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포레스트 검프?' 내가 이 영화를 본 이유
내가 이 영화를 본 이유는 저 사람은 한국판 '포레스트 검프'라고 자주 들었기 때문이다. 처음에 들었던 건 청문회 때였나 김기춘이 한국판 포레스트 검프라는 말을 많이 했었다. 김기춘. 유신헌법을 만들었다고 알고 있다. 역사에 중대한 지점에 그의 이름이 자주 언급이 되었다. 아, 그걸 보고 포레스트 검프는 역사의 중대한 지점에 뒤에서 조종하는 인물인가 싶었다. 그런데 문재인에게도 포레스트 검프라고 자주 이야기를 한다. 그 역시 역사의 중대점한 지점에 김기춘정도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서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역사의 뒤에서 조종하는 인물은 아니겠네 싶었다. 그냥 역사에 중요한 부분에 등장하는 사람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제 자가격리 대상자가 되었고 송구영신 예배를 드리기까지 시간이 남아서 이 영화를 봤다. 도대체 포레스트 검프가 뭘까?
영화 처음 시작하자 낯익은 음악이 나온다. 찾아보니 Alan silvestri의 <I'm Forrest ... Forrest Gump>라는 제목의 노래다. 음악가와 제목은 처음 듣지만 음만큼은 많이 들어서 낯익다. 아마 티비나 광고 그런 곳에서 많이 틀어줘서 내가 듣게 된 것 아닐까 싶다.
내용에 대한 줄거리는 위키나 다른 곳에서 찾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 나는 내가 인상에 남았던 부분을 한 번 언급하려고 한다.
하나님(신)에 대해서
#1
내가 아무래도 목회자라서 그런지 신에 대한 언급이 나올 때 귀가 솔깃해 졌다. 1994년 미국에서 개봉된 그 시대의 영화에서는 어떻게 언급될까? 초반부터 허를 찌르는 말을 포레스트 검프의 어머니가 말한다.
남들이 네 앞에서 잘난 척하게 하지 마라. 신이 사람을 모두 똑같이 만들려고 했으면 모두에게 보조 장치를 달게 하셨을 거다.
포레스트 검프는 어릴 적에 보조장치를 달게 된다. 걷는게 장애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많은 괴롭힘을 당하게 된다. 자신이 무엇을 해서가 아니라 이미 날 때부터 주어진 어려움을 가지고 (장애와 같은) 태어난 사람들이 존재하는 세상이다. 이 세상에서 저 어머니의 말은 뼈를 때리는 말이다. '하나님! 공평하신 하나님이라면서 왜 누구는 이렇게 태어났고 누구는 저렇게 태어났나요?!' 거기에 대한 불평은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이러한 장면이 언급될 때면 이청준 작가의 <낮은 데로 임하소서>가 떠오른다. 한 시각장애인이 나는 이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났냐고 외치던 장면이 계속 기억에 남는다. 그 절규에 나는, 나와 같은 사람은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그것이야 말로 하나님이 말씀해주셔야 하는 부분이다. 박완서 작가의 책 제목처럼 "한 말씀만 하소서"
#2
그리고 다음 기억에 남는 대사는 이 부분이다.
포레스트 검프는 어린 시절부터 좋아하던 여자아이가 있다. '제니'다.
이 제니는 포레스트 검프의 인생에서 큰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다. 어린시절부터 만난 이 여자아이 제니는 불우한 환경을 지닌 아이다. 술을 마시는 하지 말아야 될 행동을 한다. 어느 날 학교를 나오지 않은 제니를 포레스트 검프는 찾아간다. 왜 안 나왔는가 보니 아버지가 술을 마셨고 폭행을 당했는 것 같다. 그리고 아버지가 취한 틈을 타서 집 밖으로 나온다. 그런데 아버지가 깬 것같다. 제니를 찾는다. 때마침 포레스트 검프가 제니와 함께 있다. 그 둘은 집 밖으로 나온 아버지를 보고 옥수수? 갈대?와 같은 곳을 헤친다.
그때 제니가 갑자기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한다. 제니가 말한다.
제니: 나랑 기도하자, 포레스트.
(아버지: 제니!(카리안 주 - 어딨는지 찾고 있는 것이다)
제니: 하나님, 여기서 멀리 떠나게 절 새로 만들어 주세요. 하나님, 멀리 날 수 있게 저를 새로 만들어 주세요.
(내레이터 포레스트 검프: 엄마는 늘 신이 불가사의 하댔어요. 그날 제니를 새로 만들어 주시는 대신 경찰을 시켜 그 집에 안 살게 하셨거든요. 제니는 크릭모우에서 할머니와 살게 됐고 가까이 살게 돼서 전 행복했어요.)
