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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소설

[책리뷰] 정유정 - 완전한 행복[은행나무 I 나르시시즘 I 나르시시스트 I 시대의 징후 I 가스라이팅 I 행복의 뺄셈? I 행복]

by 카리안zz 2022.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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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작가의 완전한 행복을 올해 첫 책으로 읽었다. 최근 소설을 거의 안 읽어서 소설 하나는 읽어야지 하다가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이 출판되었을 때쯤 정유정 작가의 인터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요즘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느끼는 어떤 것을 표현한 것이란다. 그것은 나르시시즘이었다. 이 책의 끝 작가의 말이 참 인상깊다.

 

“이 소설은 ‘행복’에 대한 이야기다. 완전한 행복에 이르고자 불행의 요소를 제거하려 ‘노력’한 어느 나르시시스트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

 

언제부턴가 사회와 시대로부터 읽히는 수상쩍은 징후가 있었다. 자기애와 자존감, 행복에 대한 강박증이 바로 그것이다. 자기애와 자존감은 삶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미덕이다. 다만 온 세상이 너는 특별한 존재라 외치고 있다는 점에서 이상하기 그지 없었다.”

 

이 책은 한 나르시시스트의 이야기다. 작가는 나르시시스트를 사이코패스보다 흔하다는 점에서 두렵고, 자존감이 하늘을 찌르지만 정작 자아는 텅 비어 있다는 점에서 비극적이며, 매우 매혹적이라는 점에서 위험한 존재다. 그들에게 매혹된 이는 가스라이팅에 의해 길들여지고, 조종되고, 황폐화된다. 때로는 삶이 통째로 흔들리게 하는 존재라고 말한다. 확실히 저자의 말처럼 한 인간이 타인의 행복에 어떻게 관여하는지, 타인의 삶을 어떤 식으로 파괴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는데 그 표현이 잘 나타난 책이었다.

 

소설을 읽고 싶었고, 그것이 작년 내 관심사였던 나르시시즘에 대한 이야기였고, 올해 5월 관련 주제로 설교를 준비하려고 해서 이 책은 필수적으로 읽을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저번에 읽었던 <7년의 밤>과 비슷(?)한 전개랄까. 익숙한 느낌이었다. 초반은 약간 지루하다만 중반부터는 몰입감이 대단했다. 역시 우리나라 흥행보증 스릴러 작가인듯하다.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이들의 심리를 저자는 묘사를 참 잘했다.

 

“자신을 상대로 일진 놀이를 하는 아내에게 천불이 났다가, 아내를 그렇게 만든 건 밥통처럼 군 자신이라는 자괴감에 빠졌다가, 이러다 정말 이혼해버리는 건 아닐까 불안해하다가, 늦기 전에 처가로 가서 데려와야 한다고 안달하다가, 날이 밝으면 화장실 변기에 앉아 엉덩이를 씰룩거리면서 스러져가는 전의를 어렵사리 되살리곤 했다. 버텨, 아니면 뒈지든가.”

 

특히 어린 지유가 엄마의 압박을 받으며 벌벌 떠는 모습은 어린 시절 벌벌 떨었던 내 모습이 겹쳐보여 몰입감을 더하기도 했다. 나르시시스트는 왜곡된 자기 사랑으로 타인을 파괴해 나간다. 곧 읽을 책인 스캇 펙의 책이 이 주제라고 들었다. 악령이 들렸다는 이들을 정신분석했는데 스캇 펙은 그 정체를 나르시시즘이라고 했던가. 타인을 파괴시키는 이 속성은 분명 자기를 내어준 그리스도와는 대적할 수밖에 없겠다. 바울이 그토록 강조했던 윤리가 바로 이 나르시시즘의 위험을 경계했던 건 아닐까 지금은 짐작해 본다.

 

한 나르시시즘의 이야기. 고유정이 이야기를 모티브를 한 것 같기도 하고, 중간 엄여인이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엄여인은 사이코패스이니깐 아닌 거 같기도. 어쨌든 이 책의 유명한 문장인

 

“아니, 행복은 덧셈이 아니야...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

 

뺄셈을 발견한 저자가 대단해 보인다. 대단한 작품이었다. 다음 작품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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