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책을 샀다.
올해 철학 공부를 하려고 샀다.
강영안 교수님의 인터뷰에서 이 책을 먼저 읽으면 괜찮다고 말씀하셔서 바로 샀다.
그런데 신대원 입시는 원래 성경, 영어, 국어 였는데 올해 바뀌었다.
이제 성경, 영어, 철학이다.
영어도 원래 텝스만 치고 시험은 국어와 성경만 치면 됐었는데
이제는 영어도 자체시험이고 철학 시험도 처야한다.
졸지에 철학은 입시 준비가 되었다.
어쨋든
이 두꺼운 책을 다 읽었다는 데 나에게 칭찬을 하고 싶다.
(물론 다 읽었지만 다 이해했는지는 별개이다.)
철학사를 단지 아무리 두껍지만 1200페이지로 요약을 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이다. 그래서 간략간략간략인데
아무리 간략하게 한다해도 1200페이지는 무리라고 생각될 것이다.
하지만 저자 역시도 그것을 잘 알고 있다.
그것이 한계이지만
철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 정도의 개략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으로 그 분과를(프랑스 철학이라든가 독일 철학이라든가)
통달했다고 자위하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ㅎㅎ
나는 어쨋든 이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점은
철학자들의 이름을 알아가는데 있었다.
읽으면서 근대철학자에 대해서는 다시금
다른 책으로든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매력적이기도 하고 이 지점을 잘 공부하면
현대에까지 오는 관점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그리고
키에르 케고르를 읽으면서 느꼈던 점이 있다.
그의 챕터에서 메모를 써본다.
'여태 나온 철학자들 중에 가장 많이 공감이 되며 마음이 꿈틀 꿈틀 된다.'
평소에도 약혼녀와 파혼을 하고 은거를 하며 자신의 주장을 피력했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본인이 그렇게 숨으면서 마치 선지자적 메시지를 던졌다는 사실은 미처 몰랐었다.
이 챕터에서 표시해둔 부분을 적어본다.
"신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인간이 되어 세상에 나타났다는 신앙, 지성에 대해서는 영원히 역설이고 부조리일 수밖에 없는 이 신앙, 우리에게는 오직 은총에 의해 천상에서 하사된 것이지만 동시에 이성을 초월하는 영역으로의 '도약'을 뜻하는 이 신앙이 무미건조할뿐더라 외양에만 치우친 시민적 교회세계, 착실한 시민들이 조금치의 내적 감동도 없이 세례나 견진성사를 받고 혼인을 올리는 그런 교회세계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p. 795)
"'오늘날 시행되는 공공 예배에 참석하는 일을 그만둔다면 무거운 죄를 한 가지 면하게 될 것이다. 실상은 그렇지도 않으면서 신약성서에 근거한 기독교인 양 속여 신을 우롱하고 마는 그런 의식에는 참여하지 말라.' 이처럼 당시에는 그의 어조도 더욱 격렬해졌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기독교를 위해 투쟁한다거나 자신도 기독교도라는 주장은 절대 하지 않았다. 그에게 기독교란 너무 숭고한 것이어서 감히 자신이 그 진리의 증인이라거나 순교자라고는 말할 수가 없었다. '내가 희생자가 되었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나는 기독교를 위해 희생된 것이 아니라 정직하려 했기에 희생되었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나는 감히 기독교도라 자처할 생각이 없다. 그러나 나는 정직하려 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그럴 것이다.' 그는 이런 확신을 작고서 죽음을 맞았으며-그는 끊임없이 회의하는 사람이었지만 이런 투쟁에서 신의 의지를 받들고 있다는 확신만은 변함이 없었다." (p.795-6)
"좀 더 일반적으로 말해서, 키르케고르 이후의 세계는 그가 등장하기 이전의 세계와 다른 모습일 수밖에 없다. 이런 평가가 합당한 인물은 소크라테스나 칸트 같은 극소수의 위대한 사상가들 뿐이다"
다음 느낀 점은
철학사에 등장하는 신학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중세야 당연하지만 근대로 오면서부터 신학과 철학은 거리가 멀어진다.
어쟀든 한스큉이 나오고 칼 바르트, 슐라이마허, 마르틴 부버 등등
교차적으로 신학사와 철학사를 읽으면 괜찮겠다.
그런 면에서 맥그라스의 '신학이란 무엇인가'와 '기독교 그 위험한 사상의 역사'가 기대된다.
다음으로는
니체에 대해서다.
니체가 왜 그리 애처로워 보일까.
단순히 목사의 아들이라서 그럴 수 있다.
진중권, 김용민에 대해서 나는 그러한 애정이 있다.
(물론 지금의 난 핫빠지 목회자 후보생이지만;;)
진중권과 김용민이 많은 욕을 먹지만
그 욕등 중 하나가 참 내 가슴을 아프게 했다.
'목사 아들이라서 그런지 간증 잘하네'
사실 이 동네가 살벌한 비판을 많이 해서
이 정도는 비판 축에도 끼지 못한다.
그런데 나에겐 참 아픈 비난이다.
목사 아들은 늘 목사라는 타이틀을 끼고 다닌다.
목사 딸 메르켈.
좋은 점에서든 나쁜 점에서든
나조차도 목사와 연결지어서 보려고 한다.
어쩔 수 없지만서도 참 갑갑하다.
오죽하면
니체가 미치기전
말을 끌어앉고 울었다는 대목에서 울컥했겠는가.
우리는 기독교든 교회든 욕을 하는 이들에게
적대적인 입장을 취한다.
그러나 그리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니체를
'신은 죽었다'를 외친
반 기독교적 인물로 본다.
그러나 그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목사의 아들인 그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의문을 품지 않는다.
왜? 그는 교회와 하나님을 욕한 인간이기에?
하.
두서 없는 말들을 왜 이리 주절 거리는 걸까.
이야기를 끝낼때인가 보다.
이 책의 말미, 현대 철학에 와서는 집중력이 저하되었다.
고대, 중세, 근대야 사실 익숙한 철학자의 이름이 많이 나오지만
현대에서는 비트겐슈타인, 칼 포퍼, 존 롤스 이외에는
그다지 익숙한 인물들이 아니여서다.
어쨋든
세계철학사를 공부해 보고 나니깐
좀더 시야가 확장된다는 느낌이 든다.
일례로
얼마전 톰라이트가 비판적 실재론 입장에서
학문을 시작한다고 하던데
이 책을 읽다가 비판적 실재론이 나오는 것이다!
공부는 이리해야 제 맛!
아, 칼 바르트의 전기를 초반 조금만 봤지만
거기서 야콥 부르크하르트가 나와서 바르트의 외가쪽 친척이다라고
나왔는데 전기에선 야콥 부르크하르트가 대단한 인물로 설명해서
음 그런가? 싶어 넘어 갔는데
세계 철학사를 읽다가 그가 등장하는 것이다!! 오오!
혹시나 싶어 다시 확인해보니 그가 그였다.
역시 공부는 이리하는 것이다!!
휴.
잡설이 너무 길었다!
어쨋든 시야의 확장!
너무 유익한 책이다!
다음 철학책을 읽게 된다면
'철학의 뒤안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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