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리뷰/역사

[책리뷰] 이재근 - 세계 복음주의 지형도

by 카리안zz 2020. 1. 30.
반응형


 

 

느낀 점

 복음주의란 무엇일까? 가장 애매한 것 같다. 신학을 전공하기 전 복음주의는 그냥 복음을 믿는 사람들을 말하는 건 줄 알았다. 개혁주의도 있고 복음주의도 있고 무슨 무슨 주의가 많은지 그땐 참 이해가 안 되었다. 역사적인 배경이 전혀 없어서 그런 것이다. 일전에 박권일의 글에서 봤지 싶은데 자기계발서의 원류는 미국 복음주의에서 시작되었다는 칼럼이었다. 그는 글에서 복음주의란 무엇인지 정의하지 않았다. 그래서 별로 좋은 글은 아니었다. 박권일만 그렇게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몇 몇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이야기하는 걸 본 적이 있다. 그들의 이해에는 복음주의란 근본주의와 동일한 개념이었다. 개혁주의, 복음주의, 근본주의, 자유주의 등 이런 개념들을 어떻게 나눠야 하는 것일까? 기독교인이라면 어쩌다 한 번 쯤 고민해 봤을 것이고 신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직면해야 하는 문제였다. 이런 궁금증에 가장 적실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세계 복음주의 지형도>를 가장 추천한다. 

 

 저자인 이재근 교수는 에든버러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곳에 브라이언 스탠리 교수 밑에서 학위를 받은 것이다. 브라이언 스탠리는 CLC에서 복음주의 시리즈 중에 한 권의 저자이기도 한데 그 책은 <복음주의 세계 확산>이다. 조금 다른 말일 수 있겠지만 남반구 기독교인에 대한 관심이 많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이미 아프리카에 너무나 많은 그리스도인이 있다. 얼마 전 잠깐 유튜브에서 도올의 마가복음 강해를 들은 적이있다. 거기에서 그는 대한민국에서만 기독교가 부흥한다는 말을 했다. 이분이 다른 분야는 전혀 공부를 안 하고 말하는 구나 싶었다. 기독교인이 늘어나는 추세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한국기독교가 단시간 흥행했던 것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겠지만 기독교인이 많아 지고 있는 건 대한민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도울이 양식비평, 편집비평만 이야기했지만 최신 이론을 좀 더 소개해 줬으면 싶었다. 거기에 대한 나름의 비평을 듣고 싶었는데 과거의 공부한 것만 말하더라. 언제쩍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조금은 업데이트를 하고 말하면 좋을 것 같다. 

 

복음주의란?

 

 다시 본론으로 들어와서 이 책 정말 재미있다. 우리에게 지형도를 그려줄 아주 좋은 책이다. 첫장에서 복음주의에 대한 정의를 내린다. 역사적으로 복음주의란 말은 루터의 후계자들을 표현할 때 '복음주의자'란 말을 썼다(20). 이후 18세기에 일어난 영미권 복음주의 운동은 이미 기득권이 된 개신교 정통주의나 국교 세력, 혹은 세속화에 대한 저항이었다. 이런 18-19세기 복음주의를 탄생시킨 가장 중요한 요소가 신앙대부흥이었기 떄문에 이 부흥이 늘 지향했던 '신생' 곧 새로운 회심 체험과 신앙생화르이 갱신이 복음주의 신앙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23).  

 20세기 맥락이 우리가 잘 아는 복음주의의 맥락과 가깝다. 복음주의가 저항한 세력은 한편으로 근본주의, 다른 한편으로 자유주의/현대주의다. 즉, 신앙은 보굿적이면서도 동시에 학문적으로 탁월함을 유지하고, 문화적으로도 적극적인 태도를 갖는 새로운 보수주의 운동을 일으키자는 것이었다(25). 

 

요약하자면, 복음주의는 이 단어 안에 나와 있는 대로, 복음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 복음적, 성경적 신앙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그 복음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구원의 기쁜 소식을 뜻한다. 16세기 복음주의자는 이 복음을 따르기 위해 로마가톨릭에 저항한 루터파를 의미하며, 18세기 이래 복음주의자는 교권주의, 세속주의에 반대해 복음이 주는 생며력과 갱신에 이끌린 사람들, 곧 신앙과 경건, 기독교적 지성의 부흥을 열망한 사람들을 일컫는다. 20세기 복음주의자는 근본주의의 반지성, 반문화적 성격에 저항하고, 자유주의의 반성경적 태도에 저항하여 성경에 근거한 신앙을 붙드는 동시에, 근본주의의 고립주의에 탈피해서 지성과 문화 영역에서도 그리스도의 주권을 지켜 내려는 신앙인을 의미한다. 오늘날 신학 집단으로서의 21세기 복음주의 진영은 에큐메니컬-자유주의 진영과 일정한 구분선을 긋고 있는 집단이다. (25-26)

