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명한 신약학자 벤 위더링턴 3세의 책이다. 원서는 2010년에 나왔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 나온 책이라는 걸 읽다보면 알 수 있다. 저자는 번영신학을 비판하는데 이 책의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요즘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었을 것이다. 얼마 전 대구의 모 대형교회 목사님의 설교를 듣기 전까지는... 새삼 내가 설교를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꿈은 사람이 꾸는 것이고 비전은 하나님의 꿈이라고. 자신들의 교회가 몇 십년 전에는 이렇게 크지 않았지만 담임목사님과 장로님들과 교인분들의 기도로 우리가 이렇게 성장했다. 그러니 비전을 크게 세워라. 하나님은 크신 분이다.’ 요즘도 이렇게 설교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충격이었고, 세대 교체를 한 교횐데 40대 초중반의 젊은 목사님이 이런 설교를 해서 충격이었다.
교회 밖에서 들려오는 날카로운 비판이 오히려 더 올바른 경우가 종종 있다. 부끄러우면서도 대구에서 가장 성장하는 교회라는 것에 여러 생각들이 교차했다. 오히려 메시지가 먹히는 것일까? 그런 걸 떠나서 분위기를 잘 만든 것일까? 교회 생활을 더 활발히 해야지 복받는다는 것에 잘 반응해서일까? 아니면, 극보수적인 이 지역의 특색과 잘 맞아든 것일까?
생각해보니 몇 년 전 재정에 관한 기독교 서적이 대박을 친 적이 있다. 읽어보진 않았지만 대략 예상이 되는 책이다. 최근 인스타에서도 그런 류의 서적을 보기도 했다. 읽어보지 않아서 뭐라 자세히 말은 못하겠지만 원초적인 욕망을 자극한 것은 아닐까. 그걸 신앙의 이름으로 잘 버무리면 응당 당연한 것이 되어버리는 것이 아니었을까(p. 190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함). 짐작만 할 뿐이다.
이 책의 제목에 ‘경제학 강의’가 들어있어서 조금 난감하긴 하다. 저자는 성경신학자들이 자주 말하는 것처럼 ‘시대착오’, 그러니깐 지금의 시대와 성경의 시대를 바로 연결시키는 그런 걸 지적하는데 이 책 제목이 그런 시대착오를 한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원서의 제목은 ‘Jesus and Money’인데 책의 전체 큰 주제는 돈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태도이다. 그걸 저자는 성경신학자답게 성경을 조망하며 정리해나간다. 부에 대한 구약의 정리부터 그걸 예수님 시대에 어떻게 볼 것인지, 이후 바울까지 확장해나가서 유익했다. 또, 성경의 맥락을 잘 설명하는 것 또한 장점이었다.
교과서 같은 말들이 많기는 하다. 그래도 기독교인들에게 성경의 가르침이 어떤 것인지 생각나게 하고, 건전한 상식(?)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좋은 책이다. 바울의 자비량 선교에 대해서 저자는 그 특수한 맥락을 잘 설명해주었다. 나는 그중 갈라디아서 6장 1-10절에서의 해설이 참 기억에 남는다. 본문에 나오는 헬라어 단어(“프롤람바니엔, 바로스, 바스타젠, 아나플레로운, 도키마젠, 엘곤, 프흘티온 등”)들이 모두 돈과 관련되어있단다. “짐을 서로 지라”는 말이 재정적인 부담을 함께하라는 말이다. 결국 그것은 10절 “기회 있는 대로 모든 이에게 착한 일을 하되 더욱 믿음의 가정들에게 할지니라”로 이어진다. 곧, 예루살렘 교회를 위한 연보에 대한 내용으로 볼 수 있다(래리 허타도의 주장).
또, 이 짐은 예수님을 염두에 두고 있다.
“리처드 헤이스는 바울이 여기서 우리의 짐을 가장 잘 져주시는 예수님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주장한다. <갈라디아서>에서 예수님에 대한 기록만 살펴보아도 곧 다음과 같은 말씀들을 만나게 된다. ‘...우리 죄를 대속하기 위하여 자기 몸을 주셨으니’(갈 1:4)... 즉 그분은 인간의 죄로 인한 형벌의 짐을 대신 지시고 십자가에서 죽으시기까지 하나님의 계획에 순종하신 그리스도시다.
뿐만 아니라 바울과 다른 그리스도인들이 지니고 있는 그리스도의 형상, 그분의 고난의 형상에 대한 <갈라디아서>의 기록을 살펴보아야 한다. ... 즉, 남의 짐을 대신 지고 자신을 내어주는 이 삶의 패턴이 그리스도의 본질이었고 바울이 말하는 그리스도의 법(혹은 주 원칙)의 핵심이었다.”(171-172)
“고대의 명예와 수치 문화에서는 ... 당연히 이교도들 중에서 짐을 져주는 것 같은 노예의 일을 하려는 이가 없었다.”(172-173)
현대의 돈에 대한 개념과 예수님 시대의 돈에 대한 개념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그 시대에도 지금도 가난한 자들과 부한 자들이 있다. 바로 그 지점에서 이 책은 다룬다. 바울의 사역에서, 바울이 강조하는 예수님의 모습에서, 우리는 그 배움을 얻는다. 물론, 그 배움은 참 간단하다. 돈이 주인이 되지 말고 하나님이 주인이 되자! 간단하나 현실에서는 너무 어렵다. 예수님 시대의 그리스도인들보단(210) 덜 버겁긴 하지만 그럼에도 어렵다. 이 어려움을 느낄 때 우리의 신앙이 깊어지지 않을까.
‘경제학 강의’란 말에 나는 현대의 금융을 떠올렸는데 그런 책은 IVP에서 나온 캐스린 태너의 <기독교와 새로운 자본주의 정신>을 참고하는게 나을 것이다. 나는 금융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 소화를 잘못했지만 관심있으신 분들은 참고하실만한 점들이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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