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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소설

[책리뷰] 온다 리쿠 - 꿀벌과 천둥

by 카리안zz 2020.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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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낀 점

 온다 리쿠. 고등학교 때 인상에 남는 책이 몇 권있다. 이외수의 <괴물>, 에쿠니 가오리·츠지 히나토리가 각각 쓴 <냉정과 열정 사이>, 그리고 온다 리쿠의 <밤의 피크닉>이 있다. 이외수의 책은 기억에 하나도 안 나지만 뒤에 두 권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온다 리쿠의 <밤의 피크닉>은 연례 행사로 밤새도록 걷는 행사가 있다. 80Km를 걷는데 행군을 해본 사람이라면 그 길이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이때 서로의 이야기를 하면서 속에 있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 점이 참 인상 깊었다.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비밀을 알게 되고 그러면서 치유되는 느낌이려나? 그렇기에 내가 이 책이 참 기억에 남았지 싶다. 그래서 교회 동생에게도 선물해 주기도 했다. 근데, 알고보니 그는 추리소설 작가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그렇게 온다 리쿠는 나에게 기억에 남는 작가가 되었다. 그러다 꿀벌과 천둥이라는 책이 번역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점대상과 나오키상을 동시에 받았다는 점이 인상깊었다. 서점대상은 사실 잘 모르지만 나오키상은 조금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군대에서 선임의 추천으로 보게 된 책이 그 나오키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가네시로 가즈키의 <GO>가 상을 받은 것이다. 가네시로 가즈키는 <에볼루션>을 보고 이 사람의 번역된 전작을 다 보게 되었다. 우리 나라 영화 <플라이 대디>도 가네시로 가즈키의 <플라이, 대디, 플라이>이가 원작이었다. 물론, 영화 <GO>도 일본에서 영화로 나왔는데 우리나라 배우 김민씨가 특별 출연했다. 어쨌던, 나오키상은 대중문화상인데 이 상을 받았다는 것은 어느 정도 재미는 보장한다는 것이다. 

 

 물론, 구입을 결정한 원인이 또 있는데 이 소설이 작곡, 피아노 연주, 연주자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서다. 나는 베토벤이니 모차르트니 사람들이 천재이면서 위대하다고 하는데 그 의미에 대해서 잘 몰랐다. 그래서 조금은 그 세계를 알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이 책을 읽은 것이다. 

 

해석과 연주에 관해서

 확실히 배운 점도 있다. 전공이 전공이니만큼 나는 해석에 대한 부분을 보게 되었다. 피아노 연주에도 곡의 해석이 있고 그 해석에 따라서 연주가 달라진다. 

 

곡의 구성이나 당시의 배경을 아는 것은 확실히 중요하단다. 어떤 소리로 연주되고, 어떤 식으로 들릴지 안다는 건 중요한 일이야. 하지만 당시의 울림이 작곡가가 듣고 싶었던 울림이 맞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과연 이상적인 소리로 들렸을까, 그건 아무도 몰라. 악기의 음색도 길이 들면 달라지지. 시대가 바뀌면 또 달라진다. 연주하는 사람의 의식도 과거와 똑같을 수는 없어. 음악은 항상 '현재'어야만 한다. 박물관에 진열돼 있는 전시품이 아니라, '현재'를 함께 '살아가는' 예술이 아니면 의미가 없어. 아름다운 화석을 캐냈다고 거기에 만족해서는 그냥 표본에 그쳐버리기 때문이지. (리디북스 갤럭시 A90 기준, 379)

 이렇게 악보와 피아니스트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흥미롭게 전개된다. 온다 리쿠의 재미진 묘사와 이야기를 흥미롭게 끌고가서 시간 가는지 모르고 읽었다. 몇 년 전 읽은 책이지만 그래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특히나 악보와 연주자들의 이야기가 왠지 성경(텍스트)와 해석자들이랄까, 설교자들이랄까, 여튼 그렇게 읽히기도 했다.
 나야 완고한 텍스트 중심의 읽기를 선호하는 터라 온다 리쿠가 이야기하는 해석(?)에는 그리 동의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성경을 악보에 비유할 수 있을거 같다.

 

나가면서

 소설의 줄거리는 음악을 전혀 배우지 않은 천재를 넘어서는 재능을 가진 진 가자마가 주인공이다. 그의 재능으로 인해 피아니스트들의 세계는 충격에 빠진다. 그런 그를 중심으로 다른 천재들과 경연을 가지고 스토리가 이어지며 여러 인물들의 사연들도 펼쳐진다. 확실히 재미있다. 예전 일본 만화 <고스트 바둑왕>을 볼 때 바둑은 전혀 모르지만 정말 재미있게 봤던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거기에서 딱 하나 배웠던 수가 바로 "신의 한수"였다. 아마도 거의 마지막에 나오는 장면이었던 걸로 기억난다. 여튼 그 만화처럼 이 소설도 모르지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메모

 

주머니에서 하얀 손수건을 꺼내 건반을 살짝 닦고 손을 닦는다.
저건 일종의 의식이야. 조율사가 손을 봤으니 건반에 땀 같은 건 남아 있지 않아. 마음을 가다듬으려고 건반을 닦는 시늉을 하는 거지.
아카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202)

-예전이다. (제임스 스미스가 말했던)

 

 

 

미치코는 바흐를 들으면 언제나 '종교적'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잘은 모르지만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아 '기도'의 본질을 깨닫게 된다. (203)

- 예전의 효과인가? 

 

 

 

비가 올 때도 있고 바람이 불 때도 있잖아요. 자유로이 우주를 느끼라고 하는데 지금 여기서 느낀 우주를 되풀이해 연습하라니, 악보 지시에 어긋나지 않아요? (353)

- 해석에 대해서. 악보-악기-연주자를 통해 말한다.

 

 

 

특히 최근에는 작곡가를 중시하는 경향이 현저해 대부분의 연주자들이 작곡가의 의도를 헤아리고 곡에 자기를 맞춘다. 작곡가가 무슨 생각으로 곡을 만들었는지 당시의 시대 배경이나 작곡가 자신이 무엇에 자극을 받았는지 조사하고, 작곡가의 이미지에 다가가는 접근법이 일반적이다. 
이 아이는 반대다. 곡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긴다고 할까. 프로나 잔소리꾼들이 싫어하는 방법을 쓴다. 아니, 그렇지 않다. 곡을 자기 세계의 일부로 만들어버린다. 곡을 통해 자기 세계를 재현하고 있다. 어떤 곡을 연주해도 뭔가 커다란 그림의 일부로 만들어버리는 듯한. (665)

- 성경해석에서는 있을 수 없는.

 

 


책 맛보기

 

세상 어디를 가도 음악은 통해. 언어의 장벽이 없어. 감동을 공유할 수 있어. 우리는 언어의 장벽이 있으니까, 음악가가 정말 부러워. (34)


그렇다.
가자마 진이 터뜨린 것은 음악교육이 아니다. 그가 가진 재능이 기폭제가 되어 다른 재능을 감추고 있던 천재들을 일꺠운 것이다. 틀에 박힌 연주나 그저 기교만 뛰어난 연주가 아니라 진정 개성적인 재능을, 가지마 진의 연주를 촉매 삼아 개화시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호프만이 설치한 폭탄. (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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