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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낀 점
솔직히 말하자면 더럽게 재미가 없다. 이 책은 재미로 읽으면 안 될 듯하다. 소설처럼 전개되는 것도 아니고 철학과 출신인 저자답게 사랑의 분석이 흥미로울 수 있을 것이다. 나는 2018년 실연의 아픔을 딛고 일어서던 때였다. 이 책의 구입시기를 보니 2016년 9월 20일이다. 연애 중이었을 때 이 책을 구입한 걸로 봐서 아마도 연애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싶어하던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 마음과는 달리 한창 시간이 지나고 이 책을 읽었다. 그리고 지금 안 읽으면 끝까지 안 읽을 거 같아서 빠르게 읽어 나갔다. 그 후속작인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도 구입했었는데 손이 잘 안 간다. 그 책은 언제 읽을 지 모르겠다.
철학을 전공한 이답게 사랑을 잘 분석했다. 나름의 통찰력 있게 이야기를 잘 끌고 갔다. 누군가를 처음 만나면서부터 권태기가 오고 헤어지기까지 그 일상을 잘 분석한 것같다. 그것도 23살에 이 책을 썼다는데 참 대단하다 싶다. 근데 뭐 딱히 추천하고 싶은 책은 아니다. 그냥 그의 베스트셀러를 읽을 걸 그랬다. 그래도 좋은 문장들은 꽤 있었다. 가령,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게 된 사람이 누구인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최초의 꿈틀거림은 필연적으로 무지에 근건할 수밖에 없다. 사랑이냐 단순한 망상이냐? 시간[이 또한 그 나름으로 거짓말을 하지만]이 아니라면 누가 그 답을 말해줄 수 있을까?" (리디북스 아이패드 기준 28)
나에겐 이도저도 아닌 그저 그런 책이었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가 읽는다면 또 어떨지 모르겠다. 책 맛보기의 글을 그냥 한 번 보시고 구입하시길 추천한다. 아님 다른 사람들의 리뷰를 봐도 좋을 듯하다. 제목을 참 잘 지었다!
책 맛보기
사람들이 사랑이라고 말할 때 그 의미는 다들 달라요. 열정과 사랑을 구별하는 것, 순간적으로 홀리는 것과 사랑을 구별하는 것은 까다로운 일입니다-. (리디북스 37)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익숙해지기 오래 전부터 이미 그 사람을 알고 있었다는 묘한 느낌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플라톤의 <향연>에서 아리스토파네스는 사랑하는 사람이 원래 우리와 하나였다가 떨어져나간 우리의 "반쪽"이기 때문에 이런 익숙한 느낌이 생긴다고 설명한다. (76)
아름다움이 사랑을 낳을까, 아니면 사랑이 아름다움을 낳을까? 클로이가 아름답기 때문에 내가 그녀를 사랑할까, 아니면 내가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녀가 아룸다울까? (101)
"문제를 말하면 진짜로 문제가 생겨." (109)
함께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는 기쁨이 얼마나 큰지 몰라도, 함께 싫어하는 것을 욕하는 친밀함에 비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140)
사랑은 외부자들을 지속적으로 비판하면서 커나간다. (141)
그저 이따금식 식사를 함께 하면서 생긴 우정은 결코 여행이나 대학에서 형성된 우정의 깊이를 따라갈 수 없다. 정글에서 사자에 놀란 사람들은, 사자에게 잡아먹히지만 않는다면, 그들이 본 것에 의해 단단히 결속될 것이다. (144)
그러나 이러한 라이트모티프들은 중요했다. 그것이 우리에게 우리가 서로에게 남이 아니라는 느낌을 주었고, 일들을 함께 겪어가며 산다는 느낌을 주었으며, 함께 끌어낸 의미를 기억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146)
"나는 나비를 사랑한다"는 말의 의미는 "나는 나비에 관심이 많다"는 말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깊은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며, 그 관심으로 그 사람이 무엇을 하고 무슨 말을 하는지 스스로 더 풍부하게 느끼게 해 준다는 것이다. (150)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은 너의 재치나 재능이나 아름다움 때문이 아니라, 아무런 조건 없이 네가 너이기 때문이다.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은 너의 눈 색깔이나 다리의 길이나 수표책의 두께 때문이 아니라 네 영혼의 깊은 곳의 너 자신 때문이다. (198)
내가 너한테 약해 보여도 될 만큼 나를 사랑하니? 모두가 힘을 사랑한다. 하지만 너는 내 약한 것 때문에 나를 사랑하니? 이것이 진짜 시험이다. 너는 내가 잃어버릴 수도 있는 모든 것을 벗어버린 나를 사랑하는가? 내가 영원히 가지고 있을 것들 때문에 나를 사랑하는가? (200)
예수 콤플렉스란 자기 방어 메커니즘에 불과했다. 나는 클로이가 나를 떠나기를 바라지 않았고, 그 어떤 여자보다 클로이를 사랑했는데, 이제 그녀는 캘리포니아로 날아 갔다. 내가 그 견딜 수 없는 상실을 받아들이는 방법은 처음부터 그녀가 그렇게 가치있는 존재는 아니었다고 뒤집어버리는 것이었다. 그것은 물론 거짓말이었다. 그러나 버림받아 절망적인 상태일 때, 옆방에서 들려오는 행복에 겨운 오르가슴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호텔 방에서 혼자 크리스마스를 보낼 때, 정직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것이다. (262)
이제 나를 괴롭히는 것은 그녀의 부재가 아니라, 내가 그녀의 부재에 무관심해진다는 것이었다. 망각은 내가 한때 그렇게 귀중하게 여겼던 것의 죽음, 상실, 그것에 대한 배신을 일깨워주는 것이었다. (267)
이 책을 읽다보면 소설처럼 흘러나가는 이야기와 얼핏 딱딱해 보이는 철학적 사유가 얽히면서 때로는 무엇인가 입 안에서 계속 씹히고 터지는 느낌이 드는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처럼, 때로는 온탕과 냉탕을 왕복하는 것처럼 어떤 청량감을 맛보게 된다. (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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