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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인문

[책리뷰] 김웅 - 검사내전 #250

by 카리안zz 2020.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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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낀 점

 내가 본 책과 웹툰 중에 드라마로 방영된 작품이 몇 개 있다. 문유석 판사의 <미스 함무라비>와 광진의 <이태원 클라쓰>가 대표적이다. 더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ㅠ 여튼 이 책 역시도 최근에 Jtbc에서 <검사내전>으로 방영되었다. 이 책과 얼마나 내용이 이어지는지 모르겠지만 별로 알고 싶지도 않다. 

 

 김웅. 한동안 그의 이름이 계속 들렸다. 그가 검사를 그만두면서 쓴 글과 그가 미통당에 입당한 것 때문이다.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을까? 나는 솔직히 미통당은 최악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이 당에 들어간 사람이 무슨 정의로운 소리를 지껄였을까. 왜 갑자기 정의가 갑툭튀? 입맛에 골라서 기소를 하는 것처럼 당신의 정의도 선택적인가? 당신이 최소한 정의를 외칠 거라면 김ㅎㅇ때 좀 어떻게 소리를 내지? N번방이 최근에 엄청난 이슈다. 김ㅎㅇ가 별장에서 벌였던 행던 행동들도 N번방의 현실판 행동이 아니냐. 거기 여성들도 일반인이였다가 영상촬영당하고 유출시킨다고 협박당한 그런 짓들을 당하지 않았냐. 그런 쓰레기 같은 놈 기소를 몇 년간 안 해? 나는 조국 건드린 것보다 더 빡친 건 김ㅎㅇ 사건 때문이었다. 여튼, 주진우가 김웅을 인터뷰한 것인데 나름 뭐 이런 사람이다. 

https://youtu.be/Doex09lV8ns

 

 여튼, 김웅 씨의 행보가 마음에 안 든다고 리뷰를 안 할 수도 없고. 그래서 몇 몇 기억에 남는 점을 이야기해 보겠다. 책 <4장 법의 본질> 부분을 제외하면 참 재미있다. 검사 생활하면서 일어난 일화가 참 재미있긴 하다. 

 

김웅은 왜 '또라이'라는 별명이 붙었을까?

 일단, 검찰이라는 조직은 굉장한 수직문화다. 법조계 자체가 좀 그러한 경향이 있다. 거기에 대해선 김두식의 <불멸의 신성가족>에서 어느 정도 이야기를 했다.2020/01/30 - [북리뷰] - 김두식 - 불멸의 신성가족

 불멸의 신성가족에서도 나오지만 검사와 판사들 간에 이상한 취미가 있다. 술자리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 일화를 그대로 옮겨 보겠다. 

한번은 평소처럼 밤늦게 야근을 하고 있는데 차장검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차장검사가 법원 판사들과 회식을 한 모양인데, 2차로 간 술집에서 흥이 과했던지 법원 수석부장판사와 내기를 한 것이었다. 그 자리에서 각자의 부하직원들을 호출해 어느 쪽이 더 많이 나오는지를 내기한 것이다. 부르기만 하면 마냥 달려오는 것을 바랄 거면 개를 기르면 된다. 그것도 아키타나 진돗개, 허스키처럼 충성심 강한 개를 기르면 되는데 왜 그런 짓으로 귀한 시간을 소비하는지 지금도 이해가 안 된다. 아무튼 차장검사는 나더라 검사들에게 연락해 나오도록 하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각 부의 총무검사(부서의 식사 메뉴와 식당을 정하는 막내 검사)들에게 전하를 걸어 차장의 지시를 그대로 전달한 뒤 나는 계속 사무실에 남아 일을 했다. 차장이 나에게 나오라고 말한 것은 아니었고, 또 차장은 잘 몰랐겠지만 검사는 개가 아니다.

 다음 날 난리가 났다. 아마 내기에서 졌나 보다. 그런 내기에 이긴 법원이 더 한심했다. 아침에 차장이 부장들을 불러 싫은 소리를 했다. 그러자 부장이 아침부터 바쁜 검사들을 불러 일장 훈시를 시작했다. 이것은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고 했다. 아! 나는 그때 얼마나 자존심이 장마철 반지하방 습기처럼 많기에 그런 하찮은 내기에까지 거는 건지 진심으로 감탄했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자존심이 부족했으면 그걸 그리 다이아몬드처럼 귀하게 여겼는지 스스로 많은 반성도 했다. 자존심이란 그런 데 쓰는 건가 보다. 

 차장이 더욱 화가 났던 것은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또 자신의 전화를 받기까지 한 내가 나가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부장은 날 보며 이것은 검찰의 단결심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술자리에서 차장이 부르면 달려가주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냐고 했다. 그럴 때 달려가주는 것이 단합이고 팀스프릿이라고 했다. ...

