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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인문

[책리뷰] 유시민 -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by 카리안zz 2020.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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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낀 점

 

 유시민 작가는 토론을 잘하는 분으로 유명하다. 예전에 한참 토론 프로그램을 볼 때는 주제가 재미있으면 일주일에 공중파에서 방송하는 토론회는 다 봤다(지금은 SBS 토론 프로는 없어진 걸로 안다). 밤샘토론까지 볼 때도 많았다. 아쉽게도 내가 그렇게 토론회를 볼 때 유시민 작가는 별로 나오질 않았다. 그때 딱 한 번 토론을 봤는데 박선규 의원과 나왔을 때다. 그 때 내가 봤을 때 유작가보다 박선규 의원이 더 잘 했던 기억이 난다. 박선규 의원이 그때 참 잘해서 그 후 그의 토론을 종종 봤는데 유시민 작가와 붙었을 때의 포스는 느껴지질 않았다. 별로 잘한다는 느낌을 못 받았다.

 나는 유시민 작가를 토론보다 팟캐스트로 접했다. '나는 꼼수다'가 한참 인기를 끌고 그 이후 팟캐스트는 노회찬, 유시민, 진중권의 '노유진의 정치카페'였다. 지금 유튜브 '알릴레오'의 팟캐스트 판이라고 보면 된다. 진중권 씨가 '알릴레오'를 판타지라고 했는데 '노유진의 정치카페'도 진중권 씨의 논리라면 판타지였다. 그때 나는 진중권 씨가 셋 중에 사회자 역할을 맡아서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아니었다. 사회자 역할을 맡은 게 아니여서 언급할 내용을 숙지를 못해 말을 별로 안 했던 것이다. 공부를 안 해 온다. 노회찬, 유시민에 비하면 한참 떨어진다. 그가 페이스북에서 더불어민주당 아니면 다 찍어라는 비슷한 글을 올렸다. 자유한국당이나 더불어민주당이 똑같다는 말을 한다. 아 진중권 씨는 자기의 세상에 갇혀 있구나. 전에도 지금도 자기의 세상에서 자기만 보고 살고 있구나. 지금 이렇게 관심을 끌면서 전투적으로 사는 것에 자신의 정체성을 느끼고 있구나. 참 안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언제나 집단과 사투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 아니라는 걸 전적으로 진중권 씨는 보여주고 있다. 

 

 진중권 씨에 대한 논평은 그만하고 계속 책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유시민 작가는 말만 잘 할 줄 알았는데 글도 잘 쓴다. 생각해 보니 유시민 작가가 유명해진 건 항소이유서 때문이다. 변호사를 거치지 않고 자신이 직접 글을 쓴게 당시 회자가 많이 되었고 유시민 작가가 세상에 이름을 날리게 된 계기가 되었다. 참고로 글쓰기 책을 낸 강원국 작가가 유시민 작가의 글쓰기 특강을 두고 천재는 평범한 사람을 잘 못 가리치는 법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니깐 스포츠계에서 많이 일어나는 일인데 뛰어난 플레이어가 뛰어난 감독을 보장 못한다는 것이다. 천재들은 여러 번 시행착오를 안 거친다. 왜냐하면 바로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도자가 되었을 때 못하는 선수를 보면 답답한 것이다. '이렇게 하면 돼!', '이게 왜 안 돼?!' 글쓰기에서도 유시민 작가의 책이 그렇다는 게 강원국 작가의 평이었다. 조금 농담이 가미된 말이었지만 뛰어난 선수들 중에서 좋은 감독이 된 선수도 있다. 대표적으로 지단이 아닐까. 선수도 감독도 성공했다. 유시민 작가의 이 책도 그렇다. 어렵게 써진 건 없다.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는 유시민 작가가 직접 글쓰기를 고친 문장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걸 보는 것만 해도 상당한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 

 


 

 기본적인 글쓰기부터 시작한다. 주장에는 논증이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 부분은 대학 1학년 때 교양수업에서 제대로 배웠다. 사과는 맛있다는 주장을 근거에 맞춰서 제시하라고 말했던 게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냥 내가 맛있으니깐', '과일이니깐 맛있지' 같은 근거없는 소리를 나열하면 안 되었다. 그 때 이후로 논증이라는 걸 확실히 기억해 냈다. 설교를 쓸 때도 주장과 근거에 민감해 진다. 그래서 각주를 꼭 달려고 하고 사실인가 확인해 보려고 하는 습관을 기르려고 한다. 

 

저자가 유의할 점 네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주제가 분명해야 한다.
둘째, 그 주제를 다루는 데 꼭 필요한 사실과 중요한 정보를 담아야 한다. 
셋째, 그 사실과 정보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분명하게 나타내야 한다. 
넷째, 주제와 정보와 논리를 적절한 어휘와 문장으로 표현해야 한다. (75)

 

 나는 글쓰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게 단문이다. 문장을 길게 적지 않으려고 한다. '단문 쓰기'(199)장을 강력 추천한다. 주어와 술어가 잘 어울리게 쓰려고 한다. 문장이 길어지면 주어와 술어의 관계가 희미해진다(이 문장도 처음 적을 때는 '희미해져 버린다'라고 썼는데 단문으로 고쳤다. '희미해진다' 이렇게 쓰는게 더욱 분명한 표현이 된다). 물론, 너무 단문으로 쓰니 그것도 문제였다. 장문이 필요할 때도 있다. 그럴 때 호흡에 맞춰서 글을 써야 겠더라. 이건 쓰다보면 생기는 감각같다. 

