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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인문

[책리뷰] 이정모 -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by 카리안zz 2020.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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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낀 점

 이정모 관장님 글은 칼럼으로 종종 접했다. 소문났지만 글빨이 참 좋다. 그런 글빨은 서민 이후의 처음이었다. 돌려까기랄까ㅋㅋ 이 책도 에세이를 모은 책인데 멍불허전. 이 책은 과학자의 시선에서 세상을 보는 듯하다. 물론, 어떤 챕터는 과학을 가지고 누구를 까는 거지만!ㅎㅎ 과학을 말하며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잘 들었다.

 글빨도 참 좋지만 이분은 기독교인이기도 하다. 은근 과학자들 중에 기독교인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서울대 물리천문학부의 우종학 교수, 캘리포니아 대학교 리버사이드의 인류학과 이상희 교수 등 해외에는 인간게놈프로젝트의 총 책임자인 프랜시스 콜린스가 있다. (기독교와 진화론에 대해서 조금 알고 싶다면 이 영상을 추천한다. 

https://youtu.be/GSBkl1b81J8

https://youtu.be/v3iXQwH-r6Y

 

 EBS에서 만든 영상이기에 창조과학이런 수준은 절대 아니다. 맥그라스, 플랜팅가 등 기독교계 안에서 유명한 사람들 역시 나와서 그들의 말들을 잘 알려 준다. 

 

 여튼, 이 책과는 상관없는 주제이기에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먼저 이정모 관장님의 디스법을 한 번 보도록 하자. 

 

잘 멕이는 이정모 관장

 <하늘에서 미제가 쏟아진다면>(70-74) 편을 보자. 저자는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를 말하면서 글을 시작한다. 책의 주제가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살마들은 같은 조상에서 나온 호모 사피엔스다. 그런데 왜 문명 발달 속도가 저마다 다를까?"(70)라고 했다. 여러 이유를 말하면서 결국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환경적인 차이"(71)로 설명한다. 그리고 재러드 다이아몬드가 생리학자에서 생물지리학자로 변신한 일화를 설명한다. 그가 변신한 이유는 한 질문때문이다.

 

"당신네 백인들은 그렇게 많은 화물(cargo)들을 발전시켜 뉴기니까지 가져왔는데 어째서 우리 흑인들은 그런 화물을 만들지 못한 겁니까?" (71)

 

 "여기서 화물이란 쇠도끼, 성냥, 의약품, 옷, 청량음료, 우산에 이르는 온갖 물건을 말한다."(71) 제2차 세계대전 때 남태평양의 섬에 미군 비행장이 생겼다. 비행기가 올 때마다 쓸모있고 신기한 화물들이 함께 왔다. 이 물건들을 원주민들에게 주었는데 그들은 그 물건을 받을 때마다 기적적인 일들이 계속 일어났다. 하얀 알을 먹고 설사가 멈추거나 그러한 일들이다. 하지만 전쟁이 끝난 후 미군 비행장이 폐쇄된다. 이 후 원주민들은 "대나무로 비행기와 관제탑 모형을 만들어놓고는 제사를 지냈다.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도와줄 것처럼(카리안 주 - "우주가 도와줄 것이다"이게 누구 워딩인지 알 사람은 알 것이다ㅋㅋ) 제사를 지냈다. 후에 미국인들이 와서 그들의 오해를 푸렁주려고 해도 그들의 깊은 신앙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뉴기니에는 아직도 화물숭배가 남아 있다."(73) 곧, "뉴기니 사람들에게 화물은 하나의 신앙이었다. 카고 컬트, 즉 화물숭배가 바로 그것이다"(71-72). 

 이 일화를 이정모 관장은 21세기 대한민국에 끌어온다. 그가 직접 쓴 글을 보도록 하자. 

 

 그런데 이게 남의 일이 아니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도 화물숭배가 활개치고 있다. 지난 3월 1일 서울시청 앞에는 성조기와 태극기, 심지어 뜬금없이 이스라엘 국기를 든 사람들이 500만(!) 명이나 모였다. (500만 명이 한군데에 모여도 서울시 교통은 전혀 마비되지 않았으며 생수를 비롯한 생필품 공급과 화장실 사용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단 1만 6천 명의 경찰 병력만으로도 질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 정도 대처라면 왠만한 전쟁이 나도 서울시민은 무사할 것 같다. 서울시 만세! 경찰청 만세!)
 이것은 한국전쟁의 기억 속에서 북한을 블레셋으로, 미사일과 핵을 골리앗으로 섬기며 저주하는 또 다른 화물숭배이다. 화물숭배 신앙인에게는 답이 없다. 시간이 흘러 자연적으로 소멸하기를 바라야 한다. 그러고 보니 <총, 균, 쇠>를 읽어야 할 이유가 분명 있는 것 같다. (73-74)

 

 멕여도 이렇게 고급지게 재레드 다이아몬드까지 언급하며 멕이신다. 물론, 그는 멕이는 것만 잘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상식과 과학적 증거가 반하는 것에도 글을 쓴다. 나 역시 이런 오해가 있었는데 그의 칼럼을 보고 덕분에 좀 마음이 편해졌다. 내용은 이렇다. 

