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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신학

[책리뷰] 리차드 마우 - 칼빈주의, 라스베가스 공항을 가다[SFC I 칼빈주의 I 칼뱅주의 I 신앙인의 태도]

by 카리안zz 2023.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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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빈주의, 그러니깐 개혁주의에 대한 반감은 20살부터 시작되었던 것같다. 진학한 대학이 개혁주의를 표방해서 교양수업부터 개혁주의를 가르쳤다. 중고등학생 때 강령에 개혁주의 신앙을 확립한다고 적혀 있어 말로만 내뱉었던 개혁주의를 대학에 가서야 지겹도록 배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렇게 많이 개혁주의라는 이름을 들었지만 결국 남은 것은 이단감별사처럼 보이는 그들의 태도였다. 아직도 감리교가 이단이네 자랑스럽게 내뱉던 신학과 학생의 말이 떠오른다. 생각해보면 학과 수업 중 <주홍글씨>를 교재로 한 교수님의 뜻을 이제야 이해되기도 하다. 주홍글씨 당시와 지금 대학의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말을 돌려 돌려 가며 하셨지만 몇 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뒤에야 왜 그 책을 읽히려고 했었는지 알겠더라. 리처드 마우는 이런 태도를 보이는 자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

 

그런데 많은 칼빈주의자들에게서 발견되는 온유와 겸손의 결여, 혹은 친절함의 결여가 비단 불신자들과의 대화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이런 잘못은 다른 교파에 속한 그리스도인들과의 관계 속에서도 나타난다. 실제로 칼빈주의자들은 동료 칼빈주의자들과도 각 교리의 세밀한 쟁점들에 대해 토론하면서 무례하고 교만한 모습을 자주 내비친다.(19)

 

마우는 베드로전서 315온유와 두려움(공손하고 친절한 태도)”의 가르침을 칼빈주의자들이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칼빈주의자들의 이런 강박한 태도야 말로 자신들의 신학을 가리는 최고의 무기일 것이다. 비단 이것은 어떤 주의만의 문제가 아니긴 하다. 정치에서도 그렇고, 자신의 집단을 내세울 때 필시 나타나는 문제이다. 빠가 까를 만든다는 말이 여기에 해당한다.

 

제목에 왜 라스베가스가 들어갈까? 그건 바로 폴 슈레이더의 영화 <하드코어>의 한 장면 때문이다. 일단 폴 슈레이더. 그는 그 유명한 <택시 드라이버>의 각본을 쓴 사람이다. 엄청난 거물. 근데 보니 이분이 칼빈 칼리지를 나왔네? 그 개혁주의의 본토?! <퍼스트 리폼드>라는 영화를 보려고 몇 년째 대기중이긴 한데 어라, 폴 슈레이더가 감독이었군. 그러니 이 감독은 독실한 칼빈주의 가정에서 자랐고 17살까지 영화 한 편 못 봤단다. 대학도 칼빈 칼리지를 갈 정도였으니 집안 분위기가 대강 짐작이 간다. 이런 그가 뭔가 칼빈주의 전통과는 반대되는 행보를 보인 건 예삿일이 아니어 보인다. 대학 다닐 때부터 이미 학교 내부에서 그런 두각을 보였단다. 결국 후에 옹졸한 칼빈주의에 대해 논평했을 때 그랜드 래피즈(칼빈 칼리지가 있는 곳) 사람들은 당혹감이 대단했단다(12-3). (뭔가 영역주권으로 영화계에서도 칼빈주의가 통했다는 반응을 원했?.?)

 

여튼, 영화에서는 제이크라는 경건한 칼빈주의 장로님이 니키라는 강퍅한 불신자 여성과 함께 라스베가스 공항에 앉아 있는 장면이 나온다. 거기에서 제이크는 튤립 교리를 설명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모습을 슈레이더는 그가 속했던 전통을 소재로 웃음을 선사”(16)했다.

 

이 장면은 마치 미국 그랜드 래피즈의 청교도 신앙을 가진 네덜란드인이, 네덜란드 도시 혹은 도르트레흐트(종종 줄여서 도르트라고 표기하는) 같은 곳에서 신학적으로 무지하고 불경스러운 한 소녀에게 17세기 장로교 교리를 엄숙하게 요약, 전달하는 것과 같다.(16-7)

 

그래서, 마우는 다시금 그 장면을 고치려고 이 책을 썼다. 이번에는 협소한 태도의 칼빈주의자가 아닌 온유와 두려움”(공손하고, 친절한) 태도를 가진 칼빈주의자로서. 가장 현대적인 장소를 상징하는 이 라스베가스, 그러니 지금 이 세상에서 과연 칼빈주의자들은 무어라 말해야 할까?

 

그렇다면 대체 칼빈주의자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 대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21세기 칼빈주의자는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할까? 튤립 교리를 따르는 사람으로서 불신자들에게 내가 믿고 있는 바를 어떻게 온유하고 겸손하게 전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칼빈주의자로서의 나의 확신을 나와는 다른 관점을 가진 동료 크리스천들에게 온유하고 겸손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 라스베가스 공항에서 할릴없이 시간을 보내며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도르트 신경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러한 주제들이 이 책을 쓰도록 나를 이끌었다.(19-20)

 

마우는 칼빈주의 신학에서 대답하기 쉽지 않은 대답들을 꺼내며 솔직하게 대답을 한다. 나는 그 모습이 퍽 인상깊다. 리처드 마우의 <무례한 기독교>를 다 읽고는 함께 읽었으면 좋았겠다 싶었는데 이 책도 그렇다. 특히나, 본인이 장로교 전통이나 칼빈주의, 개혁주의 전통을 사랑한다고 여기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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