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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인문

[책리뷰] 최규석 - 뜨거운 기억, 6월민주항쟁 100℃(100도씨)

by 카리안zz 2020.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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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낀 점

 나는 웹툰을 참 좋아한다. 고등학생 때 처음 웹툰을 봤다. 강풀의 웹툰과 연애물의 웹툰이었다. '네이버'가 아닌 '다음'에서 최초로 웹툰을 봤다. 강풀의 <타이밍>이 가장 먼저 본 웹툰으로 기억하는데 참 재미있었다. 아직까지 기억하는 걸보니 확실하다. 그래서 웹툰 <타이밍>과 <무빙>을 잇는 <브릿지>가 정말로 재미있었다. 한국형 어벤져스랄까? 

 재작년 영화 <1987>을 봤다. 참 재미있고 의미가 있었다. 긴 시간이었지만 집중해서 봤다. 영화의 여운때문인지 이 뭔가 하나 더 소비하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보인 게 최규석 작가의 웹툰 <100℃>이다. 웹툰을 좋아하기에 바로 질렀다. 특히 최규석 작가는 웹툰 <송곳>으로 유명한 분이시다. 비록 다 보진 못했지만 연재하는 동안 봤을 때 대사가 참 날카로웠다. 

 그 최규석과 6월 항쟁 이야기가 있기에 기대가 되는 책이었다. 나는 이 책의 가장 좋은 점이 문제를 그저 선악의 구분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영화 <1987>에서도 참 좋았던 부분이 박처장(김윤석 역)을 악의 화신이기에 나쁜 짓을 서슴없이 한다고 설정하지 않아서다. 박처장이 그렇게 행동을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 책에도 그런 부분이 나온다. 권영호 학생의 어머니가 그렇다. 그녀는 처음에는 데모하는 사람들을 전부 빨갱이로 본다. 

 영호의 어머니는 아픈 기억이 있다. 보도연맹 사건때문에 빨갱이로 몰렸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다. 보도연맹을 확실히 이해한 건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덕분이다. 영화를 처음 봤을 땐 그 장면이 보도연맹 사건을 말하는지 몰랐다. '진태'(장동건 역)의 아내 '영신'(이은주)은 먹고살 수가 없어 한 번 배급을 받았는데 그 한 번 때문에 빨갱이로 몰려서 죽게 된 장면이었다. 참 어이가 없었고 역사적 사실인지 꿈에도 몰랐다. 저런 말도 안 되는 일이 현실에서 벌어질리 없을 테니깐. 그런데 왠걸 역사 관련 강의를 듣는데 <태극기 휘날리며>의 그 장면 덕분에 보도연맹을 설명하기가 쉬웠다는 것이다. 영호의 어머니도 그 기억 때문에 빨갱이라면 치를 떠는 사람이다. 하지만 운동권이었던 영호가 감옥에 갇히면서 영호의 어머니는 흔들리게 된다. 서서히 각성하면서. 그러던 차 김종철 군의 죽음으로 거리로 나서게 된다. 김종철 군의 죽음은 이 말로 분노가 폭발하게 된다.

 

"책상을 탁 하고 치니까

억 하고 쓰러졌습니다."

 

이 사건이 바로 물의 끓는 100℃도씨처럼 많은 사람을 끓게 만들었고 거리로 나오게 만들었다. 물론, 그 사이 이한열 역사의 죽음이 있기도 했다. 

 

기억에 남는 역사

 나는 개신교 사역자이기에 여기에 나오는 종교인들이 유독 눈에 띄였다. 명동성당, 향린교회, 성공회대성당. 명동성당에서는 87년 5월 18일 5·18 광주 희생자 추모미사 후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의 진상이 조작되었다"는 성명을 발표한 곳이다. 향린교회에서는 국민운동본부(국본) 150여명이 모여서 발기인 대회와 결성대회를 진행했다. 성공회 대성당에서도 역시 국본의 간부들이 모여서 회의를 진행한 곳이기도 했다. 영화 <1987>에 향림교회가 등장하는데 이는 향린교회가 분명했다. 6월항쟁의 중추적인 장소를 제공한 곳이니 영화적 긴장감을 주기 위해 꾸며진 이야기였지만 향림교회가 그 배경의 장소가 되었다. 어떻게든 향린교회가 기억에 남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보수 개신교가 나오지 않지만 영화 <1987>에서 감독은 노골적으로 묻는다. 박휘순이 맡은 역할 조반장을 통해 감독은 묻는다. 조반장은 사람들을 고문하고 있었을 때 책을 읽는데 신앙서적이었다. 그리고 감옥에 갇혔을 때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찬양을 한 독실한 보수 개신교인을 그려냈다. 감독은 묻는다. 사람을 고문하고 있었고 시대가 병들어 아팠을 때 당신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습니까? 당신들의 신앙은 무엇입니까? 개신교도로서 내가 안고가야할 시대의 짐이기도 하다. 지금 역시도 그 시대의 물음은 이어져 내려온다. 그때처럼 "빨갱이" "종북" "주사파"를 외쳐야 할까. 전두환의 머리에 안수를 하고 하나님의 종이라고 선언해야 할까. 우리가 안수했던 독재는 사라졌다. 그러나 그 후예에게 계속해서 안수를 해주는 것 같다. 지금 역시도 사회주의가 도래하며 기독교가 핍박받는 시대가 온다고 외치는 자들이 있다. 다가오는 4월 총선이 어떤 체제를 결정하는 가의 선거라고 한다. 참나 당시 엄혹했던 시절에는 그런 말 한 마디 못하다가 왜 만만한 사람이 등장하면 용감하게 외치는 것일까. 진짜 독재시대때 그런 말을 했으면 참 그러려니 할 텐데. 

 그럼 나는 뭐라고 외쳐야 할까. 외치지 말아야 할 말은 알겠으니 이제 외쳐야될 말들을 묵상하고 생각해야겠다. 

 

나가면서

 얇은 책이지만 속은 가득 차 있다. 우리 역사의 중요한 기점이 되는 6월 항쟁. 꼭 한 번 읽고 역사를 다시 돌아보길 바란다. 그리고 그 희생 가운데 분투한 손길에 감사의 마음을 가져 보자. 

 



책 맛보기

 

"빨리 빨리 끌어내!!" "꿇어앉어, 이년아!" "대가리 피도 안 마른 년들이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어디서 노조야, 노조가!"
"노동3권 보장하라!!" "노동자도 인간이다!!"
"아가리 안 닥쳐?" "이년이 주동이여." "이 빨갱이년!"
"반장님! 제··· 제발!! 이러다 언니 죽겠어요!"
"그려·· 안 그래도 죽일 참이여"
"아아아악!!!" (25-26)


"오늘 들어와?"
"깼어?"
"들어오도록 노력해봐야지."
"참 더럽게 길다."
"?"
"독재"
"길어도 어쩌겠어. 우리 아들은 이 꼴 안 보고 살게 해줘야지."
"그때까지 안 끝나면?"
"그럼 뭐 모자가 같이 하는 수밖에···"
"나 겁주는 거야?" (128-129)


"호헌 철폐 독재 타도" (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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