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리뷰/인문

[책리뷰] 앤젤라 네이글 - 인싸를 죽여라[오월의봄 I 온라인 극우주의 I 혐오와 조롱으로 결집하는 정치 감수성의 탄생 I 트럼프 I 미국 극우 I 트럼프가 집권하기까지의 미 커뮤니티]

by 카리안zz 2022. 10. 21.
반응형


트럼프가 집권하기까지 미국 커뮤니티에서 일어난 일들이 기록되어 있다. 나름의 분석도 흥미로웠다. 지난 3월 우리나라 대선에서도 커뮤니티가 전격적으로 대두되었다. 1번 후보는 펨코에 직접 글을 썼고 이대남에게 어필을 제법하려고 하더라.(댓글에 이어씀) 여튼, 우리나라에도 커뮤니티가 정치권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거 다 필요없더라. 20, 30대에서는 근소한 격차, 40대에서는 제법 차이가 났지만 문제는 60대 이상에서였다. 그분들이 이번 대선을 결정지었다. 대선 때 행방들이 의미가 있나 싶을 정도로.

 

하지만 미국에서는 달랐다. 일베는 우스운 수준이더라. 사이버 불링으로 엄청난 언어 테러. 옮기기가 불쾌하고 더러울 정도다. 극단적으로는 총기 난사까지 일어났다.

 

“하지만 이러한 리더 없는 익명의 온라인문화는 기대와 다르게 거대한 은유로서 서구 남성성의 좌절과 실패에 대한 유난스럽고 어두운 집착으로 변해갔으며 이 집착은 종종 ‘실생활’의 사건으로도 나타났다.”(55)

 

68혁명의 중요한 가치 중에 금지를 금지한다는 말이 있다. 눌렸던 것에서 해방인 것이다. 이것은 인종차별에 대한 반대, 성차별에 대한 반대, 성소수자 혐오에 대한 반대로 이어진다. SNS가 등장한 뒤 초반에는 이러한 정체성 정치를 위반하는 것을 고발하면 인기를 끌었다(150-1). 이러한 인기몰이로 어느덧 PC주의(정치적 올바름)를 과도하게 사람들에게 설파하는 것에서 반작용(백래시)가 작동한다. 올바름을 말하면서 올바르지 못한 모습이 보인다면 이런 위선이야말로 사람들이 조롱하지 않고서는 못 배기게 만드는 일이 된다. 특히나 SNS의 발달로 조롱 문화가 극에 달하는 시기에는 더더욱 그렇다. 그러니 이제 되려 PC라는 좌파의 금지를 사람들은 깨고싶어하는 마음이 생긴다.

 

“오늘날 온라인 문화전쟁을 보건대 촘스키의 여론조작 모델에서 그람시의 헤게모니·반헤게모니 이론까지를 망라하는 좌파 사상의 가장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그것을 전략적으로 구사하는 진영은 우파인 것으로 보인다.”(107)

 

그런데 이들의 모습은 단순한 조롱을 넘어선다. 그들의 분노의 원인은 무엇일까? 저자는 이렇게 진단한다.

 

“그러나 이러한 청년기의 무기한 연장은 무자녀 성인의 증가와 가파른 성적 위계질서 또한 가져왔다. 일부일처의 쇠퇴로 인해 달라진 성생활에서 엘리트 남성은 한층 더 넓은 성적 선택권을 쥐는 반면 그렇지 않은 대다수 남성 인구는 점점 더 독신주의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처럼 자신의 낮은 지위에 대한 그들의 불안과 분노는 여성과 인종 문제를 향한 철저한 위계질서의 주장으로 이어졌다. 가차 없는 거절에서 기인한 상처는 앞서 소개한 포럼들에서 곪아 터졌고, 그들은 자신에게 엄청난 치욕을 안겨준 잔인한 위계질서의 주인이 되는 것을 선택했다.”(188-9)

 

현실에서의 좌절과 수치당함, 모멸감은 이들을 극단적으로 몰았다. 그러니 분노한 사람들의 마음이 이런 말들에 마음이 쏠린다.

 

“와이드만은 여성의 경제적 자유가 문명의 붕괴를 촉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의 관점에서 백인 문명의 파괴는 페미니즘으로 인한 백인 여성의 낮은 출산율, 서로 다른 인종 사이의 결혼과 출산, 그리고 이민 탓이다. 그는 문명의 쇠퇴를 막기 위해 소수자들을 추방하고 가부장제를 복원해야 한다고 말한다.”(182)

 

오늘 우리나라 사정은 여성에 대해 이 정도로 분노하지 않는 것같다. 물론,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이 있지만 우리나라의 특수성이 더 크지 않을까하는 게 내 생각이다. 성평등 교육을 받지만 자신들에겐 평등하지 않는 것 같은 모습에 20대 남자들은 더 분노하고 있다. 가장 크게 군대 문제가 대두된다. 성평등을 교육받았기에 다르게 접근되는 것 어찌보명 당연한 것 같다. 그럼에도 분노의 방향이 과연 올바르게 흘러가고 있는가 되묻고 싶다. 이 문제는 번역자의 책인 <프로보커터>에서 자세히 이야기해겠다.

 

(몸글에서 이어씀) 2번 후보 측에서 신지예, 이수정을 영입하며 1번 측으로 기세가 기우는 듯 했다. 그러다 여성가족부 폐지+이준석으로 인해 통상 이대남으로 추정되는 분들은 2번으로 투표를 강하게 한 듯 하다. 하지만 반전이 있었으니 20대에서는 되려 1번 후보가 승리하는, 정치 천재로 알려진 이준석님으로 인해 엄청난 반작용이 일어난 것이다. 정치 천재님으로 인해 자존심 다 버려가며 내상을 입은 2번 후보님께서 요즘 정치 천재님을 내치는 것도 이해는 된다. 정치 천재님으로 인해 자칫 질 뻔했기에 입만 나불대는 인간을 그와 그들과 그들의 지지자들은 용납이 안 되는 것은 당연한 것같다.(근데 역대 최약체로 평가되는 2번후보와 정치 천재님의 조합에 졌다는 건 도대체 얼마나 상대편은 무능했다는 것일까. 1번 후보님께서는 일잘이라는 유능으로 평가를 받으시는 분인데 최약 무능에게 졌으니. .)

 

미국 보수주의, 그러니까 열심히 교회에 다니고 강직하고 단정하며 가족의 가치를 중시하는 그런 이미지”(115)의 미국 보수주의가 이런 미친 대안우파들을 지지한다는 것이 정말로 참혹한 현실이다. 아무리 승리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기독교적인 가치를 무너트리는 저런 놈들을 진심으로 지지할 수 있단 말인가? 미 대선 때 몇몇 복음주의자들이 트럼프 지지선언을 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동성혼에 호의적인 견해를 보이면 저기 어딘가에 드론으로 폭탄을 투하해도 용서하는 리버럴 정치인처럼 동성애, 낙태에 대한 반대를 같이 하는 것만으로도 과연 지지를 할 수 있는 것일까? 좌파나 우파나 정체성 정치를 할거면 예수교로 정체성을 잡길 나부터 다짐해 본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