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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인문

[책리뷰] 김두식 - 불멸의 신성가족

by 카리안zz 2020.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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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낀 점

  작년 중반부터 지금까지 뜨겁게 싸우고 있다. 올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있기에 더욱 싸움이 지속될 것이다. 도대체 검찰은 어떤 곳일까? 일련의 사태를 바라보는 내 심정이었다. 이동형의 이이제이에서 김학의 사건을 들었다. 사건의 발단이 참 어의없기도 했고 이후 버러진 일들이 정말 대한민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가 싶었다. 그외에 시사인 팟캐스트에서 <검찰수사 작심 비판>편과 사법부 관련된 편을 다 들어봤다. 조국의 관련된 이야기는 미뤄두고라도 검찰의 행태는 이해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내가 가장 열받았던 부분은 기소의 남용이다. 자기들 마음대로 기소한다는 것이다. 김학의가 기소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는가? 그것도 정권이 바뀌지 않았다면 기소되었을까? 그런데 조국 관련된 기소는 어떤가? 자기들 목줄을 쥔 인물에게는 어찌 이리 쉽게 기소를 할까? 수사권 조정으로 민감하게 여겨지는데 검찰은 이 싸움에서 선점을 하려고 이렇게 무리하게 수사를 하는 것일까? 한 사건에 이렇게 많은 검사를 배치하고 수많은 수사관들일 동원했다. 그리고 몇 달 동안 엄청나게 수사를 했다. 그런데 들리는 건 기소 이후 증거는 인정 안 된다는 판사의 말과 무리한 기소였기에 사법부에서 검사에게 혼까지 내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도대체 얘네들은 왜 이런 걸까? 따지고 보면 검사가 범죄를 해도 기소를 안 하면 방법이 없다는 것을 최근에 알게 되었다. 수사권 조정문제와 기소독점, 검찰개혁이 절실히 느껴지는 요즘이었다. 

 

 따지고 보면 사법농단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이 그렇게 주목을 받지 못한게 아쉽긴 하지만 민주주의의 근간 틀을 부수는 일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행정부, 사법부까지 손길을 미쳤고 정말 2016년 총선에서 200석을 차리했더라면 민주적인 방법으로 독재를 할 수 있는 어마무시한 일들이 발생할 뻔 했다. 그런데 이탄희 판사의 저항으로 인해 그 사법 농단의 단초가 드러나게 되었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양승태 대법관 관련해서는 재판 중에 있다. 

 

 일련의 이런 일을 겪고 나니 사법 관련된 사람들에 대해서 관심이 갔다. 그러던 차 작년 김두식의 책을 구입했다. 김두식 작가는 내가 최애하는 작가다. 특히 <교회 속 세상, 세상 속 교회>를 너무 재미있게 읽었고 그의 문제의식이 좋았다. 그 후 <욕망해도 괜찮아>, <공부논쟁>를 읽어 나갔고 이 책도 김두식이 쓴 대한민국 사법패밀리에 대한 이야기이기에 사서 읽은 것이다. 이 책은 원래 2009년에 초판이 되었지만 내가 산 책은 2019년 2월 15일에 나온 개정판이다. 그래서 이탄희 판사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업데이트된 내용이 실려 있다. 아쉽게도 조국 사태 전이기 때문에 최근 불거진 이야기는 없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니깐 어느 정도 감이 잡힌다. 사법 패밀리들이 어떤 세계인지 이 책을 읽으니깐 어느 정도 파악이 되었다. 아쉽게도 이 책에선 검사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워낙 권위적이고 집단적인 곳이라 쉽사리 검사들 중에 검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없었다. 사법 패밀리 세계가 워낙 좁아서 사건을 말하고 의견을 내놓으면 누구인지 쉽게 파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위계질서가 강한 검사 내용은 거의 없고 판사에 관한 내용이 많다. 작가인 김두식 교수는 검사 출신이다. 그래서 검사에 관해서 누구보다 잘 알 수 있지만 완전한 관찰자 신분을 잘 유지한 것같다. 한계례에서 뛰어난 인터뷰어로 알고 있는데 이미 이때부터 두각을 나타낸 것 같다. 

