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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신학

[책리뷰] 배요한 - 신학자가 풀어 쓴 유교 이야기(그리스도인이 알아야 할 유교의 모든 것, IVP)

by 카리안zz 2021.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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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낀 점

 고등학교 동창 중에 지금까지 연락하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는데 논어를 주로 공부한단다. 원전을 직접 읽고 번역까지 한다. 박사과정 중에 있는데 논문을 어떻게 쓸지 구상 중인 걸 저번에 들었다. 내가 이해하기로는 논어였나 주자였나 여튼 한국 학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구체적으로 분석하려는 논문을 쓸까 고민이었다. 한국 학자들 다 하면 폭이 너무 넓으니깐 이황인가 이이인가 그렇게 정하려고 고민한다는 것까지 들었다. 
 기독교에서 유교는 단지 제사 문제로 안 좋은 인식이 있다. 또한 사회에서도 X선비라며 선비를 비꼬는 경향이 있기도 하다. 그리고 어떤 이는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라고 까지 할 정도로 안 좋은 인식이 있다. 그러나 서구 사회가 그리스도교를 뺄 수 없는 것처럼 우리 역시도 유교를 빼놓을 수 없다. 유교적 세계관을 알아야 우리 문화 전반부를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유교를 알고 싶었다. 이 책은 그 궁금증에 사놨지만 한창 신학 공부로 바빠서 후순위로 밀렸다가 이번에 읽었다. 이유는 중고등부 인문학 강좌를 열었는데 이 유교를 배우려고 해서다. 강사는 당연히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이미 대학에서도 강사를 하고 있는지라 자격은 차고 넘쳤다. 작년 여름 수련회를 기획하고 날짜까지 잡았지만 8.15 사태때문에 코로나가 전국으로 퍼지게 되었고 결국 수련회는 취소가 되었다. 
 하지만 이 책은 다 읽었다. 읽고 친구의 강의때 몇개라도 질문을 할 수 있을까 싶어서였다. 책은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맹목적으로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유교에 대해 있는 그대로 설명하려는데에 이 책은 할애한다. 물론 신학자가 유교를 말한다니 그 내용이 과연 어떨까 의심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논어를 전공하는 그 친구에게 이분이 성균관대에서 이기동 교수 밑에서 석사를 했는데 내용을 신뢰할 수 있을까 물었다. 그러더니 이기동 선생님 밑에서 배웠으면 의심할 수 없다고 대번에 말하더라. 그쪽에서 이기동 선생님은 대단한 분이라고 말하였다. 그리고 신뢰를 바탕으로 이 책을 읽어나갔다.

 한국인의 세계관

 역시 저자는 한국인의 기본 바탕에 대해서 고민을 하였다. 

아무리 신실한 그리스도인이라 해도 이 땅에서 태어나 자랐기에 토속종교, 불교, 도교, 유교같이 일종의 삶의 체계, 생활, 문화가 되어 버린 민속 종교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는 것과, 이 사실은 인식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 인식한다면 얼마나 인식하느냐는 인식과 정도의 차이일 뿐 저를 포함한 모든 그리스도인이 직면할 수밖에 없는 문제임을 말입니다. 따라서 우리 전통 종교들을 공부하는 것은 저 같은 몇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 땅에 사는 모든 그리스도인이 해야 할 과제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11-12)

한국인으로 태어난 이상 우리는 의식하든 그렇지 않든 역사 속에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던 다양한 종교 전통과 그것이 형성한 문화로부터 영향을 받습니다. 각 사람의 삶과 사회 전반에 걸쳐 그러한 종교 전통이 드러나는 것은 불교인이든 유교인이든, 심지어 종교가 없는 사람이든 예외 없이 모두에게 적용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기독교가 웃어른이나 질서에 대한 복종과 예의를 강조하는 것, 경건생활과 일상에서 형식과 윤리적인 덕목을 강조하는 것은 기독교적 전통 때문만이 아니라 유교적인 영향을 강하게 받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 이렇듯 그리스도인인 우리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오랫동안 우리 역사와 정신 속에 축적되었고 생활 곳곳에 배어 있는 전통 종교의 영향을 엄청나게 받으며 살아갑니다. (15)


