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낀 점
교회에서 매년 1월이면 사역자들이 강의를 개설한다. 지난 번에는 <신앙을 읽다>로 했고 이번에는 <오감으로 성경 읽기>로 했다. 이 책을 안 읽고보고 강의를 시작했는데 차리라 같은 저자의 <중근동의 눈으로 읽는 성경>으로 할 걸 그랬다. 이 책은 나쁘지는 않는데 조금 지루했다. 내가 예상한 것과는 다른 식이었기 때문이다. 좀더 생동감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그래도 책 안에 사진들이 많기에 지루함을 조금 덜긴 했다.
저자가 말하는 이 책의 목적은 이렇다.
어떤 점에서 우리는 성경의 비언어적인 부분에는 지나칠 정도로 둔감했습니다. 사실 우리가 사는 일상은 오감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어떤 특정한 이름을 떠올릴 때 머리로 분석되는 대상이 있는가 하면 온몸으로 감각되는 대상이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가 실제 그 대상을 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나 태어나 자란 마음을 떠올려보십시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이 자극될 것입니다. (7)
말 그대로 오감으로 성경을 읽기다. 그래서 보고, 맡고, 듣고, 맛을 느끼고, 피부로까지 느끼는 설명을 책을 통해서 본다. 나는 그중에 제일 좋은 인사이트는 냄새였다.
냄새(feat. 봉준호의 <기생충>)
올해 초 엄청난 소식이 들렸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에서 4관왕을 한 것이다. 영화관련 팟캐스트를 듣는데 거기서 예상으로는 하나 받는 것으로 점쳤다. 왜냐하면 영화 <1917>의 상승세가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딱 미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내용이라고 한다. 하지만 대상을 포함하여 <기생충>이 4관왕을 해버렸다. 칸(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를 동시에 석권한 작품이 몇십년 만에 처음이라고 했다. 그리고 동양인이 아카데미 대상을 받는 것도 최초였나?!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계급에 대한 사회구조를 반지하를 통해서 절묘하게 표현한다. 이때 여러 상징 중에 반지하, 선, 냄새가 표현되었다. 그중 냄새를 맛깔나게 대사로 표현했다. 동익 역의 이선균 씨가 이렇게 말한다. "냄새가 선을 넘지" 그렇다, 냄새를 통해서 계급이 구별이 된다. 오늘날은 다른 식의 냄새겠지만 고대 시대에는 확실히 냄새를 맡기만 해도 계급이 구별되었다. 그건 예수님 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성경에는 다양한 냄새들이 담겨 있습니다. 예수님 시대 사람들의 일상에도 우리 삶처럼 다양한 냄새가 가득합니다. 그때에는 냄새만으로도 개인의 신분까지 구별할 수 있었습니다. 성경의 냄새는 환경에서 비롯되는 특유한 냄새와 음식, 향료, 향유 같은 기름 종류는 물론 꽃과 식물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55-56)
냄새에 관련된 중 베데스다 연못이 가장 인상 깊었다. 베데스다 연못에서 있었던 일은 요한복음 5:2-4에 나온다. 그냥 예수님께서 아픈 사람을 고쳐준 것만으로 알고 있었지만 오감으로 읽으니 냄새가 엄청나게 고약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병자들에게서 나는 냄새가 아주 역했습니다. 언제 연못물이 움직일지 아무도 모르기에, 이들은 아무 데도 가지 않고 그때를 기다리고 있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랬기 때문에 용변을 보거나 몸을 씨승러 자리를 뜨는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사람들의 이 냄새와 양문 곁에서 양과 염소들이 풍겨내던 냄새들이 뒤엉켜 있습니다. 누구보다 어려운 형편에 처해 있는 사람들에게, '단 한 사람'만 낫게 되리란 희망은 너무 가혹했습니다. ...
...
그들 가운데서 우리가 만날 사람은 38년 된 병자입니다. 씻지도 닦지도 다듬지도 못한, 온몸이 병으로 인해 다양한 냄새를 내고 있는 이 남자를 느껴보세요. 어떤 냄새와 촉감이 느껴지는지요? 그에게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 수 있을까요? (138-139)
일본으로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교토를 갔는데 버스에서 갑자기 엄청난 역한 냄새를 맡았다. 노숙자의 냄새였다. 내 표정은 썩었고 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그렇게 냄새나는 사람에게 어떻게 손을 가져다 댈 생각을 할까. 나는 못한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보다 훨씬 더 냄새나는 사람에게 다가가 몸을 만졌다. 어쩌면 예수의 몸도 역한 냄새가 낫을 가능성이 높다. 왜냐면 그분의 사역이 아픈 사람들을 고쳐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픈 사람들이랑 많은 시간을 보냈기에 그 역시도 몸에 역한 냄새가 배겼을 가능성이 높다. 예수는 냄새나는 사람이다.
