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낀 점
김기현 목사님 책을 조금 읽었다. 존 하워드 요더에 대한 책을 낼 거라고 알고 있다. 그 책을 기다리고 있다. 아니면 요더, 하우어워스같은 기독교 윤리학자(?)라고 해야 할까 지형도를 그려주는 책을 내주었으면 좋겠다. 이렇듯 김기현 목사님은 아나뱁티스트이며 나도 저자를 통해서 아나뱁티스트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분은 종교 철학을 전공하셨는데 그래서 변증학같은 분야에 능통하시다. 그래서 이런 책이 가능한 것이다. 내공 없이는 어려운 책이다.
김기현 목사님이 아들과 함께 쓴 책이다. 나는 월간 <복음과 상황> 구독자인데 요즘도 김목사님과 희림군이 편지를 구조 받는다. 이제는 희림군이라기보다는 작가가 어울린다. 김희림 작가는 <여하튼, 철학을 팝니다>의 작가이다. 이 책 내용은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자기의 생각을 쓴 걸로 알았는데 반응이 좋아 책까지 나오게 되었다. 예전 김기현 목사님과 김희림 작가와는 페이스북 친구였다. 그래서 저자가 대략 어떤 일들이 있었고, 김희림 작가같은 경우 고등학교때 일들을 짬짬이 말했던 기억이 난다.
김희림 작가는 경희대 철학과에 재학 중인 걸로 안다. 아마 지금도 재학 중이지 싶다. 정확히는 모르겠다. 확실한 건 이 책을 쓸 때는 고등학생이었지만 지금은 철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이다. 그래서 요즘 <복음과 상황>에서 김기현 목사님과 주고 받는 내용 수준이 어마어마하다. 이미 싹부터 인문학 금수저(?)라고 해야 하나 아버지의 영향에 좋은 토양이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필립 얀시같은 대중적 작가를 꿈꾼다는 걸 본 기억이 있는데 그보다는 철학 쪽에서 탄탄하게 잘 자라나는 것을 기대해 본다. 물론, <여하튼, 철학을 팝니다>를 보니 대중 작가로도 그의 재능은 보이는 듯하다. 기대가 되는 작가이다. (여담이지만, 본 리뷰 책들 중 안광복의 <처음 읽는 서양 철학사>가 있는데 이 책을 페이스북에서 추천한 사람이 김희림 작가이다. 본인도 철학의 흐름을 보려고 이 책을 종종 본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책의 목차를 한 번 살펴보자. 악, 기적, 인간, 기도, 종교다원주의, 성경, 예정, 돈, 과학, 천국이 있다. 나는 이 책을 바탕으로 작년에 중고등부에서 책토론을 도전한 적이 있다. 아이들에게 주제를 두 개 선택하라고 했는데 아뿔사 거의 아이들이 전부 다른 주제들로 하나씩 선택해서 난감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돈'만은 꼭 나올줄 알았는데. 이 중에서 이번에도 '돈'을 한 버 보도록 하자.
'돈'에 대한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
아들의 질문
희림 군(이책에서는 고등학생이었기에 희림 군이라는 표현을 계속 쓰겠다)은 고민이 있었다. 이번 챕터의 큰 제목처럼 "기독교인은 돈을 많이 벌면 안 되나요?"(173) 왜 이런 궁금증이 일어났냐면 희림군의 친구가 기독교 가정에서 자란 자신의 환경을 보니 아무래도 기독교인들은 돈 버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고 봤다.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 봤는데 희림군은 무엇보다 예수님은 부의 재분배를 중요시 여겼다고(174) 생각한다. 마태복음 19장 21절에 부자 청년의 예를 들면서 자신의 재산을 나눠주라고 했던 예수님을 예로 든다. 그러면서도 돈의 위험성을 예수님께서 지적하셨다는 것에도 동의를 한다. 그런데 희림군은 돈을 좋게 사용하면 괜찮은 것은 아닌가 묻는다.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을 말하면서. 그리고 소설뿐만 아니라 현실에사도 백화점 왕 존 워너메이커, 빌 게이츠, 워렌 버핏같은 부호들도 그렇지 않냐고 말한다.
이제 희림 군은 하고자 하는 질문을 한다.
