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리뷰/인문

[책리뷰] 김내훈 - 프로보커터[서해문집 I '그들'을 도발해 '우리'를 결집하는 자들 I 주목경제 시대의 문화정치와 관종 멘털리티 연구 I 관종 I 프로보커터 I 진중권 I 김어준 I 서민]

by 카리안zz 2022. 10. 24.
반응형


홍목사님 책소개로 알게 된 작가다. 김내훈, 칼럼도 몇 개 읽어보니깐 혹 하겠더라. 이 책도 참 마음에 들었다. 최근 내 문제의식을 잘 말해줘서 더욱 그랬다. 내 문제의식은 최근 어떤 일을 통해서 생각하지 않음과 자신과 다른 사람들과는 대화하는 방법을 잘 못하는 것이었다. 5분이면 해결될 문제를 수 시간 헤매는 것을 보고 그랬다. 물론, 사람이 성장하면서 성숙해지기에 자연스레 해결될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성장하지 못한다면? 그런 것에 관심없는 사회와 이 사회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들, 그리고 내가 자랐을 때는 없었던 스마트폰과 함께 자란 세대라면 문제는 더욱 심화되지 않을까?

 

이 책은 주목경제와 사유의 외주화를 주목한다(2장에 위반 문화정치는 미국에서는 해당하겠지만 한국사회에는 해당될까 조금은 의문이 있어서 교사교육 발표에 넣지는 않았다). 밈으로 인해 사유의 외주화는 더더욱 단순해지며 내 편, 니 편을 나누는 도구가 되어버린다. , 그럼 일단 주목경제와 사유의 외주화를 말해보겠다.

 

주목경제란 관심이 돈이 되는 세상을 말한다. 이건 뭐 다들 알 것이다. 최근에도 태풍이 왔는데 바다에 가서 유튜브 실시간 송출을 하는 사람도 있고, 중국에서는 말벌을 입으로 씹어먹는 걸 유튜브 송출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인간들을 우린 관종이라고 한다. 왜 이런 일을 할까? 주목, 곧 관심이 돈이 되니깐 하는 것이다.

 

“성능과 기능 등 실용적인 측면에서 다를 것 없는 상품들끼리 경재에서는 아예 어느 쪽이 많은 관심을 유도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 ... 무한한 정보의 물결 속에서 유의미한 것과 무의미한 것, 사실인 것과 거짓인 것, 유익한 것과 무익한 것, 이로운 것과 해로운 것을 구별하기란 쉽지 않다... 요컨대 아무리 유익한 정보라고 한들 많은 사람에게 노출되지 않으면 무가치한 것이다. ... 초 단위로 별하는 세계에서 사람들은 ... 당장 눈에 띄는 것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한편 하나의 정보를 주목할라치면 금세 또 다른 정보들이 파도처럼 밀려오기 때문에 각각의 정보가 차지할 수 있는 주목의 밀도는 점점 떨어지게 된다.”(37-8)

 

저자는 주목이 가치를 규정한다고 말한다. 그러니 주목을 시키기 위한 행위가 돈이 되고 돈이 최우선인 사람들에겐 올바른 윤리같은 것은 부차적인 것이 된다. 주목을 시키기 위한 것이라면 비윤리적인 것이라도 해야되는 것이 된다. 돈이 되니까. 돈을 전부인 세상이니까. 유튜브 광고 어떤 인간이 광고하더라, 이 시대에 돈이 없는 것은 죄인이라고. 이딴 광고가 횡횡하는 미친 세상이니깐.

 

여기에서 사유의 외주화가 더해진다. 이 사유의 외주화는 공감하려는 욕망과 필터 버블, 에코 챔버로 더욱 쉽게 작동한다. 1인 가구 시대 혼자 무엇을 하는 것이 많지만 그럼에도 내가 무언가를 본 것을 공감하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있다. 이것을 나누고 싶은데 누군가 비평을 한다면 감정적으로 받아드린다. 그래서 반발심이 오른다. 그렇게 내 생각을 더 잘 표현해주는 영상들을 찾아나선다.

