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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소설

[책리뷰] 손원평 - 아몬드

by 카리안zz 2020.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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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낀 점

 

 따뜻한 이야기의 책이다. 정말 따뜻하다. 이래서 창비 창소년문학상을 받은 거구나 싶었다. 주인공 윤재는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비극적인 사건을 겪었다. 그런 윤재가 곤이를 만난다. 곤이는 가정불화로 인해 분노로 가득찬 아이다. 그런 아이가 윤재에게 분노를 쏟는다. 하지만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윤재에겐 그 분도도 소용이 없었다. 서로를 그렇게 알아가다가 어떤 사건을 겪게 된다. 그리고 윤재의 내면도 성찰하게 되며 결론 부분 기대해도 좋을 장면이 연출된다. 

 

 나는 성장 드라마를 좋아한다. 한 인물이 성장하기까지 다양한 사건들과 모습들을 보는 게 유익하다.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를 보고 한참 운적이 있었다. 나는 그 영화를 죽음까지 초월하는 사랑이야기로 보지 않았다. 내 친구는 그 영화가 불편했다는데 이유는 그런 사랑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말하는 것같다는데 그 이유였다.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그 영화를 내면에 둘러쌓여 있던 한 소년이 소녀를 만나 자신이 변화되고 세상을 알아가는 그런 영화로 봤다. 

 이 책 역시도 윤재의 모습을 통해서 자신을 성찰해 나갈 수 있다. 이런 소설을 보면 참 좋은 이유가 나의 지난 날을 돌아보게 된다. 나의 지나갔던 10대 시절을 돌아보며 지금 자라는 10대 아이들을 바라본다. 중고등부 사역자가 되어서 특히 더 그러는 것 같다. 지나간 10대 시절이 돌아오지 않고 다시 볼 수도 없지만 그나마 이런 책들을 통해서 지난 날을 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저자는 식상한 결론이라고 말했지만 나는 결론이 너무 좋았다. 자세히 말하면 스포가 되어서 조심스럽지만 마지막의 장면이야 말로 내가 이 책을 읽는 이유를 말해주었고 내 희망을 작가가 그려 주었다. 사랑에 대해서 말하는 이 작품이 나는 너무 사랑스럽다. 사랑은 남녀의 관계에만 매여있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 성장하는데 사랑이란 요소가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나는 믿는다. 한 사람에게 사랑이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 책은 그 의미를 담고 있다. 강력하게 추천한다. 

 

 저자가 마지막에 이 책을 읽고 난 사람들에게 어떤 바람을 썼다. 나는 그 부분이 너무 좋았다. "이 소설로 인해 상처 입은 사람들, 특히 아직도 가능성이 닫혀 있지 않은 아이들에게 내미는 손길이 많아지면 좋겠다. 거창한 바람이지만 그래도 바라 본다. 아이들은 사랑을 갈구하지만, 동시에 가장 많은 사랑을 주는 존재들이다. 당신도 한때 그랬을 것이다. 나도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내게 더 많은 사랑을 준 사람의 이름을 첫 장에 싣는다"

 

 (이 책을 읽고 이동원의 <완벽한 인생>이 생각났다. 기독교 소설을 표방하지 않지만 이런 따뜻한 이야기를 실을 수 없을까? <완벽한 인생>은 조금 아쉬웠다. 물론, <완벽한 인생>도 기독교 소설이라고 말하진 않는다. 하지만 신과의 사랑이야기든 그것을 교묘히 가란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의 사랑이야기이든 손원평의 <아몬드>같은 작품처럼이진 않았다. 주제가 어떤 가의 문제가 아니라 작가의 역량일까?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설정이 이동원 작가도 나쁘지 않았는데 뭔가 딱 짚어서 말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그게 아쉬운 점이다. 기독교에서도 이런 소설이 나왔으면 좋겠다. 물론, 지금 나와있는데 내가 모르는 것일 수도 있다. 나는 책들을 구입함으로 그러한 책들이 나올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책 맛보기

 

 

엄마는 모든 게 다 나를 위해서라고 했고 다른 말로는 그걸 '사랑'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건 엄마의 마음이 아프지 않도록 하려는 몸부림에 더 가까웠다. 엄마의 말대로라면 사랑이라는 건, 단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이럴 땐 이렇게 해야 한다. 저럴 땐 저렇게 해야 한다, 사사건건 잔소리를 늘어놓는 것에 불과했다. 그런 게 사랑이라면 사랑 따위는 주지도 받지도 않는 편이 좋지 않을까. 물론 그 말을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엄마의 행동 강령 중 '너무 솔직하게 말하면 상대에게 상처를 준다.'라는 덕목을 입에 닳도록 외운 덕이다. (리디북스 아이패드 기준 37-38, 이하 리디북스 아이패드 기준)

하지만 인생이 할퀴고 간 자국들을 엄마는 차마 글로 쓸 수가 없다고 했다. 자신의 삶을 팔아야 하는데 그럴 자신이 없다고, 그건 작가의 깜냥이 아닌 거라고 했다. 그 대신 엄마는 다른 사람들의 책을 팔기로 했다. (44)

책은 내가 갈 수 없는 곳으로 순식간에 나를 데려다주었다... 영화나 드라마 혹은 만화 속의 세계는 너무나 구체적이어서 더 이상 내가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영상 속의 이야기는 오로지 찍혀 있는 대로, 그려져 있는 그대로만 존재했다. 예를 들어, '갈색 쿠션이 있는 육각형의 집에 노란 머리의 여자가 한쪽 다리를 꼬고 앉아 있다.'가 책의 문장이라면 영화나 그림은 여자의 피부, 표정, 손톱 길이까지 전부 정해 놓고 있었다. 그 세계에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46)

의미는 전혀 와닿지 않지만 상관없다. 눈으로 글자를 따라가는 것으로 충분하다. 책의 향을 느끼며 한 글자 한 글자, 모양과 획을 눈으로 천천히 좇는다. 그건 내겐 아몬드를 씹는 것만큼이나 신성한 일이었다. (47)

분명한 건, 엄마와 할멈이 사라졌다는 사실이었다. 할멈은 영혼과 육신이 모두, 엄마는 껍데기만 남은 채로. 이제 내가 아닌 누구도 두 사람의 인생을 기억하지 못할 거다. 그러므로 나는 살아남아야 했다. (60)

내가 왜 장례식에 갔는지는 모르겠다. 사실 그럴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그냥 그렇게 했다. 어쩌면 아줌마가 나를 너무 꽉 안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94)

사람들은 곤이가 대체 어떤 앤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단지 아무도 곤이를 들여다보려고 하지 않았을 뿐이다. (156)

어딘가를 걸을 때 엄마가 내 손을 꽉 잡았던 걸 기억한다. 엄마는 절대로 내 손을 놓지 않았다. 가끔은 아파서 내가 슬며시 힘을 뺄 때면 엄마는 눈을 흘기며 얼른 꽉 잡으라고 했다. 우린 가족이니까 손을 잡고 걸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반대쪽 손은 할멈에게 쥐여 있었다. 나는 누구에게서도 버려진 적이 없다. 내 머리는 형편없었지만 내 영혼마저 타락하지 않은 건 양쪽에서 내 손을 맞잡은 두 손의 온기 덕이었다. (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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