 

 이 책은 사법관련해서 일하는 사람들을 인터뷰한 내용이다. 그걸 김두식 교수가 정리를 한 내용이다. 인터뷰에 참여한 사람들은 총 23명이다. 변호사 사무실 직원, 판사, 변호사, 부장판사, 경찰 간부, 건설회사 사장 결혼소개업자, 신문기자, 주부, 시민단체 간사 등을 인터뷰한 내용이다. 

 

사법 패밀리는 왜 신성 가족일까?

 왜 김두식 교수는 그들을 신성 가족으로 부르는 것일까? 이 용어는 맑스와 엥겔스의 책에서 등장하는 용어였다.

 

"비평가는 절대로 몸소 사회와 어울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바우어 일파를 맑스는 신성가족이라고 부릅니다. 신성가족은 자신의 힘으로 창조한 것이며, 사악한 사회에서 자유롭기 위해 스스로 자신을 사회에서 해방시킨 존재입니다. 신성가족의 가장 큰 상징인 '거룩'은 처음부터 '구별'을 의미하는 단어이기도 했습니다. 맑스는 "불경스러운 대중과 모든 것으로부터 스스로를 해방시키기 위해 어마어마한 투쟁을 겪어온 비판적 비판주의는 마침내 고독하고 신을 닮았으며 자기만족적이고 절대적인 존재로 되는 데 성공했다"고 그들을 묘사합니다. (157)

 

 저는 법원이나 검찰에서 가족이라는 표현을 들을 때마다 바로 이 신성가족을 떠올립니다. 법원 신성가족의 일원이 되려면 사법시험이라는 어려운 시험에 합격해야 할 뿐만 아니라 판사직 진입이라는 더 좁은 관문도 통과해야 합니다. 일단 이 관문을 통과하면,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또 하나의 가족'이 되어 청탁이 '순수'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릴 수 있습니다. 돈과 압력이 개입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가족 내부의 청탁은 변호사들의 청탁과는 본질적으로 구별됩니다. 변호사들의 청탁은 어떤 순수의 탈을 써도 결국은 돈과 연관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신성가족의 모습을 우리는 앞으로도 여러 곳에서 확인하게 됩니다. 검찰도 검찰 나름의 신성가족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여러 청탁 중에서도 신성가족 구성원들의 청탁이 가장 부담스러운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157-158)

 

 사법 고시라는 너무나 어려운 시험을 통과했기에 그들은 한 가족이 된다. 통과의례랄까? 그 가족은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신성한 가족이라고 볼 수 있다.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자들과 자신들은 철저하게 구별된다. 나는 이 지점에서 혹시 조국사태도 연관되어 있는 것 아닌가 짐작해 본다. 조국은 사법고시를 통과하지 못한 사람이다. 그런데 그런 그가 법무부 장관을? 사법고시 통과자가 아닌 사람이 법무부 장관을 한 경우는 이번 정부말고는 거의 없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러니 "감히 너가 우리 세계에 들어와?!" 하는 기저가 작동한 것은 아닐까 싶다. 이렇게 무리하게 수사를 하는 것은 다른 여러 이유들이 있겠지만 이 기저도 없는 것 같지는 않다. 추미애 장관은 판사출신이고 기수도 한참 위기 때문에 어쨌든 사법 패밀리 출신이다. 

 

전관예우는 정말 있을까?

 일단 이 일은 정말 복잡하다. 김두식 교수가 역사적으로 시작을 잘 말해주어서 복잡한 문제구나 감을 잡았다. 전관예우는 법원이나 검찰에서 직을 가지고 있다가(부장판사라던가 부장검사라던가 위로 올라가는 직일 수록 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변호사를 된 사람이 변호를 맡으면 대접을 해주어서 사건에 승리하기 쉽다 일련의 믿음을 말한다. 왜냐하면 아무래도 사람이고 대한민국 사람들은 정에 약하지 않겠는가? 자기와 함께 법원에서 수십년을 일한 후배가 판사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보라. 외면할 수 있겠는가? 브로커들이 그런 걸 알아내서 유혹의 손길을 내민다. 일단 역사적 뿌리를 살펴보자. 