 기독교에 대한 이해없이 서구를 설명할 수 없듯이 우리는 유교를 모르고 우리를 잘 설명할 수 있을까? 위의 예시처럼 기독교 안에도 유교의 문화가 깃들어져 있다. 오히려 저자는 시종일관 유교를 알면 기독교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다고 하나의 대화 파트너로 삼으려고 한다. 오히려 이러한 대화를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를 더욱 잘 소개할 수 있다고 저자는 강변한다(21). 그리고 유교를 하나의 일반계시적인 측면에서 유의미한 가르침이 있다고 한다. 후에 유교와 기독교의 절대적으로 매울 수 없는 차이를 말하지만 성화적인 측면에서 유교의 수양이 어쩌면 기독교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저자는 말한다. 나는 저자의 그 생각을 이 책을 다 읽고 동의하게 되었다. 

 

유교란?

 저자는 유교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유라는 글자에는 유, 유, '윤'이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유는 부드럽다는 뜻이고, 유는 스며들다 혹은 젖는다는 뜻이며, 윤은 (물에 젖어) 붇다 혹은 윤택하다는 뜻입니다. 셋 다 '젖다'는 것과 관계가 있습니다. 이는 곧 옛 어진 이가 가르친 도를 배우고 익혀서 자기 몸에 젖게 한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도를 배우고 익히는 사람을 '유'라고 불렀으므로, '유'에는 '선비'나 '학자'라는 뜻도 들어 있는 셈이지요. 더 넓게 해석하면, '사람의 도리를 익혀 자기 몸에 젖게 한 뒤에 부드러운 모습으로 남을 가르쳐서 마치 하얀 종이에 물이 스며들듯이 상대방의 마음속에 가르침이 젖어들게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 됩니다. 자기 몸에 젖게 하는 것은 자기 몸을 닦는 일, 곧 자기 수양이니 이를 수기라고 합니다. 그리고 남을 가르쳐서 편안하게 하는 일은 안인이라고 하는데, 수기와 안인은 유학 사상을 통해 이루고 실천해야 할 두 축입니다. (27) 

 

유교는 종교일까? 

 저자는 종교에는 세 가지 속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첫째, 인간이 당면한 현실 속에서 겪는 불완전한 모습을 매우 정확하게 윤리적 종교적으로 진단하는 것 
 둘째, 불완전한 모습과는 다른 인간 본래의 모습을 규정하는 것
 셋째, 불완전한 모습을 아름다운 본래의 모습으로 그 길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

 이러한 요소를 다 가지고 있기에 유교를 종교라고 저자는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저자가 제시한 이러한 개념을 종교적인 요소로 본다면 철학 역시도 하나의 종교가 되는 것은 아닐까 싶다. 

그 외에 유익했던 점

 읽은지 몇 달 지났지만 기억에 남는 대목들이 있다. 길어서 다 설명을 못하지만 몇 대목만 적어보겠다. 

● 먼저 유교의 역사적 흐름에 대해서 이 책은 간략하게 잘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표도 있어서 한결 이해하는데 수월했다. 왕조에서 공자, 묵자, 노자, 맹자 등 모두 간략하게 역사적 사건과 함께 잘 설명해주어서 유교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그런 중국의 역사를 설명하면서 불교가 유교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도 한껏 설득력 있게 소개되어서 참으로 흥미로웠다(123).

