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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신앙서적

[책리뷰] 랴오이우 - 붉은 하나님

by 카리안zz 2020. 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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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이벤트로 기독교 서적 10권과 일반 서적 10권이 왔다.

기독교 서적 10권 중에선 눈에 띄는게 

김병년 목사님의 '바람 불어도 좋아'와 

이 붉은 하나님이 두 권이었다. 

그 책을 12월 마침내 다 읽었다. 

 

. 느낀 점

 

초반에는 저자의 절제된 어투 때문에

먼가 흡입력이 딸렸다. 

나는 이 책에서 고난 당하던 그리스도인들을 

드라마틱하게 묘사한 줄 알았는데 

저자는 덤덤했다. 

하지만 중후반쯤 그 덤덤함이 이리도 가슴 아릴까. 

마치 얼음 주먹으로 가슴을 툭툭 건드리다가 

후반부에는 무섭게 덤덤하게 치는 느낌이었다. 

 

중후반부가 주로 기억에 남는다. 

그들도 갈등이 있었다. 

정부가 인정하는 삼자교회를 선택할 것이냐

아니면 정부에서 인정하지는 않는 지하교회로 남을 것이냐.

이들이 말하는 삼자교회는 엄밀히 말하면 

공산당 치하에 있었기에 온전한 기독교인이라 말하기 힘들다. 

그렇기에 개종하지 않는 이 중국에 남은 기독교인들에게 

끔직한 고통이 다가온다. 

 

고문과 평생을 감옥에서 살았지만

또, 죽으러 가는 그 순간에 가족간에 대화가 나의 가슴을 무겁게 친다.  

 

 : ..."나는 사상 개조에 실패했소." 예의 목회자의 어조로 아버지는 말했습니다. "변하지 않았으니,이제 내가 당하는 일은 모두 나의 책임이며 또한 받아 마땅한 일이오. 하지만 모든 가족이 나를 따라오지는 마시오. '위에서'하는 말을 잘 듣기 바라오."

 

랴오: "위"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정부를 뜻하는데, 선친의 말은 "하나님"을 뜻하는 것 같군요

 

: 정확합니다. 우리는 아버지의 말뜻을 즉각 알아챘습니다. 이어서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열심히 일해서 먹을 것과 옷을 머련하시오. 개인 위생에 신경 쓰고 건강해야 합니다. 아프면 안 됩니다."

 아버지의 말에 우리는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아버지의 그 말은 아버지가 틈틈이 들려주시던 할아버지와 외국인 선교사들이 해준 이야기였던 겁니다. 나는 아버지께 다가가 눈물을 흘렸습니다. '위에서'하는 말씀을 귀담아 들을게요, 아버지. 하지만 아버지를 필요로 하는 자녀들이 집에 많이 있어요. 사상 개조를 못 해서 집으로 돌아올 수 없다면, 그 자녀들은 어떻게 하죠?" 내 말은 아버지는 목사이며 교회의 지도자라는 뜻이었습니다. 양 떼에게는 목자가 필요했습니다. 

 그때 어머니가 달걀 여섯 개를 꺼내 아버지에게 주었습니다. 아버지는 피 묻은 손을 내밀어 어머니의 얼굴과 가슴과 어깨를 마지셨습니다. 그러고는 달걀을 둘로 나누어 세 개는 갖고 세 개는 돌려주었습니다. 

 

랴오: 삼위일체를 말한 건가요?

 

: 우리는 그 상징을 알아들었습니다. 그 때 간수가 오더니 공지했습니다. "왕즈밍은 사형을 선고 받았다. 형 집행은 내일 공개재판 후 있을 예정이다. 범죄자의 시신은 정부가 처리하며 가족은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p. 173-4)

3부 의 마지막 18장은 의미심장한 이야기로 마무리 된다. 

새로운 시대가 되어 

기독교인이지만 고난을 모르고 자란 젊은 사람과의 대화가 나온다. 

그의 생각을 엿보자.

 

랴오: 지하교회에 다니는 사람은 아나요?