 

“자연히 이용자의 선호에 부합하는 게시물이 빈번해지면서 ‘필터 버블’이 만들어진다. 필터 버블이란 ‘그들만의 리그’를 세상의 전부로 인식하는 착시 현상을 말한다. 이는 확증편향의 현대적 현상이다... 내 성향과 맞는 것만 눈에 띄기에 내가 보는 것이 곧 나의 성향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 끼리끼리 한데 모인 필터 버블 안에서 가뜩이나 닮은 성향을 상호 증폭시키는 현상, 이른바 ‘에코 체임버’(반향실 효과)가 나타난다.”(68)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기성 언론의 콘텐츠도 그럴진대 독자의 입맛에 최적화된 카드뉴스 등은 더욱더 대중영합적으로 흐르기 마련이다. 복잡하고 논쟁적인 시사 문제는 거르게 된다. 그 대신 과감하게 혹은 과격하게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일도양단하는 콘텐츠에 이목이 집중된다. 대중이 어렴풋이 짐작만 하던 사안을 단순명료하게 정리하고, 한두 가지 원인을 근본적인 것으로 과대포장하는 설명이 조회수를 독점한다.”(74) - 댓글에 계속

 

86세대 때문에 나라가 망했다는 말이나, 페미니즘을 도려내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이 가득하다. 이렇게 관종으로 성장한 대표주자로 진중권, 김어준을 대표적으로 말한다. 대표적 프로보커터. 가장 성공한 사람은 김어준. 분명 10년 전부터 봐왔던 인물이지만 김내훈의 분석이 적실해 보인다. 진중권이야 뭐, 워낙 이 책 프로보커터에 적합한 인물이라서. 인생을 그렇게 살았던 지라.

 

무튼, 프로보커터들의 이야기보다 그 이야기를 끌어내는 내용들이 정말 유익했다. 교사교육 발표에서 다른 책들을 좀 더 첨가했지만 이 책이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 많이 배웠다. 덕분에 내 문제의식이 해갈되었고, 더욱 확장 시켜주었다. 김내훈의 다음 책도 살펴보련다.

 

여튼 김어준. 2012년 문재인을 발굴해내었고, 2020년 양정철과의 콤비로 거대 야당을 만드는데 일조한 인물. 그전엔 그 이명박과의 싸움에서 결국은 깜빵에 보내버린 인물. 그러나 황우석 사태, 세월호 음모론, 개표 음모론으로 명확하고 큰 흑역사를 남긴 인물. 물론, 최근 내가 보기엔 피아식별 감별사로 김용민, 이동형 수준은 아닌 것같지만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데 최대 능력치를 발휘한다. 그래서 민주당은 아웃소싱을 맡기고 중도 공략을 하지 않을까. , 워낙 지리멸렬한 한국 정치판이라서 도저히 모르겠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대통령과 그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정신이 번쩍 드는데 야당은 글쎄다. 야당에도 정신이 번쩍 드는 인간들이 많은지라. 정치 혐오를 하지말자란 나조차 요즘 정치혐오증이 다시 스멀 올라온다. 도로 2012년이다. 과연, 이재명은 문재인의 길을 갈 수 있을 것인가. 30대 여성들이 역대 가장 신뢰하는 대통령으로 문재인을 꼽았다. 그러나 그들은 이번 대선에 윤석열을 더 많이 지지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이재명은 과연 다음에 이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조금은 부정적으로 보지만 좀더 지켜봐야 될 듯 싶다.

 

“더군다나 ‘혐오의 시대’와 맞물려 돌아가는 주목 경쟁에서는 특정 집단을 향한 혐오의 기표가 유난히 힘을 발휘한다. 이 기표가 유머러스한 밈으로 둔갑하거나, 유머러스한 밈이 어느새 혐오의 기표로 쓰이는 식으로 공동체에서 배제되어 마땅한 ‘그들’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런 혼란과 불안이 장기화할수록 긍정적인 연대감을 담은 기표는 헤게모니를 얻기가 굉장히 어려워진다. 정치를 신뢰하지 않는 사회에서는 저마다 상이한 요구들 간의 중재와 한정된 재화의 분배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쉽게 기각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빈 공론장에서는 ‘OO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라는 식의 단순한 선동이 훨씬 강한 설득력을 발휘하게 된다.”(86-7)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