 

 해방 이후 한국의 법조시험은 언제나 국가가 관리했으며, 처음부터 판검사 임용시험 성격이 강했습니다. 변호사 '자격' 시험이 아니라, 판검사를 뽑기 위하 관료 '임용'시험이었던 것입니다. 경북대 김창록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1950년부터 1963년까지 실시된 고등고시 사법과 시험의 경우, 인물정보 데이터베이스에서 검색되는 599명의 합격자 중에서 판검사를 지낸 사람이 무려 558명에 이릅니다. 합격자의 93.16퍼센트가 판검사로 임용되었던 것입니다. 이를 바꾸어 말하면 해방 이후 우리 법조계는, 1981년 사법 시험 합격자가 300명으로 증원될 때까지 사실상 모든 변호사가 전관이던 시절을 보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변호사가 전관이던 시절을 보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변호사가 전관인 상황에서 실비는 박봉에 시달리는 후배 판검사들을 도와주는 일종의 미덕으로 받아들여진 면도 없지 않습니다. 이런 구조에서 돈을 바당도 사건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는 믿음이 폭넓게 퍼졌습니다. (102-103)

 

 변호사가 후배들에게 돈을 주는 것은 그때 당시는 일종의 미덕이었다. 가난한 후배들을 도와주는 것이니깐.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면서 당연스레 이렇게 주는 돈이 사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믿음이 폭넓게 퍼졌다고 한다. 일반인의 관점에서는 전관예우로 보일 법한 일들이 그들에겐 선배가 후배에게 미덕을 행하는 것이었다. 선배의 돈을 안 받는다면 이것은 기수 문화가 엄격한 곳에서 거의 죽자는 것이다. 아까 전에도 말했듯이 법조계 전체는 어려운 시험을 통과한 가족이기도 해서 이런 거절 하나가 자신의 인생을 한방에 끝낼 수 있다는 부담이 있다. 

 

 저자가 지적하는 전관예우의 문제는 또 하나 있다. 전관예우인지 아닌지 그걸 판단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전직 대법관이 선임된 사건을 현직 대법관들이 더 주의 깊게 봐준다는 사실을 입증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다만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선임된 사건이 심리불속행 기각이 되지 않도록 현직 대법관들이 신경 쓰는 경향이 있다는 증언은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상고 이유나 요건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심리도 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입니다. 결국 말도 안되는 사건을 상고한 경우에 내리는 판단이지요.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상고했는데 심리불속행 기각을 받으면 망신이므로 그런 망신을 당하지 않게 배려하는 일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별로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 법원의 일반적인 시각인 듯합니다. 
그러나 결과에 영향을 주었느냐 못지않게, 변호사나 사건 당사자들이 어떻게 믿느냐도 중요합니다. 사람들은 대법원으로 가는 사건에는 대법관 출신 변호사를 선임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를 선임해 최소한 심리불속행 기각을 피할 수 있다면 아주 잘못된 믿음도 아닙니다... 이런 관행은 사람들의 믿음을 더 강화합니다. 이런 믿음이 살아 있는 한,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이 앉아서 떼돈을 버는 현실을 달라질 수 없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이런 믿음 때문에 전직 부장판사나 부장검사, 일정한 경력 이상의 판검사들도 상대적으로 쉽게 돈을 법니다. (151-152)

 