 

: 아니요. 엄마가 교회에 다니기 시작한 1985년에는 청두 시에 지하교회가 없었어요…. 저는 그런 게 대단한 문제는 아니라고 봐여. 우리에게는 한 하나님이 있을 뿐이고 그분은 우리 모두를 인도하시죠. 어디서 예배하는가가 중요한 건 아니예요. (p. 314)

오히려 비기독교인인 랴오가 놀란다. 

나는 그래서 역사를 알려고 하지 않는 이 젊은 세대를 말하며

랴오는 위험을 말하는 게 아닐까.

 

선배들의 고난을 마치 대단치 않은 양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닌양

잊은 것도 아니고 아에 모르는 이 세대에게 말이다. 

(곁가지로 빠지는 말이지만 이런 의미에서 한국 기독교도

현대사에 대한 이해가 이제는 서서히 등장해야 한다고 본다.)

 

아무튼, 

신앙인들의 신성하게도 보이는 그 순교의 역사에 

랴오의 마지막 장은 의미심장하게 보인다. 

 

 

. 메모와 코멘트

 

 랴오: 1950년 초 중국의 삼자애국운동을 설립한 인물 중 한 명입니다. 그들은 중국 기독교회가 서구 제국주의자들과 맺고 있는 모든 유대관계를 끊고 자치, 자양, 자전해야 한다고 주장했죠.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우 목사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어요. 교회가 중국 정부의 통치 아래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거죠. (p. 314)

 

- 한국초대교회사에서도 자치, 자양, 자전의 방식을 썼다고 배웠는데 그 맥락과는 다른 맥락인가 보다.  

 

. 책 속 中

 

 우리는 기도했어요. 길에서도 기도하고, 산을 오르면서도 기도했어요. 그리고 성경을 읽으면서 긴 세월을 견뎠어요. 머리와 마음속에 하나님의 말씀이 한 땀 한 땀 아로새겨졌어요. 정부가 아무리 애쓴다 해도 그렇게 새겨진 말씀은 지워지지 않아요. (p. 58)

 

 나는 입당 원서를 쓸 수 없다고 말했어요. "선배님이 들은 이야기는 소문이 아닙니다." 상사는 크게 놀랐고 짐짓 내 말을 못 들은 척했어요. "나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습니다." 나는 이렇게 말했어요. "내 마음을 이미 정했습니다. 이것이 유일한 선택입니다."

 상사는 화가 나서 노발대발했습니다. "자네는 이미 공산당 체제 안에서 공직을 맏고 있네. 공산당 체제 안에서 봉급도 받고 혜택도 누리고 있으면서, 예수 그리스도를 믿다니? 예수가 뭘 해줄 수 있지? 예수가 자네에게 먹을 것을 주나, 옷을 주나?"

 나는 그의 눈을 바라보며 작심하고 말했습니다. "지금 사직하겠습니다. 나의 영혼을 죽게 할 수는 없습니다." (p. 142-3)

 

 우리 가족은 가난한 농민 계층으로 분류되었지만 그리스도인이었기에 다른 대우를 받았습니다. 우리는 다른 이들처럼 "혁명의 열매"를 조금도 받지 못했습니다. 땅도, 집도, 돈도 우리에게는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p.166-7)

 

우리는 혁명군과 마을 사람들로부터 끝없이 조롱받았습니다. "당신 아버지는 나쁜 사람이다. 하나님을 믿다니, 아버지와 분명히 선을 그어라." "하나님은 구원자가 아니다. 마오 주석과 공산당이 인민의 구원자다. 당신은 하나님을 믿는가, 아니면 마오 주석과 공산당을 믿는가?" (p. 172)

 

랴오: 과거를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프신가요?

: 아니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원망하지 않아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죄인을 용서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오늘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해야 하지요. 그리고 우리에게는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아버지가 복음을 전하던 1960년대 중반 우딩 현의 그리스도인 숫자는 2,795명이었습니다. 아버지의 "명예회복"이 이루어진 1980년에 우딩현의 그리스도인 숫자는 1만 2천 명으로 선장했고, 지금은 3만 명에 달합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사람들의 생각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혼란스럽지요. 다른 어느 때보다 바로 지금이 복음의 말씀이 더욱 필요한 때입니다. (p. 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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