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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인물

[책리뷰] 문재인 - 문재인의 운명

by 카리안zz 2020.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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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낀 점

 

 문재인은 2017년 5월 10일 19대 대통령이 되었다. 내가 그를 처음 알아보았던 때는 2012년 대선 때였다. 그때 갑자기 대선 주자로 올라왔다. 보니 나꼼수 김어준이 그를 정치무대로 끌어올렸다고 한다. 왜냐면 이명박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의 장례식장에 갔을 때 보였던 모습 때문이었다. 그때 인상에 남는 사람이 딱 두 명 있었다. 백원우 전 의원과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모두의 마음은 백원우처럼 행동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는 이명박을 보자 분노를 보였다. 모두의 심정을 백원우 전 의원이 보였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그렇지 않았다. 그의 마음에도 분노가 백원우 전 의원보다 더 크리라 짐작이 되지만 정중히 이명박 대통령을 맞이해 주었다. 그 모습에 그의 인간성이 보이는 대목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장례가 끝난 이후 집에 가서 펑펑 울었단다. 그 모습에 앰뷸런스에 실려 병원에 갔었다는 말도 있었다. 여하튼, 그 모습에 김어준이 문재인을 정치 한 복판으로 끌고 들어왔다. 

 그러나 2012년 문재인 후보는 너무 준비가 안 되어있었다. 그 당시 나는 정치인은 욕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치를 하고 싶은 욕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문재인 후보에겐 그런 절박함이나 정치를 하고싶은 욕망 같은 게 전혀 안 느껴졌다. 갑자기 무대에 오르게 되어서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이 생각은 박근혜 이후부터 철저히 부정당했다. 정치인은 도덕적이어야 한다. 선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정치를 하고 싶다는 욕망 이전에 가져야 할 덕목이라는 것을 이번 박근혜 정부를 겪고 나서 뼈저리게 나는 느꼈다. 

 나는 정치를 떠나서 그가 살아온 인생을 존경한다. 가장 존경하는 대목이 바로 이 대목이다. 

 

1982년 8월, 사법연수원을 수료하면서 판사를 지망했다. 연수원 성적이 차석이어서, 수료식에서 법무부장관상을 받았다. 사법고시 합격자 수가 많지 않던 때여서, 연수원을 마치면 희망자 전원이 판사나 검사로 임용됐다. 
그래서 판사에 임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 대학 시절 시위주도 때문에 구속된 전력이 있긴 했다. 그것은 유신반대 시위였고, 시대가 바뀌어 이미 유신은 잘못된 것으로 받아들이는 시기였다. 유신반대 시위 전력이 비난받을 이유는 전혀 없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결격 사유가 돼, 임용이 안 될 것이라는 예상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막판에 판사 임용이 안 된다고 했다. 지금도 판사임용 면접 장면이 잊히지 않는다. 판사 지망자들은 법원 행정처 차장과 인터뷰하는 절차가 있었다. 대부분 1~2분 정도 됐을까, 의례적인 절차였다. 그런데 유독 나 혼자만 30분 정도 면접을 했다. 질문이 많았던 것은 아니었다. '왜 데모를 했나, 그게 언제였나?' 그게 다였다. 그런데 면접관이 그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때가 82년이었으니, 내가 시위로 구속된 75년은 불과 7년 전이었다. 사실 75년 4월에 유신반대 시위를 했다고 하면 더 설명이 필요 없었다. 그런데 그렇게 대답하자 "그때가 위수령 때인가?"라고 반문하는 것이다. 위수령은 그 보다 몇 년 앞선 1971년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유신헌법 만들 땐가?" 이러는 것이다. 할 수 없이 위수령, 유신 선포와 유신헌법 제정, 긴급조치 등 1970년대의 역사 흐름을 쭉 설명해야 했다. 그분은 법원 내에서 판결문 잘 쓰기로 명성이 높았고, 나중에 대법관까지 하셨던 분이다. 그런데 많은 국민들이 고통받으며 저항했던, 그 때문에 시국사범이 돼 투옥되고 재판받아야 했던, 엊그제의 역사를 법원 고위직에 있는 분이 모르다니 믿을 수 없었다. 판사들이 현실세계와 동떨어져 사는 모습을 본 셈이었다. 씁쓸했다. 결국 임용이 안 됐다.
... 성적도 괜찮았던 덕에 금세 소문이 돌았다. 지금처럼 로펌이 많은 시절이 아니었는데도, <김&장>을 비롯해 괜찮은 로펌 여기저기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다. 몇 군데 만나 제안을 들어보기도 했다. 조건이 좋았다.
보수도 파격적이고 승용차도 제공해 준다고 했다. 3년 정도 근무하면 미국 로스쿨도 유학도 보내준다고 했다. 잠시 솔깃했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변호사 상과 너무 달랐다. 대학시절 학생운동을 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내가 그렸던 법률가 상은, 꼭 인권변호사가 아니더라도 보통 서민들이 겪는 사건들 속에서 억울한 사람을 돕고 보람을 찾는 그런 모습이었다.  (이하 리디북스 아이패드 기준 25-27)

