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낀 점
참 재미있게 읽은 책이었다. 사역자들은 세상을 공부해야 한다. 하지만 세상을 알기란 쉽지 않다. 특히나 사역자들은 직업의 특성상 거의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과 교류를 한다. 이미 나도 주변에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을 보기가 힘들다. 그나마 고등학교 동창들이나 만날 때가 있긴 하다. 예전 군대 2년, 공장에서 1년을 일을 했다. 그때가 참 값진 경험이었다. 이유는 교회를 거의 가보지 않았던 사람들과 3년을 생활했기 때문이다. 교회의 세계를 벗어난 적 없었던 나에겐 그때의 경험이 참 소중하다.
이 경험들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경험들이다. 개인의 경험은 그래도 이렇게 알아가려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회의 면을 알려면 사역자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개인도 그렇게 멀게 느껴지는 그 개인의 집합체인 사회는 더욱 멀게 느껴진다. 사역자가 속한 세계는 약간은 일반 사회랑 결을 달리한다. 세금도 내지 않는다. 교회에서 4대보험을 들어주기에 이번에 간단하게 나마 처음으로 세금을 내봤는데 정말 새로웠다. 직장인들은 이렇게 세금을 내면서 살아가는구나. 여기에 민감하겠다 싶었다. 사소한 부분일 수 있지만 우리의 사회 속에서 일어난 일들에 사역자들은 약간 무관심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것은 사역자만의 문제는 아니고 사회에 관심없는 모든 사람들이 해당될 것이다. 사역자는 여기에서 더 무관심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세상의 것과 하나님의 것을 너무 분리해서 살다보면 말이다.
나는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 문학을 많이 읽으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많이는 아니지만 문학도 좋았다. <엄마를 부탁해>, <쇼코의 미소> 등 참 좋았다. 음, 그런데 문학보다 사회학 책이 더 도움이 된 것도 있다. 송호근의 <그들은 소리내 울지 않는다>는 책이 그랬다. 좀더 분석적이여서 그럴까? 그리고 칼럼을 모아 책으로 만든 책들이 참 도움이 되었다. 일전에 황현산의 <밤은 선생이다>(2020/01/28 - [북리뷰] - 황현산 - 밤이 선생이다) 리뷰를 남겼는데 이 책은 나에게 참 도움이 많이 되었다. 내가 군대를 2008년 4월에서 2010년 3월까지 군생활을 하였다. 그 기간 중 이명박 정부, 광우병,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신종플루 사태가 있었지만 나는 그게 그렇게 사회에서 이슈가 있는지 감이 안 잡힌다. 이명박 정부가 특히 어땠는지는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나마 황현산의 칼럼을 보고 이때 분위기를 짐작만 할 뿐이었다.
이번의 이 책도 좋았던 점이 지나간 일들의 기록들이 있어서다.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 19가 신천지를 만나서 겉잡을 수 없는 사태에 빠졌다. 방역이 잘 되다가 신천지라는 특수한 사태를 맞은 것이다. 일반 대형교회에서 만약 감염자가 발생했더라면 이런 일은 발생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감염자가 밀폐된 공간에서 "주여~" 외치며 침을 튀고 기도를 한다면... 겉잡을 수 없이 불어난 감염자들이 아마 그런 일때문에 감염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을 숨겨야 한다. 기존 교회의 추수꾼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 역할이 교인 빼오기다. 그들을 쉽게 믿을 수 없다. 이성적으로 대화가 통하는 상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고비를 잘 넘기길 바랄 뿐이다. 박근혜 정부때도 전염병인 메르스가 있었다. 중동 국가에서 발생한 이 메르스가 우리나라에 강타했고 엄청난 치사율을 보였다. 주로 병원에서 감염되었기 때문이다. 그때와 지금을 어느 정도 비교할 수 있는 칼럼을 권석천 기자가 썼다. 한 번 그때는 어땠는지 보자. 지금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이던가? 이름도 잘 모르겠다. 그 정부가 어떤 일들을 했는지 한 번 그의 칼럼을 보도록 하자.
메르스가 폭로한 권력의 누아르(49-55, 리디북스 아이패드 기준)
2015년 6월 대한민국, 메르스에 대한 정부의 초기 대응이 실패한 데 대해 세계보건기구WHO 합동평가단은 "투명한 정보 공개가 늦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카톡' 소리를 타고 병원 명단과 메르스 확산 지도가 전파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왜 의미 없는 비공개 원칙에 집착한 것인가. 명령이 없었기 때문이가. (49)
'익히지 않은 낙타고기를 먹지 말라.' 예방수칙은 극소수 미식가를 위한 것이었다. 병원·시민들과 정보를 공유하며 체계적인 방역 매뉴얼로 불안을 불식시켜야 할 골든타임에 정부는 괴담 대응 매뉴얼을 펴들었다. 관료들은 감염확률이나 치사율 같은 통계수치들을 나열하며 '합리적 태도를 잃지 말라'고 훈계했다...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박근혜 정부의 대책엔 '서민의 삶'이 빠져 있었다. 세종시와 충북 오송에서 일하는 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 실무자들은 대도시 시민들의 생활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고위 관료들과 정치인들은 승용차 뒷좌석 시트에 기대 정부 청사와 국회, 고급 식당 사이를 오갔다. 병원에서,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어쩔 수 없이 밀접 접촉하며 들숨 하나, 날숨 하나에도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시민의 불안이나 분노 따위는 그들의 안중에 없었을 것이다. 고령·중증 질환이 아니면 괜찮다는 투의 발표는 또 무엇인가. 고령자와 중증 질환자는 어찌돼도 할 수 없다는 뜻인가. (51-53)
미래통합당은 그렇게 당당하게 소릴를 내기에 민망하지 않을까? 황교안 대표의 반응이 사뭇 전과는 다르다. 대한민국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정치적 이득을 위한 것일까? 이 시국에? 이 상황에 그런걸 계산하는 것일까? 야당이든 여당이든 그러한 짓거리를 하는 이들을 봐주면 안 될 것이다.
