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라
오직 강하고 극히 담대하여 나의 종 모세가 네게 명령한 그 율법을 다 지켜 행하고 우로나 좌로나 치우치지 말라 그리하면 어디로 가든지 형통하리니 (여호수아 1:7)
성경에서는 좌우로 치우치지 말라는 말이 8번 등장합니다. 이 말은 중도를 지키라는 말일까요?
성경에서 좌우로 치우치지 말라는 표현은 4가지 정도로 조금씩 다르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방향을 나타낼 때 씁니다. 신명기 2장 출애굽한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의 여러 민족을 거쳐 지나가다 헤스몬 왕 아모리 사람 시흔을 만나는 장면이 나옵니다.
나를 네 땅으로 통과하게 하라 내가 큰길로만 행하고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아니하리라(신명기 2:27)
모세는 시혼에게 헤스본 땅을 통과해 큰길로 갈 것이라고 말하면서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때는 말그대로 딴 길로 안 가고 직진해서 가겠다는 말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율법을 잘 지키라는 권면에 사용됩니다. 신명기 5장 32절과 17장 20절, 여호수아 1장 7절과 23장 6절에서 이 같은 용례로 사용되었습니다. 보통 교회에서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라는 표현은 여기에서 많이 쓰입니다.
여호수아 23장 6절 “그러므로 너희는 크게 힘써 모세의 율법 책에 기록된 것을 다 지켜 행하라 그것을 떠나 우로나 좌로나 치우치지 말라”
네 구절의 핵심은 율법을 잘 지켜 그대로 행하라는 말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좌우측에 율법을 지키지 못하게 하는 큰 유혹이 있음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다이어트를 하는데 우로는 맛있는 걸로 유명한 한식집, 좌로는 맛있는 걸로 유명한 중국집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레위기 18장 3-4절에는 이렇습니다.
“너희는 너희가 거주하던 애굽 땅의 풍속을 따르지 말며 내가 너희를 인도할 가나안 땅의 풍속과 규례도 행하지 말고 너희는 내 법도를 따르며 내 규례를 지켜 그대로 행하라 나는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이니라”
세 번째는 공정한 법 집행을 강조할 때 사용됩니다. 신명기 17장 11절과 사무엘하 14장 19절에서 두 번 사용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신명기 28장 14절에서 다른 신을 섬기지 말고 신앙의 지조를 지키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좌우로 치우치지 말라는 말을 이해하는데 레위기가 중요한 사실을 알려줍니다. 출애굽 이전에 살던 이집트 풍속을 따르지 말아야 하며, 앞으로 가게 될 가나안 땅과 메소포타미아 바벨론의 풍속도 따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출애굽 해서 광야에 머무는 동안 거대한 두 문명이 충돌하는 문화 속에 살아야 했습니다.
출애굽을 하고 이스라엘 공동체가 떠돌던 미디안 광야는 종교, 정치, 지리, 경제, 문화를 포함한 두 문명의 각축장이었습니다. 친이집트파와 친바벨론파가 서로 경쟁했는데, 바벨론 포로 생활 이후까지 이어졌습니다.
이집트는 메소포타미아와 정반대의 차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일 강을 끼고 있던 이집트는 물이 풍부하여 농업이 발전할 수 있는 풍요로운 땅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다른 민족의 침입이 거의 없어 국가의 통치가 용이했고, 처음부터 통일 국가 형태로 강한 국가로 발전했습니다. 이 때문에 강한 보수성과 폐쇄성이 특징이었습니다.
반면 메소포타미아는 정반대였습니다.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을 끼고 있던 바벨론은 개방된 사막지대와 초원지대로부터 이민족의 침입이 잦았습니다. 여로 국가들의 흥망성쇠가 되풀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개방적이고 동적이며 현실적인 문화 특징이 있습니다.
이집트를 탈출하여 광야로 떠돌아 다닌 이스라엘 백성들은 좌로는 이집트 문명, 우로는 메소포타미아의 바벨론 문명에 끼여 있었습니다. 하지만 해 뜨는 오른쪽의 메소포타미아부터 해 지는 왼쪽 이집트까지 좌우의 세상 모든 곳을 하나님이 통치하신다는 것을 말씀하고 계십니다. 이사야 45장 6절의 말씀입니다. “해 뜨는 곳에서든지 지는 곳에서든지 나 밖에 다른 이가 없는 줄을 알게 하리라 나는 여호와라 다른 이가 없느니라” 이집트도 바벨론도 아닌 하나님께서 세상을 통치하고 계신다는 말입니다.
하나님은 이집트의 강함과 풍요로움을 그리워하지 말고, 메소포타미아 바벨론의 새로운 바알 체제도 따르지 말라고 경고하셨습니다. 오늘 우리에게 왼쪽 이집트는 무엇이고, 오른쪽 바벨론은 무엇일까요? 우리의 신앙 생활에서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고 여호와 하나님의 법도를 따르는 삶은 어떤 삶을 말하는 것일까요? 하나님보다 앞서는 내가 사랑하는 대상이 뭔가 있을까요?
2. 왼손잡이 에훗의 칼빵
사사기에서는 “이스라엘 백성이 또 여호와의 목전에서 악을 행한다”말이 자주 나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악을 행하자 하나님은 모압 왕 에글론을 강성하게 하셔서 모압을 섬기게 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여호와 앞에서 부르짖었고, 문제를 해결해 줄 사람으로 에훗이 등장합니다. 에훗은 에글론에게 공물을 바치러 가면서 날선 칼을 허벅지 안쪽에 감추고 기회를 엿보았습니다. 그리고는 공물을 받아 든 에글론에게 은밀히 할 이야기가 있다고 전합니다. 사사기 3장 20절에 이렇습니다.
