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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인문

[책리뷰] 김시우, 백승호, 양승훈, 임경빈, 하헌기, 한윤형 - 추월의 시대[메디치 I 세대론 I 86세대 I MZ세대 I 색깔론 I 한국 사회 I 저출산]

by 카리안zz 2022.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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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고등부를 담당하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요즘 중고딩들은 대단히 진보적으로 생각했다. 이제 남녀의 차별을 반대하고, 젠더 문제에 대해서도 진보적이며 등등 그런 진취적인 학생들이라고 생각했다. 중고등부 몇 달을 하고 이거 내 생각이 망상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왜 이리 화가 나있지? 분노, 혐오의 감정이 보였다. 고등학교 남학생들이 그랬다. 페미니즘을 말할 때 그랬다. 내가 아는 그 고등학교 사회문화 교과서에서 읽었던 페미니즘이 맞는 걸까? 물었다. 페미니즘이 뭐니? 대답을 못한다. 그 유튜브에서 이상한 말들을 하는 사람들이 페미니즘이라고 한다. 왜 이럴까? 페미니스트는 정신병자, 숏컷이면 의심해봐야 한다, 여대생들은 대부분 걸러야 한다. 내게 직접적으로 한 말도 있고 옆에서 하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마치 무신론자들이 기독교인들에게 정신병자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소리를 한다. 처음에는 지역이 대구니깐 그런가 싶었다. 이 지역의 어두움일까? 그러다 점점 이대남 현상이라는 말이 나왔고, 내가 경험한 것들이 다 그 곳에 있었다.

 

 그러다 알게 된 게 헬마우스였다. 어처구니 없는 팩트를 체크하며 욕을 한 바가지로 하는 유튜브 채널이다. 우리 황교안 전도사님께서 당대표를 하실 때 이 극우 유튜버들이 국회까지 영향을 끼치는 것을 보고 국회에서 일하고 있던 하헌기 새로운소통연구소장이 팀을 꾸려 만든게 바로 헬마우스 채널이다. 이준석의 등장으로 극우 유튜버들의 입지는 좁아졌기에 지금은 채널을 접었다.

 

 신기한 일이긴 했다. 중고등부 남자 아이들이 중국에 대해서, N번방에 대해서 뭐라 뭐라 할 때가 있었다. 중국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까 그때 헬마우스에서 중국에 대한 말들의 팩트 체크를 해준다. N번방에서 피해자들이 피해받을 만한 사람들이었다고 말하니 그 내용을 다음에 헬마우스에서 팩트 체크해준다. 그 어처구니 없는 말들을 반박하려면 여간 힘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이거 좀 이상한데? 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사실 관계를 어디에서 찾아야지 하는 방법의 문제가 걸린다. 다행히 헬마우스 역할을 하는 임경빈 씨가 JTBC의 팩트체크 팀의 작가로 일을 하였기에 이 부분에서는 전문가다. 그렇게 나는 이들을 통해 20대 청년들의 상황을 그냥 비난을 해야하는 상황을 아니라는 걸 배우게 되었다.

 

 9월 첫 주 능력주의와 공정에 관한 주제 설교를 준비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었다. 함께 <공정하지 않다>을 읽었고 <K-를 생각하다>를 절반쯤, 다음은 <불평등의 세대>를 읽을 것이다. <추월의 시대>를 가장 먼저 읽었는데 <공정하지 않다><K-를 생각하다>를 먼저 읽고 읽었으면 더 좋았겠다 싶다.

 

 잡설이 길고 책 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이제 선진국을 추격하던 시대를 지나 이제 추월하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고 저자들은 본다. 그게 80년대생들의 눈으로 시대를 바라본 결과물이다. 저자가 여섯 명이여서 그럴까 1장부터 10장까지 하나의 맥으로 엮는 것은 없는 것같다. 그럼에도 나는 이 책에서 많이 배웠다. 특히 재미있는 장은 7장이었다. 선망국이라는 비판이 있는데 이 선망국이기에 오히려 추월할 수 있는 동력이 되었다고 한다. 선망국은 선진국을 따라가다 먼저 망한 나라를 말한다. 그러나 미래에 기계들이 자동화나 AI가 대체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로봇사용이 굉장히 높은 나라다. 제조업 노동자 1만 명당 로봇 수 밀도 기준 한국은 531. OECD 1위다. 2위는 398대이다. 2위와의 격차가 상당하다. OECD 평균은 69이다. 자동화가 진행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는 상당히 과장되었다고 나도 들었는데 어쨌든 저자들의 말처럼 세상을 통째로 바꾸어놓을 만큼 유별난 변화를 가져줄지는 알 수 없지만 기계와 자동화 기술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현상은 꽤 오래도니 경향이라는 점”(220-221)에 동의한다. 저자들이 제시한 미국 GDP에서 노동이 차지하는 비중의 변동을 보니 확 와닿는다. 사라지는 직업이 3분의 1가량이나 된다. 근데 우리는 이걸 먼저 미리 맞은 것이다. 지금 일자리가 없는 것이 이와 연관성이 있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그러니 다른 선진국들보다 미리 먼저 매를 맞은 것이다. 왜 이렇게 자동화가 많아졌을까. 1) 한국 제조업이 워낙 자동화를 도입하기 쉬운 방향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 2) 한국의 노동자와 기업 간의 불신이 생각보다 심했다는 점을 말한다(224). 그러니 자연히 엔지니어를 중심으로 산업이 변해간다. 마스크 대란을 잠재우는데 삼성전자 생산기술팀의 생산기술 프로들이 중소 규모 마스크 공장까지 찾아가서 활약한 것에서 그 체감을 느꼈다. 그들은 1-2주 거쳐 노동자들 동선을 고혀한 생산설비 재배치를 하고, 자동화 설비를 운영하는 방식에 도움을 줬다. 생산성이 수십퍼센트 향상됐고, 마스크 대란은 조기 진압할 수 있었다. 근데 이 자동화는 새로운 일자리에 대해선 어떨까? 그 내용이 상당히 흥미로운데 궁금한 분들은 책을 사서 보시라. 힌트는 240페이지를 보면 된다.

 

 여튼, 이 책은 저자들 나름의 해법을 제시한다.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 저출산 문제, 공정에 대한 문제 등등. 거기에 동의를 하든 안 하든 나름의 대답을 하니 참 좋았다. 그리고 상당 부분 공감이 되는 부분들이 있었다. 나에게 이들의 작업이 세상을 보는데 한층 넓혀주었다는 데에 고마운 마음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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