 바로 전관예우가 통한다는 믿음이다. 사실의 실체를 밝히기는 너무 어렵다. 대부분의 판사들은 전관예우는 없다고 보는 듯하다. <미스 함무라비>를 쓴 문유석 판사도 그 책에서 그렇게 얘기했고 김두식 작가와 인터뷰한 판사들도 그렇게 얘기했다. 사법부가 개혁이 많이 되어서 이제는 그런 거에서 영향을 안 받는다고 말이다. 내 생각에는 대부분의 판사들은 그렇지 싶다. 일부의 사람들은 어쩌면 전관예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수사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사건의 실체가 명확하지 않아서 전관예우가 있다 없다는 사실상 모른다. 분명한건 전관예우가 통한다는 통념에 있다. 그 믿음이 전관예우를 살아 있게 하고 숨쉬게 한다. 그리고 그 믿음을 가지게 하는 판검사들의 행태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그들은 알아야 한다. 

 

팔로역정, 법조인들이 이겨내야 하는 여덟가지 유혹(법조기자 관련)

 이외에도 여러 문제점들을 있다. 기수문화에서 오는 황당한 일들, 브로커 문제 등 다양하게 있지만 다 말하면 분량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마지막 팔로역정만 언급하고 마무리를 짓겠다. 김두식 교수는 마지막 5장에서 긴 챕터를 할애하여 법조인이 이겨내야하는 여덟가지 유혹을 말한다. 이 챕터는 앞서 이야기들을 정리하는 격이기도 하다. 물론 다양한 이야기들을 더 해주기도 하다.  큰 타이틀만 언급해 보겠다. 

 

첫번째 시험: 새로운 언어로의 입문, 사법시험

두번째 시험: 결혼시장의 유혹

세번째 시험: 끝없는 서열경쟁과 관료제의 늪에서

네번째 시험: 판사는 없고 학동만 있는 양성 시스템

다섯번째 시험: '원만함'의 한계와 권위주의

여섯번째 시험: 살인적인 업무량

일곱번째 시험: 변호사 개업, 작렬하는 포스, 초라한 내면

여덟번째 시험: 감시자도 삼켜버리는 블랙홀

 

 이렇게 여덞가지 시험이 있다. 내가 여기에서 주목하고 싶은 것은 마지막 시험: 감시자도 삼켜버리는 블랙홀이다. 이 부분을 읽으니깐 몇 달 간 언론에서 왜 이렇게 시끄러운지 알 수 있었다. 감시와 견제의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 감시와 견제를 시민단체나 언론이 해야 하는데 그 기능이 마비되었다. 시민단체 간사도, 시민단체에서 주로 활동하는 법대 교수들이나 변호사들도, 법조 출입하는 기자들도 거의 예외가 없이 서울시내에 있는 이른 바 명문대학 출신들이었고, 대체로 사람들이 손꼽는 학과 출신들이다. 태생적으로 거의 같은 유전자를 가진 집단으로 보면 된다.(301-302) 엘리트들의 모임이여서 그렇다. 

 

 특히나 법조계 기자들은 오랜 기간 법조계에 머물다보니, 판검사들과 상당히 깊은 인연을 맺게 된다. 심하게는 기자들이 검사들의 인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법조 기자들 중에 "일진"에 속하는 팀장들이 검찰 인사 때 한두명 "신경을 써줄 수 있는 수준"의 힘은 있다고 한 기자가 말했다. 그들 사이에는 "끈끈한 유대관계가 계속 가게"된다는 이야기였다. 

 신정아 사건에서 "오빠 사랑해"라는 이메일을 보냈다는 식의 기사가 매일 크게 실렸다. 이 내용은 수사를 하는 사람들 밖에 모를 텐데 어떻게 신문기사들에 도배가 되었을까. 검찰이 흘린 것이다. 그리고 자극적인 보도가 나와도 그걸 정정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신들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 일은 정확하게 조국사태때도 일어났다. 김두식 작가의 말을 들어보자. 