여튼, 이러한 부분만 봐도 어느 정도 잊어버린 내용들을 다시 환기할 수 있는 좋은 책이 될 수 있다.
나가면서
이 외에도 공감되는 내용도 있었다.
아직은 이혼에 버금가는 충격이란 말이 있지요. 중앙일보는 그 어떤 언론사보다 열린 분위기입니다. 크고 작은 고비가 있을 때마다 선배·동료들이 감싸주지 않았다면 넘기기 어려웠을 겁니다. 하지만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자의식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쉴 새없이 지형지물 -하다못해 화장실 위치까지- 을 확인하고, 함께 일하게 된 이들의 성격과 습관을 파악하고, 공유하지 못한 기억들을 눈치로 메워야 하는 나날은 제게 시험의 연속이었습니다. (24)
교회를 많이 옮겨 다녔기에 공유하지 못한 기억들이 어떤 것인지 마음 깊이 알 것 같다. 위의 서술과 내 상황은 다르지만 저 문장이 참 기억에 많이 남았다. 눈치로 메워야 했던 나날. 나는 직장이 아니었기에 눈치가 아니라 샘남, 부러움으로 매웠던, 그리고 나도 한 때 같은 기억을 공유한 이들이 그리워 지는 나날들이 많았다. 사역자가 된 이후로는 더욱 강해졌지만 어린 시절의 경험이 나를 참 단단하게 만들었다.
좋은 문장과 과거의 나날들을 기억하고 알기 원한다면 이 칼럼을 추천한다!
메모
칼럼에 등장하는 '여성 교수 R'은 류여해 수원대 겸임 교수다. (627)
- 그렇다면... 이번 칼럼은 신뢰를...?
알파니즘(산악등반)의 거장 라인홀트 매스너를 묘사한 작가 김훈의 글로 자신의 말을 끝냈다. "그는 자신과 싸워서 이겨낸 만큼만 나아갈 수 있었고, 이길 수 없을 때는 울면서 철수했다." (483)
- (이 문장이 참 마음에 와닿았다. 이 문장을 읽고 몇 달 뒤 나는 정말로 울면서 철수하는 일이 생겼다. 사역지에서 도중에 그만 두고 나왔다. 나는 정말로 그때 자신과 싸워서 이겨낸 만큼만 나아갔고, 이길 수 없을 때 울면서 철수했었다. 부모님 앞에서 엉엉 울었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
책 맛보기
이 칼럼을 통해 나는 한국의 엘리트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그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를 거치며 만난 판사와 검사, 변호사, 정치인, 관료들을 떠올려보면 대부분 무엇을 해도 잘할 사람들이었다. 대법관이 되기 위해, 검찰총장이 되기 위해, 장관이 되기 위해,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한다. 그러나 그 중심에 인간에 대한 관심과 배려 같은 것은 빠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공적 영역에서 일할 사람들에게 필요한 덕목은 지능이 아니라 사명감과 책임감이다. (71)
문장력을 뒷받침하는 생각의 질은 어떤 고등학교 나와서 어떤 대학 갔느냐에 좌우되는 게 아닙니다. 얼마나 자신의 삶에 진지하고 솔직했느냐, 다른 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느냐,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했느냐에 따라 생각의 질이 달라진다고, 저는 믿습니다. (191)
의사와 결혼한 제 친구가 그러더군요. SKY에 합격한 기분이라고. 그만큼 저희 세대는 모든 게 입시예요. 특목고·대학 입시에 취업도 입시, 결혼도 입시. 끊임없이 입시 준비하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살아왔어요. (228-229)
그는 화장돼 한 줌 재로 남았다. 나는 그가 어떻게 살았는지 목격하지 못했다. 기껏해야 그의 부재를 증명하고 있을 뿐이다. 다만 그의 따뜻한 몇 마디만은 아이들 기억 속에 살아 있기를, 그 희미한 기억이 사회의 차가움에 좌절할 아이들에게 일어설 힘을 주기를 기원해본다. (579)
"망상 장애입니다. 예전엔 아버지가 대통령, 안기부장(현 국정원장)이란 환자들이 많았어요. 요즘은 재벌 회장들이 등장합니다. 사회적 권력이 옮겨감에 따라 대상이 달라지는 거죠." (725)
엄마의 정보력과 할아버지의 경제력이 대학과 직업을 결정짓는다는 사회 (775).
사실 불안한 건 업무 능력이 아니다. 한국이 '음서제 사회'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조짐이다. 부모가 고소득층일수록 자녀가 대기업에 취업할 확률이 높다는 논문이 발표됐다. 경제적 뒷받침으로 화려한 스펙 쌓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치자. 대학 졸업 후 다시 부모 '빽'(배경)으로 직장까지 들어가는 건 지나친 탐욕이다. 부모 스펙이 좋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봐서도 안 되지만 입사에 힘을 동원한다면 다른 차원의 일이다. (783)
'정의가 이기는 게 아니다. 이기는 게 정의다.' 이 지랄 같은 상식을 깨는 건 슈퍼 히어로 한두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저마다 서 있는 자리에서 한 걸음씩 나아가면서 같은 세상을 꿈꾸는 이들의 어깨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우린 결국 서로에게 정의를 부탁해야 하는 존재다. (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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