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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인문

[책리뷰] 박현희 - 백설공주는 왜 자꾸 문을 열어 줄까[뜨인돌 I 동화로 만나는 사회학 I 동화 I 사회학 I 학교 I 교육 I 학생 I 사교육]

by 카리안zz 2023.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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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동화의 이야기들을 가지고 학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우리가 익히 잘 아는 동화들을 가지고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다. 여우와 두루미, 피노키오, 백성공주, 신데렐라 등 익숙한 동화들이다. 원작의 이야기를 비틀어 저자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다. 아이디어가 참 기발하다 싶었다. 원작을 비틀 때 고전을 해석해서 전하는 설교자로서 움찔하는 것도 있었지만 대체로 학교에 대한 이야기는 공감되었다. 저자는 이 책을 준비하는 동안 이렇게 변했다고 한다.

 

이렇게 동화를 새롭게 읽고 생각을 정리하는 동안 나는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을 더 많이 이해하게 되었다. 그 멍청이 주인공들에게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데 우리 아이들인들 그럴 만한 이유가 없겠는가. 교문을 들어설 때마다 복장 위반으로 야단맞고, 지각해서 출석부에 체크되고,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는 수업을 하루 7시간이나 견뎌야 하는데도, 그런데도 우리 아이들은 매일 학교에 온다. 이것이 기적이 아니라면 무엇이 기적이겠는가.(7-8)

 

최근 학교를 그저 산업의 연장선으로 말하는 글들이 참 별로였다. , 한편으론 대학진학률이 경제성장률에 영향을 준다는 말에 쉽게 말할 수 없겠구나 싶었다(근데 이거에 대한 디테일한 분석을 보단 전문가들이 이렇게 말하기에 수긍한). 도대체 학교란 어떤 곳이여야 할까? 분명 대한민국에서 학교는 대학진학을 위한, 대학은 취업을 위한 곳이긴 하다. 우린 그것에 맞춰 길들여진다. 막대한 돈들이 이곳에서 흐른다.

 

시장은 친절하게도 학습 방법을 안내하고 학생의 경력을 관리해 준다. 단, 돈을 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붙는다. 그러니 돈을 벌어 시장의 힘을 빌려야 하고, 그러자니 더 시간이 없고, 그래서 시장의 도움이 더 절실히 필요해지고...., 이 악순환 속에서 사교육 시장은 점점 커져만 간다.(74)

 

그냥 불안하니까 할 수 있는 것은 무리를 해서라도 다 해보는 것이다... 모두를 불안하게 만들어 이익을 보는 이들이 있다. 누구일까? 그들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사교육 시장이다. 점점 커져 가는 사교육 시장은 이미 이 나라의 교육 정책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체가 되었다. 게임을 복잡하게 만들고, 불안감을 키우고, 그리고 돈을 번다.(75)

 

저자는 11년 전 긍정적으로 규칙을 조롱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이 판이 커지지 않을거라 하지만 지금도 여전한 세상인듯하다. 거대한 악순환. 사교육 시장자체가 문제인가. 그걸 원하니 공급량이 엄청난 거겠지. 가장 거대한 욕망이 있는 곳이기에 나는 여기야 말로 최고의 우상이 또아리친 모습이 보인다. 나 역시 아이를 키운다면 필시 마주할 것이기에 가장 거대한 우상이라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시장 자체는 작아질 것 같기도 하다. 벌써 인구감소로 수험생들이 압도적으로 줄어들고 있으니. 대학 자체가 줄어들 것이다. 사교육 시장이 줄어들기에 긍정적인 뉴스라할 수 있겠지만 인구감소로 인해 더욱 극심한 위기가 도래할 것 같기에 악순환은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저자는 사회학을 전공한 이답게 학교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서 잘 말해준다.

