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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낀 점
고등학생 때 제일 재미있게 본 소설이
<냉정과 열정 사이>였다.
남녀 주인공이 겪었던 일들을
각자의 사정에서 이야기한 게 인상 깊었다.
고딩 특유의 고2병이 있었던 나로서
빠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의 이름을 기억했다.
몇 년 뒤 공지영과 츠지 히토나리가 함께 책을 썼다고 하더라.
<냉정과 열정 사이>의 한국판 같기도 한데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이란 제목으로
공지영과 츠지 히토나리가 각자의 사정을
역시 기록해 나간 것이다.
이 책을 언제 읽었는지는 모르겠다.
20살이었나 그쯤이었을 게다.
그렇게 9년 뒤 작년에 이 책을 다시 읽었다.
처음 읽었을 땐 참 재미있었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고 읽으니 그리 감흥은 없었다.
오히려 이젠 내용보단 제목이 더 끌린다.
사랑한 후에 무엇이 남았을까.
오랜 시간이 흘렀다.
참 많은 시간을 나도 모르게 기억했다.
이젠 기억이 엷어지기에
사랑 후에 오는 것이 보이는 것같다.
사랑 후에 오는 건
나도 몰랐던 나의 모습이었다.
누군가와 만남으로
누구보다도 친밀한 사이였을 때
그 이후 오는 건 몰랐던 내 모습이었다.
분노도 연민도 후회도 미안함도 지난 후
깊었던 만남은 의미를 남긴다.
사랑 후에 오는 건 소설처럼 그렇게 긍정이진 않지만
의미있다.
#간만에신2병
책 맛보기
시간이 종이처럼 딱 접혀 버리는 것 같았다. (22)
"... 엄마도 불쌍하고 아빠도 이해는 돼" (25)
내가 잊으려고 했던 것은 그가 아니라, 그를 사랑했던 내 자신이었다. (26)
"내가 언제 못하게 했어, 먹으면서 천천히 하라고 했지. 말할 시간은 많을 거야. 그러다 보면 그 말을 하는 동안, 네가 말하는 그 감정이라는 것도 변해 가. 네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도 잊어버리고, 네가 왜 그 말을 하려고 했는지 모르게 되고. 감정은 변하는 거니까. 그건 고마운 거야. 변하니까 우린 사는 거야." (96)
그리운 사람을 생각하면 슬픈 귀가 열린다. (103)
순이를 사랑하던 그날부터 거리에 수만 명의 순이가 걸어다니는 것을 보았다고 썼던 사람이. (113)
여기에는 추억이 없으니까. 여기에는 처음부터 나 혼자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제 그가 여기 들어섬으로써 나는 기억을 갖게 되어 버렸다. 그러자 그를 용서할 수 없다는 기분이 들었다. (125-126)
사랑을 하면 길거리를 걷다가 우투커니 서서, 앞서 걸어가는 다른 사람을 쳐다보면서 자기도 모르게 생각하게 되는 건데, 그 사람 지금 여기 있었으면 참 좋겠다 하고, 나로 하여금 그렇게 걸어가다가 우두커니 서 있게 한 그 사람은 누구였을까. (169-170)
사무실에 혼자 앉아 울고 있는 내 모습으로 민준은 모든 것을 이해한 듯했다. 그는 영리한 사람이었다. 나에 대해 논문을 쓴다면 아마 준고보다 그가 더 높은 점수를 받을 것이다. 하지만 많이 안다고 많이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 (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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