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낀 점
이 책은 맨부커상을 받았다. 한강 작가가 받았다고 했을 때 이런 상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 언론에서 나오는 내용을 봤을 때 상당히 권위있는 상 같았다. 검색해보니 영국에서 주는 최고 권위의 상이라고 한다. 원래는 부커상이었는데 맨 그룹이 스폰서로 나서면서 맨부커상이 되었다고 한다. 노벨상, 퓰리처상 말고는 아는게 없었는데 맨부커상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뭐 세계 3대 문학상이라는데 그런 건 크게 의미가 없다고 한다. 받으면 영예로운 건 분명한 상이다.
이 책은 폭력에 대한 이야기다. 학대를 당하거나 손과 발로 직접적인 공격을 가하는 폭력 이야기는 아니다. 그런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폭력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폭력에 대한 이야기다. 채식주의자가 된 영혜가 육식을 안 먹는 일에서 사건은 계속 일어난다. 여기에서 내 정서와 이 책은 잘 맞지 않는다. 아마도 나는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 못 한 듯하다. 육식을 먹어야 몸이 건강해 지는데 그때조차도 육식을 하지 않는 건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것이 하나의 신앙이라고 하면 이해될 법한데 고기를 먹지 않는 것과 예수를 믿는 것이 같다기에는 제법 거리가 있다. 내 건강이 상했을 경우 예수를 믿지 않으면 병이 나을 수 있다는 가정은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육식을 먹지 않는 것은 행동적인 측면이다. 그것이 교리가 될 수 있겠지만 믿는 대상이 무엇이란 말인가? 영혜는 왜 육식을 먹지 않는 거지? 나는 그 조차 이해가 잘 되질 않는다. 설명이 부족하기에 나는 잘 이해가 되질 않았다.
여기에 영혜에게 가해지는 모든 게 폭력이라면 영혜 역시도 폭력적이다. 왜 영혜는 타인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않는가? 왜 영혜는 침묵을 통해 타인에게 폭력을 가하는가? 옆에 있는 타인, 심지어 가족들이 야위어가는 영혜가 자칫 심각해질 수 있는 영혜에게 만약에 가족들이 아무 것도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그것 역시도 어쩌면 폭력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이 책에서 폭력을 무어라 정의하는지 궁금하다. 그것을 느낄 어떤 장치도 모르겠다. 앞서 이 모든 이야기는 내가 이해를 제대로 못했기에 드는 의문일 수 있다. 요즘 폭력이 아닌 것조차도 모든 것을 폭력으로 수식하는 게 불만이여서 이 책도 그렇게 보인 걸 수도 있다. 아마도 기승전결이 확실하고 개연성 있는 설명을 해주는 소설을 좋아해서 그런 것 같다. 이런 전개는 잘 이해가 되질 않는다.
가장 이해가 안 되었던 장면이 바로 정사장면이다. 정말 이해가 안 되었다. 뭐지? 읽다가 느끼는 이 당황스러움은 뭐인지 모르겠다. 상황 설정도 그렇고 정사씬의 묘사도 너무 외설적이었다. 도대체 이 장면이 의미하는 바가 뭐지? 도저히 지금도 모르겠다. 사실 알고 싶지도 않다. 도대체 왜 이런 책이 상을 받은 건지 범인인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았다.
작품 해설을 읽는데 해설이 더 어려웠다. 이런 문학작품만 있다면 아마도 나는 문학을 읽지 않을 것이다. 이후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읽었는데 5.18관련해서 쓴 책이라고 해서 읽었던 것이다. 아니었으면 한강의 책은 안 읽었을 것이다. 아마 이제부터는 한강의 책을 읽지 않을 것이다. 내 스타일의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승전결의 내용을 원하는 나로서는 그녀의 글이 내 눈에 들어오질 않는다. 파격적인 사고방식도 이해가 되질 않는다.
만약 그녀의 책을 다시 읽는 날이 온다면 아마도 내가 그녀에 대해서 공부를 많이 하고 난 뒤가 아닐까 싶다. 그녀가 나온 팟캐스트를 한 번 들은 적이 있었는데 끝까지 다 듣질 못했다(내용이 안 좋아서가 아니라 한강작가의 목소리 톤이 너무 좋은 톤안대 점아 잘 오는 톤이다...ㅠ). 다음에는 작품에 대해서 좀 설명을 많이 한 팟캐스트나 유튜브가 있다면 참고를 해봐야 겠다. 이 책을 읽은 뒤 너무 별로여서 한강은 다시는 읽지 않겠노라 다짐을 한 기억이 난다. 지금 몇 년 시간이 흐르니 감정의 흔적이 크게 남아 있질 않다. 그녀가 다시 한 번 주목받게 되면 나도 주목해 볼 것 같다.
뭔가 상징과 의미가 있는데 내가 그 코드를 못 읽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그렇지 않고서는 맨부커상을 받을 수 있었을까? 나는 단순히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으로 읽었지만 설마 그것이 다일까 싶다. 이 책의 문학적 기교나 상징 등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은 메세지에 맞는 걸출한 표현법이 있으리라고 본다. 그 장치를 읽을 수 있다면 아마도 나는 소설 읽기에 상당한 수준이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나중에도 그렇고 그런 수준으로까지 오를까 싶다. 그런 걸 보면 나도 문학에 대해서 약간은 공부를 해봐야 하지 않을까. 여튼, 이런 심오한 책보다 가벼운 책을 계속 읽지 싶다.
책 맛보기
모든 사람이 - 강제로 고기를 먹이는 부모, 그것을 방관한 남편이나 형제자매까지도 - 철저한 타인, 혹은 적이었을 것이다. (리드북스 아이패드 기준 - 이하 리디북스 아이패드 기준 87)
그를 당혹스럽게 한 것은, 그의 동서가 마치 망가진 시계나 가전제품을 버리는 것처럼 당연한 태도로 처제를 버리고자 했다는 것이었다. (91)
공포에 지질린 영혜의 눈빛이 그녀의 눈을 할퀸다. (225)
지우는 곧 자랄 것이다. 혼자서 글을 읽고 사람들을 접할 것이다. 언젠가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아이의 귀에 들어갈 그들의 일을 그녀는 어떻게 설명해줄 수 있을까. 천성이 예민하며 병치레가 잦긴 하지만, 아이는 지금까지 비교적 밝은 성격으로 자라왔다. 그녀는 그것을 계속 지켜갈 수 있을까. (232)
목차
처음으로
저자 소개
차 례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
해설
작가의 말
수록작품 발표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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