 

공포의 전자레인지

 흔히 전자레인지를 돌리면 내 몸에 나쁘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이 과학적일까? 이정모 관장은 이렇게 말한다.

 

 전자기파 또는 전파는 말 그대로 파동이다. 파동이란 파도처럼 출렁이면서 이동하는 움직임을 말한다. 그 범위는 아주 넓다. 전자기파는 진동수가 낮으면 파장이 길다는 특징이 있다. 진동수란 1초에 떠는 회수다. 진동수가 높은 전자기파는 에너지가 크며 파장은 짧다. 무작정 에너지가 크다고 좋은 게 아니다. 모든 전자기파는 각각의 쓸모가 있다. 
 ...
 전자기파를 굳이 전자파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대개 전자파를 두려워한다. 전자파가 영양분을 파괴하고, 각종 성분들을 비정상적으로 변하게 하며, 발암물질을 만들어내고, 인체 세포까지 손상시킨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전자파를 두려워하시는 분들이라고 해서 설마 라디오를 들으면 건강이 나빠지고 영양소가 파괴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분들이 걱정하는 것은 전자레인지다. 
 휴대폰과 전자레인지가 사용하는 전자기파를 마이크로웨이브라고 한다. 그래서 전자레인지를 서구에서는 그냥 마이크로웨이브라고 흔히 부른다. 마이크로웨이브는 라디오파보다는 에너지가 조금 더 세다. ...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전자제품에서는 전자기파가 나온다. 전자레인지를 두려워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헤어드라이어는 거침없이 사용한다. 헤어드라이어에서 나오는 전자기파는 전자레인지에 코를 대고 들여다볼 때 쬐는 전자기파보다 10배가량 에너지가 높다. ... 더 놀라운 것도 있다. 화장실에서 쓰는 비데다 비데를 사용할 때 나오는 전자기파는 헤어드라이어보다 두 배가 많다. 그러니까 비데에서는 전자레인지보다 20배나 많은 전자기파가 나오는 것이다.
 이렇게 말해도 소용없다. 그분들은 세계보건기구에서 휴대전화를 발암등급표에 올려놓는 것을 지적한다. 사실이다. WHO는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전자기파와 암의 발생 사이에 아주 제한적이며 약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10년 이상 매일 30분씩 통화를 하면 뇌종양 발병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지만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WHO 발암등급표에 올라 있는 휴대전화의 위험도는 2B다. 김치도 마찬가지로 2B다. 결국 WHO에 따르면 휴대전화는 김치 정도로 위험한 장치라는 뜻이다. 휴대전화가 위험하다고 생각된다면 김치도 먹지 말아야 한다. 김치 정도의 위험성은 감수할 수 있다면 휴대전화도 감수할 수 있는 것이다.
 ...
 전자레인지는 단순하게 물을 데우는 장치다. 그 과정에 음식이 익는다. 이때는 영양소의 손실도 없고 암을 유발하는 물질을 만들지도 않는다. 휴대전화도 마찬가지다. 위험하다고 해도 김치 정도다. 제발 휴대전화는 귀에 대고 조용히 통화하자. 그게 주변에 있는 시민들의 정신건강에 좋다. (144-147)

 

 나는 이 글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전자레인지는 해롭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건 근거가 없는 편견(?)이었다. 이 편견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모르겠다. 물론, 전자레인지에 플라스틱이나 다른 용기를 넣어서 돌리면 거기에서 나오는 환경호르몬이 몸에 나쁘다는 생각이 있다. 이 책에서 거기까지는 말하지 않는다. 이것도 사실관계를 확인해 주면 좋으련만... 사실 이게 더 궁금한 사안인데. 여튼 그래도 전자레인지의 전자기파와 휴대폰의 전자기파가 같은 것인지 몰랐다. 

 이렇게 과학적인 지식을 저자는 잘 활용하여 전달해 준다. 

 

나가면서

 확실히 이 책은 재미있다. 과학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천성 문과생이기에 과학에 대한 무언가 동경심이(?) 있다. 그들은 뭔가 남다를 것이라는. 나에게 낯선 세계를 이런 식으로라도 볼 수 있게 해줘서 참 좋다. 내 시야가 넓어지는 것 같다!

 


책 맛보기

 

권위에 도전하고 신화를 부숨으로써 사회를 진보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과학인데, 때로는 오히려 권위와 신화를 공고히 만드는 데 과학이 복무하기도 한다. (169-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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