어떤 작품들에서는 기도에 대해서 비꼬는 대사들이 많다. 대충 기억나기론 '왜 내가 도와 줬는데 하나님께 감사하냐', '하나님이란 존재가 한게 아니라 내가 했어' 뭐 이런 식이다. 엄청난 만화 <베르세르크>의 주제가 신의 존재에 의존하여 기도하는 걸 부정하는 게 주제라고 얼핏 들은 것 같다. 그래서 <잘라라 그 기도하는 손을>이란 유명한 격언이 베르세르크란 만화에 가장 적절한 주제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그러한 비꼼이 안 느껴진다. (물론 내가 번역된 자막을 봐서 오독한 걸 수도 있다.) 위의 대사에서도 오묘한 하나님에 대해서 잘 표현해 준 대사라고 나는 본다.
#3
이 작품에서 '댄 테일러' 역시 포레스트 검프에게 중요한 인물이기도 하다. 주인공은 어렸을 적 발 보조기구를 착용해서 잘 걷지 못했으며 약간 정신적으로 완숙하지는 않아 놀림과 괴롭힘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나중에 댄 테일러는 베트남 전쟁에서 두 다리를 잃게 되었고 장애인이 되었다.
그래서 포레스트 검프는 동병상련이 있는 것 같다. 댄 테일러가 포레스트 검프에게 이제 걷지 못하는 이 심정을 니가 아냐고 물었을 때 포레스트 검프는 안다고 답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각자 여자와 하룻밤을 보낼 기회가 있었는데 상대는 키스를 하려고 하지만 포레스트 검프는 거절을 한다. 그때 여자가 병X이랬나? 뭐 그렇게 말하는데 댄 테일러가 오히려 격하게 반응한다. 그리고 여자들을 내쫓는다. 그 장면에서 포레스트 검프는 자신이 약간 부족한 지능때문에 멍청이라는 말을 싫어하듯이 댄 테일러는 '병X'이라는 말을 그렇게 싫어하는 것 같다고 내레이터가 되어 말해주었다.
이 둘은 계속 엮인다. 이유가 있다. 포레스트 검프도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는데 그때 중대장이 댄 테일러였다. 어느 날 작정 중 전멸을 당할 위기에 처했다. 그런데 미식축구를 잘했기에 달리기에 뛰어났던 포레스트 검프가 부대원들을 구해낸다. 사실은 부상병들을 돕기 위해서 그렇게 한 게 아니라 자신의 절친인 버바를 찾으려다 부상병들을 발견했고 구출한 것이다. 그렇게 구출한 사람 중에 댄 테일러가 있다. 그의 집안 내력이 있는데 큰 전쟁이 있을 때마다 자신의 조상들이 그 전쟁에서 죽었다. 그래서 자신도 그 베트남 전쟁에서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의식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자신의 이 베트남 전쟁에서 죽어야 하는데 포레스트 검프가 살려낸 것이다. 하지만 두 다리는 이미 잃었고. 차리라 거기서 운명대로 명예롭게 죽게 놔두지 하는 원망이 포레스트 검프를 향한다. 그 분노로 인해 둘의 인연은 계속 이어진다. 하지만 포레스트 검프는 그에게 대적도 방어도 싸움도 하지 않는다. 묵묵히 들어주고 옆에 있고 친구가 되어준다.
둘은 이런 약속을 한다. 그의 절친인 버바가 죽기 전에 이야기 한 것이 있는데 전쟁이 끝나면 자신이(버바) 새우잡이 배 선장이 되고 검프는 항해사를 맡아달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절친한 친구의 죽음에 자신이 새우잡이 배 선장이 되어 못다한 친구의 꿈을 이뤄주려 한다. 그 이야기를 하니 댄 테일러가 우스게 소리로 니가 선장이 되면 내가 항해사가 되지 하는 말을 한다. 댄 테일러는 포레스트 검프가 선장이 되리라 생각 못했나 보다.
포레스트 검프는 배를 구입하고(그 배의 이름은 제니호로 정하는데 끝까지 제니를 사랑한 당신은...!) 댄 테일러에게 편지를 보낸다. 새우잡이 배의 선장이 되었으니 항해사로 오라고 말이다. 그런데 댄 테일러가 진짜로 온 것이다!(그래 이렇게 와야 스토리가 계속 진행되지!하하) 여튼 내가 설명하려는 장면이 이제 나온다. 이 이야기를 다 해야지 개연성이 좀 설명되는 지라.
항해사의 엉터리같은 실력에 새우가 아니라 쓰레기를 건지게 된다. 그렇게 새우잡이가 잘 안 되고 있던 터에 바다에 폭풍우가 친다. 심하게 치는 폭풍우의 장면이 참 인상 깊다. 일단 포레스트 검프는 장사가 잘 안되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교회를 착실히 다니는 것 같다. 대사는 이렇다.
포레스트 검프: 새우는 없어요
댄 테일러: 자네 신은 대체 어디 있는 거야?
(내레이터: 댄 중위님의 그 말이 씨가 됐는지 신께서 나타나셨어요.)
