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를 읽고 있다. 기본적인 내용이 담겨있는 간단한 주석책과 함께. 그러다 이승우의 <사랑이 한 일>에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가 있다는 게 생각이 났다. 다 읽고 보니 소돔과 소모라 사건에서부터 야곱의 돌무덤 이야기까지 담겨 있다. 아브라함 가족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던 것이다. 뒤에 해설을 읽어보니 문체가 니체, 키르케고르, 들뢰즈, 가타리의 경우와 비슷하단다. 나는 문학 전공이 아니니 잘 모르겠고, 그냥 읽는 내내 문학을 컨셉으로 하는 주석 같았다. 어떻게 이런 관찰을 해냈을까? 다 읽고 났을 땐 그냥 재능이 아닐까 싶었다. 근데 마지막 작가의 말까지 읽으니 그건 아닌 것 같다. 이해하고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이해하고 믿으려고 한 신앙인의 고민의 결과물(244)이었다.
읽으면서 많이 감탄했다. 롯이 자신의 딸을 도시의 사람들에게 내어주려고 한 이유를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는 그가 내놓을 수 있는 것 가운데 최고인 딸을 제시함으로써 그의 손님 보호 의지가 얼마나 크고 양보할 수 없는 것인지를 전달하려 했다고 추측할 수 있다. ... 어떤 경우에도 손님은 반드시 보호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성난 무리들이 깨닫기를 바랐을 것이다.”(39)
그리고 롯은 소돔과 고모라 도시를 빠져나왔지만 그럼에도 작은 도시로 들어간다. 그런데 왜 롯은 그 도시에서 두려워 다시 빠져나왔을까? 그제사야 천사가 말한 산으로 갔을까? 그 이유를 이승우는 소돔과 고모라 도시가 외지인에게 했던 것을 롯이 당해서라고 추측한다. 나도 창세기를 함께 읽고 있었지만 부끄럽지만 그런 내용이 있었는가 몇 번을 뒤적였다. 그런 내용을 볼 때면 그러네 그러네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특히나 가장 압권이었던 것은 ‘허기와 탐식’ 편이었다. 이삭의 시점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이삭이 에서를 사랑했다는 것에서 그리고 에서가 사냥해 온 고기를 사랑했다는 것에서부터 특히 이삭이 에서를 축복하려 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형이 동생을 섬길 것이란 예언을 들었는데? 저자는 이 점들에서 이스마엘을, 하갈을 데려온다. 광야에 내쫓겨 타죽을 경험과, 제단 위 쪼개져 타죽을 경험을 한 것을 연결시켜서. 허기와 탐식은 바로 그 경험의 트라우마로 연결시켜 버린다.
“이해는 하지 못한 채 인정해야 할 때, 인정은 하면서도 이해는 하지 못하는 부조리한 상황에 놓였을 때 하갈은 허기에 시달렸고 이삭도 그랬다.”(159)
약간의 상상을 더해서 그는 글을 써내려 갔다. 그는 이 일들이 ‘사랑’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한다. 그 사랑의 정체를 뒤에 해설한 평론가는 역겨운 사랑이라고 평한다. 애써 히브리서를 들고 와서 부활을 믿고 했다면 그것은 연기일 뿐이라고 한다. 글쎄, 연기는 실제로 죽지 않고 죽은 척하는게 연기고. 실제로 죽는다면? 그에게 역겨워 보일 수 있는 사랑은 결국 인간에겐 희생을 요하지 않고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하모니에서 그 희생을 보인다. 예수는 결국 십자가에서 죽었지 않았던가. 나는 아브라함은 자신의 아들을 희생하지 않았지만 하나님은 왜 자신의 아들을 희생했을까? 예수 그리스도는 왜 그 희생에 순종했을까?
맞다. 저자의 말처럼
“왜냐하면 사랑이 없는 곳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98)
“사랑하는 무엇이나 누구만이, 오직 사랑만이 바쳐질 수 있다. 바치기가 어려운 것은 그 때문이다. 사랑하지 않을 때는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일이 사랑하면 어렵게도 할 수 없게 된다.”(99-100)
신학을 전공한 사람들은 성경을 읽는 훈련을 한다. 성경해석이라는 훈련을 한다. 과연 성경은 무엇을 말하는 가에 집중을 한다. 그 방법에서 원어, 배경, 저자 등을 배운다. 목사들도 기술자들이다. 성경을 해석하는 기술자들. 그러나 목회자들은 완전한 신학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설교자들이기 때문이다. 이승우의 조금의 상상력. 조금의 비틀기. 과거 지금의 관점을 성경에 투사하기를 극혐했지만 이제는 조금 생각이 달라진다. 때론, 그 비틀림 속에서 하나님은 말씀하고 계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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