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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인문

[책리뷰] 리브 김 - 철학자가 된 셜록 홈즈(현대 심리철학으로의 모험)

by 카리안zz 2020.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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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낀 점

 오랜만에 머리 아픈 책을 읽었다. 처음 1장만 읽었을 때는 몰랐다. 이렇게 머리 아프게 진행될지는;; 간단한 개론서는 아니다. 어쩌면 소설 형식으로 쓴 건 그렇게 맞지 않는 거 같기도 하고. 차라리, 말콤 지브스나 우종학처럼 묻고 답하는 식의 나열이 훨씬 나았을 거 같다. 소설의 형식을 빌려 자신의 전공을 이야기한 책으로 문유석 판사의 <미스 함무라비>가 있다. 소설이기에 법원의 생태계가 나름 어떤지 알 수 있었다. 리브 김 교수님의 책은 문유석의 책만큼 빼어난 글은 아니었다. 몰입감도 그리 크지 않았다. 물론 추리소설 형식으로 개론서를 쓴 게 안 맞아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문학 기질이 없는 걸 수도...

심리철학이란?

 심리철학을 잘못보면 심리학의 한 분과인가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심리철학은 심리학이 아니라 철학의 한 분과이다. 심리철학이 구체적으로 탐구하는 물음은 대략 이렇다. 

 

⊙ 심신 문제 및 이원론과 일원론 논쟁

a) 영혼은 존재하는가? 영혼이 존재한다면, 신체와는 어떤 관계에 있는가? 영혼은 어떻게 신체에 명령을 내릴 수 있는가?
b) 감정, 느낌, 믿음과 같은 마음의 상태들은 무엇인가? 현대 신경과학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두뇌의 특정 부위가 손상되면, 특정한 정신적 능력이 상실된다. 그렇다면 마음의 상태는 두뇌의 신경 화학적 상태에 불과하다는 말이 아닌가?
c) 마음의 상태와 신경 화학적 상태는 동일한가? 만일 아니라면, 어떻게 이 둘은 다른가?


더 넓게는 다음과 같은 물음도 중요하다.


⊙ 자유의지와 책임 귀속성의 문제

a) 자유의지는 무엇인가? 우리를 포함한 자연 내의 모든 것은 물리적 입자들로 구성된 대상이며, 그런 한에서 물리 법칙에 종속되므로, 자유의지는 환상에 불과한가?
b) 우리가 의지적 자유를 향유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행위에 대해 칭찬하거나 비난하고, 심지어 처벌할 수 있는가? 만일 물리적인 세계 내에 자유의지가 있다면, 그것은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가? 


⊙ 행위와 행위자의 문제

a) 행위는 무엇인가? 행위도 사건의 일종인가? 만일 그렇다면 물리적 사건과 동일한가, 아닌가?
b) 어떤 존재가 행위자일 수 있다면, 그 조건은 무엇인가?


⊙ 정신적 인과의 문제

a) 나의 믿음, 욕구 등과 같은 마음의 상태는 그 자체로 어떤 인과적인 힘을 행사하는가? 아니면 두뇌 작용이 만들어낸 물리적 현상에 불과한가?


⊙ 심신 문제 및 이원론과 일원론 논쟁

a) 고대의 철학자들이 간파했듯이, 시간이 흐르면서 모든 물질적인 사물은 변화한다. 나 역시 그러하다. 그럼에도 나는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내가 동일한 나라고 생각한다. 과연 내가 동일하다는 것을 설명해주는 객관적인 기준이 있을까? 있다면, 그 기준은 도대체 무엇인가? (13-14)

 

 이런 질문들에 대답을 하는게 심리철학이다. 그래서 이 책의 내용면에서는 알찼다. 내가 이해를 많이 못해서 그렇지ㅜ 특히 4장부터가 어렵다. 용어들이 머리에 잘 정리가 안 되었다.  
 그래도 동일성을 묻는 질문이랄까, 자유의지를 말하는 부분이랄까 덕분에 오래간만에 철학책을 읽는 느낌이 낫다. 동일성 질문은 (그러니깐 저자는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 사이에는 분명히 물질적인 변화가 존재하지'라고 표현했고 보통 고대 철학자 누구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흐르는 강물에 빠지는 걸로 이야기를 한다) 대학 2학년 때 철학의 이해라는 수업을 들으면서 아주 재미있게 생각했던 기억이 났다. 그때 답은 역시 개체성이었고 이 책에서도 그 부분을 설명한다. 차이가 있다면 예전에 나는 이런 문제가 되게 재미있었는데 지금은 머리가 아프다는 게 달라졌지만...ㅜ 
 그때 수업때 교재가 스티븐 로의 <돼지가 철학에 빠진 날>이었는데 집에 내려가면 다시 한번 찾아봐야겠다. 근데 책은 스티븐 로의 책이 더 재미있었던 거 같다.ㅋㅋ  

 마무리하자면 심리철학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리브 김 교수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위의 질문들은 과학이 답할 수 없는 질문이다. 그것은 자연에 대한 탐구를 초월한 물음, 즉, 형이상학의 물음이다. 만일 심리철학이 인간은 본질적으로 생물학적 유기체인지 아니면 영혼과 신체의 결합체인지, 자유로우며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존재인지 등을 묻고 답하는 분과라면, 결국 심리철학은 하나의 궁극적인 물음을 건드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궁극적인 물음은 바로 "인간이란 무엇인가?"이다. (15-16)

 

부활에 대한 심리철학적 질문(고전 15장 35절)

 고린도전서에서도 부활에 대해서 질문을 한다. 고린도전서 15장 35절을 보자.