 ... 그런데 부장이 그런 이야기를 하니 마치 차장이 충무공에 비견되는 것 같아 아주 기분이 나빠졌다. 그 결과 순간의 격분을 억제하지 못하고 나도 한마디 했다.

 "그게 단합이면, 그럼 제가 술 마시다 차장님을 불러도 차장님이 나와주나요?"

...

 그 후 부장은 두고두고 나를 '사이코'라고 지칭하면서 '지가 술마시다가 부르면 차장도 나와야 한다고 말하는 놈'이라며 그 근거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주곤 했다고 한다. (272-275)

 사실, 이런 당찬 모습때문에 그를 좋게 보았다. 저렇게 수직적인 조직에서 고개를 드는 검사라니. 보통 그런 검사는 빨리 검찰을 나온다고 하던데. 여튼, 기개하난 좋았다. 

 

 

사기, 그 엄청난 파괴

 이 책에는 사기당한 목사님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 목사님은 개척교회 목사님이시다. 근데 큰 교회로 교회를 옮기고 싶었나 보다. 예수님을 큰 교회로 모셔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나...ㅎㅎ 그리고 교회 건물을 싸게 사는 방법으로 법원 경매를 알게 되었다. 잘만하면 10% 이상 싼 값에 건물을 살 수 있단다. 하지만 법원 경매는 그리 만만한 게 아니다. 결국 헛걸음을 했고 아쉬운 마음에 국밥 한 그릇이나 먹고 집에 가기로 했다. 서초구 법조타운에선 국밥집이 잘 없는데 목사님은 국밥집을 찾기 위해서 뒷골목까지 오게 되었다. 그런데 뒷골목에 경매 컨설팅 사무실들을 발견하게 된다. 이렇게 사무실들이 많은 걸 보니 경매에 낙찰받는 요령이 있나 싶었다. 그런데 김웅 검사는 이 사무실들을 개미를 잡아 먹는 개미귀신이라고 말한다. "이 사기꾼들에게 걸리면 누구라도 그 마수에서 벗어날 수 없다."(리디북스 아이패드 기준, 65)

 사기꾼의 여러 사기술이 나온다. 이를 다 옮기진 못하겠고 무서운 점은 여기에 있었다. 사기의 첫 번째 공식은 욕심을 자극하는 것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사기는 피해자의 욕심을 이용한다. "논리와 이성의 천적은 부조리가 아니라 욕심이다. 아쉽게도 우리의 주성분은 욕심, 욕망, 욕정이다. 우리는 '욕심'이라는 거친 바다 위를 구멍 뚫린 '합리'라는 배를 타고 가는 불안한 존재들이다. 마땅히 쉼 없이 구멍을 메우고 차오르는 욕심을 퍼내야 한다."(72) 이 욕심을 자극하고 그들은 기가막힌 사기극을 펼친다. 

 

목사님은 예배 시간 빼고는 늘 안 박사와 붙어 다녔다. 안 박사는 같은 일을 한다는 윤사장명동 전주의 하수인이라는 김 선생을 소개해주었다. 김 선생 뒤에는 김 회장이라는 명동 전주가 있다고 했다. 또한 국정원 간부라는 윤 국장도 잠깐 만났다. 윤 국장은 사실 만날 수 없는 사람이나 목사님이 하도 조바심을 내니 특별히 만나게 해주는 거라고 했다. 안 박사는 일을 그르치지 않으려면 윤 국장에게 잘 보여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남산 사무실에 있다는 윤 국장을 명동 중국대사관 앞에서 만날 때 목사님은 마치 예수님 목도하듯 덜덜 떨었다. (73)

 

 이제 돈을 다 빼먹은 뒤에는 그들은 그들의 본성을 드러낸다. 이제 안 박사나 김 선생을 만나가기 쉽지 않다. 여러 핑계에 시간이 길어지고 목사님은 빚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목사님은 계속 꿈을 꾼다. 이런 호구를 사기단은 가만히 두지 않는다. 국정원 간부가 수고비를 요구한다고 또 돈을 뜯어낸다. 목사님 입장에서는 이런 큰 특혜를 받는데 당연히 그런 요구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교회 사람을 통해 수천만 원을 넘겼다. 정말 사골까지 우려내는 사기꾼들이었다. 무려 7년간 목사님은 사기꾼들에게 끌려다녔다. 

 이들이 이렇게 오랫동안 사기 행각을 벌일 수 있었던 이유가 있다. 