 

● 가장 좋았던 챕터는 3부였다. 한국 유교의 역사이다. 유교 학자들 중에 주자가 참 중요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불태워 없어진 책들, 또 불교가 영향력을 가득 채우고 있었던 때 이후 주자가 나타나 정리를 했다. 아마도 우리로 치면 어거스틴이 아닐까? 히브리와 헬라를 융합시킨 천재. 주자도 이후에 그러한 천재적인 작업을 한 것 같다. 
 그런데 그 주자 역시도 어떤 부분에서 설명을 하지 않고 넘어간 부분이 있다. 어물정 넘어간 그 부분을 한국의 성리학자들이 논쟁을 한 것이다. 어느 설명이 더 맞는가 하는 것으로 말이다. 그래서 저자는 '논쟁'이라는 말보다 '논변'이라는 말이 더 올바른 표현이라고 말한다. 내가 이해한 바로는 주자의 큰 그림을 이렇게 이해해야 하는데 그렇다면 이 부분은 이렇게 이해하는게 더 자연스럽고 올바른 그림이다 라고 주장하는 것 같다. 이것은 중국 본토를 뛰어넘는 논변이었다. 아주 수준 높았다던. 
 저자는 보스턴 대학에서 박사학위 중 하버드에서 수업을 들었던 경험을 말해준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명망 높은 유학자인 뚜웨이밍 교수의 강의였다. 그는 강의 중 이렇게 설명했단다. "이 병풍은 ... 이퇴계라는 분의 작품인 <성학십도>입니다. 이 작품은 조선 주자학의 가장 위대한 작품입니다. 그리고 동시대를 살았던 이율곡이라는 또 한 분의 위대한 유학자가 있습니다. 이 두 분은 주자가 다소 모호하게 해석한 내용을 가장 정확하고 예리하게 분석했습니다. 이 두 분의 사상을 알지 않고는 주자학의 핵심을 안다고 할 수 없습니다. ... 그 시대의 유학의 정식을 알고 싶으시다면 퇴계와 같은 학자의 태도를 꼭 기억하고 공부할 필요가 있습니다." (262)
 하버드에서 이런 강의를 들으니 얼마나 감동이었을까! 그만큼 한국의 유학이 대단했다. 

 

● 유교를 보니 하나님 나라가 조금 떠올랐다. 특히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의 차이에서 그랬다. 퇴계는 수양적 노력에 치중했고 율곡은 사회개혁을 더 중시했다. 그 배경에는 4대 사화를 저자는 말하기도 했다. 특히 율곡은 "조선을 대동사회와 같은 이상사회로 만들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은 임금이 성왕이 되어 다스리는 것이기에, 율곡은 임금이 성왕이 되도록 때때로 조언과 상소 등을 통해 신하로서의 역할"(205)에 최선을 다했다. 밑에 메모에도 있지만 주자학의 큰 가르침은 하늘의 뜻이 인간에게 실현되는 것이다. 우리 역시도 하나님의 뜻이 이 땅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다. 우리는 성경의 가르침을 기준이지만 저들은 자연에서 보이는 어떠한 것을 포착하여 그것을 수양하려는 것 같다. 그렇기에 어떤 면에서 유교는 대단히 보수적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현대의 페미니즘이랄까 성소수자들의 문제를 유교에서는 어떻게 볼까? 
 여튼 친구에게 퇴계와 율곡의 차이점을 말하니 친구는 율곡이 훨씬 더 대단한 인물이라고 말하더라. 여튼 큰 공부가 되었다. 

 

● 유교가 '악'에 대해서 깊은 고찰을 한 학문이라는 것을 배웠다. 여러 이론들이 인간에게 보이는 이 악을 설명하면서 학문이 발전한 것 같다. 성선설이니 성악설이니 나온 것은 그런한 고찰을 이론적으로 설명하려는 작업이었다. 기독교는 선악과로 이 악의 문제를 근원적으로 설명하지만 유교는 어찌보면 그러한 이야기로 설명보다는 그걸을 극복하는 것에 더 중심이지 않나 싶다. 그래서 수양적인 측면에서 유교는 많은 도움이 되지 싶다. 그 역사가 오래 되었으니깐. 