상황 - 바다에 폭풍이 친다. (카리안 생각 - 갈릴리 바다에서 폭풍우가 쳤을 때를 작가가 상상한 걸 수도 있다)
댄 테일러는 먼 곳을 볼 수 있는 배의 높은 위치에 (깃?)에 올라 있다
댄 테일러: 당신이라도 이 배는 침몰 못 시켜!
(내레이터: 전 겁이 났는데도 중위님은 몹시 화가 나 있으셨어요)
댄 테일러: 이것도 폭풍이냐?! 더 불어라! 망할, 더 불어! 우리 둘이 대결해 보자! 나 여기 있다 와서 잡아가 봐! 신이라도 이 배는 침몰 못 시켜!
그런데 왠걸. 이 심한 폭풍우에 다른 배들은 다 난파되고 포레스트 검프의 배인 제니호만 살아 남게 되었다. 경쟁 업체가 다 사라져서 그런지 그 다음부턴 새우들이 너무 잘잡힌다. 그리고 모두 포레스트 검프의 새우들을 사게 되어 포레스트 검프는 백만장자가 되어 버린다. 대박이다! 백만장자가 되어서 그런지 아니면 밤 중에 진짜 하나님을 만났는지 그 다음날 댄 테일러는 포레스트 검프에게 말을 건다.
댄 테일러: 포레스트. 자네한테 살려줘서 고맙단 말을 한 적이 없군.
(내레이터: 말은 안 하셨지만 하나님과 화해한 것 같았어요.)
가장 인상에 남는 장면이다. 신을 가장 원망했을 사람이고 때론 비아냥 대던 사람의 얼굴이 바뀌었다. 연기를 정말 잘 한 것같다. 진짜 얼굴이 확 펴졌다. 장사가 잘 되어서 하나님과 화해한 것이 아니라 밤 중에 그 폭풍우에서 하나님과 씨름한 것 같다. 이걸 신앙적으로 표현하면 하나님을 만났다. 하나님을 용서했다(신실한 신앙인들에겐 불경한 표현이지만) 정도로 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그 뒤의 삶은 자세히 그리지 않는다. 이 영화는 기독교 영화가 아니지만. 그렇지만 모든 인간은 하나님을 원수로 생각하기에 하나님과의 화해는 정말 중요한 주제가 아닐 수 없다! 너는 하나님을 용서했니? 화해했니? 사실 이 말은 모든 그리스도인이 아니라 극심한 고통 중에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마치 댄과 포레스트처럼.
#4
마지막인데 이건 좀 내가 사역자라서 그런 것 같다크크. 백만장자가 된 포레스트 검프는 기부를 많이 한다. 댄은 미쳤다고 하지만 포레스트는 어머니의 가르침대로 한다. 자기가 쓸 돈보다 많이 가지는건 허세라나 뭐라나. 그런데 그 기부를 교회에 한다. 얼마나했는지 자세히는 안 나오지만 교회당을 새로 하나 지을 정도다. 우와! 다들 기부에 초점이 맞춰졌겠지만 그 순간 나는 그 교회 담임 목사의 심정이 되었다. 우와! 부럽다! 주님 나도!! 영화였지만 이런 건 직업적 특수성으로 이해해주길 바란다.크크
나가면서
그 위에도 인상적인 부분이 많았다. 포레스트 검프의 '달리기'가 대표적이다. 발 보조게를 하고 다니지만 제니의 뛰어! 라는 말에 포레스트 검프는 달리기 시작한다. 자신을 괴롭히는 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그를 쫓아 갔다. 그리고 자전거에서 자동차가 되었지만 포레스트 검프는 포기하지 않고 달렸다. 미식축구장에서, 베트남 전쟁 때 화염이 치솟을 때도 포레스트 검프는 달렸다. 어쩜 그 달리기가 시간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힘겨운 시간을 견디는 걸로 보였다.
포레스트 검프. 서두에 말한 것처럼 그 의문은 풀렸다. 미국 대통령을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케네디, 닉슨 등과 순간순간 대면했고 베트남 전쟁 가운데 미국의 상황을 보이기도 했다. 전쟁 반대인 대의를 외치지만 여자친구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모순도 영화는 말해준다. 그러나 옳고 그름을 말하진 않는다. 아이러니만 전할 뿐.
<포레스트 검프>와 <죽은 시인의 사회>를 보려고 했었다. 이제 <죽은 시인의 사회>가 남았다. 명작은 명작인 이유가 있다. 연기부터 내용까지 막 눈물나고 그런건 아니지만 잔잔한 감동이 있다. 어쩌면 내가 살아온 시대를 이렇게 그려주면 격한 공감이 될지 모르겠다. 어디 그런 영화를 한 번 기대해 본다. 드라나 응답하라 시리즈가 좀 그런거긴 한다. 2002년 안 나올까?하하 (웹툰 중에 <별이삼샵>이 있는데 조만간 리뷰할 예정이다. 내 또래가 격하게 공감할 내용이 있다. 싸이월드, 일촌신청, 문자 등 정말 격하게 공감한다. 조간간 리뷰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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