이제 슬슬 질문이 마무리되네요. 예수님께서 돈에 대해서 언급하신 많은 구절들과, 돈을 많이 소유할 때 따르는 위험과, 또 반대로 돈을 훌륭하게 사용하는 사례들을 모두 고려할 때, 우리 기독교인들은 돈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 그렇다면 우리는 돈을 얼마나 벌어야 할까요? (178)
과연 이같은 어려운 질문에 아버지는 어떻게 대답할까?
아버지의 답장
아버지 김기현 목사님은 먼저 돈을 얼마나 벌어야 적당한지 말하기 전에 돈이 왜 중요하고 신앙과는 어떻게 연관이 있는지 짚어본다. 김기현 목사님은 빌리 그래함 목사님의 말을 인용한다. "당신이 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말해 주면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182) 이 말은 "내가 어떤 그리스도인인지를 판단하는 가늠자가 다름 아닌 돈"(182)이라는 것이다.
역사상 그리스는 지혜를 최고의 가치로, 로마는 용기를, 유교 문화권인 동아시아는 인의를, 기독교의 뿌리인 히브리 문명은 믿음을 최고의 덕목으로 여겼지만 지금은 자본주의 사회 자본이 최고의 덕목으로 여겨지는 사회라고 김기현 목사님은 지적한다. 위의 문화권에서는 돈보다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모두가 동의했던 것이다. 그래서 김기현 목사님이 내놓은 돈의 정체는 첫째, 돈은 신이다(183)라는 답변이다. 돈은 하나의 신이 될 수 있는 사회다. "하나님의 피조물 중에서 하나님의 자리를 넘보고, 다투고, 차지하려는 가장 강력한 우상이 다름 아닌 돈"(184)이다. 그렇다. 돈은 우상이다.
그렇다면 돈을 무조건 거부하며 이 세상의 문명을 벗어나서 산 속으로 가야할까? 아니다. 김기현 목사님은 돈의 두 번째 모습을 말해 준다. 둘째, 돈은 선이다(185). 모순이 아닌가? 흐름대로라면 돈이 악이라 말해야 하지 않을까. 왜 선이 될 수 있냐면 돈은 창조물일 뿐이여서다. 그렇기에 선하신 하나님께서 만드셨기에 선해질 수도 있다. 그래서 돈 그자체는 악이 아니다. 그냥 돈이다.
조금 애매한 대답이라고 저자 자신도 말하곤 저자는 질문의 답변을 이어간다. 자신의 두 가지 원칙을 알려 준다. 하나, 돈이 내게 신이 되지 않을 만큼. 둘, 돈으로 선을 행할 수 있을 만큼"(187)이라고 답한다. 그리고 더 명확한 질문을 이어가는데 성경은 돈을 얼마나 벌어야 되는지 분명히 말하지는 않지만 "어떻게" 벌어야 되는지는 명확히 이야기한다. 그 예가 삭개오다. 삭개오는 세금을 거두는 세리이며 그 세리의 장이었다. 그러나 당시의 세리는 유대민족으로서는 할 짓이 아닌 행동이었다. 얼마만큼의 세금을 로마에 보내면 나머지는 다 세리의 몫이었다. 그러니 자연히 엄청난게 많이 거두어들이지 않겠는가. 그런 세리장이 예수님을 만난 뒤 삶의 태도가 달라진다. 그의 고백이다. 누가복음 19장 8절 내용인데 "주님 보십시오. 내 소유의 절반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겠습니다. 또 내가 누구에게서 강제로 빼앗은 것이 있으면, 네 배로 하여 갚아주겠습니다."(188) 고백한다. 록펠러처럼 돈을 세상에서 가장 많이 벌어서 십일조를 했다지만 그가 돈을 벌었던 행위는 악했다. 그리고 저자는 존 웨슬리의 대답을 언급하고 글을 마무리 한다. 존 웨슬리의 대답은 이렇다.
첫째, Gain all you can, 할 수 있는 만큼 벌어라.
둘째, Save all you can, 할 수 있는 만큼 저축하라.
