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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인문

[책리뷰] 메리언 울프 - 다시, 책으로[어크로스 I 순간접속의 시대에 책을 읽는다는 것 I 한국 사회 I 책 I 독서의 위기]

by 카리안zz 2022.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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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책을 왜 읽을까? 목사이기에 책은 평생 읽어야만 한다. 20대 중반까지 이재철 목사님의 설교와 책을 참 좋아했다. 신학을 전공한 이후에는 성경의 세계를 열어주는 사람이 좋더라. 이목사님의 설교가 그쪽에서 약한 걸 보고는 설교나 책을 거의 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인간에 대한 이해가 참 깊어서 좋았던 기억이 난다. 아직도 문학을 읽어야 한다는 이재철 목사님의 말이 공감이 된다. 목회를 하면서 점점 더 공감이 된다. 지금은 세상을 이해해야 하기에 굳이 문학만이 아니라 다양한 독서가 목사에게는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우리의 교인들은 다양한 세상 속에 놓여있고 거기에 놓여있는 사람들을 우리는 만나니깐. 물론, 인간인지라 모든 다양한 세계를 알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꾸준히 알아가야 한다.

 

 내가 다양한 세계를 알아갈 수 있는 독서가 참 좋다. 사실, 목회자를 안 했어도 나는 독서를 계속 했지 싶다. 독서는 아니지만 군대 2년과 공장생활 1년은 나에게 참 다른 세계를 열어준 시간이었다. 교회를 한 번도 다녀본 적 없던 친구들과 2년 간 뒹굴었던 기억은 참으로 값진 경험이자 기억이다. 늘 담배를 피지 않기에 낯선 사람이었던 내가 기독교 대학 복학 후 학교 안에서 낯설게 담배 피고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왠지 뒤바뀐 시점같았다. 기독교 대학 안에서 한구석 소수의 사람들이 담배를 피고 있다. 내가 살고 있던 세계에서는 담배를 피지 않던 내가 소수였고 낯선 인간이었는데. 물론, 당시 기독교 대학 안에서 흡연실이 있다는 것에 신앙 좋은 사람들은 많이 흥분했지만 가장 보수적인 교단이니 그러려니.

 공장에서도 그렇다. 1년 간 다녔던 그곳에서 나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많이 봤다. 함께 일하진 않았지만 세 공장이 모여있었고, 흡연실은 공동이었기에 그곳에서 늘 마주쳤다. , 난 흡연을 하지 않지만 쉬는 시간 커피를 들고 흡연실에 있었다. 그런데 그후 나는 내 세계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한 번도 마주친 기억이 없다. 요즘도 가끔 그때의 세계를 그릴 때가 있다. 겨우 1년이었지만.

 

 독서에 관한 책을 이야기하는데 이런 이야기를 왜 하는가. 이 책에서도 세계를 이해하는 걸 말한다. 저자는 인지신경학자이자 아동발달학자이다. 전문적인 용어는 아니라지만 흔히 말하는 뇌과학자로 볼 수 있다. 그녀는 읽기란 우리에게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읽기는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모든 아이의 뇌가 자신만의 새로운 읽기 회로를 만들어가도록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즉 기본적인 과정과 기본적이지 않은 과정을 복합적이고 종합적으로 계발, 연결하는데 도움이 되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는 거지요.”(45)

 

 그녀는 깊이 읽기강조한다. 한 지문을 볼 때 대충 눈으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글에 관해 무엇을 생각했을지 주의를 기울이고 반추해보”(74)는 것이다. 이것은 더 나아가 집중을 요하고 느낄 수 있는 생각으로까지 나아간다. “타인의 관점과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은 깊이 읽기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심오한 혜택이라 말한다. 하지만 이것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고독의 시간이 필요하다. 저자는 디지털 매체에만 익숙해져 버리면 우리가 얻어왔던 이 능력들을 잃어버린다고 강조한다. 이것이 이 책을 쓴 이유이다. 후에 저자는 디지털 매체와 인쇄 매체의 균형점을 잡는데 총력을 기울인다.

 

 가장 공감이 많이 갔던 내용 세 번째 챕터다. 위의 내용도 세 번째 챕터의 내용이다. 저자는 읽기의 위기에서 민주주의의 위기를 말한다. 좀 오버가 아닌가 싶었지만 저자의 설명에 수긍되었다.

 

“책들, 그리고 그 속에 거주하는 ‘친구들’의 삶과 감정들로 창조되는 수많은 세계에 우리 자신을 몰입시킬 수 있는 인지적 인내심을 서서히 잃어간다면 결국 많은 것을 상실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영화, 영상으로도 그런 몰입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는 것은 멋진 일입니다. 하지만 글로 명료하게 표현된 타인의 생각 속으로 들어갔을 때만큼의 몰입에는 이르지 못합니다. 젊은 독자들이 다른 누군가의 생각에 느낌을 접하거나 이해해본 적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 그럴 경우에는 십중팔구 자신도 모르게 무지와 공포, 오해에 이르게 됩니다. 그것은 호전적인 형태의 불관용으로 이어질 수도 있으며, 그렇게 되면 다양한 문화의 시민들을 위한 나라라는 미국의 본래 이상은 변질될 것입니다.”(84) / “젊은이들 사이에서 공감이 쇠퇴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 대다수가 몰랐던 불안한 현실입니다.”(88)

 

 물론, 이러한 주장은 젊은이들의 모습을 별로 안 좋아하는 분들의 좋은 근거가 될 것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가끔 분노로 가득찬 아이들을 보면 왜 이렇게 남의 사정을 이해하지 못할까 고민할 때가 참 많았다. 다양한 이유가 있다. 각 나라의 사정도 다르고. 그럼에도 전세계적으로 어릴 때부터 디지털 매체를 가지고 생활하는 아이들이 자라나기 시작한다. 이것 또한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저자는 디지털 매체를 없어져야 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 이미 와버렸고, 잘 사용하려고 많은 노력들을 이 책에 담고 있다. 독서의 진정한 가치를 알았기에 저자는 균형점을 잡으려고 부단히 애쓰는 것같다.

 

 그리스도인들은 성경을 읽는 사람들이다. 저자가 이야기했던 부분에서 성경 읽기를 대입해도 크게 엇나가지 않으리라. 저자는 독서 읽기의 롤모델로 본회퍼를 꼽았다. 생뚱맞게 신학자라니. 종교인들이야말로 요즘 시대 가장 편협하다고 볼 수 있는데 되려 신학자 본회퍼를 말한다. 과학적 방법론이 담긴 책에서 본회퍼라니. 세계가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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