 

이유는 조직을 특이하게 구성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기 조직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사기꾼 '인력 풀'이었다. 누군가 새로운 사기 수법을 개발하거나 호구를 물어오면 그때부터 조직과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피해자를 속이는 주포, 바람잡이, 명동 사채업자, 사채업자 하수인, 국정원 직원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조직원을 그때그때 소개받아 영입했다. 그러나 보니 말이 조직이지 서로 일면식도 없었다. 따라서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쉬웠다. (76)

 

 결국, 사기단은 검거되었지만 목사님의 삶은 모든 것이 엉망이 되었다. 재산은 모두 잃었고, 부인과 헤어졌고, 충격에 뇌졸증까지 왔다. 지금은 앉지도, 걷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한단다. 그런데 사기를 친 이들의 형량은 1~2년 정도다. 저자는 재판정에서는 "피해자의 반신불수보다 피고인의 치질이 더 중병 취급을 받는다"(79)고 했다.

 사기를 치는 놈들은 강력하게 처벌할 수 없을까?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트렸는데. 몰론, 사기당한 본인에게 완전히 잘못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사람의 손을 이용하는 악마들이 아닌다. 그들은 반드시 심판을 받을 것이다. 

 

미국의 의료체계는 왜 저 모양일까?

 안 그래도 요즘 우리나라 의료체계에 대한 극찬이 이어진다. 코로나 검사비용만 해도 해외에서 수 백만원인데 우리 나라에선 십 얼마이다. 이에 대해선 <유시민의 알릴레오 - 김용익 건강보험공단 이사장>편을 참고해보면 좋을 듯하다. 여튼, 해외는 왜 저렇게 되었나를 김웅 검사는 법때문에 저렇게 되었다고 말한다. 

 변호가 많아지면 당연히 양질의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법률서비스를 다양하게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김웅 검사의 이야기는 정반대였다. 이들이 먹고 살기위해 법적 분쟁을 더 만들어 낼 거라고 말이다. 그 예로 미국의 의료게를 말한다. 미국 의료계에선 무분멸한 소송이 많이 일어났다. "20세기 후반부터는 의료과오소송이 빈발했다. 원고들이 승소하는 경우는 드물었으나 잦은 소송에 시달리면서 병원 치료비와 보험료가 엄청나게 상승했다. 게다가 20세기 후반에 접어들면서 병원과 보험회사에 책임을 지우는 몇몇 기념비적인 판결이 나왔다. 그런 판결은 불쌍하고 약한 서민들의 손을 들어준 정의로운 결말이라고 대다수에게 환영받았다." (321)

 결국에는 "의료과오소송에 시달리던 병원들은 아주 희박한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했고 결국 불필요한 검진과 고가의 진단장비 사용을 증가시켰다. 당연히 이것들은 의료비를 천문학적으로 끌어올렸다. 헬기로 이송했다면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이유만으로 엄청난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는 판결이 나오자 대부분의 병원들은 그다지 급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헬기를 불러 환자를 이송하게 했다. 그래서 미국의 응급실에 가면 느닷없이 헬기를 타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 비용은 모두 환자와 보험회사에 청구된다. 당연히 보험회사는 살인적인 보험료 인상과 보험 가입 거절로 그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했다. 그래서 미국의 의료보험이 그 모양이 된 것이다. 선의가 꼭 좋은 결과만 낳는 것은 아니다."(322)

 물론, 이 주장은 의료계나 의료버험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 내가 김웅 검사에 대한 불호가 높지만 그것보단 김웅 검사는 여기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여러개 논리적인 연결이 그렇게 이음새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변호사 숫자↑ -> 먹고 살기 위해 법적 분쟁↑ -> 이 예로 미국 의료 보험 체계>를 김웅 검사는 말한다. 이 연결고리가 뭔가 더 실증적인 증거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 분야의 문외한이라서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그런 빈 논리들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여튼, 그래도 김웅 검사의 이야기도 머릿속에 넣고 있으면 나중에 이 분야의 사람과 이야기할 때 내용을 꺼내볼 수 있겠다. 물론, '책에서 봤는데...'로 시전해서 좀 민망하긴 하지만. 

 

나가면서

 그래도 검사가 어떤 일을 하는 지 재미있게 읽었다. 그의 지금 선택을 알고 이 책을 알았다면 절대 읽을 일은 없었겠지만. 재미로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법조계에 대한 것은 위의 링크를 걸었듯이 김두식의 <불멸의 신성가족>이 더 얻을 것이 많다. 왜냐면 김웅 검사같이 법조계 종사들을 여러명 인터뷰했기 때문이다. 

