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지현 8년 만의 사극 복귀, '은애하는 도적님아'가 주말 드라마 판을 뒤흔든 이유

2026년 1월 3일, KBS 2TV에 하나의 드라마가 소리 없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남지현과 문상민이 주연으로 나선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 사극 '은애하는 도적님아'다. 방송 첫날부터 4.3%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이튿날엔 4.5%로 상승했다. 이 수치가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작 '마지막 썸머'의 최종회 시청률이 1.7%였기 때문이다. 2배 이상 높아진 수치는 단순 번호가 아니라, KBS 토일 미니시리즈 시간대의 '심폐소생술'을 의미한다.
'은수 좋은 날' 이후 5%대를 기록한 적이 없던 시간대가 되살아난 것이다. 더 놀라운 건 TV 화면에만 머물지 않았다. 넷플릭스에서도 3일 만에 한국 서비스 1위에 올랐다. '프로보노',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2, '모범택시3' 같은 쟁쟁한 경쟁작들을 모두 제쳤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오랜만에 볼만한 주말 드라마가 나왔다", "영혼 바뀌는 연기에서 배꼽 잡았다"는 찬사로 뜨거워졌다.
여자 홍길동의 탄생, 그리고 운명의 만남

'은애하는 도적님아'의 가장 큰 매력은 소재의 신선함에 있다. 남지현이 연기하는 홍은조는 낮에는 의녀(醫女), 밤에는 천하제일 도적이 되는 인물이다. 양반 아버지 홍민직과 천인(노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얼녀'로서, 신분의 굴레를 벗고 부자들의 곳간을 터는 의적 활동을 한다. 이 설정은 고전 소설 '홍길동전'의 남주인공을 여성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역사 속 홍길동이 했던 활약을 여인이라는 정체성으로 변주한 셈이다.
극의 전환점은 도월대군 이열(문상민)의 등장이다. 이열은 조선 최고의 명탐정을 자처하며 길동을 쫓는 존재다. 그런데 길동의 정체가 여인이라는 발상조차 하지 못한다. 왜? 조선 시대 사람들의 고정관념이 그 여인을 지켜주는 최고의 '무기'가 되는 것이다. 이열은 길동을 추격하던 중 우연히 홍은조를 만나 첫눈에 반한다. 그 여인이 자신이 쫓던 도적이라는 건 전혀 모른 채. 신분의 벽, 신념의 벽이 두 사람 사이에 생기는 순간, 기적이 일어난다. 두 사람의 영혼이 뒤바뀌는 것이다.
영혼 교환의 매력: 기가 막힌 설정

영혼 교환은 먼지 같은 설정이 아니다. 이 드라마에서 영혼 교환이 단순 코미디 소재를 넘어 감정선의 깊이를 만드는 도구로 기능한다. 남지현과 문상민이 제작진에 따르면 촬영 전 수십 번의 리딩을 반복했다고 한다. 상대방의 습관, 목소리 톤, 감정의 결까지 공유하는 과정을 통해 두 배우는 자신들이 연기할 캐릭터를 깊이 있게 이해했다.
문상민은 "첫 대사부터 누나(남지현)가 저 같았다"며 완벽한 싱크로율에 감탄했다고 전했다. 남지현은 "감독님이 '상민 배우는 은조를 할 때 눈이 동그래지고, 지현 배우가 열이를 할 때는 눈이 뾰족해진다'고 하셨다"며 서로를 관찰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이 작품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극 중 영혼 교환은 단순 판타지 장치가 아니라, "이래서 이 친구가 이랬구나" 상대방을 이해하는 과정으로 깊이 있게 표현된다.
시청자 마음을 사로잡은 배우들의 케미

남지현은 '백일의 낭군님' 이후 7년 만에 주연 사극에 복귀했다. 그동안 영화 '청일전쟁'과 드라마 '마녀식당으로 오세요' 등에 출연했지만, 사극 주연은 처음이다. 시청자들은 그의 복귀를 학수고대했고, 그 기대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남지현 사극은 믿고 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문상민은 tvN '슈룹'에서 성남대군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보였던 배우다. 이번엔 순애보 캐릭터 대군으로 변신했다. 제작발표회에서 문상민은 "이열은 낮에는 종사관으로 활동하다가 은조를 만나서 자기가 몰랐던 걸 알게 되고 은조에 대해 직진하는 순애보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남지현과의 연상연하 케미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두 배우는 포토타임에서 손을 맞잡거나 하트 포즈까지 자연스럽게 완성하며 극 중 로맨스를 예고했다.
"나는 왜 한 회를 반복 재생하게 될까?"

웹툰 원작 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이 드라마는 2020년 스튜디오드래곤 '제2회 드라마 극본 공모전' 우수상 수상작이 원작이다. 극본을 쓴 이선 작가와 연출을 맡은 함영걸 감독의 조합이 만든 이야기는 정통 사극의 무게감 대신 판타지 요소와 로맨틱 코미디의 경쾌함을 섞었다. 이 조화가 MZ세대 시청층까지 유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웹툰 독자들은 극 중 스토리 라인에 열광했다. SNS에선 "영혼 바뀌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결국엔 중종반정 모티브까지 이어지는 엄청난 스토리"라는 반응도 나왔다. 낮에는 의녀 밤에는 도적, 대낮에는 대군의 몸으로 도적질을 펼쳐야 하는 홍은조의 황당한 상황, 여인의 몸으로 궁정을 누비는 이열의 고군분투—이 모든 것이 코믹하면서도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KBS 토일극 시간대의 부활, 그 의미

'은애하는 도적님아'의 성공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 숫자가 아니라 맥락에 있다. 최근 KBS 토일 미니시리즈는 부진했다. '은수 좋은 날' 이후 5%대를 기록한 드라마가 없었을 정도다. 'K드라마 강국'이라 불리던 KBS 토일 시간대가 유명무실해지던 찰나, 이 드라마가 들어왔다. 그리고 3주만에 넷플릭스 1위를 차지했다.
이것은 기획과 캐스팅의 승리다. 시청자들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판타지 요소, 로맨스, 사극의 무게감, 코미디의 경쾌함이 조화를 이룬 작품—명확히 알고 만들어낸 결과다.
마지막 질문: 당신은 언제부터 봤나?

혹시 아직 '은애하는 도적님아'를 보지 않았다면,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토일 밤 9시 20분 KBS 2TV 본방, 혹은 웨이브 OTT에서 언제든지 시청할 수 있다. 남지현의 유쾌한 웃음, 문상민의 순애보 직진 가라앉음, 두 배우가 만드는 영혼 교환의 묘미—모두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은애하는 사내 있어?" 극 중 포스터 카피가 묻는 이 질문에 시청자들은 이미 답했다. 비록 드라마 속 홍은조의 질문이지만, 우리 시청자들에게도 "이대로 안 볼 수는 없지 않나?"라는 설렘이 쌓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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