 그외에도 메모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를 강조하기도 한다. 그리고 많이 읽고 쓰라는 것을 계속 강조한다. 많이 읽으면 쓸 정보가 늘어나고 쓰면서 문장이 가다듬어 진다는 것이다. 적극 동의한다. 이외에도 귀감이 될 만한 부분은 아래 책 맛보기에 옮겨놨으니 참고하시길 바란다.

 


동의할 수 없는 부분

 

 그렇다고 모든 부분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쉽게 쓰라는 그의 주장에 진은영 씨의 책을 근거로 주장했다(246). 먼저 진은영 씨의 책 <문학의 아토포스>가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지 전문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지 유시민 작가는 말하지 않았다. 대중서를 목적으로 책을 냈다면 어려운 용어와 개념어들이 남발한 것을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라 저자가 공부한 내용을 담은 것이라면 그 비판은 잘못 되었다고 본다. 어려운 용어 사용을 너무 쉽게 지식인의 허영심과 과시로 비판을 한다(250). 원어에 맞는 그 단어를 대중적인 단어로 옮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만약 그것을 하지 않고 원어를 그대로 사용했다면 저자의 역량 부족을 탓해야지 허영심과 과시로 바로 갈 수는 없다. 신학에서도 개론책들은 대가가 말년에 쓴다(후카이 토모아키의 <신학을 다시 묻다> 참조). 개론서는 비교적 대중들이 쉽게 접하는 책인데 거기에서는 사람들이 알 만한 용어와 단어를 써야 한다. 만약 진은영 씨가 칼럼이는 주간지 사설에 전문 용어를 마구 사용했더라면 허영심과 전문성 과시 비판이 타당할 것이다. 유시민 작가는 진은영 작가의 책이 대중서였는지에 대해서 먼저 논증을 제시했다. 그 부분이 논증 부족의 글의 전형적인 글이며 자신이 하고 싶은 말에 근거를 짜맞춘 경우라 할 수 있다. 

 

 


나가면서

 

 비판 부분 말고는 전적으로 공감하고 많이 배웠다. 이 책이 좋은 점은 예시가 들어있고 좋은 부분, 나쁜 부분을 보여 준 것에 있다. 글쓰기의 기본에 대해서 확실히 배웠다. 사실 기초가 전부일 듯싶다. 많이 읽지 않으면 쓸 수가 없고 많이 쓰지 않으면 글쓰기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기 때문이다. 많이 읽었고 썼기 때문에 글쓰기 기술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니 부단히 많이 읽고, 쓰자. 그리고 이후에 이 책을 만나도 늦지 않을 듯 하다. 

 

 


 

책 맛보기

 

많이 읽지 않으면 잘 쓸 수 없다. 많이 읽을수록 더 잘 쓸 수 있다. (78)

쓰지 않으면 잘 쓸 수 없다. 많이 쓸수록 더 잘 쓰게 된다. (81)

가장 좋은 독서법은 아이들 스스로 흥미를 느끼는 책을 읽게 하는 것이다. (124)

쉽고 간단한 방법이 있다. 텍스트를 소리 내어 읽어보는 것이다. (170)

<우리글 바로쓰기>는 우리말글에 들어와 문제를 일으키는 중국 글자말, 일본말, 서양말을 낱낱이 집어내 보여준다. 이 책을 읽으면 그런 것을 정확하게 알아보고 물리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밖에서 들어왔지만 우리말글에 잘 적응해서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거나 오히려 우리말글을 더 풍성하게 만드는 외국말도 있다. 이런 것은 기꺼이 인정하고 활용해야 한다. (180)

지식을 뽐내려고 한자말을 남용하는 것, 민족주의적 언어미학에 빠져 사람들이 알지도 못하는 토박이말을 마구 쓰는 것, 둘 모두 피해야 할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187)

우리말은 명사 그 자체를 복수라고 분명하게 드러내야 할 때가 아니면 복수형을 쓰지 않는다. (193)

글은 단문이 좋다. 문학작품도 그렇지만 논리 글도 마찬가지다. 단문은 그냥 짧은 문장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 길어도 주어와 술어가 하나씩만 있으면 단문이다. (199)

'꼭 맞는 단어'란 '뜻이 정확할 뿐만 아니라 앞뒤에 있는 단어들과 어울려 자연스럽고 멋진 표현을 만드는 단어'를 말한다. (204)

가끔씩 서너 달 전에 쓴 것을 읽어보면 열에 아홉은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다. 문장이 유치하고 묘사가 서툴고 논리가 엉성해 보일 것이다. 그렇다면 축하할 일이다. 글이 늘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키가 자라고 몸이 커지고 정신이 성장하면 예전에 입던 옷이 작아지고 예전에 하던 놀이가 유치해 보이는 것처럼, 글이 늘면 석 달 전에 쓴 글이 유치하고 서툴고 엉성해 보인다.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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