 영화와 현실을 분리되었다고 믿는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이후 나는 그 경계가 흐려졌다. 내부자들의 이야기가, 베테랑의 이야기가 현실 속에서 더욱 잔혹하게 일어나는 것을 보고 그렇다. 영화 <더 킹>은 어떤가? 검찰 특수부 이야기의 영화다. 이 영화를 보고 '설마 그랬겠어?' 싶었지만 몇몇 보이는 행태들은 그 모습을 그려낸다. 그래도 영화는 모든 검사는 성실한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일부 정치검사들이 문제지. 그래서 영화의 말미에 그런 성실한 검사가 검사의 관리자가 되어야 한다고 그려내는 장면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조국 사태 이후로 검찰에 대한 인식이 참 부정적으로 변했다. 개인적으로 조국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지만 너무나 무리한 수사가 왜 일어날까 싶었다. 무리하게 해야 될 것에 하지 않고 말이다. 그래서 살짝 일반 검사들도 올바른가? 검사동일체인데? 라는 생각을 요즘 가진다. 

 그래도 김두식이 가진 것처럼 희망을 가져보려고 했다. 하지만 새내기 검사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판사 앞에서 화를 내며 소리쳤다는 말을 들으니 그 희망이 있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공수처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김웅 검사님. 공수처 땜에 박치셨죠? 저는 당신들의 무분별한 기소권에 빡쳤습니다. 공수처는 가야합니다. 이 책, 온갖 좋은 말들을 많이 했지만, 저자의 미통당 입당으로 추천하지 않는다. 미통당에는 저자가 그토록 부조리해 보이던 곳의 온상이다.  

 편향된 리뷰를 이만 마치겠다.


책 맛보기

 

청년에게 희망을 주라는 말도 사기라고 했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자식들에게 희망이 아니라 특혜를 준다. (18)


경청은 무작정 남의 말을 잘 듣는 것이 아니다. 경청은 콘서트홀에서 가수의 노래를 듣는 것과 다르다. 경청은 끊임없이 서로 간의 교감과 이해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160)


그가 그 많은 시간 동안 피케팅을 할 때 누구도 그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심지어 검찰에서는 구속까지 했다. 검찰은 그 사람의 진심을 보지 못했다. 변명하자면 그건 검사실에서 이타적인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한여름에 눈을 보는 것보다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행동 원인을 찾을 때 공익이나 이타적인 목적 따위는 고려해본 적이 없다. 그 사람이 길 위에서 보낸 그 많은 시간을 해석하면서 난도 그렇고 다른 검사들도 그렇고 결코 이타심이라는 가설을 세워본 적이 없다. 서민 아파트 아이들이 등교하다 지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들의 아파트에 울타리를 치는 사람들, 장애인 학교를 막기 위해 삭발하는 사람들, 신공항 유치하기 위해 삭발하는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어두워졌다. (171)


'법이 무엇이냐'는 질문은 '인간'에 대한 질문과 같다고 한다. 법뿐 아니라 모든 인문학이 그럴 것이다. '존재란 무엇인가'하는 질문은 존재 그 자체가 아니라 그와 관련된 모든 것에 대한 질문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253)


그 뒤로도 나는 늘 그 모양이었다. 높은 사람들 앞에서 폭탄사할 때 "검찰에 쓰나미가 몰려올 것 같은데 이렇게 한가로이 술이나 마시고 있어 걱정입니다"라고 말해서 다른 선배들을 기함하게 만들기도 했고, 검사장이 등산을 가자고 할 때 떼로 산에 가는 거 싫어한다며 거절하기도 했다. 그래도 검사로서 생활하는 데 별 탈은 없었다. (269)


원인을 찾아내는 것보다 자신이 틀릴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293)


실제로 우리는 부정의가 무엇인지 금방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지각한 홍길동을 벌세우는 것은 부정이 아니나, 홍길동과 전우치 모두 지각했는데 홍길동만 벌세우는 것은 부정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다. 따라서 판결이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고려'라는 말장난으로 방어하는 것은 너무 궁색하다. 그건 누구나 부정의라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가피한 것이라고 주장하게 되면 신분제 사회의 착취를 신의 뜻이라고 윽박지를 때와 같은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336)


사람들이 실은 알고 있으면서도 간과하는 것은, 법은 불구이자 어느 하나만이 옳다고 선언할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결함을 지닌 분쟁 해결 방법이라는 점이다. 일도양단과 이분법적인 해결 이외에 다른 방법을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법은 아직도 유일한 분쟁 해결 방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법에 대한 의문이나 반성은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는다. (348)


검사가 바로 세워야 할 정의는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옳고 그름이 아니라 '절차적 정의'이다. (355)


피해자와 지역공동체에 끼친 해악을 바로잡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회복적 사법 이론에서는 국가가 수사를 해서 범죄자를 처벌하는 것보다 피해자, 가해자, 지역공동체가 모여 범죄로 인해 발생한 피해를 어떻게 원상회복시킬 것인지를 고심하는 것이 형사 사법 절차의 핵심이 된다. 결국 이것은 과거와 같이 대부분의 문제 해결을 다시 사회와 공동체에게 맡기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회복적 사법 이론은 스스로 피해자 중심주의, 지역공동체 중심주의라고 주장한다. (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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