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유익하다! 같은 출판사의 책인 <성서의 형성>을 읽고 이 책을 읽으며 딱이겠다. 이 책은 옥스퍼드 대학교 출판사에서 펴낸 간략한 입문서 시리즈(Very Short Introduction)의 구약 편인데 입문서로는 제격이다. 번역자가 뒤에 쓴 말이 딱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입문’이 문자 그대로 ‘문에 들어서는 것’을 뜻하는 ‘입문서’인 이 책은 ‘구약’이라는 거대한 세계를 보여주는 작은 문 그 세계에 막 들어가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견실한 학자가 만들어 놓은 작은 문이다. 이 문을 통해 저 세계 전체와 세부를 알 수는 없지만, 저 세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딛기 전에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 갖추어야 할 태도, 저 세계가 지닌 깊이와 넓이를 힐끗 엿볼 수 있다. 이 문을 통해서 좀 더 많은 이가 구약이라는 오래되고도 낯선 문헌을 좀 더 깊고, 다양하게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224)
책도 그리 두껍지 않고 비그리스도인들도 인문학을 공부하는 것처럼 읽어도 제격일 듯 싶다. 그정도로 책에 내용도 알차고 잘 썼다(번역을 잘 하신 걸수도). 하버드 대학 교수로는 존 레벤슨만 알았는데 마이클 쿠건도 추가!
난 특히 4장 구약성서와 신화, 12장 구약성서의 영속적인 중요성이 기억에 남는다. 계몽주의 이후 성경 비평의 문이 활짝 열리게 된다. 성경은 과연 누가 기록했고, 어떻게 기록되었을가에 대한 여러 설명들이 등장하게 된다. 그래서 성경의 차이점들에 주목하게 되고(예, 창세기 1장과 2장 등) 문서설이 등장하게 된다(자세한 건 다음 책인 피터 엔즈의 <아담의 진화>에서 잘 설명되었더라. 그때 리뷰를). 그러면서 이제 메소포타미아 신화와 성경의 유사점들이 드러나게 된다. 신화와 역사라는 측면에서 이 책은 잘 설명을 해 놨다.
“이렇듯 신화와 역사는 서로 무관한 장르라고 할 수 없다. 역사에는 신화적 측면이 있고 신화에도 역사적인 측면이 있다. 이는 성서의 처음 십여 권의 책에서 발견할 수 있다. 내러티브는 창세기 1장의 천지창조부터 열왕기하의 결말에 담긴 예루살렘 멸망까지 이어진다. 그 속에서 종종 언급되는 정교하게 계산된 연대기, 창세기 초반에 등장하는 신화적 요소로부터 이스라엘의 선조들, 출애굽, 약속된 땅으로의 진입, 그리고 그 안에서 이루어진 역사적 사건들까지 내러티브는 멈추지 않고 나아간다 이 모든 내러티브의 주인공이 야훼라는 사실은 이 내러티브에 신화적 차원을 부여한다. 신화는 기본적으로 신적 존재가 주인공인 내러티브를 뜻한다.”(67-8)
근대 이후 사실이 진리이며 사실이 아니라면 의미가 없다는 사고를 우리는 가지게 된다. 그래서 성경이 진짜인가 아닌가라는 것에 집착하게 된다. 성경이 형성되었을 때 그러한 사고방식을 수집가들과 편집가들이 가지고 있었다면 성경은 그런 식으로 기록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는 그러한 사고방식이 없었는데 그걸 자꾸 우겨 넣는다면 성경에서 과학원리를 추출하려는 창조과학이 아니겠는가. 역사적으로 가치가 없다는 걸 말하는 사람이나,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다는 걸 우겨넣는 사람이나 서로 시대착오적인 사람들이다. 여튼, 피터 엔즈의 <아담의 진화>편에서 이 이야기를 자세히 할 수 있길 바래본다.
비평에 대해 읽다보면 왜 성경은 서로 다른 자료들을 그대로 이어붙였을까 의문이 든다. 하나의 자료로 다듬어서 쓰면 되지 않았을까? 왜 손을 대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들은 근대 이후의 사람이기에 하기에 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들은 진정 하나님의 말씀을 훼손시키면 안 되기에 그대로 자료를 붙였을까?
여튼, 저자는 구약은 지금까지도 인류에 영향을 주기에 구약을 안다는 것은 인류의 자산을 알 수 있는 것이라 말한다. 예술가들은 끊임없이 성경에서 영감을 얻는다. “성서 이야기에 뿌리를 두고 있는 영화, 노래는 무사히 많으며 심지어 욥기에 바탕을 둔 뮤지컬 코미디”(206)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모르겠지만 한국의 네이버 웹툰에서 욥기를 주제로 한국판 욥기가 등장했다. <당신의 과녁>이 그 작품이다. 제목부터 욥기 본문을 삼는 패기 ㅎㄷㄷ.
“그렇기에 성서, 구약성서를 아는 것은 우리의 과거를 잘 이해함과 동시에 오늘날 우리 자신을 더 깊고 넓게 이해하는 데 커다란 도움을 준다.”(207)
이 책 정말 좋다. 강력하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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