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읽기: 고린도전서 10장 24절 “누구든지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말고 남의 유익을 구하라”
요즘 사람들이 화가 가득차 있다는 느낌이 종종 듭니다. 특히나 코로나 상황으로 얼굴과 얼굴을 맞대어서 이야기하는 기회가 부족해서 그런지 더 그렇게 느껴집니다. 사람들은 현실세계보다 SNS나 인터넷에서 소통이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보면 목사님들끼리 다투는 것도 보게 되는데 저게 그렇게 싸울 일인가 하는 걸 자주 목격하게 됩니다. 사람들 다 보는데에서 누구를 저격하는 글을 쓰지 말고 그냥 개인적으로 그 사람에게 먼저 메시지를 보내면 쉽게 오해가 풀릴 일인데 일이 굉장히 커지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SNS가 없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타툼이었습니다. 직접 얼굴을 보는 게 아니고 가려진 얼굴을 보기에 안 싸울 것도 싸움이 되어버립니다.
인터넷 커뮤니티들은 더욱 그렇습니다. 보면 다 화가 나 있는 거 같아요. 조금만 실수 한 게 있으면 물어뜯으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이러니 남을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있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이쪽이든 저쪽이든 입장에 서야 하는데 서로가 가진 다른 생각들을 교류하고 의견을 나눠보고 차이가 어떤 점인지 파악하는 모습은 유익한 게 아니게 됩니다.
우리 사회에서 몇몇 사건에서 저는 이런 모습들을 많이 봅니다. 예전에 인공국 사태라고 인천공항 보안요원 정규직 절차가 문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이분들이 시험에 뽑히지 않고 자격증 같은 걸로, 아마 보안에 관련된 거라면 무술 유단 이런 거나 특수부대 출신 같은 경력 등을 보는 것이겠죠. 그렇게 채용되어서 나중에 정규직 전환이 된 게 문제가 되었습니다. 시험치지 않고 뽑혀서 공정하지 않다는 문제가 되었죠.
다음 사건은 양평 칼부림 사건 때 일입니다. 이때 여경의 모습 때문에 논란이 일어났습니다. 이외에도 남자 경찰도 사건 현장에서 도망친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마다 나오는 경찰을 뽑을 때 자격증 같은 능력을 보고 뽑자는 말이 나옵니다. 시험이 아니라. 이때 나오는 공정은 능력주의입니다.
그런데 앞서 인천공항 사태 때는 공정이 시험이었습니다. 이런 충돌하는 이야기를 보면서 우리 사회와 정치권이 터놓고 무엇이 공정인가 토의를 하면 참 좋겠는데 그런 건 절대 일어나지 않습니다. 사건이 하나 터질 때마다 우~ 하고 일어나고 우~ 하고 욕하고 비난하고 끝납니다. 능력주의를 말하면 시험주의로 비판하면 되고, 시험주의하면 능력주의로 비판하면 되고 어떨 때보면 그냥 다 싫은 건가 싶을 때가 많습니다.
이런 화가 나 있는 현상은 우리 남자 청년 세대에 자주 보입니다. 화가 나는 이유도 이해가 됩니다. 그들의 상황을 좀 거칠게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엉덩이에 피멍이 들 정도로 남자아이들에게 유독 가혹했던 체벌, 체육시간 전 옷 갈아입을 장소가 부족하면 남학생들만 더러운 화장실이나 창고에서 체육복을 갈아입게 했던 일,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한 후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어 고민할 때 남자가 ‘그깟 걸 가지고 징징댄다’며 사소한 것으로 치부하는 분위기 등등. 결정적으로 작가는 단지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2년가량 짊어져야 했던 병역의무를 지적한다. 이는 젊은 남자 세대에게 심각하게 느껴지는 문제이지만, 정작 기성사회는 이를 ‘별 것 아닌 것’으로 폄하한다.” 이걸 이중구속 상태라고 하는데 사회는 여전히 남자라는 것에 책임감을 주는데 교육을 받을 때 남자나 여자나 평등하단 교육을 받으니 20대 남자들의 내면에 분노가 채워지는 건 당연한 듯 보인다.]
