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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신앙서적

[책리뷰] 김요한 - 지렁이의 기도

by 카리안zz 2020. 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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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낀 점

 

 김요한 목사님은 출판사 새물결플러스의 사장님이시다. 새물결교회에서 목회하신 걸로 알고 있다. 그쯤 만든 출판사인가? 여튼, 나와 같은 복음주의권 신학도들은 새물결플러스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 손실을 각오하고 좋은 책들을 많이 낸다. 한, 두 권이 아니다. 매달 책을 받아보는 회원이었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지금은 아니다. 새물결아카데미도 지금은 후원을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새물결플러스는 지치지 않고 양질의 책들을 내고 있다. 엊그제만 해도 막스 터너의 <성령과 권능>이 나왔다. 장작 734페이지다... ㅎㄷㄷ(물론, 국내 저자는 정말 별로인 책이 있긴 하다. 나도 몇 권 손해를 봤다. 그러나 국내 학술서적들은 좋은 책들이 많다.) 

 

 이분은 엄청나게 지성적인 분이신 것 같다. 바이블 클래스만 봐도 어떻게 저리 막힘 없이 술술 말할까 싶다. 분명 똑똑한 분임이 틀림없다. 그런데 이분은 체험까지 있으시다. 그 체험의 수기가 바로 이 책이다. 물론, 논쟁이 있었던 책이다. 추천사를 너무 많이 받았다는 둥 무당이랑 뭐가 다르다는 둥. 솔직히 나는 은사에 대해서 많이 열어둔다. 왜냐하면 나는 인간의 한계가 있고 그 한계 속에서 하나님께서 일하신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이 성경에 적힐 정도의 권위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분이 우리의 한계를 넘어서 일하고 계시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 책에서도 김요한 목사님의 해박한 지식이 활용된다. 이정도 똑똑하면 마음껏 뽐내도 괜찮을 듯하다. 삼위일체 하나님과의 친교에서는 바빙크를 인용하고 동방 정교회 신학자도 인용한다. 우리가 아는 여느 은사주의자들과는 뭔가 결이 다르다. 자신의 감정이나 최근에 어떤 대형교회 목사처럼 성령님께서 자신에게 뭔가 불안감을 주신다고 확신하는 것들이 여느 은사주의자의 행태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그런 수준의 사람은 아니다. 

 

한국의 부림절 사건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목이 있다. 19장 "전도와 선교를 위해 기도하기" 장이다. 19장에서는 한국판 부림절 사건을 말한다. 부림절은 에스더서에서 나오는 사건이다. 

 

페스시아 제국의 아하수에로(크세르크세시 1세, 기원전 486-465) 대왕 시절 아말렉 족속 출신의 야심가 하만은 아하수에로에게 제국 내 유대인을 모조리 죽여주면 그 대가로 은 일만 달란트를 바치겠다고 제안한다. 하만은 유대인을 몰살시킨 후 그들의 재산을 빼앗아 그걸로 아하수에로에게 바칠 궁리까지 다 마쳐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유대인 모르드개의 용기와 에스더의 헌신 덕분에 유대인들은 멸절을 면하고 오히려 하만이 효수를 당한다. 이때부터 유대인들은 이날을 부림절로 지키며 민족적 위기 앞에서 자신들을 지켜주신 하나님의 섭리를 기념하게 되었다. (286)

 

 위와 같은 사건을 부림절 사건이라고 한다. 이와 유사한 사건이 대한민국에서도 일어날 뻔 했다고 한다. 때는 일제 강점시. 1899년 서울시내에서 전차 이권을 놓고 친미파와 친러파가 갈등을 일으켰다. 친러파에 <이근택, 이용익, 김영준> 등이 있으며 보수파로 볼 수 있다. 이들은 친미 개화파를 제거하기 위해 1900년 말 "기독교인 말살 음모"를 꾸몄다. 친러파는 활실 재정을 관장했고, 친미파들에게 상당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마침 1900년 중국에서 반외세, 반기독교 성격의 의화단사건이 일어나고, 국내에서도 반외국인 감정이 고조되자, 친러파 인사들은 이를 배후에서 지원하게 되었다. 하지만 미국 공사 알렌과 다른 외국 공사들의 협렵으로 전차 운행이 정상화되자, 고종 황제의 칙령을 날조하기에 이른다. 그 날조의 내용은 10월 10일(양력 12월 1일)부로 선교사들과 기독교인들을 모두 죽이라는 통문을 지방관청에 하달했다. 

