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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영화 리뷰] 미나리ㅣ미나리 의미, 정이삭 감독, 스티븐 연, 한예리, 윤여정 주연 / 아카데미 연기상 수상(여우주연상), 등장인물 이름의미

by 카리안zz 2021.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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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부터 미나리 수상 소식에 떠들썩 했다. 평소 이동진 씨의 영화평론을 유튜브로 보는데 얼마 전에 아카데미 시상 예측 영상도 봤었다. 그때 윤여정 배우의 수상을 말하긴 하더라. 역시나 윤여정 씨가 아카데미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작년에 봉준호 감독의 엄청난 수상 때문에 조금 가리워진 느낌이긴 하지만 한국인 배우가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는다는게 참 대단하다. BTS니 봉준호니 월드클래스들이 한국인이라는 것에 세삼 우리가 작은 나라가 아니구나 싶다. 

 때마침 미나리를 보려고 했는데 오늘 보았다. 과연, 이 영화는 어떤 영화일까? 

 

가족

 이 영화는 미국으로 이민간 분들의 이야기다. 몇 년전 이정용 박사의 <미지널리티>를 몇 챕터 본 기억이 있는데 그 내용이 조금 기억에 남았다. 미국으로 이민간 아시아인들의 통계를 알려주었다. 보면서 조금 기억에 남을 만한 게 있었는데 그게 기억이 안 난다. 조만간 그 책을 한 번 읽어봐야 겠다. 

 

아버지(제이콥 이, 스티븐 연 배우)

 

 

 

 스티븐 연이 연기한 제이콥 이(Jacob Yi)는 중심되는 가족의 아버지다. 감독의 이름은 이삭. 주인공 이름은 야곱. 성경에서 이삭은 야곱의 아들이다. 야곱은 후대에 다윗왕이 등장한다. 근데 영화에서 야곱의 아들은 데이빗! 다윗이다. 큰 의미는 아니겠지? 여튼, 제이콥은 현실적이다. 직업은 병아리 감별사다. 이동진 씨의 해설을 들어보니 당시 병아리 감별사는 돈을 많이 벌었단다. 빠른 시일내로 성별을 구별해 내는 것이 수익성을 높일 수 있어서다. 병아리의 성별을 구별하는데 당연히 수컷을 구별해 내야 한다. 수컷은 알을 낳을 수 없으니깐. 그래서 제이콥과 그의 아들 데이빗의 대화가 흥미롭다. 그의 아들 데이빗은 아버지에게 굴뚝에 연기나는 걸 보고 저건 뭐냐고 묻는다.
 

제이콥(아버지): 저거! 숫놈들을 저기서 폐기하는 거야
데이빗(아들): 폐기가 뭐야? 
제이콥(아버지): 말이 좀 어렵지 음... 숫놈은 맛이 없어. 알도 못낳고 아무 쓸모 없어. 그러니깐 우리는 꼭 쓸모가 있어야 되는 거야. 알았지? 


 제이콥이 병아리 감별사를 그만두고 농사로 성공하려고 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쓸모가 없으면 버림받게 된다. 그러면 가족을 못 지키게 된다. 아버지가 가족을 지키려는 방식은 이러한 방식이었다. 

 그런데 조금 의아한 부분도 있다. 병아리 감별사가 돈을 못 버는 직업도 아닌데 왜 이 직업으로 계속 나가려고 한 것은 아닐까. 돈을 많이 벌었지만 한국에 있는 자신의 가족에게 돈을 많이 보낸 것 같다. 맏이니깐. 그런데 자신의 가족에게는 그렇지 않은 듯 싶다. 적당히 여유 있게 살 수는 없었을까? 꼭 대출을 많이 해서 도박하듯 농사를 지어야 했을까? 만약 실패하면 가족은 어떻게 될까? 이런 생각들이 들었다. 물론, 당시의 상황이나 제이콥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기에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실패할 리스크를 본다면 너무 크기에 다른 방법이면 어땠을까 싶었다. 

(+추가. 아버지 제이콥 이는 다른 미국 아버지와 다르다. 한국 사람이라면 친숙하게 느껴지는 회초리 든 아버지다. 엄격한. 그런데 교회 친구 집에 놀라간 아버지는 다르다. 그냥 이유없이 끌어안아 주는 아버지. 데이빗은 아마도 외할머니에게 느꼈던 한국냄새가 떠오르지 않았을까?)