 

기자와 검사는 철저히 공생관계를 맺습니다. 검사가 아무리 사건을 열심히 수사해도 "기사가 한줄도 안 나오면 그 사건은 죽습니다". 수사가 제대로 되려면 "시시콜콜한 것까지 스트레이트로 하나씩 기사로 나오다가, 박스 기사도 하나 나와주어야"합니다. 말로는 "우리가 기소하는 내용만 보도해달라"고 하지만, 검찰 입장에서는 주변 여론을 봐가면서 수사를 해야 하고, 검찰에 우호적인 여론을 끌어내야 하기 때문에, 수사 진행상황을 "조금씩 흘려줄 수밖에" 없습니다 .피의자가 "나쁜 놈이라는 스탠스"가 유지되지 않으면 여론이 무고한 표적수사 또는 정치수사라는 쪽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자들은 검사들이 그렇게 흘려주는 것을 "받아먹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신정아씨의 인권을 고려해줄 여지는 없습니다. 기자들 입장에서도 "인권을 생각하기 이전에 얘가 진짜 이렇게 나쁜 짓을 했어? 웃기는 사람이네, 생각하고는 그 시시콜콜한 것도 모두 받아적게 되는 까닭"입니다. (306-307)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그런 이야기를 퍼뜨렸냐가 아니라, 기자들이 왜 그런 이야기를 검증 없이 "받아쓰느냐"입니다. 황영범 기자는 근본적으로 "법원이나 검찰 쪽 이야기에 신빙성을 두고, 그에 배치되는 주장은 귀담아 듣지 않는 취해환경"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른 쪽 이야기까지 검증하려면 "엄청난 시간과 품"이 들어야 하는데 늘 시간에 쫓기는 기자들로서는 그럴 여유가 없습니다. 검찰과 법원은 공신력 있는 국가기관이기 때문에 그쪽 이야기는 그들의 멘트 자체로 바로 "신뢰성을 담보"한다고 받아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법원이나 검찰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사건내용을 왜곡하기로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기자들은 미세한 왜곡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역시 그대로 "받아쓸" 것이기 때문입니다. (307-308)

 

 이 책의 개정은 2019년 2월에 되었다. 조국 사태를 겪지도 않았지만 나는 이 부분들을 읽으면서 기시감을 느꼈다. 지금도 여전히 이런 작태로 기사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중반부터 지금까지 시끄러웠던 이유가 바로 이 부분에 있었던 것이다. 검찰은 언론플레이를 한다. 그 근거로 조국 청문회 때 기소 유무가 대두된 것에서 알 수 있다. 야당의원들은 어찌된 영문인지 정경심씨가 기소가 되면 사퇴할 것이냐고 계속 몰아부쳤다. 당시 조국 후보자는 확답을 하지 않았다. 결국 늦은 시간 기소가 되었다. 문제는 기소 이후에 표창장 관련 압수수색이 계속 있었다. 법을 전공하지 않은 나같은 사람은 전혀 모르는 문제라고 하지만 전공한 사람들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계속 주장했다. 왜냐하면 기소 이후에 관련 사건을 계속 수사하는건 증거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확히 공판때 판사가 기소 이후에 수사한 것은 다 지우라고 했다. 결국 검찰의 언론플레이였고 그렇게 표창장 관련 시끄럽게 했던 이유가 사라졌다. 조국과 정겸심이 나쁜 사람들이라는 이미지를 씌운 것 빼고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검찰은 나쁜 이미지를 만드는게 중요했지 싶다. 그러면 자신들은 정의의 사도가 되기 때문이다. 정당성이 부여받는다. 그러나 상황은 다행히도 검찰의 뜻대로 흘러가진 않았다. 아직도 지켜봐야 겠지만 4월 총선까지, 또 수사권 조정이 확실해 질 때까지 계속 시끄럽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나가기

 저자는 나름의 해결 방안을 말했다. 사법고시가 없어지고 로스쿨 학생들이 많아지면 어느 정도 사법계가 제자리를 찾지 않을까 하는 방안이었다. 나도 여기에 동의한다. 상황이 많이 안 좋아보이지만 그럼에도 예전보다는 확실히 나아지고 있다. 그 내용을 알고 싶으면 책을 읽으면 된다. 

