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권 교수의 책이다. 국제 지라르 학회에 속해 있기도 하고 르네 지라르 세미나에서 두 번이나 지라르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분은 인스부르크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 마르부르크 대학에서 공부하다가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대학으로 옮겨 공부했다고 한다. 독일에서 석사를 받았다는 말이 없는데 석사를 한국에서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인스부르크 대학은 르네 지라르 연구의 핵심 대학이라고 한다. 지도 교수도 볼프강 팔라버로 지라르 학회 회장을 역임한 사람이다. 여튼, 박사학위가 독일에서 단행본으로 출판되었는데 제목은 <세계를 건설하는 불교의 세계포기의 역설 – 르네 지라르의 미메시스 이론의 빛으로>이다. 다음 책 리뷰로 같은 저자의 <예수는 반신화다>를 할 예정인데 그때 붓다가 희생양이라는 저자의 논의를 조금 할 것 같다. 우리 나라에서 르네 지라르 전공자로는 가장 권위있는 사람임에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이분의 정치적 견해는 도통 동의가 안 된다. 극단적이다. 사상이 영향을 준 것일까? 독립 운동가 김원봉에 대한 그의 글을 보고 학을 떼고 그뒤로는 거의 그의 글을 본 적이 없다. 최근 그의 책을 보면서 몇 번 그의 페북에 들어가봤지만 여전했다. 이 책 출판을 한 대장간 대표께서 댓글로 극딜을 날리고 있더라ㅋㅋ. 아무래도 페친이었을 때 이상한 기류의 글들을 몇 번 봤는데 무언가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 보였다. <예수는 반신화다>라는 그의 책에서 말할지 모르겠지만 극단적인 뉘앙스가 느껴지는 대목이 좀 엿보이는데 나는 지라르 학문과는 별개로 보려고 한다.
이 책은 신학계에서 르네 지라르가 어떻게 받아드려지는지 장황하게 소개를 한다. 확실히 정일권 교수는 글을 잘 쓰는 편이 아니다. 일례로 르네 지라르와 성경 읽기로 가장 전문가는 총신신대원 이풍인 교수다. 옥스퍼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주제는 르네 지라르와 히브리서이다. 나는 왜 이풍인 교수가 르네 지라르 관련 책을 안 내는지 정말 의문이다. 목회로 바빠서 그런가ㅠ. 학교에서도 수업 때 <나는 사탄이 번개처럼 떨어지는 것을 본다>를 추천했지 르네 지라르를 따로 소개하진 않았다. 그래서 수업때 조금 아쉬워서 따로 질문해 볼까 싶었는데 관뒀다. 그땐 내가 지라르에 조금 흥미를 잃어서리. 이풍인 교수가 신앙과 학문에 기고한 논문이 있다. 나는 이 논문을 읽으면서 지라르의 욕망의 삼각형을 확실히 이해했다. 이풍인 교수가 각 잡고 르네 지라르와 성경 읽기를 쓰면 참 좋겠다. 이 논문에서도 욕망이론으로 성경 읽기를 풀어가는게 내가 설교 준비하면서 읽은 책들보다 훨씬 이해가 쉬웠다. 그만큼 글을 잘 썼다. 아오! 전공을 살려서 제발 책으로 내주세요...ㅠ (지라르 열풍일 때 그 때 쓰셨어야... 이제 지라르가 유행할까 싶다.)
여튼ㅋㅋ 이 책은 신학계에서 어떻게 받아드려졌는지 소개하는 책인데 학자 이름들이 어마어마하다. 라이문드 슈바거, 발타자르, 로핑크, 칼 바르트, 판넨베르크, 볼프강 후버, 미하엘 벨커, 밀뱅크, 와드, 필립 얀시, 알리스터 맥그라스, 볼프, 케빈 밴후저, 요더, 윙크, 폴 리쾨르, 자끄 엘륄, 한스 부어스마, 새라 코클리 등이 있다. 특히나 급진 정통주의로 밀뱅크와 신학계의 정리지왕 맥그라스가 책에서 르네 지라르를 소개했다는 걸 보고 그들의 책을 찾아 읽어보았다.
그런데 맥그라스의 <신학이란 무엇인가>에서 지라르 이론의 한계를 지적했다고 하는데 그런 내용은 없었다. 그저 새로운 돌파구가 될거라는 긍정만 있었다. 반면, 밀뱅크의 <신학과 사회이론>에서는 그 한계를 지적했다. 두 가지로 비판했는데 하나는 이해를 잘못했고 나머지 하나의 비판은 실천력이 없다는 것이었다. 근데 그게 인류학자의 몫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 과도한 비판이 아닐까. 그래도 지라르가 제시한 이론을 어거스틴도 말했다는 것에서 도대체 어거스틴의 끝은 어디인가 싶다. 지라르가 직접 자신의 이론 중 절반 이상이 어거스틴에게서 왔다고 하는데... 어거스틴 그는 정말...!
새라 코클리를 소개하는 것에서도 흥미로웠다. 요즘 내 관심사가 ‘욕망’인지라 새라 코클리의 주제로 삼위일체와 욕망이라는 소개를 본 적이 있다. 초기 교부들의 글에서 욕망에 대한 글을 통찰력있게 썼단다. 지라르의 모방욕망이론을 그녀는 조금 부정적으로 본다는 것에서 사뭇 흥미롭기도 했다. 이렇게 여러 신학자들이 지라르 이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보려면 이 책을 보길 바란다. 하지만 내 기대는 십자가에 대한 지라르의 이론을 자세히 성경과 펼칠지 알았지만 그 내용이 없어 참 아쉬웠다. 그래서 이풍인 교수의 글이 더욱 갈급한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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