 

"누가 묻기를 죽은 자들이 어떻게 다시 살아나며 어떠한 몸으로 오느냐 하리니" (고전 15:35)

 

 여기에 이 질문이 우리는 우리의 부활한 몸이 지금의 '나'랑 같은 연속성에 있는지 (우거지 같지만) 포함할 수 있다. 어떠한 몸이냐에서 결국 자신과의 연속성을 이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대한 바울의 대답은 이렇다.

 

"어리석은 자여 네가 뿌리는 씨가 죽지 않으면 살아나지 못하겠고 또 네가 뿌리는 것은 장래의 형체를 뿌리는 것이 아니요 다만 밀이나 다른 것의 알맹이 뿐이로되 하나님이 그 뜻대로 그에게 형체를 주시되 각 종자에게 그 형체를 주시느니라" (고전 15:36-38)

 

 결국, 여기에 대한 대답은 "하나님께서 다 알아서 하실 것을 너가 왜 걱정하는가?"로 거칠게 요약할 수 있다. 사실 그 연속성은 하나님께서 이렇게 하신 것처럼(씨앗과 다른 피조물들처럼) 하나님께서 다 알아서 하실 것이라는 걸 말해준다.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들은 티슬턴의 <고린도전서>(SFC)를 참조하길 바란다.

 그런데 이런 식의 대답은 성서과 현대철학이랄까 다른 학문과의 연계를 어렵게 한다. 성서신학이야 말로 과거 일어난 일에 대해서 집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학학자들 중에 자신을 역사학자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같다. 그러니 오늘 날 의문을 품는 질문들을 과거의 사람들은 궁금해하지 않았다. 그래서 던 같은 경우도 영혼과 육체에 대한 질문은 근대 이후의 물음이라고 성서에서 그런 것을 찾지말라고 단칼에 거부한다(제임스 던, <바울신학>(CH북스) 인간론 참조). 

 물론, 이런 방식의 학제간의 대화보다는 문화인류학이랄까 언어학으로 대화를 하는 신학자들이 있다. 존 바클레이라던가 던이라던가 스탠리 포터라던가 뭐 많다. 그런데 대부분의 신학자가 역사를 건드리기 때문에 있기 때문에 학제간의 활용(?)은 대부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존 바클레이가 대표적으로 문화인류학을 가져왔고, 던은 사회학, 스탠리 포터는 언어학 중심으로 이어간다. 

 

나가면서

 이 책은 철학하게 만드는 책이다. 나는 이 책이 그냥 개론서로 나왔으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 싶다. 시도는 좋았는데 결과는 내 판단에는 미스였다. 그래도 접근법은 엄청 좋다. 곧, 리브 김 교수님의 후속작이 나오는데 그 책도 기대하게 된다.   

 


메모

p.56의 메모

- 좋아하는 사람에게 느끼는 두근거림과 높은 곳에 있을 때 느껴지는 두근거림이 유사하다고 한다. 그래서 뇌는 이를 구분 못하기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높은 곳으로 데려가라고 말했던 교회 동생이 있었다. 근데 이게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인가? / 행동을 통해 치료하는 건 다른 영역인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사랑이라는 실체가 아니라 시시각각 생겨나고 사라지는 감정들뿐이다. (120)

- 티슬턴의 책에선 이에 대한 반론이 있었던 거 같은데...

 

 

 

p. 147 메모

- 용어의 정의가 머리에 정리되지 않아 어렵다. 논증이 어렵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이 있다. 

 


책 맛보기

 

"누군가 내게 묻기 전까지 나는 동일성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네. 그러나 누군가 내게 동일성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내가 그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네." (71)


"... 내가 홍차를 맛볼 때 생생하게 느끼게 되는 맛도 홍차의 분자를 분석하거나 신경 세포의 전기신호를 분석해보는 것만으로 설명될 수 있을까?"
"... 게다가 소리를 듣거나, 냄새를 맡을 때, 맛을 감지할 때, 신경세포들이 주고받는 전기 신호를 분석해도 홍차 맛에 대한 느낌은 알 수 없을 것 같네" (77)


"... 마음의 상태는 일인칭 시점을 통해서만 접근 가능하지. 반면에 마음의 상태를 제외한 상태나 속성은 삼인칭 시점을 통해서만 접근 가능하고. 이런 이유로, 고든은 그 돌고래 친구에 대한 신경 지식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의식 속에 주어진 내용에 대한 지식은 가질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지. ..."
"바로 그것이네! 신경 상태를 안다는 것과 마음의 상태를 안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지식이라는 거야!..."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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