 

 작년부터 지금까지 일련의 사태가 이 책을 읽게 했다. 얽힌 실타래를 내가 푸는 사람은 아니지만 왜 이렇게 문제가 생긴 걸까 확인하는 좋은 책이었다.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더욱 좋다. 지금 검찰개혁이 왜 필요하고 사법 전체가 개혁이 필요한 이유를 알 수 있다. 

 

 지금 일어나는 사법개혁에 대해서 꼭 알고 싶은 분들이라면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메모

 

47페이지 1장에 대한 메모

- 이 장은 법조계를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관점이 적혀있다.

 

 

법조계 전체가 어려운 시험을 통해 '한가족'이 되었다는 의식이 강하기도 했고, 그런 어려운 시험에 합격한 변호사의 인생을 한방에 끝낸다는 부담도 있었겠지요. (111)

- 사법고시는 단순한 시험이 아니라 한 가족이라는 의례가 된다. 사법고시가 의례다.

 

 

저도 만약 그런 자리면, 상품권 안 받는다고 거의 못 버틸 거 같은데요. 어떻게 그러겠어요. 모시던 부장님이 쭉 나눠주는데 거기서 "어, 이거 왜 이러십니까?" 하면서 정색하고 버티면 훌륭한 사람이긴 한데, 어렵죠. 그러기가 참 어렵죠.... 아마 뭐 배석급에서는 그런 경험이 잇을 것도 같아요. 전직 부장님이 배석들 둘, 셋 함께 있다가 식사하자고 해가지고 명절이라고 해서 조금씩 주면, 그거 거절하기 힘들거예요. 아마 받을 것 같은데. 어쨌든 안 받아야죠. 그 부장 출신 변호사가 그 부에 사건이 없을 리 없거든요.(김승헌 24면) (112-113)

- 술문화와 비슷하다. 집단의 타락이다. 우리나라 전체의 문제이다. 

 

 

 

... 관리자 입장에 서면 아랫사람이 그걸 마셔주기를 바라는 것이 바로 조직문화의 힘이기 때문입니다. (127)

- 군대에서 이등병 때의 마음과 병장 때의 마음이 다른 것과 같다. 

 

 

제가 입사를 1990년대 중반에 했는데요. 각 기수에서 똑똑한 애들을 법조에서 데려다 썼어요. 한국사회 엘리트 집단에 가는데 엘리트를 보내야 한다는 게 뭐 말하자면 비슷한 로직인데요.(송형진 1면) (302)

- 법조의 세계 vs 하나님의 세계

 

 

그런데도 신문이 제대로 보도 안 한 사정에 대해서 뭔가 이야기하려다가 호아기자는 더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았습니다. (311)

- 뭐 때문일까? 최근 언론사 간부들이 취업청탁을 많이 하더만. 얼마 전 언론사 문자 폭로에서 보니까 말이다. 


책 맛보기

 

그러나 만약 미국에서 판사가 돈을 받는다면, 돈이 좋아서 받는 것이지, 우리처럼 '거절할 수 없는 돈'이라서 받는 게 아닙니다. '거절할 수 없는 돈'은 우리의 독특한 문화에 기인한 것이기에 일반적으로 세계 어디에나 있는 부패와 동일한 맥락에서 설명할 수 없지요.
'거절할 수 없는 돈'은 판검사들이 변호사에게 용돈을 받으면서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게 해주는 합리화 수단으로 오래도록 활용되었습니다. (114)

별다른 놀이문화가 없는 상태에서 밥 먹고 술 마시는 것이 유일한 사교 수단인 이상, 좋은 검사가 되기 위해서는 이른바 '주도'를 배워야 한다는 것도 틀린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런데 그런 회식자리에서는 늘 폭탄주가 돌고, 폭탄주에는 예외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술을 얼마나 마시느냐가 아니라 독주를 '함께'마신다는 게 중요합니다. (124)

