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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신앙서적

[책리뷰] 새라 코클리 - 십자가(정다운 옮김, 김진혁 해설, 비아)[이성과 신비, 삼위일체, 기도, 욕망]

by 카리안zz 2021.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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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낀 점


 작년에 7장 용서까지 읽고 올해 마저 다 읽었다. 군데 군데 좋았던 지점들이 생각났고, 8장 희생, 9장 죽음, 10장 부활을 읽으니 새라 코클리가 이성의 한계를 넘어서는 신비를 추구하는 학자인가 싶었다. 특히나 아케다 이야기(아브라함이 이삭을 '묶어' 바친 이야기)가 그랬다. 

이 명령은 옮고 그름에 대한 우리의 모든 판단, 가족 구성원에 대한 책임 의식, 윤리 체계를 거스릅니다. 이 명령에서는 어떠한 '종교적'인 의미도 보이지 않습니다. (81)


아이들은 아케다 사건을 자신들이 이해할 수 있는 질서에 맞춘 뒤 그 의미를 살피려 했습니다. ... 
... '하느님을 경외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칸트나 근대 유대교 자유주의의 전통이 주장하듯 아브라함이 이사악을 죽이라는 하느님의 명령에 '아니오'라고 말해야 했는지, 아니면 맹목적으로 순종해야 했는지도 이야기했습니다. 유대교 랍비들은 이 이야기를 새롭게 보고, 좀 더 이해 가능한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설명을 내놓았습니다. ... 이 이야기의 핵심은 모든 인간적인 의미가 부서져 버린다는 점에 있습니다. 아케다 이야기는 인간이 붙들고 있는 하느님 상을 깨드립니다. 우리 모두가 암묵적으로 갖고 있는, 상식이라 믿는 것 속에 머물면서 하느님과 협상하려는 생각, 하느님과 흥정을 벌이려는 생각, 하느님을 조종하려는 생각을 부서뜨립니다. 이 이야기에서 우리가 만들어낸 '통제'라는 우상은 완전히 박살 납니다. 아케다 이야기는 우리가 삶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을 완전히 부서뜨림으로써 저 우상에 맞섭니다. 우리는 자신이 만든 '법'을 어기시는 것처럼 보이는 하느님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82-84)


 인간의 한계를 지적하는 멋진 글이었다. 그걸 아케다 전통이랑 엮어서 이야기를 하니 새로웠다. 또한 아케다 사건은 우리의 우상을 부서트리는 것이라는 것 역시. 그 차원을 십자가와 연결시킨다. 아마 이 책의 핵심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 나는 아케다 전통과 십자가를 많이 연결시켰지만 그걸 우상의 파괴, 즉 인간의 통제가 무너지는 것으로 보지는 않았다. 그저 아브라함은 이삭을 바치려 했고 결국 하나님께서 구해주셨지만 하나님은 자신의 아들을 바치셨다. 그 사랑을 말할 뿐이었다. 이 깊은 통찰을 보라! 

해설을 꼭 보라!


 이 책에 가장 큰 백미는 해설이다. 설핏 느껴졌던 작가의 신학과 영성을 뒤에 해설에서 다 정리해준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보니 김진혁 교수가 정리를 했구나. 후덜덜. 새라 코클리하면 나올 수 있는 키워드로 신비, 기도, 욕망이다. 
 저자는 역사주의적이고 이성적은 접근방법, 사실적 지식 등을 배운(하버드와 케임브리지에서 공부를 했다) 최고의 신학커리어를 가졌다. 그런데 그녀는 그녀의 선생들과는 다르게 "그녀는 기도와 예배가 초대교회 교리의 형성과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을 확신했다. 초기 교부 신학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 때문에 어떤 이들은 코클리를 전통주의자, 심지어 제도 교회 중심적인 보수 신학자로 보기도 한다."(115) 신비주의가 비합리적이고 반지성주의로 흐를 여지가 있지만 코클리는 오히려 높은 수준의 지적 엄밀함과 설득력을 갖춘다. 

 그리고 가장 눈에 들어왔던 건 삼위일체, 기도, 그리고 욕망이다! 최근 내가 한 설교 중에 삼위일체를 주제로 한 설교가 있다. 그 내용 중에도 욕망이 있다. 하나의 대조를 세웠다. 높은 아파트 안에 들어가는 것보다 높은 대학 안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욕망보다 삼위 하나님의 사랑의 관계 안에 들어가고 싶어하도록 기도하자고 말했다. 그 욕망을 가지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러한 분석을 새라 코클리는 학술적으로 작업을 했다고 한다. 교부들의 글 속에서, 전통 교리 속에 그 흔적이 있다는 걸 새라 코클리가 전복적으로 읽어냈다고 한다. 아! 그 자료를 볼 수 없을까! 그래도 이 해설을 통해서도 '기도'의 역할이 얼마나 큰지 배운다. 로마서 8장을 기준으로 말을 하는데 구호뿐인 내 설교문인데 로마서 8장의 주해를 더한다면 훨씬 풍성해질 것이다. 삼위일체와 욕망을 주제로 새라 코클리의 작업이 정말 번역되었으면 좋겠다. 간절히 바란다! 

나가면서

 이성과 신비 사이에서 이미 고민한 신학자들이 많다. 이어령 교수의 <지성에서 영성으로>란 책이 있지만 사실상 새라 코클리 같은 깊이 있는 글이 아니다. 새라 코클리는 서구의 2000년 역사를 관통하는 그 엄청난 흔적 속에서 꽃을 피운 것이다. 괜히 새라 코클리가 우리나라와서 한국 교회가 어린 교회라고 말한 게 아니다. 이유가 있다. 우리는 정말 걸음마 수준이다. 한국의 영성과 신학은 앞으로도 서양의 그 깊이와 넒이를 빨아드려야 할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발상이 그저 사대주의 아닌가라는 말에 카운터가 될 것이다. 보라! 고난 주간에 특히!

 

 


책 맛보기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고유의 넘치는, 망가진, 손상된, 잃어버린 사랑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 사랑을 가지고 나아가면 예수는 그 모든 사랑을 받아들입니다. 그뿐 아니라 그는 이 모든 사랑을 자신의 수난을 여는 필수적인 요소로 삼습니다. (27)



교리에 대한 합리적 설명과 논리적 변호도 중요하지만, 그리스도교에서 보다 근원적인 것은 삼위일체의 신비에 대한 우리의 갈망이다. (122, 해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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