 

어머니(모니카, 한예리 배우) 

 

 

 


 한예리 배우는 이름은 종종 들었지만 작품은 처음인 것 같다. 엄청 매력적이다. 배역도 매력이고 연기자도 매력이었다. 보는 내내 호감이었다. 

 이동진 평론가도, 유튜브 평론가 라이너도 한예리 역의 모니카가 이상주의자라고 한다. 근데 나는 그녀가 이상주의자인가 싶었다. 어쩌면 다른 현실을 택한 현실주의자가 아닐까? 나는 모니카가 말한 대로 하는게 어쩌면 더 현실에서 맞지 않을까 싶다. 될지 안 될지 모르는 농사보다는 기존에 해왔던 대로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더구나 아이(데이빗)이 아픈데? 현실적인 걸 생각 안하고 이상에 빠졌다는 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녀는 그녀 나름대로 현실적인 방안으로 살아가고자 한다. 가족을 사랑하며 말이다. 

 제이콥이 안타까운 부분이 여기에서 드러난다. 그녀의 마음을 전혀 몰라준 것이다. 반면 모니카는 식수를 농사에까지 쓰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모르는 척 넘어간다. 아이의 심장병이 나아간다는 걸 의사에게 듣기 전까지 그녀는 참는다. 그러나 아이의 심장병보다 자신의 농사를 더 중요시하는 것 같은 남편에게 지쳤고 더이상 같이 살 수 없겠다는 말까지 한다. 제이콥이 좀더 모니카에게 대화를 해줬더라면. 좀더 마음을 알아줬더라면 어땠을까 싶은 대목이다. 

 

외할머니 순자(윤여정 배우)

 

 

 

 

 이 영화에서 윤여정 씨 연기가 사실 크게 뛰어나다고 느낀 적은 없다. 윤여정 씨는 윤여정 씨의 연기를 보여주었다. 그녀는 어느 영화에서나 항상 대단했기에 이번 영화에서는 잘했다는 것에 그냥 익숙했다. 라이너의 말처럼 외국사람들은 항상 대단했던 윤여정 씨를 처음 본 것이기에 그토록 극찬했을 것이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이라니! 

 윤여정 씨가 역을 맡은 순자의 등장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외할머니와 손자 데이빗의 이야기. 데이빗은 할머니같지 않은 할머니라서 순자를 피한다. 쿠키도 못하고, 말투도 쎄고, 그리고 어떤 냄새도 난 걸까? 한국냄새난다고 자주 말한다. 그러나 사건의 전개를 맡은 인물답게 결말까지 외할머니는 이 영화를 이끌어 간다. 

(스포 =>) 데이빗은 드디어 할머니에게 마음을 연다. 그리고 마음을 연 날 할머니와 함께 끌어안고 잠을 자는데 일어나보니 할머니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 할머니가 안 움직인다. 아마도 중풍이 아닐까 싶다. 아리러니 하게 할머니가 아프신 다음에 데이빗의 심장병은 나아갔다. 대신 아파준 걸까. 그 대비가 그렇게 맞물려가지는 않는다. 어쨌든 외할머니는 짐이 되는 게 싫어서인지 병원에 간 틈을 타서 집안 일을 한다. 그 일 중엔 쓰레기를 태우는 소각임무도 있다. 불행한 예감은 맞는지 소각을 시키는데 불이 옮겨붙어 농산물을 모아둔 창고가 다 타버린다. 
 할머니는 충격에 집 반대방향으로 도망치는 가지만 데이빗이 달려가서 붙잡는다. 데이빗이 달리는 장면이 이 영화에서 힘을 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심장이 아파서 못 달렸고, 할머니한테 아파서 못 달린다는 걸 마침 예전에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농사일 때문에 갈등이 극으로 갔던 두 부부는 농산물 창고가 불타서 없어지자 다시 화해를 한다. 아이러니하겠지만 갈등이 봉합된다. 서로의 진심을 봐서일까? 
 이후 네 가족이 한데 뭉쳐서 자는 걸 할머니가 쳐다보며 영화는 막바지에 이른다. 이 장면도 뭔가 의미가 있을까? 

마지막으로 순자가 심은 '미나리'를 심으며 한 말이 이 영화의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어 옮겨본다. 

