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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인문

[책리뷰] 박규태 - 번역과 반역의 갈래에서

by 카리안zz 2020.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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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재미있다.

나는 잘 읽히는 글을 보면 잘 쓴 글이라고 본다. 

번역가 박규태 목사님의 글은 잘 읽힌다. 그래서 더 재미있는 지도. 

 

번역가로서 해주고 싶은 말들을 엮은 책이다. 

그래서 좋은 정보들을 굉장히 많이 얻었다. 

고로 유익한 책이라고도 당당히 말할 수 있다. 

 

제 1부의 한 꼭지에서

 저자는 미로슬라브 볼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한국에서도 이런 메시지가 들려지길 기대하면서. 

나 역시 작년에 우연히 볼프를 알게 되어서 

그가 말하는 메시지가 더욱 한국 땅에 울리길 기대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본회퍼 vs 볼프 프레임을 짜고 

이제는 볼프가 아닐까 말하기도 했다. 

본회퍼도 내가 생각했던 그런 과격분자도 아니었고

그 둘 사이는 반목하는 관계가 아닌 듯하다.ㅎㅎ 

또 세월호 이 후 본 회퍼는 내 가슴 속에 꿈틀거린다. 

(본 회퍼의 자서전이 기대된다.)

저자가 말하는 볼프를 통해 또 역시 많이 배운다.

 

제 2부에서는 번역가로서의 삶을 말하고

 

제 3부에서는 은혜를 받기까지 했다. 

특히​ 요하네스 라우나 헬무트 틸리케에 대한 글에서. 

아, 독일이여! 

안그래도 이번 유치부 설교에서 독일을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메르켈이 보이는 그 기독교 정신! 

그런데 메르켈보다 더욱더 명확히 보이는 정치인들! 

요하네스 라우 장로님이자 대통령ㅎㅎ 

우리의 장로님과는 넘사벽적인 수준인 거 같은...ㅎㄷㄷㅠㅠ 

언젠가 우리 장로님들 중에서도 저 정도의 수준이 등장하길 기도한다ㅎㅎ 

 

평소 번역가에 대해서 약간의 관심은 있었다. 

페북에서도 번역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좋은 번역가와 희생하는ㅠㅠ 출판사가 많아지길 기대한다. 

언젠가는 반드시 번역해야 할 책들을 

많은 사람들이 찾아 읽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번역가에 대해서 

신학에 대해서 

역사에 대해서

신앙에 대해서

많은 것을 얻은 책이다. 

저자가 자주 인용하는 요네하라 마리의 표현대로 

"정숙한 미녀"를 많이 선보이는 번역가가 되길!^^ 

 

아무튼,

이 책은 쉽게 읽혀서 어느 새 다 읽어 버렸다.

그러니 이 책은 한번 읽어 보시라^^ 

 

그럼 마음이 동했던 문장들을 옮겨 본다.

(아! 그러고보니 이 책 제목을 '번역가의 뒷골목'으로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거 같다.^^)

 

이탈리아의 유명한 기호학자요 고전학자이며 저술가인 움베르토 에코는 자기 나라인 이탈리아 사람들이 서로 헐뜯고 싸움질이나 하고 부패한 정치인들을 그렇게 욕하면서도 이런 정치인들에게 40년 동안이나 변함없이 토표하며 동조한 이유를 "바로 이탈리아 국민 자신이 타락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습니다.(p. 230)

 

그의 삶은 퍽 이채롭습니다. 그는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보통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많이 가는 9년제 인문 고등학교 김나지움을 나왔지만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그는 출판사에 들어가 오랜 세월을 출판계에서 일했죠. 그러다가 예수 그리스도가 마태복음 5-7장에서 말씀하신 산상설교의 가르침을 정치 현장에서 그대로 이루어보려는 꿈을 안고 정치 일선에 뛰어듭니다.(p. 233)

 

라우 대통령은 자신이 늘 간직해왔던 기독교 신앙이 바로 이렇게 약자와 억압당하는 자들을 보살피고 사회 정의를 세우며 참된 화해를 이루는 모습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믿었습니다.(p. 234)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나라 현실에서 문제가 되는 것을 꼽으라면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누구나 성경을 읽고 해석할 수 있는데, 누구나 성경을 읽고 해석하지 않는다." 이게 무슨 궤변이냐고 따지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사실이 그렇습니다. 신자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목회자라는 이들에게 성경을 읽고 해석하는 짐을 넘겨버린 채 정말 편하게 사시는 분들이 많습니다."(p. 257-8)

 

해석은 말 그대로 말씀을 풀어 그 뜻을 밝히는 일입니다. 이 해석이 어떤 일인지 귀띔해주는 구절이 있습니다. 사도행전 17:11이 그것입니다. 이 구절은 바울과 실라가 전한 말씀을 받아들이던 베뢰아 사람들 모습을 전하면서 이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말씀을 받아들이고 이것이 그러한가 하여 날마다 말씀을 상고했다"(개역개정판)고 말합니다. 

 이 11절에서 말씀을 해석하는 모습을 표현하는 말로 볼 수 있는 말이 "상고하다"라는 말입니다. 이 말은 본디 그리스어 아나크리노인데, "모르는 것을 묻고, 미심쩍은 것을 더 캐묻고(법정에서 피고인을 신문하듯 캐묻는 것을 말합니다), 샅샅이 탐구하며, 검증하다"라는 뜻입니다.(p. 260)

 

그리고 그렇게 찾아낸 말씀의 의미가 옳은지 겸손하게 검증해봐야 합니다. 따라서 말씀 해석에는 앞서 그 말씀의 뜻을 밝혀놓았던 신앙 선배들이 남긴 글(책)을 참고하거나 그 말씀을 놓고 함께 탐구하는 지체들에게 물어서 깨달아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반드시 자기가 깨달은 내용이 혹 잘못되지나 않았는지 여러 신앙 선배들이 남긴 자료를 참고하고 다른 지체들에게 물어 검증하는 일이 필요합니다.(p. 260-1)

 

그는 자기 후배들에게 "오직 그리스도만을 굳게 붙드십시오!"라는 유언을 남겼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세상을 떠난 스팁스의 제자 존 스토트 역시 늘 이 말을 사람들에게 권면했다고 합니다. 그들이 후배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는 이유는 말뿐이 아니라 삶으로 오직 그리스도만을 붙들었기 때문이겠죠.(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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