처럼 성공하지 못하고 남들이 천시하고 무시하는 직업을 갖고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요? 당신은 지금 당신이 하는 말을 정말로 믿고 있는 건가요? 그 사람들은 자기 일이 아니니까 다 그렇게 미끈하게, 그럴듯하게 말하는 것 같거든요.(231)

 

여기서 그런 말이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그 일을 열심히 즐겁게 해나가는 게 성공한 인생이라는 말이다. 설혹 무시받더라도 말이다. 위의 대사는 거기에 대한 반론이다. 그 사람들이야 다 성공했기에 그런 말들을 하는 거 아니냐고. 언제 남들이 천시하고 무시하고 멸시하는 시선을 받아본 적 없으면서 말이다.

 

오명지는 지금 두 친구의 딸과 아들이 부모의 뜻을 거역해 엇나가고 있는 것을 구경하며 무한 쾌감을 느끼고 있을 게 뻔했던 것이다.(217)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 이를 독일말로 샤덴프로이센이라 말하는 것 같다. 왜 많은 사람들이 기어코 명문대에 가려고 할까? 많은 이유가 있겠다. 하지만 이중 천시, 무시, 멸시와 무관하지 않으리라. 그래서 이 책 후반부는 너무 쉽게 써진 것처럼 보인다. 저자가 말하는 그 행복한 결말은 실패했다. 세상이 멸시하는 직업이 대장장이이만 실은 돈 잘버는 직업이더라(266), 대안학교와 혁신학교에 가니 인서울 대학 진학하고, 대기업가는게 더 용이하더라(322). 자기가 하고싶은 대로 하니까 현 욕망을 이루더라. 후반부 이 책은 철저하게 실패했다.

 

아쉬운 점은 더 있다. 책을 이렇게 쓸 거면 왜 소설의 형식을 취했을까? 르포나 다큐, 혹은 인터뷰들을 모음해서 다양한 시선들을 모았으면 어땠을까? 김두식의 <불멸의 신성가족>처럼 말이다. 데이터를 수치를 말하며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강화할 때 더욱 그랬다.

 

왜 이렇게 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많을까? 이 책이 나온 이후에도 스카이 캐슬부터 학교 교육이라는 소재로 많은 작품들이 나왔다. 내 생각으로 우리의 욕망이 가장 잘 보이고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비단 교육에서만이 아니다. 목회자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많은 목회자들이 담임 목사를 향해 나아간다. 너무나 많은 말들을 나는 듣는다. 왜 교단을 옮겼냐는 말부터 석사는 꼭 따야한다는 말들을 가장 많이 듣기도 했다. 그래서 스펙을 쌓는 그 모습이 명문대를 가기 위해 쌓는 스펙쌓기와 무엇이 다를까? 그렇게 시작하는 목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만약 이런 상황을 비판하다면 위선자요, 침묵한다면 가담자가 되어 버린다. 나 역시 이런 똥놀이패를 앞두고 있다. 나는 언제까지, 어디까지 이럴 수 있을까? 부모님들을 쉽게 말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 역시 같은 처지다.

 

엄마들은 강제로 애들을 공부 기계 만들어 자기들 욕심을 채우려고 하는 거예요. 공부 기계 만들어 자기들 욕심을 채우려고 하는 거예요.(80)

 

 

학교는 사교육 복습장이나 숙제장으로 바뀌고, 주기적으로 사교육 효과를 재평가해 주는 시험장으로 전락해 있었다.(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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