냄새나는 예수가 향기나는 대제사장들과 만났을 때 어땠을까. 나는 그저 시각적 효과만 생각했었다. 이스라엘 최고 권력층인 대제사장들의 옷이 어떻겠는가? 너무나 부요한 그들의 옷은 화려하다 못해 다른 사람과 엄청난 차별을 보였을 것이다. 거기에다 냄새나는 예루살렘에서 배기지 않으려면 얼마나 값진 향수를 몸에 발랐을까. 옷과 냄새 모든 것이 예수와 구별된다. 이 장면이야 말로 처절한 예수님의 성육신이라고 볼 수 있다. 그분은 진정 수치와 굴욕을 겪으셨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참조하라.
2020/02/12 - [공부흔적] - <오감으로 성경 읽기> 첫 번째 시간 강의안
2020/02/02 - [공부흔적] - <오감으로 성경 읽기> 두 번째 시간 강의안
2020/02/09 - [공부흔적] - <오감으로 성경 읽기> 세 번째 시간 강의안
2020/05/06 - [공부흔적] - [강의] <오감으로 성경 읽기> 네 번째 강의안
(책 내용보다 좀더 풍성하게 준비를 했다.)
나가면서
기대했던 것보다는 책이 별로였지만 그래도 나름 몇몇 곳에서 좋은 통찰력을 얻었다. 저자인 김동문 선교사님께선 중동에 오래 살고 계신데 그렇기에 책이 좋게 나온 것같다. 아쉬운 것은 에세이로 가려면 확실히 에세이로 가면 좋았을 텐데 그 점이 조금 아쉬웠다. 글 마무리를 확실히 하지 않는 느낌이 있어서 더 그랬다. 그래도 글 말미에 <일상으로 성경 읽기> 부분은 본 내용보다 더 유익할 때도 많았다. 차라리 몇 부분은 본 내용에 넣었으면 좋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여러모로 중동에서 살고 계신 한국인이 쓴 책이기에 더 잘 다가온 면이 있었다.
메모
그런데 이 증표를 잃어버리거나 훼손하는 경우는, 그 이유만으로도 이혼 사유가 되었습니다. ...여자가 결혼생활에 불성실한 증거라고 몰리기도 했고, 다른 남자와의 간통으로 내몰리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결혼 예물을 잃어버린 경우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였지요. (181)
- 갑의 내용 쓰기.(고대 중동의 여성의 처지)
책 맛보기
예루살렘이 점차 가까워오고 있다는 것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건, 예루살렘 성전의 화려함이나 도시의 훌륭한 자태가 아니었습니다. 예루살렘의 고유한 냄새였습니다. 제사에서 나오는, 동물들의 시체썩는 냄새와 타는 노린내와 쓰레기 썩는 냄새들이었습니다. 특별히 일반 서민들이 몰려 살던 북문 근처의 악취는 참을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121-122)
소를 바칠 만한 돈으로 양이나 염소를, 양이나 염소를 바칠 만한 돈으로 비둘기를 겨우 바칠 수 있었으니, 백성들의 원성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132)
예루살렘 성전에서는 성전세를 위한 돈을 새로 만들 수도 있었습니다. 그럴 권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만들지 않고 이방 신상이 그려진 두로 반 세겔을 그대로 사용한 것입니다. (157)
여러분들은 예수님의 몸에서 어떤 냄새가 났을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 그 시대를 살던 가난한 식민지 백성들의 몸에서 나던 냄새와 다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236)
건방져 보이는 말투보다 정감 넘치며, 유머가 가득하고, 떄로 독설을 하는 예수님의 말투를 상상할 수 있습니다. (239)
해마다 유월절은 물가 폭등과 교통난, 도난과 강도로 인한 치안 문제, 성전의 제물 타는 냄새와 동물들의 배설물 썩는 냄새 등으로 예루살렘 주민은 홍역을 치러야만 했습니다. 모든 면에서 비상사태입니다. (277)
여기서 더 나아가 적지 않은 여성들이 몸을 팔아서 생계를 유지했습니다. 당시 여인으로서 다른 생계 수단이 없었고, 교육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 활동을 제한받았던 여인들에게 매매춘은 그들이 선택할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방편 중 하나였습니다. 몸을 파는 여성들을 예수님 당시에는 '죄인인 여자들'로 일컬었습니다.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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