 

기독교와 유교의 차이점

 기독교와 유교의 건널 수 없는 점이 있다. 저자는 시종일관 유교와 기독교의 대화를 주선하지만 그것이 맹목적이지 않다. 바로 차이점을 설명하기 때문이다. 그 차이점은 303쪽에 자세히 나온다. 가장 큰 차이점으로는 기독교는 스스로의 힘으로 실존적인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다고 가르치지만 유교는 수양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가르친다. 기독교는 그래서 은혜를 말하며 예수 그리스도를 말한다. 유교와는 건널 수 없는, 어쩌면 다른 종교와는 건널 수 없는 지점이 바로 이 지점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기독교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종교 다원주의 중에서(다니엘 밀리오리의 책을 리뷰할 때 정리할 예정) 가톨릭의 입장이 타종교는 기분 나쁠 것이다. 무엇이냐면 일반계시는 특별계시로 수렴된다는 것이다. 그 말은 유교, 불교 등 타종교 속에 있는 일반계시적인 가르침이 나중에 예수 그리스도로 수렴되어 완성될 것이라는 거다. 어찌보면 타종교 입장에서 이 가르침은 또 하나의 기독교 제국주의의 잔제로 보이지 않을까 싶다. 언젠가 불교학회인가 거기서 불교에도 구원이 있다고 발표한 신학자가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렇게 말하면 그들이 좋아할 줄 알았는데 왠걸. 왜 우리에게 있지 않은 너희들의 구원이란 개념을 우리에게 집어넣느냐고 반응이 안 좋았단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저기에도 구원이 있다는 말이 어쩌면 기독교의 완고한 틀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구원은 철저히 기독교의 맥락에서 나오는 것이다. 해탈과 구원은 다른 것이다. 불교가 맞다면 기독교는 틀린 것이고 기독교가 맞다면 불교가 틀린 것이다. 가장 핵심적인 가르침에선 말이다. 
 그러나 서로의 핵심 가르침에 대해서 치열하게 논쟁할 수 있겠지만 그외의 부분에서는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마치 교부들이 철학을 비판적으로 수용했듯이 말이다. 

 

나가면서

 이 한권으로 유교의 모든 부분을 알게 된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읽고 나니 유교가 이런 부분에 가르침을 주는 구나 하는 대략적인 스케치가 그려진다. 아마도 저자의 목적이 그러했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읽으면서 고등학교 때 윤리시간이 많이 생각났다. 뜻도 그때 배웠겠지만 거경궁리라는 단어만 이제 알고 있는데 그 뜻을 보기 참 좋은 뜻이었다는 걸 새삼 알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신학과 신앙 사이에 고민을 거경궁리라는 단어로 설명해도 뜻이 잘 통하지 싶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타종교에 대한 우리의 태도가 어떤지에 대해서 배우는 시간이었다. 좋은 책이다.


메모

p. 42의 메모

- (서양은 상인, 동양은 농부로 대조한 것을 보고) 농부 vs 상인의 문화 대조는 오래되어서 반박된 게 아니었나?

 

그런데 양명이 말하는 것처럼 마음을 궁구하기만 하면 사물의 이치를 전부 깨달을 수 있을까요? 왕양명은 이런 질문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159)

- 거경. 궁리로 이를(양명) 비판할 수 있지 않을까? 

 

목은 이색의 사상적 특징을 정확히 서술하기 위해 중국 주자학으로 잠시 거슬러 올라가 봅시다. 중국 주자학의 학문적 목표를 한마디로 규정하라면 '천인합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천인합일에서 중요한 것은 인간으로서 하늘과 같은 존재로 살아가는 노력입니다. (172)

- 천일합일. (바울 역시도 하늘과 땅의 통일을 말한다. 그리스도 안에서!) 중국 선교사들은 유교를 어떻게 보고 기독교와 어떤 관계를 지으려고 했을까? 

 

 

 

 


책 맛보기

 

 

우리는 다른 종교와의 대화를 하나의 인격적 존재를 향한 증언과 궁극적 사랑을 지향한 실천적 과정으로 이해해야 하는 것입니다.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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