순자 외할머니: 미나리가 얼마나 좋은 건데. 미나리는 이렇게 잡초처럼 아무데서나 막 자라니깐 누군든지 다 뽑아먹을 수 있어.... 미나리는 원더풀, 원더풀이란다. 

제이콥 이: (미나리를 보며) 알아서 잘 자라네. 데이빗. 할머니가 좋은 자리를 찾으셨어. 

 라이너는 미나리가 한인이민자들을 말하는 것 아닐까 했다. 듣고보니 그렇다. 제이콥이 말한 '알아서 잘 자라네'라는 대사를 보니 더욱 그렇다. 미국 전역에 퍼져있는 이민자들이 그렇게 잘 자라 이 영화까지 만들었지 않을가!

 

연기

 

 

 

 

 다른 성인 연가지들은 말할 것도 없지만 나는 데이비드 역을 연기한 앨런 킴이 기억에 남는다. 아역이다. 구글링을 해보니 2013년 생으로 8살이다. 맙소사! 이렇게 어릴 줄은 몰랐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연기를 잘 하는 걸까. 다 이해하고 연기를 했던 걸까? 아이의 표정과 대사에 연기가 아니라 진짜 손자를 보는 것 같았다. 덕분에 몰입해서 잘 볼 수 있었다! 

등장인물 이름(성경의 이름)


김민웅 교수님 영화평을 보고 써본다. 이 영화의 등장인물 때문이다. 처음엔 감독 이름이 이삭이니 주인공 남자도 야곱을 쓸 수 있겠다 싶었다. 데이빗도 흔한 이름이 아닌가. 근데 농장일을 도와주던 이의 이름이 바울이 아닌가! 십자가를 지고가던. 그게 자신의 교회라던.

이삭, 야곱, 다윗, 바울.

감독은 무얼 의미한 걸까.

이삭은 우물을 팟다. 주변의 방해에서 우물을 빼앗겼지만 우물을 팟다.

야곱은 하나님과 씨름했다. 야비했지만 무엇보다 생존본능은 강했다. 어쩌면 한인 아버지 제이콥과 연관이 되겠다.

다윗은 이스라엘의 가장 큰 왕이었다. 예수님도 다윗의 자손이었단 걸 신약성경은 강조하지 않았는가. 약했던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트리고 강대한 이스라엘을 보였다. 제이콥의 아들 다윗도 심장병이 나아가며 아메리카에서 어떤 큰 일을 해나갈까? 봉준호, BTS, 미나리 여우조연상 윤여정. 그 일들이 조금씩 보인다. 그러나 이런 큰 일은 아닐 것이다. 미나리를 의미하는 아무곳에서나 잘 자라나는 것. 그것이 감독이 의미하는 데이빗. 다윗이지 않을까?

바울은 신약성경에서 가장 중요한 이름이다. 감독이 왜 이 이름을 썼는지는 잘 모르겠다. 작중 폴은 주인공 가족을 도와준다. 주일(일요일)마다 십자가를 지며 이것이 내 교회라고 하는 괴상한 사람. 교회다니는 이들에게 비웃음 당한 사람. 의아하게 보는 모니카에게 '당신도 예수님 좋아하잖아'라고 제이콥은 말한다. 감독은 교회를 언급하며 가족된 교회를 말하려고 한 걸까? 십자가를 지고 가는 것이 진정 교회라는 걸. 너희는 십자가를 지고 가고 있나? 그걸 던지는 걸까? 누구에게?

 

나가면서

 
 미국 교회가 나왔다. 나는 다른 방식으로 생각을 했다. 한국인만 있는 교회에 동남아시아 가족이 온다면 어떨까? 아마 미나리 속 교회의 그림은 우리에겐 그런 모습을 것이다. 다행히 영화에선 교회가 차별을 한다던가 그런 모습이 없다. 교회 친구의 집에서 머물고, 제법 아이들은 교회에서 잘 어울린다.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이민자들이 우리네 교회들에서 버텨낼 수는 있을까. 함께할 수는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는 내가 이상주의자인 것 같다.
 
 여튼, 아시아 혐오가 강해지고 있다. 미국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그것을 보여준다. 때마침 미나리가 수상하며 아시아인에 대한 정서가 새로워졌으면 좋겠다. 흑인을 넘어, 히이패닉계을 넘어 이제는 아시아인들에게까지 인권을 확장시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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