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음악

Every Single Day - Father(골든 타임 OST), 아버지. 아빠.

by 카리안zz 2021. 2. 17.
반응형

 

드라마 <골든 타임>을 참 재미있게 봤었다.  배우 이성민 씨를 이 드라마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 주인공의 모델은 이국종 씨가 아닐까 싶지만 확실한 건 아니다. 이 드라마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건 OST다. 손승연의 <너를 되뇌다>를 즐겨 들었고, 이 노래 역시도 당시 제법 들었던 기억이 난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 드라마 가사가 참 좋았다. 

https://youtu.be/3dvRMH_w0qI

 

언젠가 다가오겠지
원하지 않는 그 순간
뜨거운 눈물 삼키며
작별을 해

지금도 옛 사진 속엔
커다란 웃음 지으며
날 보며 나무라시던 당신이기에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추억에 저편 너머로
언젠가 잊혀 지겠지

하루가 일 년 같지만
서서히 익숙해지고
이별을 해

가끔은 나를 둘러싼 세상이
텅 빈 것처럼
나의 나무가 되어준 당신이기에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추억을 거닐어본다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추억에 저편 너머로

거울 속에 난 당신을 닮아가고
현실 속에 난 당신과 멀어지고
추억 속에 난 당신을 동경하고
기억 속에 난 당신을 미워하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에 아무 말도,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차를 타고 어디론가 가는 중에 이 노래가 갑자기 떠올랐다. 9년 전 들었든 땐 그저 일렉의 음 이 참 좋았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지금은 가사가 보인다. 

 경상도에서 태어나서 가부장제의 정점을 찍은 아버지다. 좋은 아버지는 아니셨다. 그게 지역 탓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아버지는 엄마에게 있어서는 정말 나쁜 사람이었다. 그렇게 지독한 아버지가 된 건 IMF 이후가 아닐까. 영화 <국가 부도의 날>에서 허준호 역을 보면서 아빠가 보였다. IMF 이후 허준호는 전혀 다른 악독한 사람이 되었다. 아버지는 다른 사람에게 악독하지는 않았지만 엄마에게만 유독 악독한 사람이었다. 보통은 술먹고 퍼부을 욕이지만 아버지는 맨 정신에 자식들이 다 보는 앞에서 자신의 아내에게 그렇게 욕설을 내 뱉었다. 대한항공 조현아의 영상에서 아버지가 보였다. 초등학생이었던 나에게 그 욕설과 성냄은 쉽게 잊혀지는 기억은 아니었다. 

 아버지가 몸이 안 좋아지신 건 4년 전부터다. 경동맥이 막혀서 응급실에 가셨다. 보통은 쓰러져서 가지만 아버지는 자신의 발로 힘겹게 가셨다. 의사가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기적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경동맥 시술을 할 때 조형제를 쓰기에 몸에 안 좋다고 했다. 신장에 특히 안 좋을 거라고. 당뇨가 있기에 더 그랬다. 그리고 3년 뒤 2020년 6월에 복막 투석을 하셨다. 신장에 한계가 와서 였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부채를 보니 꽤 되었다. 그중에 작년 한 해만 1억의 손해를 보셨다. 정비공장은 12, 1월, 2월 비수기에 3월부터 일거리가 꽤 들어온다. 그런데 작년 2020년 코로나로 인해 대구는 2월말부터 사람 하나 돌아다니지 않았다. 그게 6월까지 지속되었다. 살려고 대출을 무지하게 받았다. 지금 돌아보니 6월 복막투석을 한 게 3, 4, 5월 코로나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정비공장은 형 명의로 되어 있기에 고스란히 우리의 빚이 되었지만. 

 작년 내 이름으로도 대출을 해서 공장을 운영시켰다. 결국 내 대출과 카드는 못 막게 되었고 나는 개인회생을 했다.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컷지만 한 편으론 나 자신에 대한 무기력함을 많이 느꼈다. 나이는 이렇게 먹었고 목회를 하고 있는데 아버지가 돈이 이렇게 없는데 내가 돈을 해줄 수 없는 형편에 그랬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고작 이 돈이 뭐라고 나를 이렇게 초라하게 만드는 걸까. IMF 이후 평생을 돈 때문에 고생하다가 마지막도 그렇게 가셨다. 평생 월급 줄 걱정, 카드 막을 걱정, 대출금 막을 걱정. 한 가지 위안이 있다면 이제 '아빠, 낙원에서는 그런 걱정 할 필요없어요. 이제 푹 쉬세요.'

 살아 있을 때 엄마에게 사과 한 마디 하고 우리한테 다 맡기면 됬을 텐데. 아버지는 그걸 안 하셨다. 2020년 12월 병원에 입원했다고 전화가 왔다. 병원에서 10일 정도 있었을까. 6일쯤 지났을까 아버지랑 다퉜다. 돈 때문이었다. 나에게 돈을 빌렸으면서 자신의 핸드폰 비용으론 몇 십만원을 써서 그랬다. 아버지는 자신의 미납된 핸드폰 비용을 들었을 때 내심 놀랐던 표정이었다. 몰랐었다. 그런데 나는 그게 화가나서 그냥 몰아부쳤다. 그렇게 마지막날까지 신경질 나서 계속 틱틱 거렸다. 한 번은 큰 소리로 너무 짜증나게 하길래 병원 대기실에 나갔다. 대기실에 있는데 아버지가 옆옆옆 테이블로 가더라. 맨발로. 그리고 TV를 보셨다. 그 표정이 아직도 안 잊혀진다. 왜그리 행복한 표정이었을까. TV 드라마 보는데 그렇게 행복한 표정일 수 없었다. 
 그리고 퇴원하는 날 차에서 싸웠다. 그게 마지막인지도 모르고. 부모랑 자식 인연 끊자라는 말까지 하고 싸웠다. 그게 마지막인줄도 모르고. 나는 그게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잠시 스쳤지만 설마 그렇겠냐며, 저번에도 그랬는데 잘 넘겼잖아 하며 지나갔다. 그런데 그게 정말 마지막으로 대화한 거였다. 

 이 노래의 가사가 참 와닿는다. 

거울 속에 난 당신을 닮아가고
현실 속에 난 당신과 멀어지고
추억 속에 난 당신을 동경하고
기억 속에 난 당신을 미워하고

기억, 추억, 현실, 그리고 거울 속에서. 이 빚도 다 갚아가면 아빠는 잊혀지겠지. 내 인생 한창 남았는데 그 기억 속에는 아버지가 없다는 게 왜 이렇게 슬플까. 내가 결혼하는 것까지는 보고싶다고 했는데 나는 차 안에서 싸울 때 그딴 식으로 살아놓고 내가 결혼할 줄 아냐고 말했는데. 그게 마지막이었다. 

 아빠, 미안해요. 보고싶어요. 목소리까지 잊을까봐 내 휴대폰에 자동저장된 아빠랑 통화 바로 저장시켰어요. 아빠가 보고싶지 않을 것 같았는데 아빠가 왜 이렇게 보고싶은지 모르겠어요. 사역은 늘 마지막일 것처럼 했는데 가족은 마지막이 있을 줄 몰랐어요. 언제라도 볼 수 있는 것과 이제 볼 수 없다는 게 왜 이리 슬픈지 모르겠어요. 왜 이리 보고싶은지 모르겠어요. 

아빠, 미안.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