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낀 점
처음 이 책을 구입했을 땐 청소년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서 구입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중고등부 사역을 담당하게 되었을 때다. 그런데 한참 시간이 흘러 2년 뒤에야 읽게 되었다. 그런데 아뿔싸! 이 책은 중고등학생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고통에 대한 이야기. 아픔에 대한 이야기. 그 아픔을 대처해가는 사람들 이야기였다.
주인공은 헤이즐이다. 16살. 갑상선암을 가진 아이다. 시한부 인생을 산다고 보면 된다. 그런 아이들의 모임이 있다. 바로 서포트 그룹이 그렇다. 이곳에서 헤이즐은 어거스터스를 만난다. 어거스터스는 키가 크고 늘씬한 근육질인 인기가 많은 아이다. 그런데 어거스터스는 17살 골육종이다. 그때문에 한쪽 무릎 아래를 잘라야 했다. 암의 전이를 막기 위해.
이렇게 아픈 아이들은 사랑을 하게 된다. 그 사랑의 이야기가 이 책의 중심 이야기이다.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장면이 나에겐 참 인생적이었다.
"넌 날 잘 알지도 못하잖아."
나는 가운데 콘솔에서 책을 집으며 말을 이었다.
"이걸 다 읽은 다음에 내가 전화하면 어떻겠어?"
"하지만 넌 내 전화번호도 모르잖아."
"네가 이 책에 써 놨을 거라는 의심이 아주 강하게 드는데."
그가 그 헤벌쭉한 미소를 다시 보였다.
"그러면서 우리가 서로를 잘 모른다고 그러는 거야?" (43)
중간부터는 헤이즐이 가장 많이 읽었던 <장엄한 고뇌>라는 책이 등장한다. 이 책은 갑작스럽게 끝이 났기에 헤이즐은 결말이 너무나 알고 싶었다. <장엄한 고뇌>의 주인공이 헤이즐과 비슷하기에 몰입감이 되었을까? 이 비슷한 것은 결말부에 등장하는 복선이기도 하였다.
어거스터스 역시 이 책을 읽고 끝이 궁금했다. 그리고 메일을 보냈는데 답장이 온 것이다! 작가의 비서에게서! 그래서 몇 통의 메일을 주고 받았고 우여곡절 끝에 작가 피터 반 호텐이 산다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가게 되었다.
(스포) => 결국 반 호텐을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반 호텐은 상태가 좀 이상했다. 술주정꾼이 된 것이다. 메일을 주고 받은 건 반 호텐의 비서였고 그 비서가 메일로 오라고 한 것이었다. 혹시 이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면 반 호텐도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그런데 그는 매우 무례한 사람이었고 두 아이는 실망을 하고 다시 미국에 간다.
그런데 어거스터스는 암이 재발하게 되었다. 헤이즐보다 더 심각해졌다. 결국 어거스터스는 죽게 되었고 장례식이 치뤄졌다. 장례식에 의외의 인물이 참석했는데 반 호텐이었다. 어거스터스가 죽기 전 메일로 부탁한 것이다. 헤이즐이 그토록 궁금해하는 결말을 이야기해달라고. 그 과정에서 헤이즐과 이야기를 한다. 그때 자신의 작품 속에 죽은 인물이 사실은 자신의 딸이라고 말하게 된다. 암스테르담에서 왜 헤이즐에게 무례하게 행했냐면 죽은 딸의 모습이 딱 헤이즐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건 순전히 내 생각인데 반 호텐의 결말은 헤이즐의 결말이라고 본다. 헤이즐의 엄마와 했던 대화. 헤이즐의 엄마는 헤이즐이 죽은 이후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헤이즐은 너무나 눈물나게 기뻐한다. 엄마의 인생을 이제야 산다는 것에(309).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생전 어거스터스는 자신이 <장엄한 고뇌> 결말을 쓰기로 했다. 그 말이 기억난 헤이즐은 혹시 남겨진 어거스터스의 글을 찾기 시작한다. 그런데 아무런 흔적이 없다. 실제로 글을 쓴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글을 쓸 시간이 없었으니까. 그럼에도 어거스터스는 흔적이 있을 것 같았다. 하나 있다! 반 호텐에게 편지로 보내지 않았을까? 딩동댕! 이때 어거스터스의 글에서 나는 대단히 충격이었다. 결말이 아니었다. 헤이즐의 장례식의 추도사를 부탁한 것이다. 자신은 글을 잘 못쓴다는 이유로. 하지만 반 호텐은 그 글을 보고 바로 헤이즐에게 주었다. 훌륭한 글이었으니까. 헤이즐의 장례식의 추도사라니. 자신의 장례식에 헤이즐이 추도사를 썼고, 헤이즐의 장례식에는 자신의 추도사가. 넘나 감동적인! 이건 근사하고 환상적이었다! 헤이즐의 말처럼.
책 제목은?
책 제목은 셰익스피어가 카시우스의 편지에 쓴 것을 차용한 것 같다. 거기에는 "친애하는 브루투스여, 잘못은 우리 별에 있는 것이 아닐세 / 우리 자신에게 있다네."(120). 반 호텐의 말을 통해 저자는 이 말이 '이보다 더 틀릴 수 없는 말'이라고 전한다.