 

가장 명쾌한 요약이다! 신대원 수업시간이었다. 과목은 교회사 시간이었는데 가르치는 교수님께서 복음주의를 제대로 설명을 못하신다. 이상한 말들이 너무 오고갔다. 지금 생각해도 떠오르는 건 "프린스턴대학과 프리스턴 신학교의 관계는 총신대와 총신신대원과 비슷하다"라고 말했다. 무슨 뜨악하는 소리를. 두 학교는 도서관을 같이 쓰긴 하지만 전혀 다른 학교다. 어쩌면 "서울대와 서울신대"이거나 교단이 같다면 "연세대와 장신대" 정도로 봐야 한다. 또, 튀벵겐 대학교가 예전에는 정말 좋은 대학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라고 했다. 영미권 쪽에서 점수를 내는 걸로만 봐도 종교/신학 항목에서 튀벵겐은 지금도 순위권에 드는 좋은 대학교다. 이외에도 근거없는 소리를 너무 많이 했지만 하나하나 잡기에 귀찮기도 하고 시간 낭비이기도 하다. 그런 신대원에서 부정확한 강의를 들을 바에야 이 책 한권만 읽어도 좋은 정보들을 가져간다. 

 특히나 내 신대원 시절 그 교회사 교수님은 복음주의를 설명할 때 데이비드 베빙턴의 정의도 소개해주질 않았다. 베빙턴의 사각형이야 말로 복음주의를 설명할 때 가장 무난한 것인데 그 조차도 설명을 안 해줬다. 이 기초적인 지식을 이 책에서는 당연히 소개해 준다. 

 

이 중, 가장 권위 있게 수용되어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정의를 내린 인물이 스코틀랜드 스털링 대학의 역사학 교수 데이비드 베빙턴이다. 베빙턴은 그의 고전 <영국의 복음주의: 1730-1980>에서 복음주의의 특징을 네 가지 핵심 요소로 규정했다. '베빙턴의 사각형'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이 복음주의 정의는 회심주의, 성경주의, 십자가 중심주의 ,행동주의가 사각형의 네 꼭짓점을 차지한다. (27)

 

 성경주의, 회심주의, 십자가 중심주의, 행동주의가 필수요소이며 19세기 근대를 지나 자유주의가 등장하면서 성경주의가 더욱 강화된 특징이다. 근대를 지나면서 성경에 대한 권위가 많은 도전을 받았기에 당연했다. 그래서 개신교 신앙고백 및 교리에서에 성경에 대한 진술을 가장 먼저 배치하기 시작했다.  

 

 

나가면서

 이 외에도 왜 근본주의가 어떻게 생겼고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복음주의가 생성되었는지 재미있게 잘 설명되어 있다.  성경에 대한 갈등을 잘 지적해주며 설명을 맛깔나게 해준다. 미국과 영국에서 공부한 저자라서 두 나라의 차이를 설명했던 부분도 재미있었다. 미국과 영국의 의외의 지점을 말해주어서 새로웠다. 또. 로잔대회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정말 깔끔했다. 왜 존 스토트가 등장할 수밖에 없었는지 재미있게 저자는 설명해 주었다. 

 

 이 책이 나온 이후로는 이제 복음주의에 대해서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신학을 전공하지 않은 영역의 필자들도 트럼프 지지자들이 바이블 벨트에 많다는 이유로 복음주의/근본주의를 혼동해서 마구 쓴다. 부디 이 책이 나왔기에 한 번이라도 읽고 그 맥락에 맞춰서 제발 용어를 사용하다. 일류 필진은 정의를 잘 사용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정의가 엄밀하지 않을 때 글쓰기 역시도 논점이 애매해 진다. 그런 이들에게 이 책 강력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2017년에 읽은 책 중에 최고의 책으로 선정했었다. 저자의 한국 복음주의에 대한 책을 기대해 본다!

 

 


 

 

메모

 

철저한 세속화의 길을 걷는 영국이 복음주의의 기독교인이 훨씬 많은 미국보다 기독교와 관련된 배경의 전통을 더 잘 유지하고 있는 현상은, 세밀하고 종합적인 종교사회학적 연구가 필요하다. (49)

- 미국과 영국의 의외였던 지점이다.

