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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신앙서적

[책리뷰] 임승민 - 오늘부터, 리더훈련[담장너머로 I 경건한 리더십을 세우다 I 리더십 I 리더쉽 I 리더훈련]

by 카리안zz 2022.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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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목자모임에서 읽은 책이다. 이런 종류의 책은 거의 안 읽어봐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괜찮았다. 공감되는 측면도 많았다. 책은 전반적으로 주장하고 근거를 착실하게 나열을 하기에 정리하기에 딱 좋다. 리더쉽에 관한 책들을 거의 안 읽어봐서 평하기가 그렇지만 나름 교회에서 사용을 해봐도 좋지 않을까 싶다.

 

특히 공감되었던 건 리더십이 관계의 영역에 있다는 말이었다.

 

“그리스도인은 서로 사랑해야 합니다. 사랑을 실천한다는 것 자체가 리더십입니다. 리더십은 관계의 영역 속에 들어가 있는 주제입니다. 어떤 사람은 리더십을 기술로 분류하지만, 대부분의 건전한 리더십 전문가들은 성품으로 분류합니다. 리더십은 사람과 사람과의 간격을 채워나가는 그 무엇인데, 그리스도인은 그 간격을 사랑으로 채우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에게 리더십은 사랑의 실천과 깊이 연결됩니다.”(16)

 

아쉬운 점도 있다. 저자는 진리로 인도해야 하는 것이 리더십이라고 했고, 그리스도의 제자가 된다는 것에서 그리스도인이라면 리더십을 고민하고 훈련해야 마땅하다고 했다(14-15). 그런데 48에서는 모든 사람이 리더십을 원한다면 그 공동체는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했고, 리더를 선장에 비유했는데 이는 저자의 리더십 정의가 일관되지 않아 보인다. 사실, 리더라는 말보다 제자도라고 했으면 어떨까 싶다. 그럼에도 뭐 전체적인 내용은 알차고 좋았다.

 

사역자는 리더일까? 처음 저자의 정의에는 맞아보이지만 뒤에 말한 이끄는 사람이던가 선장이라는 비유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벌써 사역 9년 차가 되어간다. 아직 전임을 해본 적이 없어서 완전한 사역자라고 할 수 없지만 그간 나의 사역의 몇 장면들을 이야기해봐야겠다.

 

첫 사역지는 대구에서 나름 큰 교회였다. 천명이 되는 중형교회. 교회가 이정도로 클지 모르고 그냥 지인찬스로 가게 되었다. 처음 맡은 부서는 유치부. 교사만 30명이 넘었다. 정말 떨렸다. 첫 설교는 정말이지 나의 가장 큰 흑역사다. 사역도 처음이지 교사는 30명이 넘지. 처음에는 우왕자왕했지만 그래도 3년 사역하며 잘 견뎠다. 나름의 요령들도 생겼고. 교사가 많지만 1:1로 만나지는 않았다. 1/3은 장년층, 2/3는 청년층이었는데 교사들도 친한 그룹들이 있어서 그 그룹별로 1년에 두 번정도 밥을 꼭 먹었다. 다행히 청년들이 참 활발한 교회였는데 따로 유치부에서 무슨 활동을 안 해도 되었다. 괜히 유치부에서 행사를 만들어서 활동을 하면 일이 이중이기에 나도 청년부도 서로 윈윈하는(나 혼자 생각ㅋㅋ) 방법을 택했다.

