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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소설

[책리뷰] 이승우 - 생의 이면[문이당 I 제1회 대산문학상 수상작 I 이승우 장편소설 I 문학]

by 카리안zz 2022.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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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친님이신 편린님께서 우리나라에 노벨문학상 급의 작가로 이승우 작가를 꼽으셨다. 신학을 전공했고, 깊이 있는 작가로 알고 있었지만 그정도의 수준일 줄은 생각도 못했다. 조금 검색해보니 프랑스에서는 높이 평가받는 것같더라. 많이 많이 번역되어서 우리나라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타시길!ㅎㅎ

 

편린님께서 이승우의 첫 책으로 <생의 이면>을 추천해주셨는데 다 읽고 나니 왜 이 책을 추천했는지 알겠다. 책의 전개가 참 신선했다(92년도에 출간된 책이지만!). 한 출판사에서 시대의 소설가들을 소개하는 기획을 한다. 작품의 화자는 그 중 박부길이라는 소설가를 소개하는 일을 맡는다. 인터뷰를 해가면서 작가의 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소설가가 되기까지 일들이 기록되어 있다.

 

“그것은 그가 세상에 대해 문을 닫은 결과였고, 또 그 동인이기도 했다. 세상은 그가 눌러앉은 방만큼 작아졌고, 그보다 더 큰 문밖의 세상은 거짓이 되었다.”(111)

 

“내 속에 그런 게 있었는지 나 자신도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 아무에게도 할 수 없었고 아무에게도 해보려하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빠져나왔다. 일찍 세상을 버린 아버지 이야기가 나오고, 그 아버지로 인해 불행해진 어머니 이야기가 나오고, 유년기 때의 교회 전도사 이야기가 나오고, 학교 이야기가 나오고, 반장 이야기가 나오고, ‘그녀’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나는 내 감정에 북받쳐 흐느끼기도 했다. 마치 고백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187)

 

어린 시절 이런 일들을 겪은 박부길은 어떻게 성장할까? 어떤 모습일까? 궁금증이 일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성장기부터 생생하게 보는 기분이랄까.

 

인터뷰를 하며 박부길이 쓴 소설의 작품이 책에서는 인용되어 나온다. 이것도 참 독특했다. 소설에서만 있는 책들이 제법 괜찮은 모양새로 인용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실제 있는 책인 것처럼. 뒤에 박부길의 입학을 통해 혹시 본인의 자서전적인 이야기인가 싶었다.

 

박부길의 성장기를 읽으며 이상하게 나의 성장기가 떠올랐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신기하게도. 문학의 힘인가? 어찌보면 박부길은 중2병적인 모습이 있긴 했다. 하지만 이승우는 아주 멋진 문장들로 그걸 굉장히 있어보이게 하더라!(반박시 님 말씀이 옳습니다.)

 

“나는 그들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고, 그들은 나의 말을 전혀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내가 애써 큰마음을 먹고 고심 끝에 무언가 중대하고 심각한 사실을 말할라치면 그들은 미리부터 절레절레 고개를 젓거나 픽, 이상스러운 웃음을 지어 보이며 자기네들끼리 눈길을 주고받고는 자리를 떠버렸다. 그들은 그런 식으로 나에게 그들이 나와 전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환기시켰다.”(129)

 

반대로 박부길은 중지도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보이곤 했다. 자신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 사역 초반기에 그런 경험을 했다. 2병 기간이기도 했던. 지금은 사라졌지만 이 책에서 이야기되는 외로움을 나는 그때 느꼈다(이런 외로움은 어찌보면 당시 활발히 활동했던 SNS 동지들로 인해 해소되기도 했다).

이 책에서 가장 압권이었던 건 위에도 적었지만 박부길의 오열장면이다. 어떻게 전개를 이런 식으로 끌고 나가지?

 

“그 따뜻함과 부드러움은 내 의식의 가장 깊은 곳까지 파고들었다.”(190)

 

서로가 깊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을 때, 같은 세계를 살아간다고 느낄 때, 서로는 서로가 전과는 다른 사이가 된다. 연인은 그렇게 탄생하고 서로가 다른 세계라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우리는 다시 나와 너가 된다.

 

“아니다, 아니다. 그런 것이 아니다. 그런 것들은 표면적인 구실들에 불과하다. 껍데기는 어떻게 말해도 껍데기일 뿐이다. 진실은, 언제나 그렇지만, 보다 내밀하고 한층 사적이다.”(203)

 

박부길이라는 작중 인물의 생의 이면을 들춰 봤다. 이승우 작가의 이면일 수도 있겠다. 나의 이면 역시도 들춰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당신의 생의 이면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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