 

 

프랑스 대혁명을 주도한 이들이 이성을 강조하는 구호를 들고 시위하면서 교회를 파괴하고 성직자를 공격하는 일이 일어났다. 그래서 프랑스는 말할 것도 없고 다른 나라 기독교인들도 어느 정도 계몽주의에 적개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128)

- 그래서 아브라함 카이퍼가 반대를 한 것 같다. 

 

 

오늘날 유럽 여러 국가의 국교는 더 이상 장로교나 루터교, 성공회, 개혁교회가 아니라 급진 정치 이데올로기와 축구, 럭비, 크리켓 등의 스포츠다. 매 주일 교회에 가는 대신 텔레비전(교회) 앞에 앉아서 자기가 응원하는 팀(교파)의 팬(성도)이 된다. 각 지영별 팀을 열광적으로 응원(예배)하면서, 웨인 루니나 스티븐 제라드, 프랭크 램파드,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같은 각 팀의 슈퍼스타(목사 혹은 신부)의 일거수일투족에 눈을 떼지 못한다. 더 열광적인 사람들은 시즌권을 사서 주일마다 교회 대신 경기장에 간다. 이런 현상이 보편화되어 있다. (47)

- 나 역시 이런 생각을 했다. 손흥민의 축구경기를 보다가 환중의 그 열기를 보니 왠지 종교적인 열망같은 것이 느껴졌다. 이러한 현상을 종교적으로 분석한 책이 있다면 읽어보고 싶다. 그리고 로마의 검투사 대회 같은 경기들이 이런 예배적인 열망을 보였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언제 한 번 공부해봐도 좋을 주제일 것 같다. 집단 열망의 종교성이라는 주제를 말이다. 

 


 

 

책 맛보기

 

2000년을 기점으로 기독교인의 전체 숫자로 무게중심을 잡으면 그 중심은 아프리카 북부에 있고, 10년이 지난 2010년이 되면 이미 사하라 이남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 무게중심이 더 아래로 내려가 아프리카 중부에 이를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제 더 이상 기독교인의 정체성은 서양과는 직접 연결될 수 없게 된다. 이를 '세계 기독교 무게중심의 남반구 이동'이라고 부른다. (59)

서양 교회가 선교를 포기하면서, 이제 선교도 비서양 교회가 주도하는 세상이 되었다. (72)

하지만 결국 (로잔) 대회 기획위원장이던 잭 데인이 스토트를 설득하는데 성공한다. 균형 잡힌 신앙과 신학을 갖고 있던 스토트는 이 대회가 겉으로만 화려한 대회가 아니라 좀 더 내실 있는 대회,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학구적으로 연구하는 모임인 동시에 제 3세계 사람들도 품어낼 만한 대회가 되기를 원했다... 이 대회가 지리적, 문화적, 신학적으로 더 균형잡힌 대회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194)

 

 


 

목차

 

머리말

 

1. 지형도: 20세기 복음주의는 어떻게 형성되었나

(1) 복음주의 정의 내리기

(2) 20세기 복음주의 주요 주제 개관

 

2. 세계화: 영미 복음주의는 어떻게 세계기독교로 부상했나

(1) IVP 영미 복음주의 역사 시리즈

(2) 2차 대전 종전 후 세계 기독교 지형의 극적인 변화

(3) 비서양 기독교와 세계기독교학

 

3. 성경과 신학: 복음주의자는 성경을 어떻게 읽었나

(1) 20세기 영미 복음주의의 역사적 발전

(2) 복음주의 성경관 및 성경연구

 

4. 지성과 변증: 복음주의자는 어떻게 자기 신앙을 변호했나

(1) 계몽주의는 어떻게 복음주의의 적대적 동반자가 되었나: 20세기 복음주의 변증학 태동의 역사적 배경

(2) 20세기 개신교 복음주의 변증학의 대표자들

 

5. 공공성: 로잔대회 이후 복음주의는 어떻게 달라졌나

(1) 복음주의 사회성의 스캔들?

(2) 복음주의자의 반성과 변화

 

6. 오순절: 오순절 및 은사주의 운동은 세계 복음주의 지형을 어떻게 바꾸었나

(1) 세계 기독교의 오순절화 현상

(2) 오순절 용어 정의

(3) 오순절 기원 논쟁

(4) 특징: 패러다임 시프트, 제 3 혹은 제 4의 기독교?

(5) 분화: 서양/비서양 오순절교회, 은사주의 갱신

(6) 평가

 

에필로그: 21세기 세계 및 한국 복음주의의 현실과 전망

참고문헌

찾아보기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