 

 어떤 이들은 문재인은 목회자가 딱 어울리는 성품이라고 한다. 정치할 사람은 아니라고 했다. 정치인의 어법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란다. 그러나 참 시대가 그를 대통령의 자리로 보냈다. 노무현 대통령도 창창한 앞길인 정치1번지 종로구를 버리고 부산에서 출마를 하지 않았나. 사람의 욕심을 극복하고 새 시대의 가치는 지역갈등을 무너트리는 것이라는 소신으로 부산으로 내려갔다. 절대 쉽지 않다. 그건 정말이지 바보 같은 선택이었다. 그래서 그는 바보라는 별명이 붙은 거였다. 나는 이런 사람들에게서 자극을 받았다. 욕망의 실현이 되어버린 이 목회 바닥에서 노무현과 문재인 같은 선택을 하는 자들이 보고 싶었고, 나도 그런 선택을 하고 싶었다. 모두가 나에게 서울을 가야 한다고 말할 때 마치 노무현과 문재인은 낮은 곳에 가야 한다고 말하는 듯했다. 적어도 그들은 그렇게 살았으니까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이 책은 그의 어린날의 시절부터 노무현 대통령을 떠나보내기까지의 일대기가 그려져 있다. 지금의 대통령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서 이 책을 읽었다. 군대에 있었을 땐 이명박 대통령의 자서전을 읽었는데 사뭇 감동이 있는 책이었다. 이 책에선 그런 감동같은 것은 없다. 하지만 지금 대통령이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인지 그 단초를 알 수 있는 책이다. 운명이라는 단어를 제목으로 쓴 이유는 아마도 노무현 대통령의 <운명이다>를 생각해서 일 것이다. 그들의 운명이 어떻게 설켜있는지 이 책을 보시라.

 이 정부가 성공했으면 좋겠다. 아니, 이 정부보다는 문재인 대통령이 잘 마무리를 했으면 좋겠다. 그가 잘 마무리를 해야지 국민들에게도 좋을 것이다. 올해 4월 총선이 있다. 이 총선이 잘 마무리 되기를 소망해 본다. 더불어민주당을 응원한다기 보다 그를 응원한다!

 

(그러고 보니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경선때가 생각난다. 당시 이재명, 안희정, 박원순이 지지율이 각자가 폭등하듯 오르기 시작했었다. 나는 그들에게 실망했던 것이 그때 모습때문이다. 이재명은 선을 넘을 정도로 문재인 대통령을 공격했고 안희정 역시 마치 정말 자신이 대통령이 되어야 할 것처럼 무리수를 많이 두었다. 박원순 시장은 그래도 극딜을 하다가 도중에 그만 두었다. 나는 이때 이재명, 안희정에게 정이 떨어졌다. 이 중요한 대선을 앞순 시기에, 절대 져서는 안 되는 시기에 자신들이 후보로 나오려는 그 모습에 너무 아연실색했다. 그래, 대통령 하고 싶겠지. 이번에 후보로 나오면 될 가능성이 높으니까. 그러나 품격있는 모습이 아니라 다음을 생각하며 움직이는 모습이 아니라 욕망대로 움직였던 모습에 너무나 실망했다. 다행히 안희정은 정치인생이 거의 끝났고, 이재명은 경기도 도지사 자리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물론, 이재명 도지사는 내 성향과 안 맞는 사람이여서 지지하지 않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정치바닥에서 보고싶은 사람은 아니다. 이상 내 나름의 인물평 끝!)

 


 

책 맛보기

 

늘 일보따리를 집에 가져가서 새벽까지 재판 준비를 하거나 변론 서면을 쓰곤 했다. 아이들은 변호사를 3D업종처럼 생각했다. 그래도 내가 마땅히 해야 할 몫으로 받아들이면서 기꺼이 일을 맡았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게 늘 행복했다.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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