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서남해안의 비밀과 수도권 한복판의 격변을 배경으로 삼은 드라마 〈파인〉의 역사는 모두 실제 사건과 장소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75년 어부의 그물에 걸려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신안선’ 실화와 1968년 박정희 정권의 한강 개발 프로젝트 일환으로 진행된 여의도 매립·국회의사당 신축은 14세기와 20세기를 잇는 역사적 연결고리다. 이 글에서는 드라마 속 이야기와 함께, 신안선 사건과 여의도 개발의 전말을 차례로 살펴본다.
1. 신안선 발굴: 어부의 우연한 발견이 바꾼 수중고고학의 진부

1975년 전남 신안군 증도 앞바다에서 어부가 그물에 걸린 중국 청자 조각 6점을 발견하면서 ‘신안선’ 유적이 세상에 알려졌다. 정부는 1976년 10월부터 발굴조사단을 투입해 1984년까지 11차례 수중 발굴을 진행했고,
· 배 길이 약 34m, 폭 11m 규모의 목선 편 445편
· 중국 송·원대 도자기 2만 661점, 금속공예품·석제품·향신료 등 23 024점
· 동전 28톤(약 800만 개)
· 자단목(木檀木) 1 017점
등 14세기 동아시아 해상 교역의 실체를 밝힌 방대한 유물이 출수되었다.

이 배가 1323년 저장성 닝보를 출항해 일본 하카타로 향하던 원나라 무역선으로, 적재된 유물과 함께 목간(木簡)에 적힌 행선지 기록은 곧 여의도 배경으로 등장하는 “배가 침몰한 지점”“도굴‧불법 매매” 같은 드라마 고증의 근거가 되었다.
2. 수중 발굴의 도전과 도굴

신안 해저는 평균 수심 20 m, 조류가 거세고 시야가 1 m도 되지 않는 극한 환경이었다. 해난구조대와 해군 심해잠수사가 3 474시간, 무려 9869회 잠수하며 발굴에 임했다.
그러나 최초 발굴 직후부터 도굴범의 은닉·밀수가 잇따랐다. 1983년경 무허가 다이버가 목교에 담긴 자기류를 도굴해 해외로 유출했고, 2019년에도 불법 보관·시도 사례가 적발되었다. 이러한 불법 행위는 드라마 속 “사기꾼 집단”“숨겨진 보물” 모티브로 재현되었다.
3. 여의도 매립과 윤중제: 한강을 삼킨 거대한 한 방

1967년 박정희 정권은 “한강개발 3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한강 번성기를 막기 위해 여의도의 둘레에 제방(윤중제)을 쌓았다. 1968년 2월 착공, 같은 해 6월 1일 7533m 윤중제가 완공되며, 여의도는 홍수위험 지역에서 ‘서울의 맨해튼’을 꿈꾸는 신도시로 바뀌었다.
· 제방 위 4차선 도로 완공
· 둘레에 수양버드나무 1000여 그루 식재, 잔디포장 36만여 장
· 밤섬 폭파로 확보된 돌과 모래로 매립 심화
· 1968~1972년 인근 토사 준설로 여의도 매립 면적 8 km² 확대
이후 1969년 착공한 국회의사당 건립(총사업비 76억 원)과 1975년 완공은 여의도의 상징적인 변화였다. 드라마 속 여의도 로케이션 배경은 이 시기의 모습과 그 위에 세워진 국회 본관을 충실히 재현했다.
4. 국회의사당 신축과 정치·문화 중심지 변모

1968년 결정된 국회 부지는 여의도 윤중제 완공 직후 확정되었고,
· 1969년 기공 → 1975년 준공
· 지하 2층·지상 5층, 돔형 회의장(지름 50 m)
· 회의실·의원실·전문위원실·열람실·식당 등 완비
로 완성되었다.
국회의사당 이전은
· 정치 중심이 종로·중구 → 영등포 여의도로 이동
· 방송(KBS), 금융(증권거래소) 시설 밀집
· 주거·상업·문화·공원이 조화를 이룬 복합지구 탄생
를 의미했다. 드라마 〈파인〉이 여의도 고증 장면에서 선보인 고층 아파트 단지, 복합 오피스 빌딩, 한강변 도로는 바로 이 1970년대 말~1980년대 초 건설 풍경이다.
5. 드라마 〈파인〉속 역사 고증 포인트

신안선 도굴과 유물 유통 루트: 목간·도자기 구성, 침몰 해역 상황
윤중제 완공식 장면: 박정희 휘호 비석, 4차선 도로·버드나무 가로수
국회의사당 착공·준공 과정: 공사 현장, 돔형 회의장 외관
1970년대 서울 풍경: 강변2로 준공, 마포대교 길목, 초원아파트 등
사회·경제적 배경: 한강 개발이 이룬 토지 이권 구조, 매립과 준설의 정치금융적 결합
드라마 속 인물들이 언급하는 “국회의 세종 이전”“여의도 개발 기회”“보물선 재현” 등의 대사는 모두 이 역사적 사건들을 기반으로 한 상상력의 연장이다.
이상으로, 실화 ‘신안선 사건’과 ‘여의도 한강 개발’이 어떻게 드라마 〈파인〉에 역사 고증의 뼈대로 활용되었는지 살펴보았다. 14세기와 20세기가 교차하는 이 두 사건은 단순한 배경 설정을 넘어, 한국 현대사와 해양유산의 입체적 이해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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