 미국 선교사(사무엘 마펫=마포삼열)의 보고에 따르면 의주 등 북방 지역에서 추수를 마치는 대로 기독교인들을 축출하려 모의중이라는 설이 있으므로 이를 예방할 것을 요청했다. 이 사태를 주도했던 것이 친러 보수파 김영준이라는 자이다. 이 자는 서자 출신이지만 고종의 총애로 경무사(경찰청장)까지 된 인물이다. 그러나 양반가에서는 서자출신이라 꺼렸기에 그는 배화학당에 교펀을 잡고 있던 유영지 전도사에게 접근했다. 하지만 선교사로 굳게 헌신한 유영지는 그를 거부했다. 양심을 품은 김영준은 친러 보수파 이용익과 짜고서 1900년 12월 1일 기해 모든 기독교인을 몰살할 음모를 세웠다. 결국 고종 황제의 칙령을 위조하여 지방관청에 밀지를 하달했다. 

 한편, 미북장로회 회의를 마친 언더우드 선교사는 황해도 순회 전도에 나섰다. 해주에 도착한 언더우드는 끔찍한 소식을 듣게 되었다. "기독교인 학살칙령"이다. 12월 1일 모든 유학도들은 가까운 서원에 모여 서양인과 예수교인 모두를 죽이고 교회와 학교와 병원을 불태우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급해진 언더우드는 알렌 공사에게 전달해줄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직접 전달해주면 의심받을 것 같아 에비슨 의사에게 대신 부탁을 하였다. 전보 내용도 중간에 사람들이 볼 수 있어서 영어 대신 라틴어로 적었다. 이 편지를 받은 알렌은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하지만 태도를 바꿔 외부에 알리고 드 다음 고종을 만나서 음모 사실을 보고했다. 고종은 이 말이 실제로 떠돌았는지 확인을 했다. 실제로 그랬다. 즉각 살해 칙령은 조작된 것이며, 기독교인을 보호하라는 새로운 칙령을 내렸다. 이로써 기독교인 살해 음모는 사전에 무산된 것이다. 보름 후 김영준은 이일과 외국 공관 협박 사건에 연류되어 처형을 당했다. 그래서 교회사학자 김승태는 이를 "한국의 부림절 사건" 이라고 한다. 

 

나가면서

 이 책은 성경의 이야기에서 기도를 가르치는 책은 아니다(물론 그런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저자가 살아오면서 경험한 기도의 체험이 배울만 했다. 보수적인 교단에서 이 책을 검열하려고 했다는 걸 들었다. 그러나 이 책의 내용 정도면 보수적인 교단들도 용인할 만한 부분들이 많을 것이다. 이 책을 이단시하면 자신의 교단들 안에 있는 더 심한 사람들은 어찌할 것인가. 다행히 교단 안에 열혈 칼뱅주의들이 밀어붙이지 않아서 다행이다.   

 


 

책 맛보기

 

 

삼위일체 하나님의 영광은 남을 지배함에 있지 않고, 타자와 함께 삶을 공유하는 데 있다. (66)


기도란 피조물인 우리가 창조주이시자 우리의 어머니 같은 아버지, 아버지 같은 어머니이신 하나님으로부터 무한한 지혜와 능력을 마음껏 빌려다 쓸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은 것을 의미한다. (83)


기도할 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우리의 열심이나 태도 이전에, 우리가 하나님에 대해서 얼마나 바른 지식을 갖고 있으며, 그 지식에 근거하여 하나님을 얼마나 신실하게 신뢰하고 있느냐다. (96)


그렇다면 "예수의 이름으로" 기도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고대 세계에서 이름은 그 이름을 가진 존재가 대표하는 정체성을 뜻했다. 따라서 예수란 이름은 예수님의 존재 전부, 곧 예수님 자체를 뜻한다. 그리고 여기에는 당연히 예수님의 역사(History) 전부가 포함된다. 그렇다면 예수님의 역사란 무엇인가? 그것은 태초부터 종말까지 삼위일체 하나님의 성자로서 예수님이 행하신 창조, 보존, 구원 사역 전부를 뜻한다. (104)

예수님의 이름이 상징하는 예수님의 존재 전부, 그 안에 담긴 구원의 역사 전부를 믿는 것이다. 특별히 예수님이 행하신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을 믿는 것이다. 바꿔 말해 예수님의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의 사건이 나를 대신하고, 우리를 대표하며, 우리 모두의 유익을 위한 구원의 사건임을 믿는 것이다. (104-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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