 

공립학교 교사로서 여러 학교를 옮겨 다니면서 깨달은 것은 교복의 변형 정도는 그 학교 학부모들의 소득 수준과 높은 상관 관계가 있다는 점이다. 부유한 지역의 학교에서는 교복 변형이 별로 나타나지 않는다. 교복을 이상스럽게 줄여 입는 것은 주로 가난한 지역의 학교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왜 이런 일이? 우선 부유한 가정의 아이들은 구태여 교복을 줄여 가면서 멋을 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 아이들은 자신을 다른 아이들과 구별 지어 줄 특별한 무엇을 교복 이외의 것에서 찾을 경제적 여유가 있다. 명품 가방과 유명 브랜드 옷들이 있는데 무슨 영광을 보겠다고 구질구질하게 교복을 줄여 입겠는가. ... 가난한 지역의 아디르은 학업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할 방법을 찾기가 더 어렵다. 그러니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다. 게다가 먹고살기 바쁜 부모들은 자녀가 교복을 어떻게 입고 다니는지를 살필 겨를이 없다... 새 교복을 사 줄 여유도 없다
.(114-5)

 

그러므로 학교에서 분홍신을 금지하는 것은 정치적이고 경제적이며 또한 생물적인 필요가 뒤섞여 만들어진 문화의 힘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 모두를 교육이라 부른다. 정말 학교에는 교육도 아니면서 교육인 척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116)

 

이 책을 읽고 사람들이 다양한 생각을 하고 나눔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32쇄나 찍혔지만 세상에 큰 변화는 없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세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었으리라. 적어도 나에겐 그랬다.

 

 

동화를 통해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하는 모습이 낯익다. 직업병인거 같은데 설교자도 고전을 통해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물론, 우리는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가 말하게 하는 사람이기에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지만. 하지만 효율적으로 전하는 저자의 기술에 설교자로서 배우기도 했다.

 

인스타그램에서 돈에 관해 책 이야기를 하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도 이 책에 있다.

 

여기서 공통점은 이미 거위를 손에 넣은 이상, 그 후에는 추가적인 노력 혹은 노동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한동안 우리나라 출판계를 들썩거리게 한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가 말하는 ‘부자 아빠’의 세계이다. 돈을 벌기 위해 일하지 말고 돈이 너를 위해 일하도록 하라. 이 세계가 바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세계이다.

대형 서점의 재테크 코너에는 늘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그런 책들은 하나같이 단기간에 10억을 마련하는 비결이나 부동산으로 떼돈 버는 비결, 주식이나 펀드로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법 등을 소개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대형 서점의 목 좋은 매대에 재테크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있고, 재테크로 분류되는 책들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다는 것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과 열망을 반영한다
.(91)

 

진짜 성공한 사람의 책은 재테크 코너에 없다. 그러니 발걸음을 돌려 인문학이나 철학, 사회과학 코너로 가 보시라. 이런 책들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존재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구조를 가르쳐 주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없어서 행복한 삶의 길을 제시한다. 책은 부동산처럼 고가가 아니니 융자금 걱정을 할 필요도 없고, 지식은 쌓아 두면 펀드처럼 반 토막 나는 법도 없으니 정말 안전한 투자가 아닌가. 진짜 황금알은 이런 책 속에 있다.(101)

 

3장의 동화들 이야기에선 관계의 결핍이 소비로 대체된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현대 사회에는 관계가 결핍된 자리는 소비로 채워진다, 예전에는 관계가 해결해 주었던 많은 일들을 돈으로 해결한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축구를 가르쳐 주던 시절은 끝났다. 아이들은 돈을 내고 축구 교실에 등록한다. 아버지는 바쁘고 아이들은 보다 ‘전문적인’ 교육을 받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축구 교실 보낼 돈을 벌려면 부모가 더 바빠져야 하고, 바쁘다 보니 관계는 더 많이 결핍되는 악순환이 도사리고 있다.

관계의 결핍이 소비로 이어지는 일들은 우리의 삶 구석구석에서 발견된다. 예를 들어 우리에게는 왜 계속 새 옷이 필요한가. 옷장에는 옷이 차고 넘치는데 왜 또 새 옷을 사고 싶을까? 멋진 새 옷의 용도는 두 가지이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그리고 내가 만족스럽기 위해서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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