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잘 읽었다! 고대근동과 관련해서 구약을 읽고 싶은 분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구약에 관련된 책들을 읽다보면 고대근동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에뉴마 엘리쉬라던가 우가릿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거기에 관련된 책들을 조금 읽었지만 이 책을 가장 먼저 읽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무엇이 선후관계인지는 모르겠다. 이미 조금 읽었던 것 때문에 정리가 된건지 이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정리가 되어간 건지는 모르겠지만 공부 기초에 상당한 도움을 줄 것이다.
우리는 신화를 어떻게 봐야할 것인가? 흔히 신화라고 하면 거짓말과 판타지가 떠오른다. 성경은 그런 의미에서 신화일까? 아니다. 성경에는 다른 문헌과 다르게 터무니 없는 이야기가 없다. 여기에 대해선 고든 웬함의 책에서 잘 정리를 해놨더라(나중에 웬함 책 소개할 때 다시 이야기하겠음). 딱 복음주의 신앙인들에게 해당할 법하게! 나도 극히 동의한다. 이 책에선 어떻게 말할까?
“‘신화’(myth)라는 말은 학문적으로 사용할 때조차 의미가 다양하다.
첫째로, 신화는 문학적 범주다. 성경학의 가장 기본적인 입문 과정에서 배우는 무용담, 전설, 옛날 이야기, 우화, 소설, 일화와는 구분된다...
둘째는 좀 더 일반적인 차원의 개념이다. 신화는 말하기나 글쓰기의 양식을 묘사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신화는 실제 현상에 대한 상징적 표현이다. 오직 신화만이 이렇게 상징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 정의에 의하면 하나님에 관한 일체의 진술은 신화다. 왜냐하면 인간은 오로지 특정한 상징들을 사용함으로써 하나님을 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학적 범주로서의 신화는 성경에 거의 나오지 않는다. 성경은 하나님과 맞서는 신들을 분명하게 언급하지 않는다. 그러나 바다, 레비아탄, 라합, 그리고 이집트의 파라오와 같은 적대자들을에 대한 언급을 피하기도 어렵다...
만일 신화의 두 번째 정의를 적용한다면 성경 전체가 신화다.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님은 개인들, 지파들, 민족들에 철저히 간섭하는 행위자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이러한 행위들은 오직 인간의 말을 통해서만, 그것도 묘사될 수 없는 것을 묘사하는 상징적 표현에 의해서만 전달될 수 있다.”(25-6)
물론, 신화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되면 불필요한 오해를 발생할 수 있어서 웬만하면 사용하지 않는 것이 한국교회에서는 유익할 것 같다. 배경지식이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면 서로 좋을 것 같다. 굳이 설득하려고도 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냥 용어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오해를 주기 때문이다. 들을 사람들을 위해 그럼에도 한 가지 변호를 하자면 흔히 하는 이야기지만 사실에 대한 집착(?)은 근대의 산물이다. 위의 정의에도 있지만 신화 안에는 역사적인 내용도 있다. 이 책에선 그걸 잘 포착해준다. 그러니 근대 이전에 사람들에게 너무 자신들의 세계를 들이대며 왜 사실로서 서술을 하지 않았는지 묻지 말라. 당시 고대근동의 사람들이 어떻게 세계를 표현했는지를 배우는게 우선된다.
“이스라엘은 역사 안에서 일어난 하나님의 행위를 기초로 실재를 이해했지만 신화론에도 절대로 무관심하지 않았다. 나아가 이스라엘 주변에서 살았던 고대 민족들은 비록 이스라엘과 다른 방법으로 역사를 이해했지만, 역사에 무관심하지는 않았다. 결과적으로 고대 이스라엘뿐 아니라 그 이웃들도 신화와 역사의 관계를 두고 씨름했다. 이 긴 장을 다루는 고대인들의 다양한 시도야말로 이스라엘의 독특성을 이해하는 데 더 많은 도움을 준다.”(32)
이외에도 설교준비에 큰 도움이 되었다. 예수님의 바다를 잠잠하게 하는 행위가 구약에서 야훼의 모습을 잇는 것은 알았지만 꾸짖으시며 잠잠하게 하시는 모티브를 더 확실히 배웠다. 고대근동의 배경을 이야기하니 훨씬 이해가 깊었다. 그 외에도 각 큰 주제에서(시간, 인격, 장소) 신약을 연결시키는 것이 좋았다.
비평학에 대해서 전혀 개념이 없었다. 지금도 거의 잘 모른다. 독일에서 공부하시는 임 목사님께 본문비평, 자료비평, 양식비평, 편집비평에 대해서 한큐에 정리를 해주어서 이야기해주신 게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근데 위에 양식, 편집은 맞는데 나머지 2개가 맞는지 모르겠다ㅋㅋ). 여튼, 제의에 사용되는 본문을 추적할 때 양식비평은 전율을 일으키기도 했다. 많이 모르면 이럴 때 참 좋다.
여튼, 이런 흔히 우리 보수적인 진영에서는 비평학을 이야기하면 자유주의라던가 성경을 안 믿는 사람으로 생각을 많이 한다. 그래서 나도 그런 영향인지 쫄아서 잘 접근을 안했던 것같기도 하다. 하지만 편견이 깨진 것중 하나는 성경을 그저 고대근동의 짜깁기은 책으로 보는 것이 아니더라. 유사점과 차이점을 잘 나열해준다. 복음주의권 책들은 차이점을 들며 변호하는데 최선을 다하는 느낌이라면 확실히 메인학계는 정말 학문적인 말들이 오고간다. 그래서 속으로 “우와”할 때가 많다. 동의여부를 떠나.
위의 설명 말고도 배운 게 넘넘 많았다. 정말 유익하게 읽었다. 무한 신뢰 감은사! 좋은 책 출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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