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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인문

[책리뷰] 르네 지라르, 마이클 하딘 - 지라르와 성서 읽기[대장간 I 르네 지라르 인터뷰 I 욕망 I 희생양 이론 I 갈등 I 모방이론 I 폭력]

by 카리안zz 2022.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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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라면 3월 첫 주에 설교를 해야했기에 르네 지라르의 이론을 빌려 십자가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담임 목사님이 안식월을 떠나셔서 갑작스레 1월 마지막 주에 설교를 하게 되어 이번 달부터 르네 지라르의 책과 관련 책들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그 첫 책으로 대장간에서 나온 <지라르와 성서 읽기>를 선택했다.

 

르네 지라르. 언어학자 고종석이 르네 지라르가 죽은 뒤 남긴 트위으로 이제 한 세기가 끝났다는 게 실감난다는 말을 남긴게 기억이 난다. 정일권 박사가 르네 지라르에 대해 소개한 것에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 오버가 너무 심한 소개가 아닌가 싶었는데 고종석의 트윗으로 단순히 기독교에서만 소비될 사람은 아니구나 싶었다.

 

지라르는 모방, 폭력, 희생양 메커니즘이 핵심 키워드이기도 하다. 모방적 욕구를 그는 소설에서 발견하게 되었다. 이 책에서도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통해 그의 이론을 말해준다.

 

“거꾸로, 만일 우리의 모델이 여러분의 학교 친구, 이웃이라면 우리는 끔찍한 다툼, 경쟁, 시샘, 질투와 같은 세상으로 들어옵니다. 우리는 양쪽 면에서 결국 똑같은 나쁜 정서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그 모델이 모방할 때, 그는 자신의 모방자를 모방하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델과 경쟁자 사이에서 점점 최악으로 치닫는 모방의 악순환을 가지게 되는데, 이것은 정치의 세계 및 심지어 학자들의 세계에서도 전형적으로 찾아볼 수 있습니다.”(33)

 

이어 동물 사회는 대상을 욕망해서 경쟁을 하지만 승자가 패자를 죽이지는 않는다. 지배-피지배가 확실해질 뿐. 사람 사회는 그렇지 않다. 사람은 죽이기까지 한다. “왜 우리가 더 폭력적일까요? 우리에게는 더 큰 모방적 충동이 있고 그런 모방적인 충동이 우리를 경쟁자들로 만들기 때문”(40)이라고 지라르는 말한다. 결국 보복으로 이어지면서 악의 순환고리는 계속된다. 월남한 서북청년회 사람들이 제주에서 지옥도를 만들었다. 이것은 보복이었다. 공산주의로 자신의 아내, 아들, , 가족, 일터, , 모든 것을 빼앗겨 버렸기에 빨갱이라는 말에 즉각적인 반응이 일어났을 것이다. 이승만 정부는 그것을 이용했고 그들은 자신의 억울함을 담아 제주도에서 보복을 해버린다. 4.3 사건을 르네 지라르 이론으로 해석하는 자료가 있다는 걸 보니 아마 이런 내용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결국 모방적 욕망은 희생양을 만들어낸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은 이제 만인의 일인에 대한 투쟁으로 옮겨간다.

 

“그렇다면 만일 그 위기(모방적 위기)가 제가 생각한 것만큼이나 극렬하고 전면적인 것이라면, 신, 중심, 중심의 개념, 실제로 사회의 개념을 제공해 주는 하나의 살인으로 해결해야만 합니다. 동시에 저는 제의, 즉 희생자를 죽이는 것이 몇 번이고 되풀이되는 것을 말해야만 합니다... 집단적 살인은 왜 싸움을 중단시키는 것일까요? 그리스 사람들은 이것을 카타르시스라고 불렀는데, 정화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무슨 정화요? 그런 폭력, 그런 감정, 그런 만장일치의 살인을 불러일으키는 소동이 사람들을 그 자리에 닥 멈추게 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 비극의 끝에 카타르시스가 있다고 말합니다.”(50)

 

지라르는 기원을 이야기하는 모든 이야기들 속에 이런 집단적 살인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것을 희생양 메커니즘으로 이해했다. 신화 속에서도 이것을 발견했다. 그는 이 신화를 가려진 폭력의 이야기로 보지만 성서는 이 가려진 폭력을 드러내는 이야기라고 본다.

 

신화와 복음서는 비슷한 구조를 보이기도 한다. “희생양 제의로 끝나는 큰 위기가 있으며, 그 희생양은 신으로 탈바꿈됩니다. 이것은 신화의 진리이지만 복음서의 진리이기도 합니다. 신화와 복음서가 같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으며 같은 종교를 가지고 있다고 인류학자들이 말하는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101)

 

그러나 지라르는 곧이어 차이점을 말한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희생양을 죄가 있다고 하지만 성서에서는 그 희생양에겐 죄가 없다고 말한다. “신화들이 이야기하는 것이 이겁니다. 그렇지만 성서 본문들과 복음서들은 그 희생자가 그저 희생양이라고만 말합니다. 정말로 죄가 있는 게 아닙니다.”(101)

 

성서는 은폐된 희생양을 폭로하는 유일한 이야기라고 지라르는 말한다. 이외에도 목차를 보면 알겠지만 성서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한다. 신화와 성서를 두루말하며 직접 지라르의 말로 설명을 들었기에 좋았다. 그의 이론에서 하나님을 닮아가는 것, 예수님을 닮아가는 것, 바울이 자신을 닮아라고 이야기했던 것의 의미가 더욱 새롭게 다가오는 시간이었다. 앞으로 못다한 지라르 이야기를 계속 할 예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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