그런데 그 화가 너무 지나친 나머지 눈 앞에 자기 자신의 어려움 말고는 아무 것도 안 보이는 것 같더라구요. 당장에 이 분노의 화살은 여성에게 향합니다. 그런데 정말 공정하게 20대 여성이 군대를 갔다고 생각해 봅시다. 30대까지는 남자랑 공정해 보입니다. 근데 30대 취업 후에 상황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결혼 후 출산 때문입니다. 경력이 단절되죠. 출산하고 육아를 담당하고 이제 취업현장으로 가려고 합니다. 그때 여성들 앞에 주어진 일자리는 비정규직과 파트타임이죠. 이때부터 여성과 남성의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군대도 다녀오고 일자리도 평생 파트타임과 비정규직이고 이런 삶이 말이 될까요? 그런데 제가 이런 말을 하니깐 어떤 젊은 남성이 이렇게 말하더라구요. 꼭 일을 해야겠냐고. 제가 그 말을 듣고 어안이벙벙 했습니다. 이해를 못하고 공감을 못하더라구요. 제일 힘든 세대가 청년과 여성인데 그 교집합인 젊은 여성이 우리 사회에 가장 어려운 힘든 세대고 그 다음 힘든 세대가 바로 20대 남성청년들입니다. 근데 이 두 세대가 젠더 갈등으로 막 싸우니깐, 어휴 할 말이 사라집니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날까요? 제가 최근에 읽었던 책에서 그 이유를 조금 알 것같았습니다. 제가 읽은 책은 독서에 관한 책이었습니다. 저자는 뇌과학자입니다. 저는 단순히 인쇄매체와 전자매체의 균형을 잡는 독서를 알려준다기에 읽었는데 내용은 훨씬 깊었습니다. 저자는 책읽기의 위기에서 민주주의의 위기를 진단했습니다. 책읽는 뇌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발달하는 영역이라 말하며 책읽기, 그러니깐 그냥 읽는 것은 아니고, 깊이 읽기가 안 되면 우리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을 잃어버린다고 말합니다. 깊은 읽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제 우리가 타자를 알고, 그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타자’가 누구인지 혹은 무엇인지에 대한 인식을 이제는 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깊은 읽기를 통해 우리는 타인의 관점을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있고, 비평할 수 있고 깊은 자기만의 배경들이 생성이 됩니다. 하지만 이것들이 사라졌을 때 우리는 우리 자신의 배경지식이 아니라 외부의 지식을 믿어버립니다. 이때 외부지식이라 하면 유튜브, SNS, 커뮤니티가 대표적입니다. 이 매체들에게 거짓 뉴스를 내보내도 이것을 판단할 능력이 없습니다. 깊은 읽기가 안 되면 속게 되는 것이죠. 가짜뉴스가 판을 치는 이유가 바로 깊은 읽기의 상실이라고 저자는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저자가 책 읽기기의 롤모델이 되는 사람을 몇 명 소개하는데 그 중에 한 분이 바로 본회퍼입니다. 쌩뚱맞게 신학자를 롤모델로 소개하니까 반갑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 세상에서 종교인이야 말로 가장 편협한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이때에 역설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저자가 올바른 롤모델을 소개했다고 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가장 먼저되는 게 성경을 읽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성경을 읽으면서 하나님을 알아가고 하나님을 만납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세계로 향합니다. 이 세계를 만난 사람은 분노로 세상을 망가트리지 않습니다. “오직 성령의 열매는 사랑과 희락과 화평과 오래 참음과 자비와 양선과 충성과 온유와 절제”(갈 5:22-23)라고 했습니다. 오늘 본문도 자신의 유익이 아니라 남의 유익을 구하라고 하셨습니다. 누구보다도 그리스도인은 세상을 이해하고 사람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 어떻게 보면 민주주의가 기독교 세계에서 탄생한 것은 당연한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더 깊고 넓은 세계를 바라봅니다. 우리가 세상을 화목하게 하고 남의 유익을 찾는 이유는 바로 그리스도께서 그렇게 하셨기 때문입니다.
갈라디아서 5장 24-26절 말씀을 읽겠습니다.
“그리스도 예수의 사람들은 육체와 함께 그 정욕과 탐심을 십자가에 못 박았느니라 만일 우리가 성령으로 살면 또한 성령으로 행할지니 헛된 영광을 구하여 서로 노엽게 하거나 서로 투기하지 말지니라”
혹시 우리에게 세상의 분노가 심겨지지 않았나 돌아보길 원합니다. 그렇다면 헛된 영광의 것으로 서로를 노엽게 하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의 마음 속에 세상의 분노가 물들지 않고, 성령의 열매가 잘 자랄 수 있는 성도님들이 되시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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