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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영화] 세자매 I 가정 폭력, 상처, 아픔, 가족, 가족의 의미, 사과, 아버지, 폭력, 치유 / 문소리, 김선영, 장윤주 주연, 이승원 감독

by 카리안zz 2021.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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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세자매를 봤다. 본지는 좀 됐는데 이제야 글을 끄적여 본다. 이 영화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감독이 나온 걸 듣게 되어 알게 되었다. 어느 집에나 있을 법한 내용이라는 것에 끌렸다. 이 세자매에게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그게 이 영화의 중심이고 그 일의 파장이 세 자매의 일상을 잠식하고 있었다. 

 세자매가 있다. 첫째는 꾀죄죄하다. 둘째는 잘 산다. 셋째는 그냥 막 산다.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사는 자매들이다. 첫째는 특히 소심한듯 보인다. 가정이 파괴된 듯 보인다. 자신 역시도 암으로 파괴되고 있다. 소심한듯 보이는 모습은 무언가에 눌린 듯 살았던 흔적이 보인다. 누가 그 흔적을 남겼을까? 

첫째 희숙 역(김선영)

 벌이도 시원찮아 보인다. 빚을 졌고, 동생에게 제법 신세도 졌다. 급기야 사이비 종교에도 빠지고 만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동생에게는 교회를 나간다고 하고선. 왜 이렇게 되었을까. 

 

 둘째는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주일이면 교회를 간다. 밥을 먹을 때도 기도를 가족이서 같이 한다. 남편도 교수인듯 보이고 사는 것도 좋은 집에서 풍요롭게 산다. 근데 뭔가 불안불안하다. 아뿔사. 남편이 교회의 성가대원 대학생이랑 바람이 났다. 분노. 침착한 듯보이나 이 분노 속에서 미연에게도 무언가 흔적을 보인다. 

둘째 미연 역(문소리)

 딸에게 분노를 터트리는 장면에서 특히 그랬다. 미연은 왜 이렇게 침착하려고 하지만 순간 분노가 터지는 것일까? 그녀의 눈빛은 분노로 가득찼다. 누가 그 흔적을 남겼을까? 그녀의 그 눈빛은 어디에서 배워온 것일까? 

 

셋째 미옥 역(장윤주)

 셋째는 거칠다. 왜 이렇게 감정조절도 못하고 막 나갈까. 작가인 것 같은데 한 남자의 아내가 되었다. 그녀의 남편은 자신의 전공과는 전혀 무관한 사업을 하는 사람이다. 무언가 사정이 있었을까. 남편은 풍족해 보이는데. 글은 계속 쓰는데 남편에게 신경질적이다. 그래도 남편은 다 받아 준다. 근데 아들이 하나 있다. 남편의 아들. 그러니 남편은 재혼을 셋째와 했던 것이다. 그래서 셋째의 거친 것들을 다 받아 주는 것일까? 많이 좋아하는게 티가 난다. 그런데 왜 셋째에게는 이런 거친 흔적이 남았을까? 아니, 흔적이 남은 것처럼 보이는게 아니라 그 흔적이 진행 중이다. 도대체 무슨 일을 겪었을까? 

 

 영화 후반부 세자매에게 흔적을 남긴 이유가 나온다. '아버지' 폭력적인 아버지. 이 세자매는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고 그 흔적을 고스란히 남기고 있다. 문제는 아버지의 생일날에 벌어졌다. 세자매에게는 남동생이 있었다. 장애가 좀 있는듯하다. 아버지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에 참석했던 목사에게 오줌을 싼다(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는다ㅠ). 그러더니 당연히 아버지는 목사에게 미안하다고 한다. 그리고 첫째는 남동생을 챙기며 미안하다고 미안하다고 사과를 한다. 첫째의 딸은 사과해야 될 사람이 안 한다고 말한다. 그때 둘째는 폭발한다. 아버지에게 따진다. "사과하세요! 사과하시라구요!"

 영화의 아버지는 딸들과 아들에게 상처를 남긴 사람이다. 특히 첫째딸과 남동생에게 심하게 그랬다. 이름에서 힌트가 좀 있는데 첫째의 이름은 희숙이고, 둘째와 셋째는 미연과 미옥이다. 배다른 자매인 것이다. 첫째과 남동생과 둘째와 셋째가 따로따로다. 아버지는 첫째와 남동생에게 폭행을 가했다. 그 폭행에 첫째는 늘 움추려 사는 것이다. 그 폭력의 흔적이 첫째를 이렇게 만든 것이다. 그 흔적들을 안고 사니 지금의 가정도 엉망인 것이다. 악은 이토록 디테일하며 잔인하다. 둘째 역시도 아버지의 폭력적인 모습을 닮아가고, 셋째의 거친 모습도 그 폭력에 흔적이다. 그런데 이 폭력은 단순히 아버지만의 폭력은 아니었다. 세상에 만연해 있던 억압이기도 했다. 그 시대는 그랬다고 하니깐. 그 시대를 살지 않은 나로선 함부로 말하기가 그렇기도 하다. 어쨌든 그런 시대였다고 한다. 

 나는 둘째가 사과하라고 외쳤을 때 펑펑 울었다. 그냥 보고 있다가 펑 터졌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으로 한 대화가 그 말이었기 때문이다. 사과하라는 말. 내가 아버지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이었다. "사과하세요. 엄마에게 사과하세요." 작년에는 나에게 사과하라고 했다. 마지못해 사과하셨던 아버지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이렇게 남은 상처는 잘못하면 인생을 파멸시킨다. 아빠는 왜 그렇게 되었을까? 우리 아빠는 왜 그런 폭력적인 모습을 보였을까? 아빠의 마지막을 잘 못 해준 미안한 마음이 자꾸 커질 수록 이제는 다른 식으로 아빠는 왜 그랬을까 생각이 든다.

 

 영화는 그래도 희망차게 끝낸다. 특히 셋째가 엄마의 역할을 맡아서 하려는 모습에서 그 희망을 본다. 영화는 아버지를 악으로 규정하는 것 같다. 아버지에게 받은 피해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리고 저마다 그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는 모습으로, 그저 살아가는 모습으로 이 영화는 끝을 맺는다. 그래도 이 세자매는 연결되어 있다. 서로를 이해한다. 함께한다. 아픔과 상처를 딛고 일어선다. 웃으며 사진을 찍는다. 그 장소가 세자매가 특히 상처를 입었던 장소여서 더 특별하다. 어른들의 시선의 폭력 속에서 그 장소에 있었다면 이제는 웃으며 그 장소에서 세자매는 사진을 찍는다. 

 이 영화 너무 좋다. 마지막 노래도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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