연차가 올라가니 "가고 싶은" 술자리와 "가야 되는" 술자리가 정리되었고, "인맥을 쌓아 출세하는 걸 포기"하자 술자리에 안 가도 그만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초임 검사 시절 폭탄주를 억지로 먹이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았던 정검사가 어느덧 관리자 입장에 서자, 부하직원들에게 폭탄주를 권하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직원들에게 폭탄주를 돌리면 그중에 못 마시는 사람이 있는데, 그때마다 강요하지는 않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속으로 "먹어주었으면" 싶은 생각이 들더라는 것입니다. 폭탄주를 돌렸을 때 마시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조직을 장악하지 못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답니다. 조직문화라는 것이 한 개인의 호불호에 따라 쉽게 바뀌지 않으며, 결국 개인은 조직에 동화되기 마렴임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125)

이 거대한 가족구조 안에서 혼자 깨끗한 척해봐야 검찰 분위기가 바뀔 리도 없고, 싸가지 없다고 찍힌 검사 꼴만 될 뿐입니다. 그 검사가 싸가지 없는 이유는 이 거대한 신성가족을 무시하고, 그저 '현재 검사인 사람만 검사'라고 오해했기 때문입니다. 가족의 가치를 무너뜨린 사람에게 호적에서 파내는 가혹한 처벌이 기다리게 마련입니다. 신성가족은 프리미엄도 누리지만, 그에 따른 의무도 준수해야 합니다. (175-176)

오로지 자기 욕망 하나에 의해서, 수년에 걸쳐서 자기를 채찍질해서 결국 거머쥔 합격증이니까 저는 그것 자체가 인간성 파괴, 어떤 조직적인 파괴의 과정이라고 생각해요(변상환, 35면)
변교수는 학벌중심사회에서 상류계급이 예전에 비해서 훨씬 더 "자기중심적이고 뻔뻔해져가고 있고"고 생각했습니다... 남을 배려하지 않는 이런 사회 분위기의 배경에는 잘못된 교육이 자리잡고 있으며, 그 정점에 바로 사법시험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합격증을 "거머"쥐도록 하는 것 자체가 이미 비인간화 과정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이런 과정을 이겨낸 사람들을 의지의 화신처럼 칭송하는 사회 분위기도 정상은 아닙니다. (235-236)

사건의 쟁점을 정리하지 못할 때도 많습니다. 사건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판사들은 변호사의 말에 귀를 기울이려 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한쪽 편만 드는 변호사의 설명에 귀 기울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속행 기록을 제대로 안 보면 쟁점이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증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는 경우도 많다고 고백했습니다...이런 상황에서 판사가 귀 기울이도록 만들 수 있는 학연, 지연, 혈연을 가진 변호사의 말은 큰 힘을 지닐 수밖에 없습니다. 믿을 만한 변호사의 청탁이 먹히는 데에는 살인적인 업무량으로 인해 시간 부족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셈입니다. (287)

비폭력 환경에서 자유를 공기처럼 맛보며 자라나 삶의 균형을 추구할 줄 아는 세대의 등장은 이런 세상의 변화를 보여주는 산 증거입니다. 조직을 위해 개인을 과도하게 희생하고 뒤늦게 보상을 바라는 '불멸의 신성가족' 시대를 끝장낼 '개인'의 탄생이기도 합니다. 저는 새롭게 탄생하는 이 '개인'들에게 법조계의 미래를 걸어보고 싶습니다. 10년 만에 억지로 추가하는, 저의 희망사항입니다. (369)

 

 


 

목차

 

개정판에 부쳐

초판 서문

일러두기

구술자 소개

 

프롤로그

사법시험이라는 희망과 절망

 

1장: 비싸고 맛없는 빵

2장: 큰돈, 푼돈, 거절할 수 없는 돈

3장: 부담스러운 청탁, 무서운 평판

4장: 신성가족의 제사장, 브로커

5장: 팔로역정, 법조인이 이겨내야 하는 여덟가지 유혹

 

에필로그

억지로 찾아본 희망

다시 찾아본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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