잘못은 나에게 있는 것이 아냐. 너가 아픈 것. 너가 죽을 병에 걸린 것. 너의 잘못이 아냐. 그렇다면 누구의 잘못일까. 그건 이 별의 잘못이야. 신정론과도 연관이 있는. 잘못은 하나님께 있을까. 앞을 못보는 사람을 보고 예수님께 물었다. 이 자가 이렇게 된 것은 이 자의 죄때문이냐고. 그때 주님은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려고 그렇다고 말했다. 메시아인 왕이 태어난다는 걸 듣고 헤롯왕은 유아들을 학살했다. 누군가 예수님께도 간접적인 원인이 있다고 한다. 나도 그 이유는 모르겠다. 우리를 창조한 신으로서의 잘못일까, 이 땅에 태어났다는 것에서 잘못일까. 잘못이 없는 예수님는 왜 십자가에서 돌아가셨을까. 잘못은 누구에게 있을까?
나가면서
뭉클한 이야기.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이야기. 본인이거나 그 가족의 이야기. 죽음을 어떻게 바라볼까. 그것은 현실이기에 원인따위에 너무 매몰되지 않았던 것 같다. 남지 않은 시간을 함께 보내야 했기에. 서로의 내면을, 서로의 속살을 확인한 것 같다. 다 읽고 이 문장이 참 아련히 남는다.
나도 좋아. 어거스터스.
나도 좋아.
좋은 이야기는 따뜻한 마음을 남겼고 글에도 남았으면 한다.
메모
'주여, 우리에게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것들을 평온하게 받아들일 힘과, 바꿀 수 있는 것들을 바꿀 용기와, 이 둘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내려 주소서.' (14)
- 라인홀드 니버의 기도문.
"그럴 필요 전혀 없어. 그리고 안녕, 헤이즐 그레이스." (149)
- 영화 제목.
나는 그 이야기를 어거스터스에게 딱 한 번, 우리가 만났던 첫날에 지나가듯 말했을 뿐이었다. (172)
- 서윗 가이!
"사람들은 아름다운 것에 금방 익숙해지니까."
"난 아직까지 너한테 익숙해지지 않았는데."
- 드립력
아빠는 항상 나에게 사람들이 웨이터와 비서를 대하는 모습을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195)
- 동서고금을 막론하는 말이었군!
헤이즐을 위한 추모사를 써줄 수 있을까 묻고 싶어요. (322)
- 맙소사! 헤이즐을 위한 추모사라니...ㅠㅠ
책 맛보기
나는 계속해서 그의 다리를, 아니 그의 다리가 있던 자리를 힐끔거리며 가짜 다리라는 건 어떻게 생긴 걸까 상상해 보았다. 신경 쓰고 싶지는 않았지만, 솔직히 조금 신경 쓰였다. 그는 어쩌면 내 산소통에 대해 신경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 병은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 나는 그 사실을 오래 전에 깨달았고, 어거스터스 역시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41)
"널 다시 볼 수 있을까?" (42)
"넌 우리에게 수류탄이 아니란다. 죽음을 생각하면 슬프지만, 헤이즐, 그래도 넌 수류탄은 아니야. 너는 근사해. 넌 모를 테지, 우리 딸. 아이를 낳아 그 아이가 영리하고 독서를 좋아하며 부서적으로 끔찍한 텔레비전 쇼를 보는 취미가 있는 청소년으로 자라나는 걸 본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네가 우리에게 준 기쁨은 우리가 네 병 때문에 느낀 슬픔보다 훨씬 더 크단다." (112)
"쉬운 위로는 위로가 아니야. 너도 한때는 드물고 연약한 꽃이었어. 기억하고 있지?" (154)
몇 년이나 내가 끌고 다녔던 이 암으로 망가진 몸뚱이가 갑자기 투쟁할 가치가 있는 존재로 느껴졌다. (216)
슬픔이 사람이 바꾸는 게 아니야, 헤이즐. 사람의 본모습을 드러내 주는 거지. (298)
나도 좋아, 어거스터스.
나도 좋아. (325)
'책리뷰 >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리뷰] 이민진 - 파친코 2[ 문학사상, I Min Jin Lee, Pachinko] (0) | 2022.09.07 |
---|---|
[책리뷰] 이민진 - 파친코 1[ 문학사상, I Min Jin Lee, Pachinko] (0) | 2022.09.07 |
[책리뷰] 무라카미 하루키 장편소설 - 상실의 시대(Norweian wood 원제: 노르웨이의 숲, 유유정 옮김, 문학사상) (0) | 2021.01.06 |
[책리뷰] 정아은 장편소설 - 잠실동 사람들(제 18회 한겨례문학상 수상작가, 한겨례출판, 스카이sky캐슬보다 더 심도있는 이야기) (2) | 2021.01.05 |
[책리뷰] 스미노 요루 -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0) | 2020.05.0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