 

일단, 이렇게 하면 교회의 결을 그래도 나름 볼 수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치로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면 결이 보인다고 해야할까. 내 방법이 이러니 이력서 쓸 때 난감하긴 하다. 어떤 방법으로 부서를 이끄냐고 말을 해야 하는데 내가 그 부서가 어떤지 알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쓸까. 원론적인 이야기만 쓰겠지.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기보다는 지금 이 교회에 필요한 걸 해야한다는 나름의 생각이 있다. 그러기 위해선 사역자가 제대로 교회를 진단할 실력을 가져야 하는 건 당연지사. 나도 지금 그렇고 우리 사역자들은 이 진단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견뎠다. 설교도 누구는 못한다고 아주 대놓고 말하고, 누구는 잘한다고 아주 대놓고 말하고, 전임 리더자처럼 강하게 해야한다하고, 그렇게 했으면 교사 안 할 뻔 했다고 양 옆에서 아주 정반대의 이야기들이 오고 간다. 그냥 그럴 땐 견디는게 답이 아닐까. 그러다 보니 설교 못한다고 했던 분도 정반대의 말을 해주고, 나름에 내가 하는 방법이 어떤지 시간이 지나니 교사분들도 느끼더라. 거기에 맞춰서 자연스럽게 흘러가더라. 물론, 뼈아프게 부족했던 부분들이 2가지 생각나지만 이건 나중에 정리를 해봐야지.

 

첫 사역이 어리숙하게 시작했지만 두 번째 사역지는 첫 사역보단 능숙했다. 첫 사역지가 중형교회에다가 청년들이 활발한 교회였는데 대구에서 이런 교회는 드물다. 내가 다녔던 교회들도 그렇지 않아서. 두 번째 교회가 내가 다녔던 교회들과 아주 익숙했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다보니 교인분들이 교회에 대한 애정이 아주 컷다. 첫 교회는 갑자기 성장을 해서 교회에 대한 애심(?, 애교심?)이 그리 크지 않았는데 두 번째 교회는 한 교회에 오래 있는 분들이 많으셔서 그런지 에너지가 대단했다.

 

특히 유년부를 맡았는데 연말쯤 아주 좋은 기회를 맞이했다. 나도 길게 사역할 생각이 아니여서 강공 드라이브를 걸긴 했는데 다시 그러라고 해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다음 해를 위해 모여서 늦도록 이야기하고 새벽까지 힘써주신 분들이 있었다. 이렇게 한 마음, 한 뜻이 되어서 사역을 해본적이 있을까 싶었다. 이렇게 힘써주는 성도들의 마음을 알았다는 게 사역하면서 가장 큰 유산이 아닐까. 몇 달의 짧은 경험이었지만 못 잊을 순간이기도 하다.

 

걍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열심히 하니깐 못해도 좀 봐주더라. 땀이 남들보다 많이 나는 편이긴 한데 그래서 그런지 땀 많이 흘린거 보고 열심히 한다고 자꾸 오해를... 그게 덕이 되었ㅋㅋ. 여튼, 성도들 중에서는 열심히 하고 싶어도 쭈뼛댈 때가 있더라. 이때 사역자가 나서서 열심히 하니깐 나름 하고싶어 하시는 분들의 그늘막이 된 거 같다. 사역자 핑계를 대고 일을 하는 계기가 되더라.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사역자가 저리 설렁설렁하는데 성도들이 우에 열심을 내겠나. 하고싶어도 눈치부여서 못 하는 경우도 있다. 의욕도 줄고. 내 청년 때의 경험이긴 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미묘함을 늘 사역자는 가진다. 누군 이 미묘함을 타고난 감각으로 잘 발휘하고, 누구는 아무리 똑똑하지만 미묘함을 잘 감지 못해 자꾸 어그러지는 경우도 있다. 이 미묘함의 중독에 빠지면 답이 없지만 사역자는 그것을 넘어서야 하리라.

 

여태까지의 나의 말이 지역적 경험의 한계일 수도 있고, 짧은 연차의 한계일 수도 있다. 지금 사역하는 교회도 개척교회이고 독특성이 있기에(후에 썰을 정리할 기회가 있을 듯하다) 계속해서 배우는게 늘어난다. 그럼에도 어디를 가든 교회의 결을 느끼는 게 참 중요하단 생각은 분명해진다. 나중에 각잡고 경험들을 정리해 봐야겠다. 9년 아직 길진 않지만 그래도 사역이 참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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