“에훗이 그에게로 들어가니 왕은 서늘한 다락방에 홀로 앉아 이있는 중이라 에훗이 이르되 내가 하나님의 명령을 받들어 왕에게 아뢸 일이 있나이다 하매 왕이 그의 좌석에서 일어나니”(사 3:20)
여기서 왕이 있었던 서늘한 다락방은 어떤 방일까요? 일단 사사기 3장 24절에 이렇게 또 써져있습니다
“에훗이 나간 후에 왕의 신하들이 들어와서 다락문들이 잠겼음을 보고 이르되 왕이 분명히 서늘한 벙에서 그의 발을 가리우신다 하고”(사사기 3:24)
에훗이 숨겨둔 칼을 꺼내 서늘한 방에 있던 에글론을 찌르고 사라졌습니다. 한참 후에 에글론의 신하들은 왕이 머무는 곳으로 들어왔고, 아무런 기척이 없는 것을 보고 당연한 듯 “서늘한 방에서 그의 발을 가리우신다”고 말했습니다.
서늘한 다락방과 그의 발을 가리우신다는 건 어떤 장소이고 어떤 의미일까요? 중근동 국가들 다녀온 남자들은 낯선 경험한 한다고 합ㄴ다. 공중화장실에서 소변기를 찾아보기가 힘들다는 것입니다. 중근동에서는 남자들도 앉아서 소변을 처리합니다. 또, 대부분 화장실에서 화장지가 비치된 경우는 보기 드뭅니다. 고급화장실은 비데를 사용하지만 대부분 양변기 옆에 붙은 물 호스를 조절해 뒤처리를 하고, 없는 경우는 물통에 물을 받아 해결합니다. 화장실에서 뒤처리는 항상 왼손으로 합니다. 즉, 중근동에서 왼손은 화장실에서 뒤처리하는 더러운 손으로 여긴다는 말입니다. 만약 음식 서빙을 왼손으로 한다면 상대방에게 가장 심한 욕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지금도 이런 독특한 문화가 남은 이유는 아마도 의복 문화 때문일 것입니다. 지금도 중근동을 가면 남자들도 통치마 같은 전통 복장을 입고 있는 걸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전통 봅장을 한 남성들에게 소변기는 오히려 불편했을 것입니다.
지금도 중근동 유목민들은 전통 복장을 하고 앉아서 큰일을 해결합니다. 그리고 흙으로 덮어 처리하고 뒤처리는 마른 잎사귀로 해결합니다. 이게 중근동의 오래된 화장실 문화입니다.
에훗의 이야기로 넘어온다면 ‘그의 발을 가리우신다’는 표현은 화장실과 관련 있습니다. 화장실에서 큰일을 본다는 뜻으로 보면 됩니다. 통치마 같은 전통 복장의 남자들이 큰일을 보기 위해 앉으면 발이 가려지는 장면을 쉽게 떠오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서늘한 곳은 어디일까요? 큰일을 보기 위한 곳입니다. 다만 고대 중근동에서는 화장실이 건물 안에 있지는 않았습니다. 우리나라도 조선시대만 해도 건물 밖에 화장실이 있었고, 고대 중근동 역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면 왕과 같이 지위가 높은 사람들은 용변을 어떻게 처리했을까요?
중근동의 전통 건축물들은 우리와는 달리 평평한 지붕입니다. 평평한 지붕 위에 종려나무 잎사귀 등으로 만든 가건물을 세우는데, 이것이 바람이 잘 통하는 서늘한 방입니다. 모압 왕은 지붕 위의 서늘한 벙에서 용변을 보고 신하들에게 뒤처리를 맡기곤 했습니다. 신하들은 왕의 인기척이 들리지 않자 서늘한 다락방에 올라가 큰일을 보고 있다고 확신한 것입니다. 어쨌든 에글론 왕이 서늘한 방에서 큰일을 보고 있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발이 가리운다’와 ‘서늘한 다락방’의 의미를 알게 되면 에훗의 이야기가 더 실감이 납니다.
그리고 에훗이 왼손잡이라는 걸 생각해 봅시다. 에글론 왕에게 왼손잡이인 에훗이 공물을 조공했습니다. 직접 왼손으로 조공을 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왼손잡이라는 것을 모압 사람들은 쉽게 짐작했을 것입니다. 왼손잡이가 왔다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에훗은 왕을 그 왼손으로 찔러 죽였다.
에훗은 왼손잡이인 것이 부끄러웠을 것입니다. 모압 사람들과 에글론 왕에게도 이스라엘은 부정한 왼손잡이 같은 존재였습니다. 이스라엘은 그런 에훗의 왼손으로 소심한 반항을 하는 처지였스빈다. 하지만 하난미은 그런 에훗의 왼손을 들어 쓰셨습니다. 숨어 있던 많은 왼손잡이들은 이스라엘의 통괘한 승리뿐만 아니라 부끄러운 왼손잡이를 선지자로 쓰시는 하나님을 보았습니다. 어리석은 자를 택하여 지혜로운 자를 부끄럽게 하시는 하나님, 약한 것을 택하사 강한 것을 부끄럽게 하시는 하나님을 기억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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