셋째, Give all you can, 할 수 있는 만큼 주라. (190-191)
그리고 여기에서 김기현 목사님은 자신의 말을 하나 더 보탠다. "할 수 있는 한 빨리 주라"(191)
이제 저자는 아들에게 마지막 당부를 한다. 성경을 많이 읽는 것도, 기도를 얼마나 했는지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이다. 저자는 확실히 알고 있듯이 궁금증을 풀어주기보다는 책임감만 심어준 것 같아 걱정이 된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세상을 먼저 살아본 아버지의 다짐이 살짝 엿보인다.
저자도 알고 있듯이 아들의 궁금증을 명확히 풀어주기보다는 돈이 무엇인지에 접근한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너무나 많기에 우상의 속성을 가진다. 신의 자리로 올라갈 수 있다. 그 위험성을 누구보다도 기독교인들은 알아야 하며 힘써 싸워야 한다. 싸워야 돈을 잘 쓸 수 있다. 그리스도인들이여! 싸웁시다!
나가면서
아들과 이런 대화들을 오고가면 참 의미가 있겠다 싶다. 나도 훗날 이렇게 가정을 꾸리면 이렇게 대화를 해나갈 수 있을까. 좋은 모습에 괜히 뿌듯해진다. 유익했던 책이다.
책 맛보기
너도 알다시피 악에 대한 최고의 대답은 놀리적 답변이 아니야. 말끔한 합리성이 허무하게 무너지는 영역이 바로 악과 고통의 영역이지. 네가 <미션>으로 물었으니 그 영화로 대답을 마무리할게. 노예상인들이 그랬지, 세상은 원래 그런 거라고. 그러자 주교는 처연하게 말하지. 우리가 그렇게 만든 거요.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세상을 망가뜨려놓고서는 하나님을 소환해내서, 왜 침묵했느냐, 뭐하고 계시느냐고 따지곤 해. 기실 역사의 죄악들은 인간들이 저질러놓고, 하나님을 자기의 죄를 합리화하는 데 교묘하게도 끌어들이지. ('악', 32)
성경은 기적은 하나님께서 자연법을 깨뜨리면서 개입하신느 게 아니야. 성경은 기적을 그렇게 인식하지 않았어. ('기적', 44)
기적은 자연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주인이신 하나님께서 방문하시는 거야. ('기적', 45)
신앙은 기적을 낳지만, 기적이 반드시 신앙을 만들지는 못해. ...
... 신앙은 기적을 일으키지만, 기적을 추구하지는 않는 거야. ('기적', 49)
인간에게는 정녕 유전자의 수준에서 설명될 것이 있지만, 유전자가 인간의 전부를 결정하고 유전자로 인간의 전부를 설명한다는 것은 과학의 과욕이고 교만이야. ('인간', 67)
인간은 하나님과 결코 무관할 수 없는 존재고, 하나님과의 관련 속에서만 참다운 인간이 된다는 것이 기독교 인간학의 독특성이지. ('인간', 70)
인간의 우상화란 인간을 신적인 존재인양 신격화하는 거야. 인간의 대상화는 그 반대로, 인간을 한낱 이용할 가치로 보는 거지. 하나님께서 창조하셨기에 인간은 신이 될 수 없고, 하나님께서 창조하셨기에 어떤 것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할 수 없어. ('인간', 71)
예정의 핵심은 하나님의 주권이거든. ... 구원은 인간의 노력으로 쟁취할 수 없고, 인간의 의지로도 성취할 수 없거든. ('예정', 160)
나를 가난하게도 마옵시고 부하게도 마옵시고 오직 필요한 양식으로 나를 먹이시옵소서. 혹 내가 배불러서 하나님을 모른다, 여호와가 누구냐 할까 하오며 혹 내가 가난하여 도둑질하고 내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할까 두려워함이니이다. (187)
'책리뷰 > 신앙서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리뷰] 강영안 - 믿는다는 것 (0) | 2020.04.13 |
---|---|
[책리뷰] 데즈먼드 투투 - 용서 없이 미래 없다 (4) | 2020.04.13 |
[책리뷰] 래리 허타도 - 처음으로 기독교인이라 불렸던 사람들 (1) | 2020.04.03 |
[책리뷰] 손봉호 - 주변으로 밀려난 기독교 (0) | 2020.04.01 |
[책리뷰] 오스 기니스 - 르네상스(어두운 시대를 밝히는 복음의 능력) (0) | 2020.03.2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