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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소설

[책리뷰] 조정래 - 풀꽃도 꽃이다1[해냄 I 교육 I 학교 I 아이들 I 사교육 I 학부모 I 엄마 I 선생님 I 사회 I 공교육 I 학교폭력 I 허세 I 교사]

by 카리안zz 2023.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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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도 꽃이다이 유명한 문장이 책제목인지 전혀 몰랐다. 그것도 교육과 관련된 내용일줄은, 또 그 유명한 조정래 작가가 쓴 책인줄도. 책이 2016년에 나왔지만 새삼 2023년 다시 되돌아 본다. 일제고사에 대한 내용을 보면서다. 그때 그 장관이 지금 돌아올 줄 알았겠나. 일제고사가 폐지되고 12년 뒤 자사고 설계자이자 일제고사를 시행했던, 그리고 진화론을 교과서에서 없애려고 했던 그 장관님께서 2023년 화려하게 교육부 장관으로 검백한다!ㅋㅋ참 웃프다. 보좌관으로 검사님까지 장착했으니 이번에는 어떤 화려한 일들을 내실까.

 

책은 시작부터 한국 교육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다. 이 책은 1권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 문제를 소설의 형식을 빌려 제기하는 것 같다. 참 공감하는 문제의식은 이것이다.

 

그 고3 학생은 문제아가 아니었다. 무작정 제도를 따르면서 아들이 점수를 많이 따게 하려고 몸부림쳤던 엄마가 문제 가정을 만들었고, 상부에서 지시하니까 무조건 굴종한 학교가 문제였고, 비교욱적인 무한 경쟁과 비인간적인 석차 공개로 수많은 학생들에게 상처를 주면서도 일제고사를 강행한 정부가 문제 사회를 만든 것이다. 결국 부모, 학교, 사회가 삼위일체를 이뤄 그 학생을 살인자로 몰아간 것이었다.(46-7)

 

학교 문제는 좌, 우 정권 모두 해결하지 못했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는 이 문제는 어떤 정책의 문제가 아닌 것같다. 누군가 어떤 영웅적인 인물이 등장해서 해결할 수 있는 그런 문제가 아닌 것같다. 욕망의 문제. 마음이 바뀌어야 하고 삶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해야 할 문제이기에 가장 치열한 전투가 일어나는 영역이 아닐까. 나의 마음에 무엇이 담겨 있는가 나는 무엇을 향해 가는가, 그걸 바라볼 수 있는 좋은 순간이기도 하겠다.

 

이 책의 주인공은 강교민 선생님이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 가정과 연관이 되어 있고, 후반부는 영어교육의 폐해까지 지적한다. 이야기의 전개는 강교민 선생의 동창 친구 아들 문제로부터 시작된다. 그 아이의 엄마는 아들을 공부 기계처럼 돌려버린다. 마치 자신이 소유한 도구처럼 말이다.

 

엄마, 제발 생각을 바꿔. 엄마와 난, 엄마와 딸의 관계일 뿐이지 내가 엄마의 소유물이 아니야. 엄마는 엄마고, 나는 나고, 엄마는 엄마의 인생을 살고, 나는 내 인생을 사는 거야. 서로 대신 살아줄 수 없는 거라고. 엄마들은 다 대학 나왔으면서도 왜 그 쉬운 걸 구별할 줄 모르는지 몰라.(230)

 

왜 이렇게 이 엄마는 극성일까? 아니 한국 사회 전체가 왜 이렇게 극성일까? 그 엄마의 욕망이 나왔다.

 

그것이 여자 직업으로서 나쁠 건 없지만, 자신의 꿈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다. 그건 위엄이 없지만, 자신의 꿈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다. 그건 위엄이 없었고... 아무도 우러러보지 않았고, 그 누구도 무서워하지 않았다. 자신이 꿈꾸는 것은 그 네 가지가 다 이루어지는 직업이었다.(211)

 

사업을 하면서 아빠가 가장 속상해하고 분해하고 하신 게 권력자들에게 당하는 거였어. 이 권력, 저 권력 앞에서 그저 머리 숙여야 하는 게 너무 억울하고 분하셨던 거야. 그래서 술 취하면 ...사시를 쳐서 판검사를 만들든, 행시를 쳐서 고급 공무원을 만들어 당한 만큼 원수를 갚았어야 하는데... 너한테 첨 하는 얘긴데, 엄마 아빤 세상이 알아주는 대학을 못 나온 게 평생 콤플렉스다. 그러니 너는 꼭 SKY 대학 나와야 엄마 아빠 원이 풀리지 않겠니? 알아들어?(219-21)

 

위 아래의 우월과 수치뿐만이 아니다. 옆의 이웃과의 수치와 우월 역시도 강력하게 작용한다. 이런 부분은 정아은 작가의 <잠실동 사람들>을 강력 추천한다. 학교 폭력에 대한 이야기 역시도 등장하는데 (이 부분도 우월과 수치가 작용하기도 한다) <이 선생의 학교 폭력 평정기>를 강력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가난한 가정에서 자라 다른 길이 잘 찾을 수 없는 배동기같은 이들이 이야기를 보려면 천현우의 <쇳밥일지>를 추천한다. 이외에도 요즘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임명묵의 <K를 생각한다><추월의 시대>를 권한다. 이 책을 읽다 위와 같은 책들이 떠올랐다.

 

여튼, 교육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2부가 기대된다.

 

그런데 서두에 나오는 청소년 자살률이 높다는 것과 그 원인이 공부라는 저자의 지적은 어떤 데이터를 가지고 나오는 걸까? 내가 본 자료는 청소년 자살률은 OECD 평균이며 청소년들 자살의 가장 큰 원인은 가정환경이라는 데이터를 본 기억이 남는다. 그리고 강교민 선생님이 되게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예수님 살던 시절에 로마 교황청이 예수님을 죽였다고 하던데... 뜨악했습니다. 아이들 말투도 많이 어색했고ㅠ 그래도 여러 문제 제기를 잘 해주셔서 사소한 부분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가장 공감되는 것은 무엇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것이이다.

 

이제 이들 모두가 똑같이 공동 책임을 지고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으면 우리의 내일은 점점 나락의 길로 치달아갈 수밖에 없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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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의 지친 얼굴에 연민까지 드러내고 있어서 더 가녀리면서도 진실한 교육자의 면모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래, 그렇게 시달려야 교육자 관록이 붙는 거야. 강교민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240)

 

직업병인지 왜 목회자로 바꿔서 읽히는지 모르겠다. 고민한 만큼 시달린 만큼 이란 말이 참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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